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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장문> 몬스터즈 vs 베어스 감상앱에서 작성

ㅇㅇ(211.234) 2023.02.15 01:43:49
조회 111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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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돡붕이인데... 머 알다시피 두산이 22시즌 망하기도 했고 그래서 두산경기 별로 열심히 안봤음ㅋㅋ 

근데 어제경기 직관도했었고 어제 방송 보니 또 새롭게 느껴져서 끼적인다고 썼는데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네. 읽어주면 좋고 아님말고ㅎㅎ 몬붕이들 존밤되고 시즌2도 23시즌 개크보도 재밌게보자~

ㅡㅡㅡㅡ이하 똥글ㅡㅡㅡㅡ


무려 석 달 전에 직관을 다녀왔는데 드디어 방송을 봤다. 새록새록 추억 리마인드 돼서 좋았고 베어스의 어두운 미래를 다시금 절감할 수 있어서 씁쓸하기도 하고 그랬음.



중간에 아마 몬스터즈가 점수를 냈을 때였던 것 같은데, 자막에서 영화 머니볼을 인용했었다. 주인공 빌리빈이 했던 말이었던가? '어떻게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라는 말이었다. 원래 머니볼에서 제일 좋아하는 대사였는데 반가웠음.



감히 생각하건대 야구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모순성에 있다. 장담컨대 통계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 중에서 가장 통계에 밝은 일반인들은 야빠들일 테다.



그 어떤 선수도 매 타석 잘 할 수는 없다. 3할 타자의 7할의 타석은 안타에 실패한 타석이니까. 어느 월요일 밤 왕택신이 3안타를 쳤다고 다음 경기에도 또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최강야구 팬은 거의 없을 것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선수가 또 홈런을 치고 삼진을 잡을 거라고 믿으며 야구장에 가고 매 순간 마음을 졸인다. 누구보다도 통계에 밝고 큰 수의 법칙을 믿는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을 기적을 바라며 다이아몬드를 헤매이는 스포츠가 야구다. 거기에 야구의 매력이 있다고 믿는다.





몬스터즈와 베어스의 경기가 꼭 그랬다. 누구나 베어스로 무게가 기운다고 예측하는 승부, 이젠 퇴물이 되었다는 아조씨들의 경기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제 끝나는구나 싶었던 9회 초에 추격의 적시타를 주전에서 밀린 대타 왕택신이 쳐내고, 정의윤의 높이 뜬 플라이가 텍사스성으로 동점을 만든다. 이승진이 불쇼를 벌이긴 했지만 사실 여기서 뜬공이 잡혔으면 평범하게 경기 끝이었다. 정말이지 야구 모를 일이다.



그렇게 연장전이 눈앞에 다가온 것 같았지만 경기의 끝은 모두가 알다시피 김인태의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아마 김인태의 타석에서 몬스터즈 팬들은 삼진을, 두산 팬들은 시원한 장타를 원했을 테지만 정작 나온건 허탈하게도 볼넷이었다.



물론 그 타석 자체가 대단한 명승부였고, 이기면 장땡이라지만, 김인태의 최고 장점이 선구안과 볼넷이라는 걸 감안하면 참 묘하다. 눈앞에 다가온 듯 했던 몬스터즈의 기적이 손틈 사이로 빠져나가도록 만든 것은 통계가 증명하는 김인태의 강점이었으니까.



거의 땅에 닿을 듯 허리를 굽히고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던 오주원의 아쉬움이 참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별 수 있을까 야구가 원래 그런 것인데. 다 잡은 것 같다가도 물거품처럼 흘러나가는 것이 이 말아먹을 공놀이의 매력인 것을.



사실 두산 팬으로서 방송보면서 과몰입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명경기였다.  평소 시즌에 명경기는 이긴 경기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번 경기는 위대한 승부였고 아름다운 기억일 거다. 이번 게임이 야구빠들이 찾아헤매는 기적, 우리가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보여 준 시합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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