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서 아직도 명치 끝에 남아 있는 옛날에 읽었던 한 주장이 있다. 아마 인터넷에서 봤던 것 같다. 디시였는지도 모르겠고. 그 때가 20대 초였으니 대충 12년도다. 세상이 물에 잠기니 뭐니 극성이던 해였다. 더불어 디씨도 아직은 리버럴이 득세하던(그러니까 최소한 들으려는 사람은 있던) 사이트였고.
주장은 간단했지만 그만큼 경악스러웠다. 자살을 터부시하며 비윤리적인 행위로 구분한 것은 압제자(부르주아라는 말은 안 했던 것 같다. 그저 체제의 지배자라는 식이었다)가 사회 노동력 감소를 염려하여 그리 했을 뿐이라는 말이었다.
순간 얼굴을 찡그렸다. 숨이 막혔고, 불쾌함이 나를 엄습했다. 뱃속에 바위가 들어찬 듯했다. 그의 말이 싫었기 때문이 아니다. 되레 내심 동감했기 때문이다. 동감하는 내가 낯설었고 무서웠다. 그래서 불쾌했다.
그러고보면 기독교도 유교도 자살을 비난한다. 기독교는 자살을 죄로 규정하며, 유교는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은 매우 큰 불효라는 식으로 완곡하게 비난한다. 아무튼 동서양의 거대한 지배 이론이었던 두 종교는 분명 자살을 금지한다.
왜 금지했는지는 깊게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왜냐고 해도 자살은 '나쁜 것'이니까. 나쁘지는 않더라도 '슬픈 것'이니까.
내 주위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면 난 분명 넋을 놓고 울며 자책할 것이다. 내가 자살로 이생을 떠난다 해도 주변 대부분이 그리할 것이다. 그렇기에 자살은 슬픈 것이다.
그 사람의 주장은 그 슬픔조차도 강제한 결과라는 것이었다.
자살에 대한 내 관념조차 국가가 밀어넣은 인식이었다는 말인가? 그럴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대도 난 지금까지도 존엄사나 낙태에 대해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물론 준비가 안 된 출산은 있을 것이다. 나는 정말 모르겠지만 더 이상 살 의욕이 없는, 또는 그만 떠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 인정하고 동감한다곤 하지만 나는 그걸 입 밖에 낼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자살은 권리인가?" 라는 질문에 가로막혀 있다.
자살이 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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