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려낸 창날처럼 내리찌르던 뙤약볕도 이제는 그 끝이 무뎌질 때이건만. 그러나 웬 걸요. 초가을에 접어서도 햇살은 여전히 맹렬하기만 합니다. 여름은 그래서 마냥 천덕꾸러기 아가씨만 같습니다. 할머니 은행나무가 마른 가지 끝에 은행잎 편지로 나긋나긋 타일러보아도 어린 여름은 좀처럼 고집을 꺽질 않으니 말입니다. 투정 한가득 섞어, 할머니도 참, 그럴 리가 없어요. 그렇지 않아요. 라고 따박따박 말대답이나 않으면 다행이지요. 가을을 준비하려는 다른 숲 속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저를 거스른다 싶으면 고슴도치 마냥 햇살 끝을 바짝 세우고 덤벼들기나 한답니다. 그 모습이 꼭 저만이 옳은 아홉 살 배기 아이입니다. 영락없이 그래요.
기를 쓰고 물러서지 않는 여름 손 끝에 기대어, 저승뿔매미는 오늘도 나른나른 울어댑니다. 여기, 지옥 북동대륙에 고루 분포한 저승뿔매미는 여름 한철을 살고 가는데 힘이 세고 식욕이 왕성해 산림 내 포식자로 군림하는 녀석입니다. 허나 그런 녀석도 홍단가시말벌에게만은 요깃거리를 면치 못하고, 홍단가시말벌은 또한 위장도깨비풀에 현혹 당해 그대로 잡아먹히기 일쑤랍니다.
들여다보면 여름은 사실 그렇게나 치열합니다. 다들 그 속에서 온 힘을 다해 끝까지 살아남으려 합니다. 그저 우리가 알지 못했을 뿐, 여름 수풀 사이사이에는 지금도 그런저런 여름 벌레들과 풀꽃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여름 따스한 햇살에 의지해.
그러니 그것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요. 여름은 왈가닥이지만 그건 한편으론 정이 많다는 이야기기도 한 걸요. 그녀는 다만 제 품으로 안았던 번다한 생명이 하루라도 더 오래 살아나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런 욕심으로 가을 언니 것을 많이 빼앗고는 하지만, 어린 여름은 그저 너무나 어린 탓에 그런 것까지 헤아릴 겨를이 없답니다. 그러면 자상한 가을 언니는 쓴 웃음 한 번 짓고 “그래, 어쩔 수 없구나.” 하며 조금씩 제 것을 내어주곤 하는 것이지요. 늦여름은 그렇게 한번 더 무르익어 우리네 가슴을 따끔따끔하게 찌릅니다. 부드럽고도 따끔한 열기의 세례. 화창한 하늘 아래 열기가 가득 퍼져나갑니다.
그런 감상으로 송글송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늦여름 오후 한 때였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홍단말벌이니 뭐니 하는 건 실재하는 곤충이름이 아님. 환상문학을 쓰고 있었어서 내가 멋대로 지어낸 이름들이고.
조만간, 정치는 어려운 게 아니고 누구나 다 얘기할 수 있는 겁니다. 정치사에 대해 1도 몰라도 "제 생각은 이런데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정치라는 걸
소설로 전하고 싶다고 생각함.
정치 어렵지 않습니다. 어린 생각이든, 늙은 생각이든
그냥 아무렇게나 말할 수 있어야 건강한 정치입니다
그걸 전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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