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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민희진-하이브 사태 속에서 바라본 K팝 예술은 무엇?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9 11:31:48
조회 344 추천 14 댓글 0
														
"K팝은 누군가의 개성이 담긴 하나의 예술"

뉴진스의 신곡 《Bubble Gum》은 K팝에서 '예술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곱씹게 하는 곡이다. 이 곡은 언뜻 보면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K팝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영화를 방불케 하는 과하고 극적인 연출도 없다. 잔잔하고 몽환적인 사운드는 K팝이 자랑하는 강한 호소력과 거리가 있다.


《Bubble Gum》 통해 본 K팝의 실체

이것이야말로 데뷔 이래 뉴진스가 대중에게 줄곧 어필해 왔던 방식이다. 지난 10년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K팝 혁명을 일순간에 완성시킨 방식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Bubble Gum》을 들으면 어린 시절 추억이 소환된다고 한다. 엄밀히 말해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보여주는 추억은 존재하지 않는,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추억에 더 가깝다.

《Attention》을 시작으로 《Ditto》와 《Super Shy》를 거쳐 《Bubble Gum》에 이르기까지, 뉴진스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많은 이가 공유하는 어떠한 파편적 기억과 간접 경험을 활용해 추상적인 현대성과 노스탤지어의 결정체를 빚어낸다. 어쩌면 존재하지 않지만, 누구나의 기억 속에 각인됐을 법한 공통된 미학의 코드를 활용해 각자의 기억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재구성해 내도록 만든다. 상품이기 이전에 독창성을 품은 예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K팝이 서구 팝 시장에 이름을 처음으로 알리기 시작했던 2010년대 초반, 외신들이 주목한 K팝의 가장 큰 특징은 '공장형' 훈련 시스템이었다.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내 북유럽의 '송 캠프' 시스템과 결합시킨 K팝 산업 특유의 육성 및 제작 시스템이 만들어낸 아이돌 그룹의 수준급 실력과 일사불란함에 외신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는 대중음악의 변방인 한국이 세계시장에 어필하기 시작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수만이 제창하고 박진영, 양현석 등 1세대 K팝 창업자들을 두루 거쳐 방시혁이 이끄는 '하이브'에 이르러서는 '멀티 레이블' 체제로 진화한 K팝의 요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티스트십과 진정성이 실종된 음악, 누가 해도 똑같은 '몰개성의 양산형' 음악이라는 비판은 그 평가의 정당함을 떠나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K팝 산업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비판에 도전하거나 그 비판을 우회해 왔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매개로 멤버들 개인의 서사와 개성이 녹아든 음악을 추구했던 '방탄소년단(BTS)'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렇다고 '기획'과 '제작'이 근간이 되는 아이돌의 기본 속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일종의 대안이 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또 다른 방식으로 대안을 표방한 뉴진스가 등장했다.

아직 정규 앨범과 월드투어가 없는 신인급 그룹임에도 평단과 대중은 일찌감치 이 그룹의 중요성에 대한 결론을 낸 상태다. 독특한 것은 그 평가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뉴진스를 만든 프로듀서 민희진의 능력이라는 점이다. 작곡가 출신 창업자들이 세운 K팝에서 프로듀서 한 명의 역량이 이처럼 주목받은 사례는 드물다.

언제부터인가 K팝에도 '아티스트'라는 표현이 흔해졌다. 음악을 온전히 책임지는 '뮤지션'은 아니지만 K팝이라는 예술을 무대에서 수행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퍼포머형 아티스트라는 의미다. 하지만 K팝의 특성상 이 예술을 기획하고 완성하는 아티스트의 역할은 아이돌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눠 갖는다.

가장 중요한 주체는 역시 프로듀서다. 때로는 음악에 직접 관여하기도 하지만, 주로 '비저너리(Visionary)'로서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역할이다. 그들의 통솔하에 음악 제작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주도하는 A&R팀, 춤을 비롯한 무대를 책임지는 퍼포먼스팀이 존재한다.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책은 프로듀서와 같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진 않지만 그 역할은 굉장히 포괄적이다. 콘셉트, 음악, 춤 등 음악 제작과 관련한 모든 창조적 행위에 직접 관여해 결정을 내린다.

뉴진스를 만든 어도어의 대표 민희진은 SM엔터테인먼트 시절 이래 이 같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정체성을 통해 성공한 대표적 인물이다. 샤이니, f(x), 엑소, 레드벨벳, NCT 등 유명 그룹들의 음악을 통해 K팝의 비주얼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의 역량은 이제 뉴진스로 이어져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식별 가능한 뉴진스만의 독특한 미학을 탄생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됐다. 즉, 어떤 의미에서 민희진은 아티스트를 키워내는 프로듀서인 동시에 그의 예술적 비전이 뉴진스라는 팀의 음악적 정체성 그 자체가 된 것이다.






K팝 속 예술성의 가치 인정받아야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하이브-민희진' 논란과 관련된 보도나 평론에서 실종된 것이 바로 민희진이라는 한 명의 예술가가 갖고 있는 문화적 가치에 대한 평가다. 많은 사람은 이 사태를 경영권을 둔 두 주체 간 갈등으로 인식하지만, 본질은 'K팝에서 예술성의 가치를 인정할 것인가' 혹은 '그 가치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된다.

멀티 레이블이라는 실험을 통해 뉴진스를 연상시키는 '아일릿'이라는 그룹을 론칭한 하이브의 판단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민희진 개인의 예술적 역량이 적용된 뉴진스에 버금가는 그룹을 하이브의 '시스템'을 통해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의욕일 수는 있으나 그것은 K팝의 예술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좌절감을 안긴다. 예술적 비전을 가진 개인 없이도 뉴진스 같은 그룹을 엇비슷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은 지난 30여 년간 K팝이 쌓아올린 성공에 담긴 다양한 예술적 욕망과 창의성을 단순히 자본과 시스템의 공으로 축소하면서 스스로 그 예술적 가치를 부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K팝의 지속적인 성공은 분명히 특유의 '공장형 시스템'을 통한 인재 육성 덕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이 글로벌한 K팝 현상으로 나아가고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 걸그룹을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민희진' 같은 예술적 비전을 가진 사람들의 역량은 또 얼마나 중요할 것인가. 개인의 독자성을 존중하고, 그 값어치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는다면 그것에 시간과 돈 그리고 열정을 쏟아붓는 팬덤이 언제까지 이 산업의 지리멸렬함을 바보처럼 지지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K팝의 진짜 위기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이브-민희진의 갈등은 경영권 분쟁도 아닐뿐더러 단순한 성장통도 아니다. 사업적 혹은 개인적 갈등이 아니라 K팝을 누군가의 개성이 담긴 하나의 예술로 볼 것인가, 또는 그저 공장이 만들어낸 공산품으로 볼 것인가의 중요한 싸움이다. 민희진이 부재한 하이브의 뉴진스는 또 하나의 흔한 걸그룹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난 2년간 K팝 산업을 근본부터 뒤바꿔 놓았던 그룹으로 남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이는 뉴진스에게도, 하이브에도, 나아가 K팝 전체에도 큰 손실이 될 것이다. K팝은 문화 '산업'이기도 하지만 '문화' 산업이기 때문이다.




김영대 음악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586/0000078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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