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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라오 단편] 뿜찌끼 뿌듬쨈째미야.txt

뭐라할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07 00: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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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모모는 오늘도 사령관 실에 불려간다.


사령관 실을 갈 채비를 갖추는 모모를 샬롯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바라본다. 허나 그런 샬롯과는 다르게 모모의 표정은 언제나와 같이 밝기만하다.


“그럼 오늘도 다녀올게요!”


밝은 인사와 함께 대기실을 나서는 모모의 소매를 샬롯이 붙잡는다. 갑작스런 제지를 받은 모모가 웃는 얼굴로 돌아본다.


“정말., 괜찮은 거야? 아니, 아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거 같아. 네가 하는 일은.. 하아, 그러니까 내가 폐하께 잘 말씀드려서..”


모모는 대답대신 자신의 소매를 붙든 샬롯의 손을 거칠게 뿌리친다. 이에 놀란 샬롯의 표정을 마주하며 모모는 다시 한 번 밝게 미소 짓는다.


“걱정 마세요! 저는 최강의 마법 소녀 모모인걸요? 금방 뽀꾸르 대마왕을 처치하고 돌아올 테니 얌전히 기다려주세요!”


멍하니 얼어붙은 샬롯을 뒤로한 체 사령관 실로 향하며 모모는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정확히 어떤 소리인지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으나, 그것이 마법의 주문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1.


- 오늘 할당량이다.


사령관 실의 문을 열기 무섭게 그녀의 발 앞으로 플라스틱 주사기가 서너 개 떨어진다. 그대로 고갤 들어 사령관을 보았으나 오늘도 뒤돌아 앉아있는 그의 등받이만 보일 뿐이다.


모모는 천천히 몸을 굽혀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 주사기들을 그러모은다. 저도 모르게 덜덜 떨려오는 손 때문에 자꾸만 주사기들을 헛짚었으나 모모는 조금도 인상을 찌푸리는 법이 없다.


“그럼..”


한참이 지나 힘겹게 주사기들을 모두 주워 모은 모모가 뒤돌아선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다. 모모는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다. 상대는 뽀꾸르 대마왕. 사령관이 건네 준 마법과 함께라면 그녀가 패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잠깐 기다려.


사령관 실을 벗어나려는 모모의 뒤에서 사령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고갤 돌리자, 반쯤 돌아선 사령관의 인영이 보인다.


지금껏 출정을 떠나려는 그녀를 사령관이 불러 세운 적은 없다. 모모는 혹시나 사령관이 다른 명령을 내려주진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진다.


- 여기서 한발 맞고 가라.


일말의 기대조차 사치라는 듯, 그에게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모모는 대답대신 짧은 탄식을 내뱉는다. 여전히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시선은 갈 곳을 잃은 새끼마냥 사령관과 손에 가득 들려있는 주사기 사이를 번민한다.


- 모모.


더 이상의 망설임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속이 울렁거리고 저 멀리서부터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어째서인지 그의 말은 좀처럼 거부할 수 없다. 모모는 이것이 진정한 마법이라고 믿는다.


모모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 챙겨 넣은 플라스틱 주사기들 중 하나를 꺼내든다. 노란색 뚜껑을 가진 납작한 주사기 속에 든 액체가 찰랑거릴 때마다 모모 주변의 세계도 함께 흔들거린다.


마법의 약.


언젠가 샬롯과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마다 모모는 이것을 그렇게 부른다. 표츈이 부르는 알파벳으로 복잡한 명칭이 있었던 것 같지만 이는 모모에게 중하지 않다. 단지 사령관이 건네준 마법의 약이 있어야만 뽀꾸르 대마왕을 처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뚜껑을 젖히고 날카로운 바늘을 들어 가슴팍에 꽂으려던 모모의 손이 멈춰 선다. 마법의 약을 맞은 뒤부터 습관적으로 시작된 수전증 때문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망설임이 고갤 들었기 때문이다.


- 모모.


“전 할 수 있어요. 사령관님..!” 사령관의 한 숨 섞인 부름에 모모는 반사적으로 답한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마법의 힘을 빌릴 순 없지 않을까요...?”


입 꼬리가 떨릴 정도로 입 끝을 당겨 올리며 모모는 사령관의 눈치를 살핀다. 부디 그에게서 다른 대답이 튀어나오길. 부디 이 가슴을 옭죄는 어지럼증과 추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쉰다.


...이 씨발 년이.


다음 순간 들려온 사령관의 말은 그 어느 때보다 작았으나 동시에 매서웠기에 모모는 그대로 얼어붙고 만다. 사령관은 이제 모모를 마주 본체 앉아 있다. 허나 그의 표정은 이전과 같지 않다.


- 지난번에 네가 꾀를 부려서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나?


연이은 사령관의 질책에 모모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주사기를 내려다본다. 덜덜 떨려오는 손에 들려있는 주사기가 점점 커졌다가 작아진다. 물속에 가라앉은 듯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들린 것도 같다. 일순간 세상이 뒤틀린다.


모모는 다시 고갤 든다. 그곳에는 끔찍한 악몽이 있다.


차디찬 바닥에 자신들의 동료들이 쓰러져있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듯, 연신 괴로운 신음을 내뱉는 그들에게로 검고 커다란 손아귀가 드리워진다.


뽀꾸르 대마왕이다.


모모는 황급히 위험을 소리치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이대로 두었다간 동료들이 모조리 뽀꾸르 대마왕의 손에 사로잡힐 것이다.


모모는 황급히 자신의 허리춤에 매여져 있는 마법의 카타나를 찾는다. 허나 손에 붙잡히는 건 작고 납작한 플라스틱 주사기다.


모모는 잠시 망설인다. 마법의 약만 있다면 위기에 빠진 동료들을 구할 수 있었지만, 이후에 다가올 고통과 추위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짧은 망설임조차 사치라는 듯 뽀꾸르 대마왕의 손아귀가 빠르게 동료들을 뒤덮는다. 이제껏 함께 해온 동료들이 하나 둘씩 뽀꾸르 대마왕의 검은 손아귀에 휘감겨 사라진다.


아아, 모모는 짧게 탄식하며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동료들을 바라본다. 망설임 때문에 동료들을 잃었다는 자책감과 괴로움이 밀려온다. 그때 모모의 귓속으로 마법의 주문이 들려온다.


모모는 그대로 주사기의 바늘을 자신의 가슴에 꽂는다. 가슴 속에서부터 빠르게 차오르는 뜨거운 감각에 모모는 눈을 감는다. 있는 힘껏 숨을 들이쉬었다 내뱉는다.


눈을 뜨자, 더 이상 차가운 바닥에 쓰러진 동료들도, 뽀꾸르 대마왕도 보이질 않는다. 오직 상냥한 시선으로 저를 마주보고 있는 사령관뿐이다.


모모는 그제야 자신에게 주어진 중대한 임무를 깨닫는다.


맞다. 난 지금 뽀꾸르 대마왕을 물리치러 가는 길이었지!


“그럼 마법 소녀 모모, 다녀올게요!”


밝은 웃음과 함께 모모는 사령관 실을 벗어난다. 더 이상 모모의 손은 떨리지 않는다.





뽀꾸르 대마왕이 갇혀있는 육중하고도 거대한 철문 앞에 서서 모모는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지나치게 밝은 그 모습에 옆에 서있는 콘스탄챠가 괜찮냐고 물어봤으나 모모는 이해하질 못한다.


이렇게나 기분이 좋은데 왜 자꾸 괜찮냐고 물어보는 거지?


서서히 밀려나는 문 앞에 서서 모모는 마법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오르카 호에 있을 때부터 누군가 계속해서 속삭이는 소리. 마법의 주문이다.


뿜찌끼 뿌듬 쨈째미야. 뿜찌키 뿌듬 뿌듬.


뿜찌끼 뿌듬 쨈째미야. 뿜찌키 뿌듬 뿌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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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들어 라오 글이 많아지는 것 같음. 볼게 많아서 좋네.



++ 이 글을 지금도 58e에서 갈려나가고 있을 수많은 모모들에게 바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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