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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무지개

눈이 내리면 텐션이 오르는데, 비가 내리면 그다지 텐션이 올라가지 않는 건 어째서일까 라고 생각한다.

나는 옷을 가볍게 짜내면서 편의점 앞에서 비를 피하려고 했다.

뭐라고 할까, 운이 없다. 왠지 오늘은 심심해서 전차로 도시까지 가고 이곳저곳 돌아다녀 보기로 했는데. 어제 예보에서는 맑음이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만약 코마키가 있었으면 비 같은 건 내리지 않았을까. 그만 하아, 라고 한숨을 내쉰다. 지금 와서 우산을 사도 이렇게나 젖으면 의미가 없다.

「와카바.」

쏴아 하는 소리에 섞여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들었더니 거기에는 심플한 비닐 우산을 내민 코마키가 서 있었다.

「……우메조노? 왜 이런 곳에 있어?」

「평범하게 놀러올 수도 있잖아. 와카바야말로 왜 이런 곳에 있어.」

「비를 피하려고. ……그렇다고 해도 이미 흠뻑 젖었지만.」

「……흐음. 이거 쓰지 그래.」

코마키는 가방에서 작은 수건을 꺼내 나에게 내민다. 코마키는 늘 용의주도하다고 생각한다. 괜히 고집부려도 감기에 걸릴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수건을 받아 몸을 닦았다.

「고마워. ……저번처럼 닦아주지는 않네?」

「뭐? 이런 곳에서 닦을 리가 없잖아. ……변태.」

「닦는 걸로는 변태라고 할 수 없지 않아……?」

코마키의 안에서는 닦는 것과 벗기는 게 세트로 되어있는 걸까.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더 변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고맙다고 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자.

그런데.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면, 대화가 끝난다. 바로 떠날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코마키는 우산을 접고 내 옆으로 왔다.

「별일이네. 우메조노가 외출하는 날에 비가 오다니.」

「……그럴지도」

번개를 경계하는 건가, 혹은 비로 텐션이 낮아진 건가, 오늘의 코마키는 평소보다 조용한 느낌이 든다. 평범하게 대화가 성립하고, 이상한 짓도 하지 않는다. 늘 비가 오면 좋을까, 라고도 생각도 하고,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느낌이 든다.

「안 돌아가?」

「딱히. 와카바야말로 돌아가지 그래」

「나는 조금만 더 비를 피하려고. 우산 사는 것도 뭔가 아까우니.」

「흐음-」

눈을 감으면 코마키의 존재가 바로 멀어진다. 빗소리만이 귀에 채워져, 이제 코마키가 그곳에 있는지도 없는지 모르게 된다.

하지만, 암흑 속에서 코마키의 손이 나의 손과 닿으니, 그녀의 존재가 다시 선명해진다. 눈을 뜨더니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코마키가 그곳에 있다. 그저 그것만으로도, 어째서 이렇게. 아니, 그건.

「와카바.」

「왜?」

「와카바는…… 오늘, 뭐하고 있었어.」

「응? 음- 그냥 돌아다니고 있었어. 뭔가 즐거운 게 없을까 해서.」

「……그래서 찾았니, 즐거운 일.」

「글쎄다? 음- 그래, 지금 이렇게―」

코마키과 아무것도 아닌 대화를 하는 건, 즐거울지도 몰라, 라고. 그런 영문을 알 수 없는 걸 입에 담아버리려고 할 때.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하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끌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찰싹, 하고 작은 물웅덩이 소리가 들린다. 비가 그친 후의 하늘은, 비가 내리기 전의 하늘보다도 훨씬 밝게 보인다. 그걸 보고 있더니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봐봐! 무지개야 무지개! 예쁘지!」

「무지개정도로 그렇게 텐션이 올라가?」

「올라가. 혼자였다면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은 고맙게도 소꿉친구 님이 있으니까. 봐, 우메조노도 눈에 새겨둬. 이쪽만 보지 말고.」

「그렇네. 눈에 새기도록 할게.」

코마키도 무지개를 보고 텐션이 올라가는 걸까, 평소보다도 솔직하다. 눈에 새기겠다고 말한 것에 비해 계속 나만 보는 것 같지만. 하지만 둘이서 이렇게 무지개가 뜬 하늘 아래에서 걷고 있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그녀가 미소로 답해주는 건 당연히 아니었고, 그저 날 바라보고 있을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