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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밤의 해파리는 헤엄칠 수 없어 1권 01-2

Umik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0 10:17:47
조회 556 추천 29 댓글 13
														

이건 거의 스토커잖아.


모르는 여자애의 뒤를 몰래 따라가는 게 어느덧 10분이 넘어가려 하고 있다. 말을 걸려면 빨리 말을 걸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말을 걸어본 경험같은 건 당연히 없는 난, 우물쭈물 뒤를 밟기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원동력은 무엇일까. 분명 그 올곧은 말이겠지.


스스로는 이상한 그림이라고 말하고 이름을 읽을 수 없도록 플레이트의 문자까지 지워 놓고 반 친구들한테는 그림같은 건 그만뒀다면서 굳이 반론까지 해놓고선.


그럼에도 나는 내 그림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서 무책임하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아니......그렇다고 해서 그거, 스토킹의 변명이 되는 걸까?


"......다음 모퉁이, 다음 모퉁이만 돌면"


말을 걸자. 패기 없는 자신을 북돋듯이 작게 중얼거리자 금발 소녀는 미야시타 파크 근처의 골목 모퉁이를 타이밍 좋게 돌았다.


"!"


지금이다.


놓치고 싶지 않아. 분명 이건 내가 뭔가를 바꾸기 위한 마지막 찬스라는 느낌이 들어. 근거도 없는 감정과 함께 나는 분발하며 달려 나갔다.


땅을 박찰때마다 모퉁이가 다가온다.


하지만.

"아......"


확 시야가 트인 모퉁이의 끝.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아"


모처럼 뭔가 자신이 적극적이 되어 행동할 만한 계기같은 걸 움켜쥐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찬스......였던 걸까, 모르겠지만, 그런 것을 놓쳐버렸다.


"하아...... 돌아가자"


뭔가 와르륵하고 마음이 지쳐왔다. 멋대로 따라갔다가 멋대로 놓쳤을 뿐이니까, 계산해보면 처음부터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을텐데, 뭔가 굉장히 손해를 본 기분이 되었다. 제멋대로다.


"그보다, 애초에 말이지. 대체 만나서 무슨 이야길 할 생각으로......"


자신을 납득시키며 빙글하고 돌아서 온 길을 되돌아 본다.


그 순간.


지근거리. 코앞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눈앞에, 굉장히 인상을 쓴, 정말로 불량해보이는 소녀가 당당히 서있었다.


"ㅡㅡ우와아아아아아아앗!?"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며 뒤로 비틀거렸다. 얼빠진 리액션을 해버려서 부끄럽다.


넘어지려는 걸 버티고, 그 아이와 눈을 마주친다.


"......응? 어라?"


그 아이는 자세히 보니ㅡㅡ아까의, 금발 소녀였다. 니트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그쪽에서 노려보는 눈빛만으로 명백히 언짢다는 게 전해져 온다.


역시 번득이는 게 날 수상하게 여기고 있는 거겠지만ㅡㅡ.




가슴의 두근거림이, 돌아오고 있었다.




"거기, 계속 따라온 거지? 스토커? 아니면 특정충인 성가신 오타쿠?"


거리낌없이 노려보며, 다그치듯 의심을 해오고 있다. 아니, 애초에 영문 모를 짓을 한 건 나니까 어쩔 수 없지만 왜 갑자기 오타쿠가 되는 걸까.


"트, 특정......성가셔? 그, 아니야......!"


말하면서도 완전히 부정할 순 없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확실히 거의 스토커인 건 동의하지만......"


"본인이 말했다면 확정이잖아. 경찰"


위험해, 이상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아가버렸다.


"아아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


확 다가오는 금발 소녀의 얼굴.


"우......"


나는 압박에 짓눌리면서도 어떻게든 자세를 바로잡는다.


"저기......아까! ......노상 라이브 앞에서 소리쳤지?"


"쳤는데, 뭐?"


한층 더 얼굴이 다가온다. 압박에 밀려 뒷걸음질치다, 벽에 쿵 하고 등을 부딪힌다.


"우......"


진실을 추구하는 험악한 표정을 앞에 두고 결심을 굳힌다. 물어보는 거니 어쩔 수 없어, 라는 듯이 자신에게 변명을 한 뒤로, 스읍하고 숨을 들이쉰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아니 사실은......"





왜냐면 본래.


ㅡㅡ이런 말을 하는 건, 부끄러운 것이다.




"그걸 그린 거, ......나니까앗!"




필사적으로 말하는 바람에 목소리가 갈라진다. 부끄러움에 부끄러움이 덧씌워진다. 금발 소녀는 변함 없이 날 시험하듯이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


침묵이 어색하다.


"자, 잠깐, 증거.....!"


어색함을 변명으로 메우려는 듯이,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X 어플을 킨다. 그리고 리얼 용 계정에서 전환해서 벌써 몇 년이고 갱신하지 않았던 일러스트레이터 『우미츠키 요루』의 계정을 표시한다.


"이, 이거, 내 계정!"


흑역사지만.


무덤을 파헤치는 기분으로 미디어란을 스크롤하자, 해파리를 모티브로 한 일러스트가 잔뜩 흘러 나오는데, 아마 이 아이가 보더라도 벽화의 원형에 가깝겠지. 조금 더 거슬러 내려가자 벽화가 자신의 그림임을 언급하는 트윗도 나오고, 나는 그것을 어필한다. 아니 지금은 포스트라고 해야 할까.


"봐, 봐봐 여기!"


금발 소녀는 아무 말 없이 스마트폰의 화면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그, 이, 이것도!"


알리바이를 증명하듯이 X 어플의 화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쓸자 계정에 로그인해야만 나오는 관리 메뉴가 나온다. 이게 나왔다는 것은 내가 계정의 소유자ㅡㅡ적어도 거기에 로그인할 수 있는 인간이란 것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금발 소녀는 화면을 지긋이 응시한 채로 표정을 바꾸지 않고 있었다.


"아아......아니, 응 그렇겠지, 만약 사실이라고 해도 뒤를 밟을 이유는ㅡㅡ"


특기인 가벼운 말을 줄줄이 늘어놓자 금발 소녀는 어째서인지 갑자기 반짝반짝 눈을 빛내면서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있는 내 오른손을 양손으로 꽈악 움켜쥐었다.




"ㅡㅡ완전 팬이에요!"




......으응?


이 애 방금, 뭐라고?


***


"예, 예전부터, 내 그림을?"


"맞아! 아, 나는 소이라떼 톨, 아이스로"


"아, 그럼 나도 그걸로......"


"헤에! 잘 맞네!"


"그, 아하하......"


밀어붙여져서 그대로 미야시타 파크의 스타벅스에 가게 된 나는 흐름대로 금발 소녀와 같은 것을 주문하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밀어붙여져서 흘러가는 둥실둥실 여고생이다.


"나, 중학생 때 처음으로 시부야에 왔는데! 거기서 그 그림에 첫눈에 반해서! 요즘도 가끔씩 와서 그 그림 앞에서ㅡㅡ"


술술술술, 하고 이게 오타쿠의 이야기라는 걸까, 얼마나 내 그림을 좋아하는 지 어떤 마음으로 그걸 보고 있었는 지를 전해와서 뭔가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부끄럽다. 하지만, 내가 그린 그림이 얼마나 멋진지, 하는 것을 이렇게 즐겁게 전해주니 뭔가 조금 기뻐진다. 핫 위험해, 이것이 승인 욕구?


"ㅡㅡ라고 할 정도로, 그 그림을 정말 좋아해서!"


나는 간단하게, 딱히 싫지도 않은 기분이 되었다.


"흐, 흐응, 그렇구나......"


스스로도 얼굴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슬쩍 눈을 돌렸다. 아니, 만약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면 눈을 돌려봤자일 지도 모르지만.


"ㅡㅡ응, 그래!"


솔직한 목소리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 당당히 주장하는 소녀는, 역시 내겐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


위험해, 이런 걸로 벌써 마음을 열어버리려는 나는, 얼마나 간단한 여자인 걸까.





둘이서 음료를 받아 가게를 나와서, 우리는 미야시타 파크의 벤치에 앉았다. 둥실하고 부드러운 빛으로 근처가 밝혀진 이 공간은 뭔가 세상에서 단절되어 있는 것만 같았고, 거기에 이런 첫대면의, 게다가 자신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해 주는 소녀와 둘이서 소이 라떼를 마시고 있다니 너무나도 비일상적이라고 느꼈다.


하나하나의 빛이 이 만남을 운명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같은 것을 생각하거나 하는 게, 나는 이 기세로 히로인이라도 될 생각인 걸까.


"그래서, 자!"

"응?"


"그쪽은, 왜 뒤를 밟은 거야?"


"읏......"


푹 찔러온다. 그야 당연히 그걸 물어보겠지.


"그게......"


"응"


변명도 생각나지 않고, 생각할 여유도 없다.


그렇다면 이제, 본심을 말하는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아까......내 그림을 감싸줬잖아?"


하지만, 진짜 본심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면, 실은 스스로도 모를 수도 있다.


나는 뭘 하고 싶은 지조차 모른 채로, 충동에 밀어붙여진 채로, 이 아이의 뒤를 따라갔을 뿐이니까.


"그래서......그"


따라온 나는, 이 아이와 대체 어떻게 하고 싶었던 걸까.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잠시 말을 잃고ㅡㅡ그제야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깨닫는다.


"......워, 하고"


스스로도, 의외의 대답이었다.


"에?"


아마 나는, 그때 스스로도 이상한 그림이라고 말해버리며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던 어린 자신을.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 되었던 거겠지.


"......내 그림을 감싸줘서 고마워......하고! 전하고 싶었다고 생각해!"


얼굴이 뜨겁다. 이건 이제 틀림없이 알기 쉬울 정도로 얼굴을 붉혔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아마! ......응!"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해버려서, 곧바로 초조해진다. 지긋이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에서 눈을 돌려버린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니까!"


열기를 토해낸 반동으로 냉정해져서, 서서히 언제나의 내려다보기만 하는 냉정한 나, 코우즈키 마히루로 돌아온다. 안 돼, 뭘 쓰라린 소릴 하는 거야 나는...... 이런 미숙한 소리를 해서, 부끄러운 인간이라고 여겨지진 않을까.


하지만 소녀는, 히죽하고 아이같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기뻐! 나야 말로 고마워!"


"읏!"


뭐, 뭐야 이 올곧음은. 나는 또다시 긍정받은 기분이 되어버려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만다.


"그렇다지만 착실하네, 요루는"


"에......요루?"


익숙하지 않은 이름에, 두근하고 심장이 뛰어오른다.


"응. 아까 X에 적혀 있었으니까! 아니면 본명이 나아?"


"그......"


올려둔 그림을 떠오른다. 열심히 그려낸 작품. 흑역사라곤 하지만 역시 그것은 자신에겐 있어선 잊을 수 없는 발자취 중 하나. 나는 약간 부끄러운 것을 얼버무리듯이 미지근해진 소이 라떼를 빨대로 마신다.


"아냐. ......괜찮아, 요루라고 해도"


내가 소곤소곤 말하자,


"나는 야마노우치 카노! 고2! 잘 부탁해!"


야마노우치 카노.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이 여자애한테 어울리는 이름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카노짱, 이구나. 잘 부탁해. 그보다, 동갑이네."


내가 조심스럽게 미소를 돌려주자, 카노짱은 지금까지 이야기에 열중해서 입을 대지 않았던 음료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대로 음료를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벗는 동작을, 나는 눈으로 쫓아버린다.


"아......"


그냥 마스크를 벗었을 뿐인데 어째선지 둥실, 반짝반짝하고 공기가 춤을 추는 듯한 순간. 벗겨진 고무줄이 귀에 걸려 있던 머리를 흔들자, 이쁜 금색이 한 가닥 한 가닥 미야시타 파크의 조명을 비췄다.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본다.


색이 하얗고. 얼굴이 작아서.


거기에ㅡㅡ




"......클레오파트라"


"......후에오하오하?"



빨대를 입에 물고 말하는 카노짱은, 멍하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


음료를 다 마신 우리는, 목적지도 없이 시부야의 거리를 둘이서 걷고 있다.


처음 보는 여자애와 목적 없는 시간을 보내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지만, 자신의 그림을 그렇게나 좋아한다고 말해준 여자애였기에 뭔가 오히려 학교의 나보다 나로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전 아이돌?"


"응. 예전 이야기지만~"


화제는 서로의 신상에 대해서였다. 라고는 하지만 나는 예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뿐인 평범한 여고생이니까 화제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카노짱이 되었다.


"아이돌......"


뭔가 평범한 사람은 아닐 거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제대로 연예인으로 경력이 튀어나왔다. 납득한 것 같기도 놀란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들었다.


실례잖아, 하고 생각하면서도 카노짱의 모습을 찬찬히 바라본다. 살짝 곱슬거리는 금발에, 캔배지가 잔뜩 달린 니트 모자를 쓰고 있고, 커다란 운동화에 파란 트랙 재킷을 걸치고 있다. 그것은 청초하다기 보다는 스트리트같은 분위기라, 뭐랄까, 내가 알고 있는 아이돌과는 이미지가 조금 달랐다.


"......양키 캐릭터? ......아파, 아파!"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 주저 없이 코를 꼬집어댔다.


"하여튼...... 현역 시절에는 제대로 했거든?"


카노짱은 내 코에서 손을 떼더니 미야시타 파크의 불빛을 받으며 가볍고 화려하게 빙글 춤을 췄다.


"흑발 청초에, 팬서비스도 확실히♡"


카노짱은 양쪽 볼에 검지를 대더니 알기 쉬운 아이돌 스마일을 만들었다.


"이렇게♡"


"......역시 얼굴이 좋아"


"에?"


작은 소리로 말한 외모지상주의를 그대로 드러낸 감상은 카노짱에게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뭔가 내가 이렇게 거리낌 없이 본심을 말하는 일은 드물구나, 하고 생각했다.


신기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유가 짐작이 되었다. 분명 지금의 나는 코우즈키 마히루가 아닌ㅡㅡ우미츠키 요루로서, 접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제 그만둔 거야? 아이돌"


"아아. 뭐, 이래저래 있어서......"


말하기 어렵다는 듯이 귀 옆을 긁으며 눈을 돌리는 카노짱에게는 처음으로 보여주는 듯한 나약함같은 것이 있어서.


내겐 드물게, 그 안에 있는 것이 궁금했다.


"이것저것? ......아, 혹시"


"읏!"


카노짱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나는 아침에 카호와 했던 대화를 떠올린다.


"......스시야에서 간장통이라도 핥았어?"


"아하하. 그럴 리 없잖아!"


약간 블랙인 인터넷 농담에 카노짱도 웃어주었다.


"뭐, 뭐랄까? 이것저것 있어서 말야. 좀 불타올랐달까......"


농담조였던 톤이 점점 진지한 음색으로 변해간다.


"불탔다니.....인터넷에서 말야?"


"응. ......뭐, 그런 느낌!"


다시 밝은 톤으로 수긍했지만, 거기에는 뭔가 만들어진 듯한 색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불탔다.


즉, 염상했다는 것이다.


뭐랄까, 지뢰를 밟아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가, ......그, 미안해"


"괜찮아, 익숙하고!"


태연하게 웃는 카노짱의 표정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정말로 아무 것도 없는 건 아니겠찌.


그런 식으로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지금은 평소와는 다른, 본심을 말해버리는 우미츠키 요루가 되어 있는 나는 이런 쓸데없는 걸 생각했다.


"간장통, 살짝 스쳤네......"


***


우리는 여전히 갈 곳 없이 걷고 있다. 목적 없이 누군가와 행동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단지 이야기하는 것만이 목적이란 느낌이었기에 장소나 목적보다도 나 자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좀 알 것 같기도"


육교의 중간쯤에서, 나는 살며시 말했다.


"안다니?"


나는 아까 카노짱의 이야기를, 멋대로 자신과 연결시키고 있었다.


떠올리고 있는 것은, 『이상한 그림』의 기억이다.


"그만두고 싶어지는 기분. 주변에서 말을 듣거나 하면......괴롭지"


나는 염상같은 큰 사건이 아니라 그저 주변에 휩쓸려서 자신이 자신을 배신해버렸을 뿐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도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신경써버려서 깨닫고 보니 지금까지 자신이 좋아해서 계속해왔던 것을 그만둬 버린다ㅡㅡ


어쩌면 나는 이 여자애와 닮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이해해"


내가 안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면 이 애라면 알아줄까. 처음으로 이 분함과 한심함을 공유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ㅡㅡ어째설까.


카노짱은,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었다.


"누가, 그만뒀다고?"


"에, 그게 전 아이돌이라고......아니었어?"


"후후후, 짠!"


대범하게 웃으면서 카노짱은 내게 스마트폰 화면을 들이댔다.


"익명 가수 JELEE짱입니다!"


"익명 가수?"


받아들자, 화면에 비치는 것은 커버 가창 동영상이 여럿 올라와 있는 YouTube 채널이었다. 검은 배경에 흰 글씨로 곡명이 써져 있을 뿐인, 너무나도 심플한 썸네일이 주르륵 늘어서 있었다.


"아, 그렇구나. 노래해보았다 같은......"


"이것이, 지금의 나!"


자랑스러운 장난감을 과시하는 소녀같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 본다. 그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관철하는 듯한 순수함이 넘치고 있어서.


나는 뭔가 멋대로, 배신당한 듯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이 여자애는, 나랑은 다른 것 같다.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그 채널의 헤더나 아이콘에 수수께끼의 다족생물이 그려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이건......문어? 오징어?"


"아니야! 해파리!"


"아아, 미안해ㅡㅡ잠깐"


그건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이기에.


"해파리......?"


예감과 함께 되묻자,


"그래, 요루의 영향이야!"


태연하게 말해서, 나는 다시 얼굴을 붉히고 만다.


"그.....그건 뭐랄까......"


"응?"


"......별나, 달까......"


"응, 좋아해!"


"~~~~!? 그러니까, 잘도 그렇게 쉽게 말한다!?"


"왜?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뿐이잖아"


"그게 보통 어렵다는 거야!"


정말로 곤란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곧바로 호의를 전할 수 있다는 건 드문 일이기에, 뭔가 곤란하면서도 나 역시 채워져가고 있었다. 나 구애받고 있는 거야?


"......들어볼래?"


갑작스럽게 제안해 온 카노짱의 목소리에는 조금이지만 불안이 감돌고 있었다.


"에, 괜찮아?"


되묻자, 카노짱은 부끄럽다는 듯이 눈을 내리깔며 내게 이어폰 한 쪽을 내밀었다.


"......응"


이어폰 끝을 받아들었다. 우리는 선으로 연결된 그것을 한 쪽씩 귀에 꽂았다. 다들 블루투스를 쓰는 지금 시대에 아직도 유선 이어폰이구나, 하지만 그런 점이 카노짱답다는 느낌이야, 하고 뭔가 알겠다는 듯한 생각을 하며 나는 지금을 즐기고 있었다.


귀에 그것을 끼웠다.


흘러나오는 음악을, 둘이서 듣는다.


밤의 시부야, 미야시타 파크의 불빛, 네온도 가로등도 달도 별도, 컬러풀한 빛으로 내 눈에 쏟아지고, 나는 그저 이름밖에 모르는 여자애의 노래를 들으면서, 상쾌한 바람을 맞고 있다.


서투른 기타, 조악한 음질. 영상은 계속 새까맣고, 분명 녹음한 음성 파일을 그대로 영상으로 변환해서 올렸을 뿐이겠지.


하지만 그 목소리와 노래만큼은ㅡㅡ나는 여기에 있다는 영혼의 주장같은 게 느껴져서.


"......어때?"


살피는 듯한 목소리가, 이어폰을 끼지 않은 쪽의 귀에 닿았다.


"멋있다......"


"정말!?"


"......일지도"


흐물, 하고 부러져버린 말은, 그렇지만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것의 역으로.


"아하하, 뭐야 그게"


"우......나, 음악에 대해선 잘 모르고"


말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실컷 카노짱에게서 그 말을 듣고선.


나는 그 말을 남에게 전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하지만 그것은 아마,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전할 용기가 없을 뿐이다.


ㅡㅡ그렇기에.


".....있잖아"


나도 본받아보기로 한다.


그런 것을 생각한다.


"나는, 이 노래 좋아"


불안해보이던 카노짱의 표정은, 순식간에 미소로 변한다.


"정말!?"


안심했다는 듯한 표정. 이렇게나 강해 보이는 여자애라도, 불안해하거나 안심하거나 하는 구나. 하는 당연한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은, 분명 나는 내 생각만으로도 벅찼었던 거겠지.


"이 곡은, 『컬러풀 문라이트』. 내가 아이돌 시절에 작사했던 곡이고 그 기타 어레인지. ......아직 기타는 잘 못치지만......노래하는 건, 쭈욱, 좋아했어"


기분 좋게 웃는 카노짱은 ,YouTube채널의 해파리 아이콘을 가리키며 천천히 말하기 시작한다.


"이 애는 말야? 진짜 나를 표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나야"


"또 하나의......나"


남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게 나는 지금, 카노짱과 『또 하나의 나 우미츠키 요루』로 접하고 있으니까.


"나 말야. 날 바보취급했떤 사람들도 다들, 노래로 되돌아보게 만들고 싶어"


말이 눈부시다.


나도 사실은, 그때의 모두를, 그림으로 되돌아보게 하고 싶었다.


"그게 나라고 만큼, 날 싫어했떤 사람들도 다들 감동시켜서......이 노래로 구원받았다며, 울게 만들어주고 싶어!"


"그래서......익명"


카노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하지만 나는 그 반짝임을 동경하고 있을 뿐이고, 카노짱은 그것을 움켜쥐고 있다.


"나는 누구한테 무슨 소릴 듣더라도, 자신을 관철하기로 정했어"


이제 막 만난 참인데, 어떤 애인지도 거의 모르는데.


이 아이는 나를 내버려두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저 멀리 가버리겠지.


뭔가, 쓸쓸하다.


그런 감정이 싹트고 있었다.


"그것이, 내 나름의 복수"


빛나는 미소의 카노짱은, 내 안의 긍정적인 부분을 총동원해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곧바로 앞을 향하고 있어.


부럽고 눈부셔서. ......질투가 나서.


"아하하. ......뭐야 그게, 애야?"


나는 어른행세를 하며, 살짝 질투 섞인 말을 되돌려 준다.




"ㅡㅡ번득였어!"



카노짱은 양손을 크게 벌리고서는 신나게 말을 한다.


"여기에 요루의 그림이 있으면 최고일 거라고 생각 안 해!? 이런 식으로 팬서비스하는, 귀여운 해파리가!"


날 꼬시려는 듯이, 윙크하고 피스하고, 태양처럼 웃는다.


"에, 그건......!"





그건.


분명, 내가 원했던 말이다.




"나랑 요루의 콜라보야! ......뭐랄까, 여기엔 문어도 오징어도 아니고~ 제대로 해파리로 보이는 생물이 필요하달까~"


"아아 정말, 그건 미안하다니까!"


놀리는 듯 말하는 카노짱을 초조하게 밀어붙이자, 둘이 같이 큭큭 웃는다.


몸의 제일 중심부가 뜨거워져 있었다.


"하지만 요루, 농담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구?"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열을 머금은 진지한 것으로 변해간다.


"나, 점은 안 믿지만, 운명은 믿는 타입이거든"




생각해보면 나는 이때 이미ㅡㅡ이 태양같은 여자애에게, 매료되어 있었던 거겠지.




"이 만남을, 운명이라고 생각했어. ......같이, 해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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