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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 네 것

ㅇㅇ(118.33) 2021.04.22 19:02:07
조회 37 추천 1 댓글 0
														

 기분이 보랗다. 붉고 푸르다. 끔찍한 예감이 든다. 


 이런 생각을 했다. 즉 햇빛을 직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눈은 무두질한 소가죽보다 질겨서 칼도 잘 들지 않을 것이다. 눈은 마음이다. 나는 눈의 구조와 내구도의 관계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은 갖고 있지만 상상력은 풍부하기 때문에, 그런 눈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마음이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가장 엄하고 밝은 광선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 꼿꼿이 제 방향을 유지하는 그런 눈이야 말로 누구보다도 더 강직한 성품을 지닌 눈일 것이다. 

 그는 그 눈을 가진 사내였다. 그의 시선은 항상 가장 완고하게 빛나는 그녀를 향했고 그는 그것을 거두지 않았다.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하는 치기어린 극단주의자가 보았다면 추행이라고 할 만하다. 음흉한 모사꾼의 끈기만큼이나 질긴 그 눈빛을 의심하는 이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그런 의심들을 떨쳐낼 만큼 진솔하고 친근하다. 그녀도 그런 의심을 가진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곧 그의 시선이 굳은 만큼이나 강렬한 묶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비롯되는 온갖 종류의 것들을 함께 맛보고, 웃고 울 것이다. 그런 결속은 선순환을 일으켜서 단단해질 수록 더 단단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자. 세상의 모든 정해진 것들은, 소위 운명이라는 것은 눈이 없거나 눈이 먼 칼잡이와도 같아서 미친 난도질을 도처에 뿌려댄다! 자신의 손길에 닿는 모든 것을 내키는 대로 박살내는 것이 운명의 본질이고 그 앞에 가장 무력한 것이 사랑이다. 갈대처럼 질기지 않고 물푸레나무처럼 단단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리 사랑은 돌처럼 단단해’라고 하지, ‘우리 사랑은 고무 밧줄처럼 질겨’라고 하지 않는다. 전자가 좀 더 보기 좋으니까.

 그리하여 그의 시선은 운명 앞에 좀처럼 끊어지지 않지만 그들의 사랑은 산산조각나는 비극이 발생한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운명이라는 것의 잔혹함, 또는 그 운명이라는 것을 만들고 배치한 누군가의 무관심함이 사태의 전말일 뿐이다. 그런 전모를 알고 난 다음엔 대부분은 생기를, 그 질김을 잃어버린다. 영원할 것만 같은 낱실들의 결속이 숭덩, 잘리고 난 다음엔 그 결속을 재빠르게 포기하는 것이다. 현명함을 최대한 손해를 덜 보는 품성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현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결속을 유지하는 소수의 부류가 있다. 그리고 그 결속이 전보다 단단해지는 더 소수의 부류가 있다. 그는 그들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그의 시선은 이전보다 더욱 올곧고 집요해졌다. 몸 천 냥 중 눈 구백 냥이라 했으니 결론적으로 그의 강인함이 이전보다 더욱 웅대해졌다고 보아도 무관할 것이다.

 

 오직 전설로 내려오는 소수의 강인한 이들만이 운명에 도전했다. 그는 그들 중 하나가 되기로 결심했다. 강인해졌으므로.


*


 공모전에는 수천, 수만 명의 경쟁자들이 몰려든다. 나라에서 손 꼽히는 규모의 공모전이기 때문이다. 많은 돈과 기회를 얻기 위해 유능한 사람들이 한데 모인다. 이 공모전에 뽑히는 사람의 이력서에는 한 줄,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한 줄이 추가된다. 유능한 이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호승심을 갖고 경쟁에 임한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한 가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이곳의 대부분보다(전부는 아니고)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그것이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들, 믿을만한 소식통을 통해 정보를 들은 사람들은 이 공모전의 결론을 이미 알고 있다. 수상자 내정이나 뇌물 수수 따위의 저급한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종류의 힘이 공모전의 공정성에 위협을 가했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공모전의 결과는 확인해보기 전까지는 완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공모전에 지원한 사람들의 명단은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알기 쉽도록 정리도 참 잘 됐다.

 지원자 명단의 중간 조금 위에 네로라는 이름이 있었다. 접수 담당자들은, 그리고 심사위원들은 이 특이한 이름을 보았을 때 처음엔 ‘성이 네 씨고 이름이 로’라는 엉뚱한 생각들을 한 번씩 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습성이야말로 이 바닥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그들의 기억 속에서 ‘네로’라는 두 글자가 떠오르면 그들은 그제야 위화감을 조성하는 이 두 글자의 출처를 깨닫는다. 

 10년 전 어떤 사람이 출판사에 장편 소설 몇 편을 이메일로 투고했다. 투고자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어떤 다른 의사 표현도 하지 않았다. 단지 몇 편의 서류 파일, 한 개에 2메가바이트를 조금 넘기거나 넘기지 않는 워드 파일만을 출판사에 보냈을 뿐이다. 보통 이런 소설들은 폐기된다.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어설픈 신비주의를 표방하며 원고를 보내는 사람들은 사실은 머리 끝까지 허영심에 절어있는 부류의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자신을 어떻게든 치장하느라 자신의 원고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자의 원고들이 출판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이 사람은 다른 익명의 투고인들과는 달리 자신의 원고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성을 들이지 않은 원고가 으레 그렇듯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없어야 할 것이 있거나 하지 않았다. 할 말만을 간결하게, 필요한 만큼만 장황하게 하고 있었다. 독자로 하여금 과장된 인상주의와 감성 또는 설정에 젖어들지 않게 한다. 몰입도와 완성도가 모두 뛰어났다. 둘째로 그는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다른 익명의 원고들은, 어쩌다 한 편 정도 괜찮은 것을 건져서 폐기되지 않더라도, 보통 컨택을 하고 여러 사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출판이 무산된다. 주로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막무가내로, 우악스럽게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는 시도들이 그 원인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익명 출판이라는 조건 외에는 다른 모든 방면에서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발휘했다. 적절한 만큼의 고료와 인세, 홍보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그의 소설들이 1년을 주기로 총 6년 동안 차례차례 출판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재미있었다. 터무니없는 설정을 들이밀며 치밀한 상호작용을 요구하거나 지루한 설정을 갖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약간 기괴하게 비튼 이야기를 면전에 들이밀었다. 이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도발로 여겨졌으나 곧 다양한 경로를 거쳐 그 가치를, 재미를 인정받고 널리 수용되었다. 이만큼 신선하고 재미있는 신인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판매부수는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이 창대했다. 많이 팔리고 많이 수상했다. 모든 과정이 막힘없이 진행되었다. 

 그는 철저한 익명을 요구했기 때문에 담당 편집자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이름이 필요한 부분은 담당 편집자가 모두 처리해주었고, 그를 부를 일이 있을 땐 ‘네로’로 부를 것을 부탁했다. 그것이 그의 유일한 요구조건이었다. 이 조건은 어느 날 편집자가 술에 떡이 되어 SNS에 그에 대한 단서를 누설하기 전까지는 잘 지켜졌다. 

 다음 날 편집자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SNS에 올린 글을 삭제했을 땐 이미 그에 대한 많은 추측과 낭설이 오간 후였다. 편집자는 네로에게 사실을 있는대로 털어놓고 용서를 구했다. 네로 씨, 미안합니다. 내가 큰 실수를 했어요. 어떻게든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만회할 기회를 주세요. 

 싫어요. 그것이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 후로 몇 년동안 그와 연락을 나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네로의 잠적은 오히려 큰 이슈가 되어 그가 그때까지 써온 6편의 장편 소설의 판매 부수를 폭등시켰다. 출판사는 네로에게 줘야하는 인세를 관리하는 계좌를 따로 만들어야만 했다. 나중에라도 그 돈을 지급할 요량이었고, 그 담당자는 네로의 전 편집자였다. 

 그는 회사에 큰 폐를 끼친 사실을 인정하고 묵묵하고 성실히 일했다. 그렇지만 어차피 책은 꾸준히 잘 팔리고 있었기 때문에 곧 그의 과오는 잊혀졌다. 그는 개과천선하여 전보다도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었고, 실적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는 네로의 계좌를 관리하면서 직급이 한 단계씩 높아졌고 곧 출판사가 주관하는 프로젝트들의 대부분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는, 언제라도 네로를 다시 만날 날이 온다면 인세 계좌를 건내며 사과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돈은 많은 관계를 원만하게 한다. 그러나 몇 년 동안 그는 네로와 연락할 수 없었고 곧 네로의 계좌 관리를 부하 직원에게 맡기게 되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일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해외의 유명 소설들의 판권을 따고, 매년 외부 재단과 새로운 평론가들을 모아 공모전을 진행하고, 회사의 많은 서류들을 결재하느라 그는 계좌를 일일이 관리할 여력이 없었다. 곧 그의 시야에서 네로라는 이름이 사라졌다.

 그래서 그가 대회 지원자 명단에서 우연히 네로라는 이름을 발견했을 때 그는 심장이 멎는 듯 했다. 만사를 제쳐두고 접수된 원고를 사본을 떠서 읽었다. 그의 문체였다. 그가 활용하던 클리셰였다. 그는 알 수 없는 안도감과 확신을 느꼈다. 네로는 승리하리라.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고 그에게 상금이 돌아가리라. 그때 나는 그를 만나면 된다. 방금 생각난 그의 인세 계좌를 그에게 건내며 사과를 하면 된다.


*


 백 이사가 건강상의 문제로 먼 곳을 이동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서 조는 직접 수상자를 만나러 갔다. 

 이 익명의 수상자는 출판사와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마찰을 겪고 잠적했다가 최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사건의 당사자였던 백 이사와 ‘네로’라는 익명의 수상자는, 네로의 상과 상금을 백 이사가 대리수령하고 수상소감을 백 이사가 대신 발표하는 것으로 화해를 했다. 최소한 백 이사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 했다. 조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를 만나러 가는 자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을 취재하러 가는 취재원 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전말을 모두 파악한 후 나지막이 소감을 읊조리는 관찰자 조.

 10년 전 네로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오피스텔의 펜트하우스에 지냈다고 백 이사는 말했다. 자네가 일을 봐야하니 자네에게만 말하겠네. 그는 남 부러울 것이 없는 남자였어.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며, 유명한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였지. 집으로 찾아갈 때마다 여자친구가 바뀌었고. 인간 관계가 엉망이었지. 고아였고, 어릴 때부터 성질이 괴팍해서 남들을 두들겨패고 다니다보니 친구도 없었지. 그를 만나서 서로를 이름으로 데에만 1년도 넘게 걸렸어. 그전까지는 서로를 ‘백 편집자님’, ‘작가님’이라 불렀지. 그런데 내가 큰 실수를 했어. SNS에 그에 대한 온갖 말이 나왔고, 그는 그런 종류의 관심을 정말 싫어했어. 원래 사람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그 일이 있고나서는 아예 인간에 대한 관심을 끊었을거야. 그나마 함께 오래 지내본 사람으로서 내리는 추측일세. 그러니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냥 참고 넘기게. 선을 넘는 사람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조는 평소 그러듯 그의 말을 하나하나,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기억했다. 네로는 괴팍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기싸움에 밀리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지. 난 지는 건 못 참는 성격이니까. 그녀는 다짐했다.


 네로는 40대 초반의, 그러나 30대 초반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젊은 나이에 많은 돈을 벌고 일찍 은퇴해서 서울 근교에 넓은 땅과 큰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거기서 살고 있었다. 그런 사람 특유의 건강한 육체와 깨인 정신을 갖고 있었다. 조가 막연히 공상한 속좁고 음침한 중년 사내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처음에 네로는 조를 보고 약간 실망한 듯 했다. 백 편집자님은요? 그는 온화한 목소리로 조에게 물었다. 이사님은 지병때문에 잠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저는 백 이사님을 대신해서 작가님께 상과 상금을 전달하러 온 비서 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그와 나누는 악수는 부드러운 동시에 힘이 있어서 그의 건전한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네로는 조에게 부드러운 소파를 내어주고 따뜻한 차와 비싼 다과를 내어왔다. 조는 사양하지 않았다.


 “전부터 작가님 작품들을 좋아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사인이라도 해드리고 싶군요.” “마침 문고본을 한 권 챙겨 왔습니다. 작가님의 세 번째 작품인 ‘요한’인데 작가님의 작품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네로는 조의 문고본 첫 장에 사인을 했다. 삐뚤빼뚤한 고양이 그림이 들어간 다소 못생긴 사인이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의외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마치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 상황을 즐겼다. 

 조는 4시 즈음에 도착해서 그에게 상과 상금, 그리고 백 이사가 그동안 관리해온 통장을 건냈다. 네로는 잠시 아무 말 없이 그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에게 감사를 표했다. 조는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가 궁금했다. 유명한 신비주의 작가의, 온갖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찬 이야기를 만들어낸 저 머리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저 사람에게는 바깥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그녀는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네로는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손수 요리를 해서 저녁 식사를 차려주었다. 그들이 업무상 대화와 잡담을 나누는 동안 시간이 6시가 넘었고 조는 이 사람의 재미있는 언변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재미있고 적극적인 사람이 신비주의 노선을 걷는 데에는 과연 어떤 이유가 숨어있을까? 조가 식탁 앞에 다소곳이 앉아 다양한 생각을 하는 동안 네로는 까르보나라 파스타와 감바스, 돼지 안심 구이 따위의 것들을 요리해서 내었다. 조는 그가 만든 음식들의 냄새만 맡고도 그가 명망있는 소설가인 동시에 뛰어난 요리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는 네로와 식사를 하는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그의 품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소탈하고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었다. 전원주택의 무난하고 단촐한 실내 인테리어나 그가 뒷마당에서 조금씩 기르는 농작물들을 보고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은 정중한 동시에 위트있었고, 그는 청자의 취향에 맞춘 다양한 농담을 할 줄 알았다. 가끔씩 허를 찌르는 말을 할 때면 조는 웃으면서도 간담이 서늘했다. 왜냐하면 그런 말들의 밑바닥에 그의 숨겨진, 불 같은 성격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는 네로에게 그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네로가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네로는 조의 진솔한 성격을 눈치채고 좋아했는데, 그것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성품이었긱 때문이다. 네로는 답례로 와인 셀러에서 최고급 와인을 꺼내 그녀에게 권했고, 분위기는 무르익어갔다.


 “그러면 작가님은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지내셨어요? 글쓰기를 그만두고 본업인 변호사일에 전념하셨나요?”

 조가 질문을 했고, 네로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입가에는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당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네로를 보면서 조는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나 열심히 고민했다.


 “민감한 질문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미안할 필요 없습니다.”


 그는 그녀의 빈 잔에 와인을 따르면서 말했다.


 “그것에 대해 충분히 얘기해줄 수 있어요. 내가 뭘하면서 지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그건 아마 재미있을 겁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요한>보다도. 하지만 당신이 내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내가 할 얘기를 당신이 의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당신은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까요? 일말의 회의도 들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있나요?”

 “시도라도 해보고 싶습니다.”

 “좋아요, 그럼. 이야기의 처음 절반만 얘기를 해줄게요. 그러고나서 나머지 반을 얘기해줄지 말지 결정할래요.”


*


 네로는 만사가 귀찮고 싫어졌다. 어떤 남자 때문에. 그에 대해 싫은 말이나 생각을 할 마음은 없었지만 이 사태의 원인이 그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시작은 부모. 그 다음은 보육원의 놈팽이들. 학창 시절 나를 괴롭히던 얼간이들과 그걸 방관하던 작자들. 나를 음해하던 동기들. 시기와 질투가 몸에 배인 동료들고 부하들. 모두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이었다. 남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가며 살아가던데, 자신만 그런 시혜로부터 제외당한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그것은 정해진 수순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는 그런 것들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운명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백 편집자의 배신으로 그것이 확실해진 것이 아닌가? 세상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옛 말이 틀린게 없는 것 아닌가?

 그는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소파에 누워 깊이 침잠했다. 파트너 계약을 돌연 해지하고, 출판사와는 연락을 끊었다. 그나마 유지되던 적은 수의 관계도 모두 끊어버리고 그는 심연에 들어섰다. 그곳은 검고 깊으며 자신의 몸이 어디있는지 조차 파악되지 않는 공의 세계였다. 하지만 네로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다양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가령, 그는 동굴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동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동굴을 벗어난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나머지는 모두 어두컴컴한 동굴에 갇혀 유일한 광원인 모닥불에 옹기종기 빌붙어 살아간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것들은(그 사람들은) 구제불능이다. 경사를 오를 생각도 하지 않다니, 나면서 태어난 이동수단을 고작 동굴 속에서 헤메이는 데에나 사용하다니. 어떻게 그렇게 멍청할 수 있지? 나라면 진작에 동굴을 벗어나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가끔은 초식동물을 때려잡거나 동굴을 나온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자유로운 섹스를 하면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을텐데. 그러면 드는 생각은, 사실 나야말로 동굴의 가장 깊은 곳에 쳐박힌 종자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내게, 위태롭게 쌓아올린 모래성 위에서 살아가는 내가 과연 빛을 볼 준비가 되었는가? 내가 동굴 밖에 있는지 안에 있는지를 어떻게 알아챈단 말인가? 멋진 탈출을 꿈꾸는 것은 실은 다른 모든 사람들도 똑같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 내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 그럴 능력이 내게는 있을까? ...

 그런 생각들을 하면 그는 자신의 몸이 부유하며 어떤 높은 곳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낮은 것들을 생각하며 높아진다. 많은 패배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소수의 크게 승리한 사람이 된다. 많은 패러독스를 뚫고 홀로 완전해진다. 나무판자 한 장을 타고 두 다리만으로 파도 위에 올라탄 사람의 기분이었다. 그는 날이 갈수록 그런 기분을 점점 더 심하게 느꼈고, 어느 하루는 드디어 빛이 보이는 날이 있었다. 그가 빛을 보고 싶어 ‘빛이 있으라’ 라고 명할 때 빛은 나타났다.

 그는 넓고 척박한 황무지에 안착했다. 모든 것이 현실처럼 느껴졌다. 혹은, 모든 것은 실제였다. 의식의 침잠에서 시작된 신비로운 체험이 세계에 총체적이고 물리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일까. 또는 몽유병 환자처럼, 나도 모르는 새 나는 아무것도 없는 공의 공간으로 걸어온 것일까.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걷기 시작했다. 걸음이야말로 모든 가능성들의 시초요, 만악의 어머니이다. 그는 자신의 걸음 끝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걷기 시작했다. 많은 상념들이 그와 함께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상쾌하고 가벼운 경험이었다. 

 그가 누군가를 보고 싶을 때 그는 갈비뼈를 떼어내 땅에 심었다.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생명을 잉태하고 무한을 많은 유한의 것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그가 할 일은 비가 내릴 때까지, 비가 내리고 지나갈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땅을, 창조의 땅이 어디 있었는지를 기억해내는 것이었다. 그는 그 일을 잘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끊임없는 비가 그 시끄러운 타박과 마찰로 혼을 빼놓고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많은 것들을 들을 수 있었고 만질 수 있었다. 물방울을 타고 많은 것들이 그에게 강림하여 그는 수많은 혼란의 연속에 놓이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이미지와 예감과 불안이 그를 덮쳤다.

 사방에 일곱 음이 울려퍼진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따로 떼어서는 아름다운, 그리고 잘 어울리는 두엇의 쌍이 조화로운 이 음들은 그러나 한꺼번에 몰려와서는 자신의 존재를 소란스럽게 분출한다.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다. 한없이 많은 에너지들의 축적이 바위를 녹이고, 지반을 소란스럽게 하고 유독 가스를 배출한다. 불이 물을 태우고 재를 섞어놓는다. 재들이 하늘을 뒤덮고 빛을 가리어 버러지들의 탈출을 돕는다. 피부는 창백해지고 다리는 후들거리며 눈에는 물기가 마른다. 걸음걸이는 빳빳해지고 시선이 절로 아래를 향하며 공손한 최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네로의 머리속에서 어떤 전구가 켜졌다. 그 전구를 나면서부터 갖고 있었지만 그것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었다. 불손하지 않으며 자유로이 활공하는 중얼거림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갖은 활자들이 눈 앞을 가로막는다. 그것들은 많은 신실하고 충성스러우며 성스러운 복음이었다. 

 그는 순종했다. 그러자 많은 밝은 것들이 눈 앞에 넘실거렸다. 피부가 뭉뚝한 바늘로 찔리는 것을 느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많고 무거운 빗방울이 네로의 앞이며 뒤며 옆과 위와 아래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는 허우적거리다가 그것들에 잠겨버렸다. 그러나 그는 질식하지 않았다. 그것들 안에서 그는 숨을 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태초에 그랬듯 몸을 웅크리고는 탈출을 꿈꾸기 시작했다.

 물방울들이 마침내 다 말랐을 때 그는 눈을 떴다(어느 순간엔가 그는 눈을 감았는데, 물들의 밑바닥으로 유영해 나아갈 때에 더이상 눈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것들이 변했다. 물기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생기가 돋아났다. 많은 푸르고 싱싱한 것들이 사방을 점령했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믿을 수 있는가? 내게 주어진 것들을 부정하고 오래되고 새로운 것들에 손을 뻗어야 하는가? 무엇이 나로 하여금 앞에 없는 것들을 앞에 가져다놓는가? 그 순간에도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걸음이 멈추었을 때야말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터였다.

 그가 큰 것들을 생각하는 동안 난쟁이들이 나타났다. 네 명이었다. 각각 희고, 붉고, 검고, 창백했다. 


*


 “어때요, 지금까지는 재미있나요?”

 “네, 많이 흥미로워요. 꽤 재미있는 종교적 체험을 하신 것 같네요.”

 “‘종교’ 대신에 ‘영성’이라는 말을 씁시다. 그건 너무 편협한 단어에요.”


 네로는 어느새 다 비워버린 와인병을 식탁 한 쪽에 밀어놓고 와인 셀러에 가서 다른 와인 한 병을 꺼냈다. 처음 것 만큼이나 오래되고 비싸보였다. 그런 것들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눈에도 금방 눈에 띈다는 것은 그만큼의 품질을 보장한다. 그는 코르크 마개를 열었다. 코르크 마개가 뽑혀나가는 소리가 유난히 신경질적이었다. 


 “그래서, 난쟁이들을 만나신 다음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그가 잔에 와인을 따르는 동안 그녀가 물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씩 웃었다. 날개 달린 비둘기가 제자리뛰기를 하는 것 만큼이나 신비로운 미소였다.


 “어떤 일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음, 우선 제 생각에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하셨을 거에요. 지금까지 작가님께서 들려준 이야기들의 흐름에 따르면 그게 자연스러워요. 그들을 밟아 뭉개거나, 그들을 피해 도망가거나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들이 먼저 대화를 걸었을지, 작가님이 먼저 대화를 걸었을지는 잘 모르겠군요. 둘 사이엔 별로 차이점이 없어 보여요.”

 “좋은 추리입니다. 거의 정확했어요.”


 그는 잔을 부딪혔다. 와인이 빛을 반사하며 아름다운 버건디색을 띠었다.


 “우리는 와인을 마셨어요. 그들이 데려다준 그들의 집 근처에 와인이 흐르는 강이 있었고, 난쟁이들이 집에서 컵을 다섯 개 꺼내왔기 때문에 우리는 즐겁게 알코올을 섭취했어요. 난 그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왜냐하면 그들이 갖고 온 컵의 만듦새가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아름다운 컵은 지상에서 다시는 보지 못할 거에요. 우리는 컵으로 강물을 얼마든지 떠다 마시면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답니다. 몇 날이고 몇 밤이고 아주 거나하게 마셨죠. 나중엔 발가벗고 다함께 강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답니다. 와인놀이라는 말이 좀 더 정확하겠군요.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이 조금 불어났더군요,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살이 불어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 꼴들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나는 그들에게 말했어요. ‘이봐들, 그렇게 커지면 앞으로 컵은 어떻게 만들려고 그러나. 얼른 물기를 빼고 다시 작아지게.’ 그러자 그들이 말했어요. ‘돌이킬 수 없어. 우리는 커질 수는 있지만 작아질 수는 없어.’ ‘그게 무슨 말인가? 왜 커진 것이 다시 작아질 수 없다는 거야?’ ‘우리가 컵을 만들었듯이, 우리를 만든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은 우리와는 달리 크기가 달라지는 컵을 만든 셈이지.’ ‘그렇군. 내가 그 사람에게 가서 따져도 되나? 내 친구들을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말이지.’ ‘그렇게 해서 우리가 다시 작아지게 된다면 우리야 환영이지. 우리는 컵을 만드는 게 좋아.’ 그리하여 우리는 ‘그’를 찾아 나섰습니다. 떠나기 전 그들이 머나먼 길을 가야하니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했었는데, 그 말이 허풍이 아니더군요. 정말 먼 길을 걸어갔어요. 중간에 맹수와 독사를 만나기도 하고, 거인과 괴물들을 피해 숨어다니기도 하고, 화산과 해일을 피해 길을 빙 둘러가기도 했어요. 발의 살갗이 모두 떨어져 나갈 때까지 걸어다녔답니다. 발에서 피가 많이 나 도중에 아주 오래 쉬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우리는 어느 공터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넓은 공터였어요. 제가 가본 가장 큰 공원이 센트럴 파크였는데, 그것의 몇 곱절은 되는 아주 큰 빈 땅이었어요. 정말이지, 깜짝 놀랐답니다. 날은 아주 화창했지요.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고, 너무 파래서 눈이 시릴 지경이었어요. 난쟁이들은 그의 이름을 불렀어요. 지금은 그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군요. 그러자 어디에선가 쿵, 쿵 소리가 나더니 큰 사람이 나타났어요. 정말 컸어요. 그 공터를 다 채우는, 아니 그 공터가 좁아 보이는 정도였지요. 그는 보라색이었어요. 이목구비가 있고, 팔과 다리가 달렸고, 성기에 털이 나 있는 거대하고 모호한 보라색 덩어리였어요. 돌이켜보면 만화영화에서 본 고무로 된 거대 괴수와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그가 나타나자 난쟁이들은 저를 가리키며 이 남자가 전할 말이 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그는 그 말을 듣고는 허리를 숙여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직도 그 동그란 눈알을 잊지 못해요. 나는 잠시 아무말도 못하고 그것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말했지요. ‘이보시오, 내 친구들이 이렇게나 거대해졌는데 이들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는 없소?’ 그러자 이렇게 대답합디다. ‘이런! 내가 그렇게나 물가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결국에는 가버렸구만. 구제불능들 같으니라고! 안타깝지만 그들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는 없소. 그들로부터 물을 짜내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하면 물은 더러워졌기 때문에 더러운 지배욕과 폭력에의 소망, 채워질 수 없는 굶주림과 피할 길 없는 세균 따위의 것들이 튀어나올 거요.’ ‘이거 원! 도대체 이 친구들이 왜 그런 무시무시한 것들을 갖고 있죠?’ ‘그들이 그것들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피가 그것들을 갖고 있는 것이오.’ 저는 잠시 주저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보아하니 당신은 지상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듯 하군. 당신은 그저 이곳에 남아 난쟁이들과 술을 마시기를 원하는 것 뿐이지.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내가 난쟁이들을 쥐어짤테니 당신은 그 물들이 지상에 떨어질 수 있도록 수로를 파시오. 그렇게 한다면 우리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소.’”


*


 그는 거기서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조는 네로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도 지지 않고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어떤 보이지 않는 밧줄이 몸을 꽁꽁 묶어놓고 고개가 위로 향하지 않도록 고정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의 눈에서 빛이 난다. 그녀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동자가 호박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없는 것은 태양을 바라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나요?”

 “잘 모르겠군요.”

 “추측은 할 수 있잖아요?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왜냐하면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기 때문이죠. 나는 대답을 했지만 내 의지대로 말하지 않았어요. 그건 꿈이었고, 나는 모처럼 길고 이상한 꿈을 꾼 거랍니다.”


 조는 자신할 수 없었다. 그가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네로가 선택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을 버리지 못하고 지상에 돌아와 배신을 당할까? 인간을 버리고 홀로 초월한 그는 세상이 잠기기 전 마지막으로 여흥을 즐기다 가려는 것일까?

 그녀는 몰락한 제국의 황제를 생각했다. 그는 근친이라는 용서할 수 없는 죄를 범하고 그 대가로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었다. 그러자 그는 근친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죽음을 근친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황제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을 모두 죽일 수 있었다. 조는 궁금했다. 과연 그가 죽인 사람들 중 그를 사랑한 이들이 있을까? 아마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꽤 많이. 


 밖에서 구정물같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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