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음'(葬花吟)은 원작 홍루몽에서 등장하는 매우 중요한 시이다.

여주인공 중 한 명인 임대옥(林黛玉)이 짓고 읊는데,

이 당시 임대옥은 부모님 전부를 여읜 후 외가인 가씨 가문에 몸을 의탁한 고아 신세였고, 소설의 남주인공인 가보옥의 총애를 받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남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였기에 의지할 기반이 항상 약했다.

또한 어려서부터 폐질환을 앓았기 때문에, 비바람에 지고 마는 연약한 꽃잎마냥 자신도 일찍 죽고 말 것이라는 예감에 항상 시달리기도 했고, 

정작 남주 가보옥과의 사랑은 경쟁자 설보채(薛寶釵) 때문에 도저히 순탄치 않았던 등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 마인드셋일 때 임대옥은 정원에 떨어진 복숭아꽃잎들을 보고 안타까워하며, 다른 사람에게 밟히거나 더럽혀지지 않도록 깨끗한 흙에 묻어주기 위해 '꽃무덤'을 만들어주고, 그러면서 이 시 '장화음'을 읊는다.

때문에 꽃의 운명과 자신의 기구한 운명, 즉 아름답지만 병약하고 외로운 자신의 처지를 동일시한다는 것을 시에서 볼 수 있고, 

세상의 무정함, 청춘과 아름다움의 소멸, 죽음에 대한 예감, 순수함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세상에 대한 환멸 정도를 시의 키워드라고 볼 수 있겠다.

념글 추측처럼 정말로 누가 죽어서 쓰는 시는 아니다. 근데 프문이 프문이니 이를 어떻게 뒤틀어서 정말 누가 죽은 다음에 읊을지도 모름...

여튼 전문 번역도 같이 써두었다. 다음과 같다: 

花谢花飞花满天，

꽃 지고 꽃 날려, 하늘 가득한데,

红消香断有谁怜？

붉은 빛 스러지고 향기마저 끊기니, 그 누가 가여워하리?

游丝软系飘春榭，

아지랑이 실처럼 부드럽게 봄 누각에 나부끼고,

落絮轻沾扑绣帘。

버들솜 가벼이 날아, 수놓은 발(簾)에 와 닿네

闺中女儿惜春暮，

규방의 아가씨, 저무는 봄날 아쉬워

愁绪满怀无释处。

마음 가득한 시름 풀 길 없어라

手把花锄出绣帘，

손수 꽃삽 들고 수놓은 발 밖 나서니

忍踏落花来复去。

차마 어찌 떨어진 꽃잎 밟으며 오고 가리오?

柳丝榆荚自芳菲，

버들가지 느릅나무 열매 제 스스로 향기로운데

不管桃飘与李飞；

복사꽃 자두꽃 날리는 건 아랑곳하지 않네

桃李明年能再发，

복사꽃, 자두꽃, 내년이면 다시 피련만,

明年闺中知有谁？

내년 이 규방에 누가 있을지 어찌 알리오?

三月香巢已垒成，

삼월이라 향긋한 제비집 이미 지어졌는데

梁间燕子太无情！

대들보 사이 제비는 어찌 그리 무정한가!

明年花发虽可啄，

내년에 꽃 피면 다시 쪼아 물어 가겠지만

却不道人去梁空巢也倾。

사람 떠나고 대들보 비어 둥지마저 무너질 줄이야 어찌 알리

一年三百六十日，

일 년 삼백예순 날 모진 바람 서릿발

风刀霜剑严相逼；

칼날처럼 엄혹하게 몰아치니

明媚鲜妍能几时，

밝고 고운 자태 얼마나 오래가리오

一朝漂泊难寻觅。

하루아침 스러져 흩날리면 찾을 길 없네

花开易见落难寻，

피는 꽃 보기는 쉬워도 지는 꽃 찾기 어려워라

阶前愁杀葬花人，

섬돌 앞 시름 가득, 꽃 묻는 이 애달프네

独倚花锄泪暗洒，

홀로 꽃삽에 기대 남몰래 눈물 뿌리니

洒上空枝见血痕。

빈 가지에 붉은 핏자국 스며드는 듯하여라

杜鹃无语正黄昏，

두견새 소리마저 끊긴 황혼녘에

荷锄归去掩重门；

꽃삽 메고 돌아와 겹문을 닫네

青灯照壁人初睡，

차가운 등불 벽 비추는데 사람은 막 잠들려 하나

冷雨敲窗被未温。

싸늘한 밤비 창 두드리니 이불은 아직 차갑네

怪奴底事倍伤神？

내 마음 어이 이리 괴로운가 헤아려보니

半为怜春半恼春。

반은 봄을 가여워함이요, 반은 봄을 원망함이라

怜春忽至恼忽去，

가여움은 문득 오고 원망은 문득 스치니

至又无言去未闻。

오는 때는 말 없고 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네

昨宵庭外悲歌发，

어젯밤 뜰 밖에선가 슬픈 노래 들려왔으니

知是花魂与鸟魂？

그것은 꽃의 넋이었나, 새의 넋이었나?

花魂鸟魂总难留，

꽃의 넋 새의 넋 모두 붙잡기 어려워라

鸟自无言花自羞；

새는 말이 없고 꽃은 부끄러워 고개 숙이네

愿侬此日生双翼，

원컨대 이 몸 겨드랑이에 한 쌍 날개 돋아나

随花飞到天尽头。

저 꽃들 따라 하늘 끝까지 날아가고 싶어라

天尽头，何处有香丘？

하늘 끝, 그곳에 어디 향기로운 무덤 있을까?

未若锦囊收艳骨，

차라리 비단 주머니에 고운 뼈를 거두어

一抔净土掩风流。

한 줌 깨끗한 흙으로 이 풍류를 덮으리

质本洁来还洁去，

본디 깨끗하게 왔으니 깨끗하게 돌아가는 것이

强于污淖陷渠沟。

더러운 진흙 구덩이에 빠지는 것보다 나으리

尔今死去侬收葬，

네가 오늘 죽어 내가 거두어 묻어주지만

未卜侬身何日丧？

이 내 몸 스러질 날은 그 언제일지 알 수 없네

侬今葬花人笑痴，

오늘 내가 꽃 묻는다고 사람들이 어리석다 웃겠지만

他年葬侬知是谁？

훗날 나를 묻어줄 이는 과연 누구일까?

试看春残花渐落，

보라, 봄 저물어 꽃 점점 지는 이때가 바로

便是红颜老死时；

아름다운 얼굴도 늙어 죽어가는 때인 것을

一朝春尽红颜老，

하루아침에 봄 다하고 홍안마저 스러지면

花落人亡两不知！

꽃 지고 사람 죽는 것 서로 알지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