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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멘스 2부 14장 1~5화

ㅇㅇ(175.200) 2023.07.29 21:09:24
조회 454 추천 13 댓글 0
														

14장. 마법사의 돌


1화. 이유를 알려줘


미스라: 네, 들어오세요.


미틸: 실례합니다…….


루틸: 실례합니다. 미스라 씨의 방, 언제 와도 다양한 것들이 있어서 두근두근거리네요. 이 양초, 이전부터 있었나요?


미스라: 아, 잠깐만요. 위험한 것도 많으니까 만지지 마세요.


루틸: 네. 미틸, 얌전하네. 긴장돼?


미틸: 아니에요. 하지만…….


루틸: 하지만?


미틸: ……미스라 씨, 왜 저희들을 방으로 부른 건가요?


미스라: 그 전에, 왜 저를 노려보는 거예요? 죽일 거예요.


미틸: ………….


루틸: 미스라 씨, 미틸을 위협하지 마세요.


미틸: 저……, 저희는 형님을 두고 라이벌 관계니까요.


미스라: 라이벌 관계?


루틸: 그래?


미틸: 그래요. 형님은 태평한 부분이 있으니까, 형님이 미스라 씨한테 휘말려서 험한 꼴을 당하게 되거나……. 미스라 씨한테 이끌려서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제가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해요. 그러니까 라이벌 관계예요.


미스라: 헤에.


루틸: 든든하네, 미틸! 들으셨어요? 미스라 씨. 미스라 씨의 라이벌이래요. 미틸은 분명 정말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야. 지금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미스라: 당신 때문에 시비 걸리는 중인데 감격하지 말아주세요.


루틸: 앗……, 그러네요. 죄송해요, 동생의 성장에 가슴이 찡ㅡ해져서…….


미스라: 또 찡ㅡ하나요. 당신, 해가 저무는 것 가지고도 똑같은 소리를 했었잖아요.


루틸: 많이 찡ㅡ하는 게 재미있잖아요.


미틸: 저기…….


루틸: 미틸. 괜찮아. 미스라 씨는 나를 나쁜 길로 끌고가지 않아. 그리고, 형은 나니까 무슨 일이 있을 때는 내가 미틸을 지켜줄 테니까.


미틸: 그치만, 형님…….


미스라: 제가 할 거예요. 당신들을 지키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치렛타한테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미틸: 그럼, 오늘은……. 하면 안 되는 짓을 시작하거나 그러진 않을 건가요?


미스라: 하면 안 되는 짓?


미틸: 네…….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게 형님이랑 방에 오라고 하니까……. 뭔가 하면 안 되는 짓을 알려주려는 걸까 싶었어요. 형님을 나쁜 길로 물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미스라: 하면 안 되는 짓이 아니에요. 좋은 걸 가르쳐줄게요. 이걸 보세요.


미틸: ……이건, 마나석인가요……?


미스라: 네.


루틸: ……이렇게 크고 반짝임이 강한 마나석을 본 건 어린 시절 이후 처음이에요…….


미스라: 그렇겠죠. 마나석은 마법사의 돌이에요. 남쪽에 이 정도로 강한 마법사는 없겠죠. 마법사가 마나석을 먹으면 마력이 늘어나요.


미틸: 마력이 늘어난다……. 즉, 강한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건가요……?


미스라: 네.


미틸: 굉장해……!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형님, 알고 있으셨어요?


루틸: …………. 조금…….


미틸: 빨리 말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미스라 씨, 저도 강해질 수 있을까요? 남쪽 마법사인 저도…….


미스라: 아마도요. 저는 남쪽 마법사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괜찮겠죠. 질이 나쁘거나 상성이 나쁘면 큰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꽤 좋은 마나석이에요. 오웬이나 브래들리도 갖고 싶어할 만한 대물이죠.


미틸: 그렇게 엄청난 걸, 왜……?


미스라: 당신들이 죽으면 곤란하니까요. 더 강해져줘야 해요.


미틸: 미스라 씨……. 저를 강하게 만들어주시는 건가요?


미스라: 네.


미틸: ……다행이다……. ……, ………….


미스라: ……왜 우는 거죠.


미틸: ……, 저, 계속……. 강해지고 싶어서……. ……그런데……. 마음 속 어딘가에서 무리이지 않을까 생각했으니까…….


미스라: ………….


미틸: 미스라 씨처럼 강한 마법사가, 강해질 수 있다고……. 강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해줘서, 정말, 기뻐요……. 감사합니다…….


미스라: 하하……. 별 거 아닌데요.


미틸: 미스라 씨…….


미스라: 뭐야……. 당신은 그냥 강해지는 방법을 몰랐던 것뿐이네요. 알게 되면 저하고 더 마음이 잘 맞을 거예요. 이것저것 가르쳐줄게요. 당신은 치렛타의 아들이니까요.


미틸: 감사합니다! 저, 열심히 할게요!


루틸: ………….


미틸: 미스라 씨. 마나석은 어떻게 해서 먹으면 되나요? 말린 나뭇조각처럼 곱게 조각내서? 아니면 이대로 물에 넣고 끓이는 건가요? 저, 약초 만들기는 해본 적 있지만 광물을 먹어본 적은 없어서…….


미스라: 입에 넣으면 돼요. 먹는다고는 해도, 안으로 받아들인다는 느낌이에요. 일단 입 안에 넣어 보세요. 자, 루틸. 당신도…….


루틸: ……, ………….


미스라: ………….


미틸: 왜, 왜 그러세요, 형님. 미스라 씨의 손을 뿌리치고…….


루틸: ……죄……, 죄송해요……. 미스라 씨, 죄송해요……. 저는 못 해요…….


미스라: ……하?


루틸: 미틸도 먹게 할 수 없어요. ……미틸, 안 돼. 부탁이니까 입에 넣지 말아줘…….


미틸: ……어째서…….


미스라: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이 정도로 고급 마나석은 지금은 거의 손에 넣을 수 없다고요. 질이 좋은 돌들, 상급 마법사들은 전부 오즈가 돌로 만들어 먹어버렸어요. 이 정도 되는 돌은 거의 없어요. 그걸 당신들한테 주겠다는 거예요. 감사했으면 좋겠는데요.


루틸: 죄송해요…….


미스라: …………. 계속 그 말만 하잖아요. 이유를 말해주세요.


미틸: 저도 알고 싶어요……. 왜 안 되는 건가요, 형님. 형님이 싫다면 저만이라도…….


루틸: 안 돼!


미틸: ………….


루틸: ……마나석은 마법사의 돌. 미틸도 피가로 선생님한테 배웠잖아? 화석 같은 거라고.


미틸: ……배웠지만…….


루틸: 반짝반짝 강하게 빛나고, 신기한 힘이 깃들어 있고, 값이 비싸고, 훌륭한 거지만……. 사람의 뼈하고 같은 거야.



2화. 우리의 방식


미틸: ………….


미스라: 하? 아니에요. 전혀 달라요. 뭐가 다른지는 말로 잘 못하겠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에요.


루틸: ……미스라 씨……. 마나석을 먹는 문화가 있다는 건 저도 들은 적이 있어요. 미스라 씨의 생각을 부정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미스라 씨에게 그만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이해해주세요. 저는 못 해요. 미스라 씨의 마음은 굉장히 기쁘지만, 저희는 그걸 먹을 수 없어요.


미스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약한 남쪽 마법사 주제에……. 이걸 안 먹고 당신들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있어요? 죽임당하지 않는 방법이라도 있어요?


루틸: 열심히 훈련할 거예요! 미스라 씨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미스라: 당신들이 약한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벌써 폐를 끼치고 있다고요!


루틸: ………….


미틸: ………….


미스라: 됐어요……. 힘으로라도 먹일 거예요!


루틸: ………….


미틸: 형님……!


미스라: 여기 봐요! 빨리 입 벌려요!


미틸: 미스라 씨, 그만하세요! 제가, 제가 먹을게요!


루틸: 안 돼!


미틸: 저는 저게 먹고 싶어요! 강해지고 싶어요!


루틸: 안 돼, 그러지 마! 어머니께서 돌이 되는 걸 봤어. 어머니의 돌을 관에 넣어서 묻었어! 그거랑 똑같은 거야, 미틸! 누군가의 생명이었던 거야.


미스라: 관에 넣어서 묻었다고요? 안 먹은 거예요? 치렛타의 돌을? 그녀는 당신들하고 하나가 되고 싶었을 텐데……. ……그런 심한…….


루틸: 저는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과 같이 저희의 방식으로 묻었어요! 마음을 담은 상냥한 이별이었어요.


미스라: 북쪽 마법사에게 있어서 누구도 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건 가치가 없다는 거랑 같아요. 제 돌은 절대 길가에 굴러다니지 않을 겁니다. 북쪽의 미스라의 돌이라면 누구나 손을 뻗으면서 원할 거예요. 치렛타의 돌도…….


루틸: 미스라 씨, 당신의 생각이나 당신의 방식이 있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저희의 방식을 부정하지 말아주세요. 특히, 소중한 추억은…….


미스라: 부정하고 있는 건 당신이잖아요! 모처럼 당신들을 위해서 제가 준비했는데…….


루틸: 미스라 씨의 마음은 기뻐요! 그건 정말이에요! 하지만……. 으읍…….


미틸: 형님……!


미스라: 쳇…….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틈에 마나석을 집어넣어주려고 했는데. 자, 입을 벌려주세요. 억지로 밀어넣을 거예요.


루틸: ……! ……!


미틸: 미스라 씨, 그만하세요! 형님한테 난폭하게 하지 마세요!


브래들리: 시끄럽네. 임무 전에 떠들지 마.


미스라: ……브래들리…….


미틸: 브래들리 씨!


브래들리: 너희들…….


미스라: 브래들리. 여기는 제 방이에요. 제 영역에 들어와놓고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브래들리: 그 영역을 침범당해놓고 잘난 척하지 말라고. 이 얼빠진 자식.


미스라: 하?


브래들리: 북쪽의 미스라라는 놈이 어린 애한테 열심히 장난이나 치면서 울리고 떠들어대고 있을 줄이야. 지금이라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미스라: 재미있네요……. 당신을 돌로 만들어서 그들한테 먹여주는 걸로 할게요.


미틸: 미스라 씨! 브래들리 씨!


브래들리: 니들은 빠져 있어! 자, 빨리 가. 남쪽 형아하고 꼬맹이.


루틸: 그래도…….


브래들리: 방해하지 말라고. 남쪽 마법사가 나설 데가 아니야.


루틸: ……, 알겠어요. 가자, 미틸!


미틸: 네, 네!


미스라: 기다려요! 루틸, 미틸……!


브래들리: 네놈 상대는 나야. 《アドノポテンスム》


미스라: …………. 후회하게 해줄게요. 《アルシム》


-


루틸: ………….


미틸: 루키노 씨, 좋은 사람 같았죠. 앞으로 더 친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루틸: 그러게.


미틸: 브래들리 씨, 괜찮을까……. 아침의 그건 저희들을 감싸준 걸까요? 아니면, 민폐인 북쪽 마법사들의 단순한 싸움인 걸까……. ……형님, 듣고 있으세요?


루틸: 앗……. 미안해. 생각 좀 하느라…….


미틸: …………. 미스라 씨가 먹이려고 했던 마나석에 대해서요?


루틸: 응…….


미틸: ………….


루틸: ……미안해, 미틸. 우리는 안 먹을 거라고 말해버려서……. 미틸의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단정지어버리는 말을 해버렸어. 미틸은 어떻게 하고 싶어?


미틸: 저는……. 저, 저도 형님이랑 같아요. 잘 생각해 보니까 싫다고 할까…….


루틸: 정말? 나랑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자신을 부정하지 않아도 돼.


미틸: ……하지만…….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죄송해요…….


루틸: 사과하지 마, 미틸……. 다른 사람하고 다르다고 해서 사과하지 않아도 돼. 미안해. 내가 동요해버리는 바람에 불안하게 해버렸네.


미틸: 형님…….


루틸: 미스라 씨나 미틸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었어. 잘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미틸: 어쩔 수 없어요! 미스라 씨가 난폭했으니까요. 그건 미스라 씨의 안 좋은 점이에요.


루틸: 그렇지만, 미스라 씨도 우리를 위해서 소중한 걸 주려고 했지.


미틸: ……형님은 어째서 마나석을 먹는 걸 그렇게 싫어했던 건가요? 모처럼 강해질 수 있는데, 형님은 강해지고 싶지 않은 건가요? 강해지면 미스라 씨한테 바보 취급 받지 않을 거고, 난폭한 짓을 당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저를 지켜주겠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루틸: ………….


미틸: 죄……, 죄송해요. 형님을 탓하는 게 아니라. <거대한 재앙>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고, 저희는 강해지는 게 좋을 거고, 바로 간단하게 강해지는 방법이 있는데…….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형님은 약한 채로 있어도 좋은가요……?


루틸: ……그렇지…….


미틸: 마……, 맞아요! 이대로라면 남쪽나라도 형님의 학생들도 지킬 수 없어요. 저희도 조금 정도는 참아야 해요. 미스라 씨의 마나석, 같이 먹기로 해요.



3화. 어떤 답을 선택해도


루틸: ……하지만, 어머니의 장례식이 생각나…….


미틸: ………….


루틸: 장례식에 참석하는 건 어머니 때가 처음이 아니었어. 베스 할머니, 알지?


미틸: 네…….


루틸: 베스 할머니의 어머니나, 셰인 아저씨 아내분의 장례식에 아버지랑 어머니랑 같이 참석했어. 돌아가신 분은 관에서 잠들어 있었고, 우리는 꽃을 가져가서 한 송이씩 관 속에 바쳤어. 다들 예쁜 꽃 속에 묻히면서 편안히 눈을 감고 있어서……. 조용한 낙원에 있는 것 같았어. 그런 식으로 작별을 했어.


미틸: ……아버지 때처럼요?


루틸: 맞아……. 정말 슬프지만, 감사와 사랑이 가득한 시간이었어. 어머니 때는 유해가 없었으니까, 어머니의 마나석을 관 속에 늘어놓았어. 관에 늘어선 마나석을 쓰다듬으면서 아버지가 우시던 게 기억나. 인간이었다면 지금도 아직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텐데, 하고.


미틸: ………….


루틸: 미스라 씨가 마나석을 내밀었을 때, 그 날의 광경이 선명하게 떠올랐어. 그래서, 도저히 할 수 없었어.


미틸: 그치만……. 드라몬드 씨네한테서 받은 엘리베이터용 마나석을 쓰기도 했잖아요……?


루틸: ……그렇지……. 평소에는 마법생물들의 화석, 신기한 마법의 돌이라고 생각했어……. 돌아가신 마법사의 돌도 섞여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간사하지. 마법사도 마법생물도, 과거에 생명이었던 건 똑같은데……. 하지만 어머니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처럼, 마나석을 쓰다듬던 아버지의 손을 잊을 수가 없어…….


미틸: …………. 저는……. 형님을 간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형님답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루틸: 미틸.


미틸: …………. 네…….


루틸: 미틸은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스스로 답을 선택해. 나랑 같지 않아도 돼. 미틸다운 답이면 되니까.


미틸: ……형님…….


루틸: 괜찮아. 어떤 선택을 해도 미틸이랑 나의 관계는 변하지 않아. 스스로 먹는 건 저항이 있지만, 마나석을 먹는 미스라 씨도 나는 정말 좋으니까. 미틸이 어떤 답을 선택해도 미틸이 정말 좋아.


미틸: ……형님, 죄송해요……. 저, 형님에게 선택하게 하려고 했어요. 저랑 똑같이 생각해주기를 바라서, 형님의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억지로 형님을 설득하려고 했어요. 강해지지 않아도 괜찮냐면서 몰아붙이고…….


루틸: 아니야. 미틸 말이 맞아. 지키고 싶은 게 있다면 스스로를 바꿀 각오를 해야 해.


미틸: 형님은 강한 사람이에요. 저를 구하기 위해서 마력을 잃고 약해져버렸는데도…….


루틸: 미틸, 그런 거…….


미틸: 마력이 약해져버렸다고 해도, 마음씨 다정하고 용감한, 강한 사람이에요. 마법사는 마음으로 마법을 써요……. 형님의 말은 분명 마법사의 마음을 강하게 만들어요. 어떤 답을 선택해도 저를 좋아한다고 해줘서 기뻤어요.


루틸: 미틸…….


미틸: 자유롭게 선택해도 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제 형님이 형님이라서 다행이야…….


루틸: 나도……. 미틸이 내 동생이라서 다행이야. 기쁘네. 미틸하고 싸우지 않고 끝난 게 제일 기뻐.


미틸: ……, 저도요!


루틸: 맞다, 미틸. 답을 찾을 수 없다면 피가로 선생님께 상담해보면 좋을 거야.


미틸: 피가로 선생님께…….?


루틸: 미틸이 강한 마법사가 되고 싶어한다는 걸 피가로 선생님은 알고 계시잖아? 그런데도 지금까지 마나석을 먹는 걸 권하지 않으셨지. 무슨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미틸: 그렇, 죠……. 마나석은 비싸서 피가로 선생님은 살 수 없는 거라서 그런 걸까……?


루틸: 그것만은 아닐 것 같아. 엘리베이터용 마나석은 중앙나라의 사람들에게 받고 있으니까. 미스라 씨에게 받더라도, 피가로 선생님께 상담하고 나서 받는 게 어떨까?


미틸: ……피가로 선생님은 바쁘시니까, 그렇게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으실 것 같아요…….


루틸: 그렇지 않아. 바쁘신 분이지만 어떤 때라도 친근하게 대해주실 거야.


미틸: ……하지만…….


미틸: (피가로 선생님은 나한테 마법을 가르쳐주는 걸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것 같아……. 가르쳐주세요 하고 조를 때마다, 어딘가 내키지 않는 얼굴을 하시고……. 피가로 선생님은 박식하지만, 결국 남쪽 마법사고……. 마력의 강함과 관련된 건 북쪽 마법사인 미스라 씨를 이기지는 못하는 거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해준 미스라 씨가 선생님인 게 좋아……. 피가로 선생님께 상의해서,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말 같은 거, 이제 와서 듣고 싶지 않아.)


루틸: 미틸?


미틸: ……그렇죠. 생각해볼게요.


루틸: …………. 있잖아, 미틸. 나는 학교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잖아? 뭔가를 가르칠 때에도 순서나 타이밍이 중요하기도 하거든. 경험보다 지식이 너무 많아지거나, 마음이 자라지 않았는데도 경험을 시키는 건 좋지 않은 결과가 되기도 해. 피가로 선생님도 분명…….


미틸: 형님, 말하셨죠. 저하고 형님의 답이 같지 않아도 된다고.


루틸: 으, 응…….


미틸: 그럼, 이 일에 대해서도, 저하고 형님의 생각은 달라요. 피가로 선생님은 의지하지 않을 거예요. ……조금, 밖에 나갔다 올게요.


루틸: 미틸!


레녹스: 앗. 미틸, 어디 가는 거야? 간식 받았는데.


미틸: 필요 없어요! 어린 애가 아니니까요!


레녹스: …………. ……왜 저러는 거지, 미틸은?


루틸: 싸우지 않고 끝났는데, 싸움이 되어버렸어…….


레녹스: 간식은 어른들도 먹는데……. 피가로 선생님이 어쩌고 하지 않았어?


루틸: 맞아요……. 피가로 선생님은 돌아오셨나요?


레녹스: 아니, 아직이야. 옛날 지인이라고 하셨으니까, 쌓인 이야기가 있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해두자. 루틸, 부탁할 수 있을까?


루틸: 뭘요?


레녹스: 간판 만들기야.


루틸: 마법사의 집의 간판 말이죠! 모두의 눈에 띄는 멋진 간판으로 만들어요!



4화. 선량한 마법사가 사냥하는 것은


루틸: 미틸! 간판을 만들자! 어떤 간판이 좋을 것 같아?


미틸: 딱히……. 형님이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도 되지 않나요?


레녹스: 어디쯤에 둘까?


미틸: 음……. 저기 주변이나…….


레녹스: 잘 모르겠네. 이쪽으로 와줘.


미틸: ………….


루틸: 이리 와, 미틸!


-


미틸: 여기! 여기는 어때요?


레녹스: 좋아. 지나가면서도 눈에 띌 거야. 그럼, 루틸, 부탁해.


루틸: 네! 《オルトニク・セトマオージェ》


미틸: 와아……. 멋진 간판이에요!


레녹스: 그래.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것 같아.


루틸: 감사합니다! 부디, 이 장소가 마법사와 인간이 친구가 되기 위한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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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로: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스노우: 오오, 피가로구나.


화이트: 피가로야. 오랜만이구나. 오즈는 만나고 있는가?


피가로: 아니요. 저도 남쪽나라에서 바쁘게 지내고 있고, 그런 음침한 남자하고 엮여있을 틈 없죠.


스노우: 매정한 소리 하지 말거라.


피가로: 매정한 건 그 녀석이죠. 저는 관계가 끊겼으니까요. 뭐, 그 녀석은 관계를 맺고 있었던 줄도 모를지도요. 이제 와서 아무래도 상관없지만요. 다만, 그 정도의 힘이 있는데도 의미 없이 고독하게 살고 있는 건 불쌍하다고 생각해요. 오즈한테도 뭔가 변화할 계기가 생기면 좋겠지만, 이것만은 주위에서 참견해도 별 수 없는 거죠.


스노우, 화이트: ………….


피가로: ……, 그런 건 됐어요. 이대로라면 마법사는 사라져갈 거예요. 인간의 수가 너무 늘어났고, 마법과학인가 뭔가 하는 것까지 탄생했어요. 슬슬 대책을 세워야 해요.


화이트: 흥. 그 서쪽 마법사 짓이지.


스노우: 무르 하트라네.


화이트: 알고 있다네! 이름 따위 꺼내고 싶지 않아서 꺼내지 않았던 게야!


스노우: 미안! 미안해!! 피가로 쨩, 무슨 차를 마실 텐가?


피가로: 우리의 멸망에 대한 화제에 맞는 차가 있다면 그걸로요.


화이트: 그보다 담백하게 마법사의 멸망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아주게.


피가로: 화이트 님. 아주 옛날에 당신이 가르쳐준 거예요. 차를 마시면서요. 인간이 마법사를 섬기는 건 인간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인간의 수가 늘어나고 힘을 가지면, 마법사는 이단으로 몰리는 신세가 돼요.


화이트: 호호호. 예언이라 할 건 아니지만, 멋지게 적중할 것 같구나.


피가로: 천천히 가치관이 변하고 있어요. 우리가 만났을 시절엔, 마법사는 신 같은 존재였어요. 점점 인간들의 촌락이 늘어나고 약한 마법사들은 살기 어려워졌어요. 짜증이 난 오즈가 세계를 유린한 이후부터, 마법사는 한층 더 경계의 대상이 되었죠. ……아주 한때는, 마법사와 인간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국가도 출현할 것 같았지만요. 어이없게도 내부분열이 일어났어요. 지금은 겉으로는 공존을 외치면서도 마법사를 배척하려 하고 있어요. 마법사들 쪽에서도 인간 사회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요. 인간을 속이고, 습격하고, 때로는 살육까지.


스노우: 그런 것 같더구나. 잘은 모르나, 동쪽나라의 거리에서 마법사가 인간을 사냥하기 시작했다고 하던가.


화이트: 제2의 오즈가 나타난 셈인가.


피가로: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닌 것 같지만요. 범인들은 어딘가로 도망가버린 것 같고요. 하지만 참극에 시달린 비의 거리의 주민들을 비롯해서, 인간들은 마법사를 증오하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증오가 약한 마법사들에게 향할 거예요.


화이트: 그대 안에서 요즘 유행 중인 남쪽 마법사들인가.


스노우: 북쪽에 중앙에 남쪽에, 바쁘구먼. 어차피 변덕으로 손을 대고는, 그러다가 내팽개칠 것 아닌가.


피가로: 말이 심하시네요. 변덕스러운 건 피차일반이잖아요.


스노우: 우리는 북쪽의 땅을 버리지는 않네.


화이트: 야박한 놈. 땅을 버리고 방황하는 정령들의 영락한 말로를 알고 있을 텐데도.


피가로: 북쪽나라의 땅을 사랑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당신들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요.


스노우: 귀여운 구석이 없구나.


화이트: 귀엽지 않구나.


피가로: 어쨌든, 마법사는 인간과 잘 지내지 않으면 멸망할 거예요. 오즈 같은 특수한 녀석들은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아이들은 이단아로서 기피될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이야말로 정의의 편이 되어보죠. 당신들, 좋은 사람 행세 하는 건 잘하시잖아요.


스노우: 호오. 인간의 편인 척을 하는 건가.


화이트: 약한 마법사들이 인간의 손에 사냥당하기 전에, 우리가 인간의 편을 든다는 건가.


피가로: 네. 무섭고 나쁜 마법사만 있는 게 아니다. 선하고 신성한 마법사도 존재한다.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서.


스노우: 그래서, 어떤 식으로 할 텐가? 우리가 선한 마법사를 자칭하려면 사악한 마법사가 필요하지 않은가. 인류의 적이라면 오즈가 틀림없지만, 다시 한 번 오즈에게 세상을 불태우게 할 수도 없다네.


화이트: 그 전에, 우리가 오즈를 사냥할 수 있는가? 지금의 마력으로는 좀 어렵지 않은가.


피가로: 알고 있어요. 오즈는 방대한 마나석을 너무 많이 먹어서 강대해져 있어요. 우리들은 대적할 수 없어요. 그래서, 최근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유명인을 사냥하죠.


스노우: 브래들리인가.


화이트: 브래들리 베인이구나.


피가로: 네. 악명 높은 죽음의 도적단. 그 두목인 브래들리 베인. 그를 체포하죠. 북쪽나라에서는 원래 유명했지만, 중앙나라의 왕가에서 북쪽나라의 왕가로 보내는 헌상품을 빼앗고 더 이름을 알렸어요. 음유시인들이 너도나도 이야기로 만든 탓도 있겠죠. 왕가에 놀라움을 안겨주는 악당 이야기는 무섭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해요. 지금 브래들리는 화제의 인물이에요. 비의 거리의 참극을 계기로 부풀어오른 마법사에 대한 경계심, 공포, 증오가 최악의 형태로 터지지 않도록……. 브래들리를 악역으로 삼고, 우리가 정의의 아군이 되는 겁니다. 인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브래들리를 생포하고 감옥에 집어넣는 거예요. 마력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은 브래들리의 돌을 장식해두어도 감이 안 올 테니까요.



5화. 분열의 조짐


피가로: 본인을 감옥에 넣어두면, 자신들의 사회는 나쁜 마법사를 관리할 수 있다며 인간들은 안심할 거예요.


스노우, 화이트: 명안이구나!


피가로: 그렇죠.


스노우, 화이트: (……그런데 이 녀석, 오즈에게 정이 있으니까 죽일 수 없다는 말은 한 번도 안 하는구나…….)


피가로: (이 사람들, 오즈에게 정이 있으니까 죽이지 말라는 말은 한 번도 안 하네…….)


스노우, 피가로, 화이트: (그러니까 안 따르는 거지…….)


스노우: 브래들리 생포라……. 숨통을 끊어도 된다면 몰라도, 꽤 힘든 일이구먼.


화이트: 잘 되려나. 그 녀석은 부하를 잘 쓰니까.


피가로: 두 분 다 성질이 급하시니까. 죽이지 말아주세요.


스노우: 생포하기 위한 방법은 있는가?


피가로: 네. 예전 같았으면 어렵겠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화이트: 호오?


피가로: 강고한 유대로 유명한 도적단이지만, 최근엔 두목인 브래들리의 위신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듣자 하니 부관 같은 존재인 마법사가 단을 빠져나가려 한다고 했나.


스노우: 내부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건가. 그거 좋은 기회구나.


화이트: 그래서, 그 자의 이름은?


피가로: 뭐라 그랬지……. 레오……. 네오……. 네모……?


스노우: …………. 확실하지 않구먼…….


-


마법으로 몸을 깨끗하게 해주자, 아이작은 날카롭고 듬직한 분위기가 되었다. 몸의 통증도 가라앉은 듯해, 조금 전보다는 얼굴색도 좋아져 있다. 그를 바라보는 군중의 시선 속에 두려움과 혐오뿐만 아니라 동경과 감탄, 호기심도 섞이기 시작했다. 아이작과 나란히 서서 천천히 시장을 걸으며 나는 물었다.


피가로: 너, 어디서 머물고 있어?


아이작: 마을 변두리에 있는 폐가에서요. 아까 그 큰 집에 가도 되나요?


피가로: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집에는 가까이 가지 마. 미스라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렴.


아이작: 그 약한 마법사들은 뭔가요? 미스라의 노예인가요? 차를 마시라고 했어요. 세심하고 상냥해 보였어요. 저도 그런 노예를 갖고 싶어요.


피가로: 노예 아니야. 내 소중한 친구의 아들들이야. 미스라에게도 소중한 상대야.


아이작: 그런가요. 좋겠다.


나는 그의 팔을 잡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똑바로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피가로: 아이작, 여기서 헤어지는 거야. 마지막으로 충고를 할게. 잘 들어.


아이작: 으음……. 네.


피가로: 네가 친절을 받으면 기쁘듯이, 네가 아닌 인간들도 다른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기뻐해. 사람들 사이에 있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대해야 해. 네가 사랑받고 상냥하게 대해지기 위해서.


아이작: 제가 먼저 해야 하는 건가요? 뭔가 주거나 상냥하게 대해주면 친절하게 대해줄 건데요.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녀석한테 제가 먼저 친절하게 대해야만 하는 건가요?


피가로: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랑 마찬가지로 그저 사랑을 기다리는 쪽이야. 사랑을 주는 자가 사랑을 받아. 사랑받지 못할 때도 물론 많지만, 나는 네가 사랑받는다면 기쁠 거야.


아이작: 저도요.


피가로: 안녕, 아이작. 너의 행복을 바라고 있어.


아이작: 저도요, 피가로 님. 또 만날 수 있을까요?


피가로: 작별인사를 했잖아. 그래도, 그래……. 필요할 때에는 내가 만나러 갈게.


아이작이 모르게 그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마법을 걸었다. 그가 무슨 사건을 일으키면 소식이 올 것이다. 첫 번째 희생자는 막지 못하더라도, 이어지는 희생자는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작: 꼭, 만나러 와주세요. 오늘은 즐거웠어요.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안심돼요.


피가로: 그거 다행이다.


아이작: 얼굴 만져봐도 되나요?


피가로: 기어오르지 마.


아이작: 죄송합니다.


피가로: 아아, 맞아, 아이작. 그 목걸이는?


아이작: 네?


피가로: 팔찌에 감겨있는 사슬 말이야. 여자 목걸이 아니야?


멋진 만남이라도 있었던 건가 싶어 나는 뺨이 풀어졌다. 여행지에서 만난 마녀가 그의 팔찌에 자신의 목걸이를 작별의 표시로 감아둔 걸까 하고. 아이작은 허둥지둥 팔찌를 감추며 건조한 입술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 난폭하게 사슬을 떼어내고 푸른 돌을 품 속에 집어넣는다.


아이작: 하하……. 글쎄요, 어떨까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희미한 위화감을 느꼈다. 어쩌면 난동을 부려서 빼앗은 걸지도 모른다. 추궁을 하려다,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뒀다. 이곳에서 그를 화나게 하면 귀찮아진다. 푸른 하늘 아래 흰 구름이 흘러간다. 길을 가는 사람들은 모두 아이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웃는 얼굴을 한 아이가 그를 가리킨다.


아이: 크다!


아이: 있잖아, 봤어? 큰 사람!


떠들며 아이들이 달려간다. 밝고 호의적인 환호성이었지만 아이작은 불쾌해 보였다. 그가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를 안아올리며 웃었다면 금방 인기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 법이다. 아이들은 아이작을 좋아하지만, 아이작은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모든 것이 전부 같은 마음이라면 좋을 텐데. 그러는 것이 헛됨이 없지 않은가.


아이작: 정말……. 아이들은 바보라서 싫어요.


피가로: 너도 아이였어. 네가 현명하다고 부르는 나도 무르도, 옛날에는 아이였어.


아이작: 피가로 님이나 무르는, 어린 시절부터 현명했잖아요?


피가로: 어떨까. 나는 그랬지만, 무르는 희한한 구석이 있으니까……. 


아이작: 브래들리의 오른팔도, 어린 시절부터 현명했다고 들었어요.


피가로: 브래들리의 오른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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