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마갤문학] 종이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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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마갤문학] 종이비행기

https://m.dcinside.com/board/mapogo6969/1703































*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이름, 인물,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 건물, 제품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왼발을 앞으로 내놓고는 그대로 멈췄다. 또각. 한 발자국.그대로 한 발자국 더 또각. 취업했다고 여자친구가 선물해준 구두다. 명품은 아니지만 윤기가 흐르고 뾰족한 구두앞발이 제법 마음에 들어 또각또각 발걸음을 옮긴다. 입김이 나는 서울의 공기에 어깨를 떨면서 분주히 지하철을 향해 걷는 와중에도 새 구두에 더러운 것들이 묻지는 않을까 신중한다.
역사 안의 인파는 빼곡히 자란 소나무 숲처럼 차갑고 우뚝했다.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솔방울 대신 애플. 이윽고 요란스러운 안내음이 울리면 소나무들은 저 몸 한 자리 차지할 공간 비집고들어가기 위해 기를 쓴다. 덕철이는 해냈다. 문이 열립니다 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좌석 가장 안쪽 한 켠을 차지한 것이다. 서울살이가 28년이면 풍월이 아니라 팔만대장경도 읊을 수 있을까. 모두가 원하는 끝쪽 좌석을 얻어내고는 일이 잘 풀린다며 내심 기뻐하는 덕철이다. 부스럭 소리. 삼십여 분이 지날 무렵 여의도에 다다랐다. 이번 역은 여의도, 여의도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급작스레 터져나오는 소나무들 때문에 하마터면 덕철이는 넘어질 뻔했다. 오늘 일을 마치고 여자친구와 함께 저녁을 보내기로 했는데 초장부터 일이 꼬여서는 안될 일이다. 가볍게 인상을 구겼다가 덕철이는 'H증권사'에 들어간다. 이름없는 대학 출신 덕철이가 그러한 유수의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그의 대학동기들이 질투 반, 시기 반으로 진심없는 축하를 보내던 기억이 떠올랐다. 8층입니다ㅡ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덕철이는 배정받은 자리에 서서 상사들에 인사를 보내고는 자리에 앉는다. 앉자마자 옆자리 D대리가 복사 심부름을 맡긴다. 좋다. 어차피 업무는 사고칠까봐 두려울 뿐이니까. 사무실에서 나가 복도 맨 끝 왼쪽에는 프린터실이 있다. 들어가자마자 후미지고 어두운 한 구석에 낡은 프린터가 보인다. 보기에는 800만원이 넘어보이지만 기능은 고교 시절 이용했던 80원짜리 복사서비스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러자 왠지 모를 기시감. 그러건말건 먼지뭉치가 양복에 묻어 더러워지는 건 피할 수 없다. 또 한번 미간에 주름이 잡힌 덕철이다. 대리를 원망하면서 그가 맡긴 부분을 복사하려는데 용지가 부족하다. 덜컥덜컥 곧장 채워넣고는 다시 실행버튼을 누른다. 위잉ㅡ 복사기에 기대 쉬던 덕철이가 왠지모를 미묘한 괴리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괴리감은 다시 한 번 나는 기계음에 확신이 됐다. '분명 복사기에서는 위잉 따위의 소리가 나서는 안된다. 복사기에서 청소기의 소리가 난다.' 그것을 느꼈을 때 즈음, 정말로 복사기 위에 놓인 볼펜이 빨려들어갔다. 이윽고 덕철이의 손가락도 빨려들어가고, 그 낡은 기계가 덕철이의 몸통까지 집어삼키려고 했다. D대리가 복사실은 이쪽이 아니라 반대쪽 끝이라고 성내면서 문을 연 것도 바로 그 때였다. 다급하게 D대리가 그것의 전원을 끄려고했지만 전원버튼이나 전선코드는 전혀 없었고, 힘들여 덕철을 뽑아보려지만 결국은 기계가 덕철을 집어삽키고 말았다. 수 초 후 인쇄된 건 종이 한 장.

이름: 송덕철
나이: 28세
출신학교 - M고등학교/W대학교 경제학과
가족관계 - 父(사망)/母(사망)/兄(실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