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과 함께 설 수 있는 내가 되게 해줘, 같은 소원 빌고 마법소녀가 되는 모카 보고 싶음
질풍노도의 중학생 시절에 홧김에 '내 미래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소원으로 계약해 이미 마법소녀로 활동 중이던 란은 그 사실을 알고 엄청나게 화를 내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물릴수도 없고, 결국 모카가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훈련이나 하자며 함께 마녀 수색을 시작하겠지.

현실이 일그러지고 주위를 채워가는 새까만 어둠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던 와중, 아까부터 모카의 손만 잡고 앞장설뿐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은 란이 작게 중얼거릴 것 같음.

"... 화내서 미안. 싫지만, 그래도...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어느새 완전히 진입한 이공간은 잘못 오려붙힌 잡지처럼 엉망진창이고, 란과 모카를 합친 것보다 거대한 괴물이 우수수 쏟아지는데 이건 그냥 마녀의 사역마일 뿐, 본체는 따로 있다는 란의 말을 듣고서야 모카는 좀 전에 란이 속삭인 문장을 이해할 수 있었겠지.

토모에와 함께 애프터글로우에서 겁 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란임. 그런 란이 이렇게나 무서운 곳에서, 벌써 몇 년째, 홀로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말 그대로 목숨 걸며 싸워온 거임. 모카는 그 과정에 란이 혼자 얼마나 괴로웠을지 가늠하려다가 고개를 내젓고, 일찍 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 이라고 말할 거다. 마음 속에는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이제부터라도 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쁨+가장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 만족감이 번지고 있겠지만.

뭐 원래 공부 쪽이든 악기 쪽이든 요령 좋고 재능 있다고 평가 받는 천재미소녀 모카쨩이니 어쩌면 마법소녀로서의 재능도 란보다 우위일지 모름. 그럼 처음에는 란이 경력빨로 압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란의 노력을 부정하듯 모카의 재능이 드러나게 될 거다. 란은 갈수록 내심 초조한데 모카는 댕댕이마냥 나 잘했지? 같은 도야가오 짓고 있고...


아무튼 마녀가 된 모카의 결계는 달콤하고 무디고 엉망진창인 동화책 같은 분위기에 란+앱글 모두의 일상이 진하게 묻어 있을 것 같음. 이상한 센스의 장난감이 널려 있고 다리 없는 빵 모양 사역마가 통통 튀어다니는 곳. 결계 중심에는 분명 란을 닮은 실루엣의 사역마가 있고 온갖 금은보화와 푹신한 침구가 있고, 오히려 마녀 모카는 저 구석에 쳐박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사실에 만족스러워 하고.


란은 오히려 생전의 강렬한 붉은 색은 모두 바래버려서 전체적으로 건조한 흑백. 거기에 색 없는 금잔화부터 국화까지 온갖 꽃말의 꽃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고, 색이 있는 곳은 벽에 일렬로 붙은 포스터 뿐인데, 온통 눈부시고 평화로웠던 일상 뿐이라 보다보면 울고 싶어지겠지. 유치원 다니던 시기부터 초, 중, 고. 처음에는 충동으로 시작해 싸웠지만 나중에는 란이 진심으로 지키고 싶어하게 된 것들, 지키기 위해 싸울 가치가 있는 추억들.

각자 마법소녀로서 서로의 마녀 결계에 들어간다면 란은 눈물 뚝뚝 흘리며 결국 마녀 모카를 잡을 것 같은데, 모카는 희미하게 웃으며 포스터가 있는 회랑을 하염없이 빙글빙글 돌다가, 마녀가 된 란과 동귀어진 할 것 같음.

야
누가 그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