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신이 어쩔 도리가 없는 풋내기란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
쐐기는 간단하게는 다 없어지지 않겠지.
어쨌든 한번 더 도망쳐보려고 생각한다.

















야간 열차, 덜컹덜컹 흔들리는 차내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문득 시계를 보니 시각은 심야의 한때, 스윽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여기까지 도망치면 괜찮겠지···」

나, 미카미 토모야는 창 밖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문득 떠오르는 악몽. 시달리고, 가위에 눌리고, 저주받은 일상에 이별을 고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지금부터 내 인생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두 명의 소꿉친구에게 시달리지 않는 세계로 간다.
결코 나는 더 이상 저런 악마들과 관련되지 않을 테다.
결코···결코 미소녀 게임 주인공처럼 바보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

주먹을 꽉 쥐고 맹세했다. 생각하면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된 세계 공황같은 일상.

유에와 둘이서 찻집에 들어간 다음날은 아야카에 의해 나무에 매달리게 되었다.
반대로 아야카와 둘이서 영화를 보러 간 후, 유에에게 리버 블로우(신장 치기)를 맞았다.

자기도 모르게 뭐야, 이 일상은? 등을 마음 속으로 외쳤다.
정말로 이젠 그만해주었으면 한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질문이 소생한다.
만약 세상에 세 명만이 되면 어느 쪽과 결혼할 거냐고?

적어도 너희 두 사람 이외로다.

「손님, 손님?」
「아, 네···네.」

역무원의 목소리로 제정신을 차린다.
아무래도 표를 보여달라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슥 하고 배낭에서 표를 꺼내고 내밀었다.

철컥

능숙하게 호치키스 같은 것으로 표를 끊는다.
긴 머리카락으로 봐서 여성 역무원인 것 같다.
매우 모자를 깊이 쓰고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뭐, 상관없지.

「역무원 씨, 삿포로는 해산물이 맛있는 곳이었어요,」
「네···그렇군요.」

묘하게 낮은 목소리다, 라고 의문으로 생각했지만 내 상대를 해주는 것 같았다.
배려가 좋은 사람이다.

「나, 처음으로 북국으로 가는데요. 거기서 좋은 음식점 아시나요?」
「······어느 정도 거기에?」
「아니, 아하하···열이 식을 때까지···아니, 당분간 살까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뭐라고 할까···그, 전설의 마물이 눈을 떠버렸다고 할까요, 어쨌든 위험하거든요, 여러가지로.」
「········그 전설의 마물은 나?」
「무슨 말씀이세요, 역무원 ㅆ···············하우아앗.」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모자를 쓴 역무원···아니, 아야카 씨는 뺨을 경련시키면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탈출 경로를 찾는 나.
뭔가 없을까. 눈을 뜨지 못하게 할 것도, 눈을 어지럽게 하는 거라도 좋으니까 어디엔가··········.
차라리 창 밖으로 날아갈까, 그것밖에················.

「밖은 시속 2백 킬로야.」

등골이 얼어붙고 부서지는 것 같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틀렸다. 살해당한다. 차라리 사고로 죽는 쪽이 낫다.

「어딜 도망치려고 하는 거지?」

몸을 비틀고 창문으로 뛰쳐나가려고 하는 내 머리를 꽉 잡는 아야카 씨.
푹푹 하고 살기가 나를 찌른다.

「난도망치려고한게아닙니다.그저경치가아름다워서···」
「다행이다♪ 만약 토모야가 도망치려고 한 거라면 나도 슬슬 실력 행사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될 참이었거든.」

꾹 하고 쥐어지는 역무원이 자주 사용하는 호치키스 같은 것.
그런데 진짜 역무원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어째서 아야카가 역무원의 옷을 입고 있을까.
어째서 피가 옷에 묻어 있을까. 모든 것이 수수께끼였다.

「하하핫, 그렇습니까·····그거다행이군.」

내 「좋은 여행, 꿈같은 기분」은 개시 5시간 만에 부서졌다.










토모야의 집

「그러니까 말야, 천사의 날개를 얻었다고 생각했더니 여기(현세)에 있었어.
토모야도 참, 놀라는 건 알겠지만 갑자기 도망쳤는 걸. 너무해.」

천국에 간 녀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말을 하는 아야카,
소파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전병을 먹고 있다.
흥, 하고 귀엽게 화를 내고 있지만, 녀석은 6시간에 걸쳐서 나를 추적해 온 강자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지?」

물어본다.

「그야~···화가 치밀어오르고 있었는 걸. 어쩔 수 없잖니.」

전혀 어쩔 수 없잖아가 아니잖아, 바보.

입 밖으로 말할 수도 없어서 마음 속으로 외쳤다.

「그러니까 말야∼, 내 집은 이젠 없는 것 같아서∼, 토모야의 집에 열이 붙을 때까지 묵게 해줘.」

교태를 부리면서 곁눈질로 그런 말을 한다.

뚜루루루루루···철컥,

「아, 유에? 좀 부탁할 게 있는데 말야, 너의 집에 빈 방이 있었지.」

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