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 항공모함

2017년 1월 24일 편

前 대만 국방부 차관 린중빈이 중국 언론사 '글로벌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한다면 대만은 72시간을 버틸 수 없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린중빈은 인터뷰가 보도된 후 글로벌 타임즈가 자신의 발언 앞뒤를 다 짤라먹고 호도했다면서 정정 발언을 했다. 그러나 저 인터뷰는 대만 린민들이 대만 방어와 대만군 군사력에 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 논의를 통해 중국의 대(對)대만 여론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힐 수 있다.

상륙 작전은 시간과 돈이 든다

중국은 무력을 통하여 대만을 위협하길 좋아한다. '인민군의 수많은 지대지 미사일이 대만 공군 기지를 마비시켜 전투기들은 이륙하지 못할 것이며 국방부나 총통부같은 지휘 시설은 인민군 공수부대가 습격할 것이다. 인민군의 대규모 상륙부대가 밀어닥칠 것이고 대만 섬은 100시간 안에 중국의 차지가 된다' 대충 이런 표현을 쓴다. 허나 중국의 협박은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현실성이 낮다. 대규모 상륙작전에는 전투기, 군함, 해병대, 상륙함 등이 필요하다. 항해 속도가 느려터진데다 맷집도 약한 상륙 함대를 보호하려면 제공/해권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대규모 상륙작전을 준비하는데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인공위성이나 수천km 밖까지 탐지하는 조기경보레이더를 속이고 비밀리에 준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중국군이 기습 작전을 채택한다한들 그게 대규모 상륙작전일리가 없다. 상륙 작전이 다 준비되었을 때 이미 그 사실이 까발려졌을테니 기습의 효용성은 사라진다. 중국은 기습과 대규모 상륙작전, 둘 중 하나만 실현할 수 있다. 기습적인 대규모 상륙작전은 할 수 없다.

중국이 고전적 스타일의 대규모 상륙작전을 채택할 경우, 아마 1996년 대만 미사일 위기의 사례를 따라갈 확률이 높다. 당시 중국은 대만 해협 근처에 군사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병력을 집중시켜 대만 정부를 압박했다. 군사 훈련이라는 거짓말을 써 대만 가까이에 전력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거기에 중국 언론의 프로파간다도 동시 수행될 것이다. 대만 사회는 혼란에 빠질테고 전쟁이 실제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자멸할 것이다.

이 압박 전략은 공자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군사 훈련을 지속하고, 압박을 늘리고, 대만 섬 외곽의 섬을 점령하여 사태의 위기감을 증폭시킨다. 아니면 야밤에 훈련 중이던 병력이 곧장 대만을 향해 꼬라박아 풀 스케일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중국의 이러한 전략 앞에 대만은 수세적 입장에서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전략에도 약점은 있다. 준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다. 중국이 저걸 준비하는 사이에 대만은 파괴하기 힘든 이동식 지대공/지대함 미사일을 확충하고 해군 군함들을 바다에 배치한다. 전투기들은 동부의 공군 기지로 대피한다. 동부 공군 기지는 산 속에 건설된 지하 기지로 공군 전력 보존에 특화되도록 만들어졌다.

상륙함이 핵심이다

중국의 상륙 함대만 파괴할 수 있다면 전쟁은 끝난거나 다름없다

섬지방 방어 전략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군력도, 해군력도 아니라 적의 상륙 함대를 저지하는 부분이다. 수세측이 주력 상륙 함대를 잡아낸다면 상황은 끝난다. 공습과 해상 봉쇄만으로는 항복을 얻어낼 수 없다. 이는 코소보 전쟁에서 증명되었다. 서방 세력이 공중 폭격을 죽어라고 날렸는데도 세르비아군은 항복을 거부하며 버텼다. 오히려 멀쩡히 싸울 수 있을만큼의 전투력을 보존했다. 

매년 시행하는 한광 군사 훈련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 대만군의 제1목적으로 입력하는 게 '전투력 보존' 이다. 중국군 상륙함대가 나타나 서부 지역에 병력을 풀어놓을 때까지 기다리다 반격할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만 해/공군이 전력을 보존한 채 버티고 있다면 중국군은 감히 제해/공권을 확실히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군은 상륙 작전 실행을 주춤할테고 대만은 외국군의 지원을 받아 승리할 시간을 번다. 대만군이 전력을 길게 유지할수록 외국군의 지원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이는 중국에게 좋지 않다.

그러므로 중국이 전통적 상륙 작전을 채택한다면 대만 린민들이 알아서 자포자기하지 않는 이상 대만 해협의 위기감은 높아질 것이다. 대만은 섬에 상륙할 중국군을 저지하기 위한 해/공군 전투를 준비할텐데 이 격전은 일 단위로 측정될텐데 72시간만으로는 부족하리라고 생각된다. 1996년 제3차 대만 해협 미사일 위기를 예로 들자면 사태 시작부터 종결까지 총 6개월이 소모되었다. 인민해방군은 그 중 2개월을 병력 모으는데 썼다. 

공포의 타강급 초계함

공포의 슝펑-3 초음속 대함미사일

이러한 맥락에서 대만이 발전시켜야 할 무기 체계는 생존율이 높으면서 전력을 보존하기 쉽고, 중국군의 대형 상륙 작전을 저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대만은 슝펑-2/3 대함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고속 기동 스텔스 함정인 타강급 초계함과 광화 6호 고속정을 개발 및 배치했으며 세계에서 몇 안되는 공대함 미사일도 실전 배치했다. 바다에서 장기간 잠복하다 상륙 함대를 조지는 능력이 탁월한 잠수함의 경우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만 스스로 건조하고자 노력 중이다. 중국은 대만이 잠수함을 보유하는 걸 막으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중국은 비공식적인 전술만 채택할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을 72시간 안에 먹고 싶다면 비공식적 전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 공작원들이 대만 방공 시스템에 침입, 방공 체계를 마비시킨 후 동시다발적으로 전술 탄도 미사일을 쏟아부어 정부 청사를 파괴하고 주요 전술 노드를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정밀 타격하여 명령 체계의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대만군의 지대공 체계를 청소한 후, 군용기나 헬리콥터를 타고 침투한 특수부대가 대만 정부 시설을 급습하여 확보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전은 싸고 빠르게 먹힌다. 중국은 대규모 상륙 작전을 준비함과 동시에 미군의 지원을 막으려고 전전긍긍할 이유가 없다. 대만이 자유민주주의 사회라는 사실도 약점이다. 정부 청사와 군 기지에 대한 보안은 상대적으로 낮으며 접근성이 높다. 중국 에이전트들은 정체를 숨긴 채 대만 내에서 오랫동안 잠복 중이다. 특수부대 또한 중국 관광객으로 신원을 속이고 대만으로 들어울 수 있다. 

허나 비공식적 전술의 약점은 리스크가 너무 높다는 데 있다. 비공식적 전술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중국군은 대규모 병력을 준비한다는 식의 행동을 못 한다.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비공식적 전술의 성공 여부는 온전히 중국군 특수부대와 에이전트들에 달려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엔 인민군의 장점인 수적 우세를 활용하지 못한다. 뭐가 되었든 대만군보다는 숫자가 적을테니까. 초기에 발각될 경우 대만 정부/군 기지는 경계를 강화할 것이다. 인민군 특공대가 초반에 일으킨 혼돈이 가라앉은 후, 대만군이 압도적인 화력과 수적 우세로 토벌 작전에 나설테고 중국 에이전트/특수부대는 손쉽게 뒈짓할 것이다.

중국은 비밀 작전도 실패한데다 대대적 침공 작전은 시도도 못할거다. 공산당은 수습 불가능한 정치적 역풍을 맞을수도 있다. 오늘날 대만은 법적인 레벨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추구하진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 수단 가운데 물리적 수단을 우선적으로 동원하진 않으리란 사실때문이다.  어쨌거나 비정규적 전술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매우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린중빈 전 차관도 인터뷰에서 중국의 작업이 결실을 맺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말했다.

점혈전(點穴戰, 비대칭전쟁)에 대한 다른 생각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성공적으로 꿀꺽한 사례를 예로 들자. 러시아 특수부대는 우크라이나 사회에 카오스를 일으키며 침투, 우크라이나 정부와 크림 반도를 연결하는 통신망을 절단하고 주요 수송 거점을 차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 내지 친우크라이나 인민들을 억압하고 친러시아 계열로 구성된 과도 정부를 보호하며 크림 반도의 통제권을 과도 정부에게 넘겨줬다. 중국은 러시아의 기습 전술을 보고 배웠을 게 분명하다.  

중국 특수부대가 대만 사회를 마비시킨 뒤 친중국 과도 정부를 만들어서 대만 정부를 몰아내고 과도 정부로 바꿔치기하여 군 통솔권을 포함한 정부 권한을 넘겨준다. 괴뢰 정부는 친중국 대만 언론사를 통해 새 정부가 옛 정부를 이어받았다는 프로파간다를 전파, 저항군의 사기를 꺾는다. 

친중국 대만 언론사는 중국 특수부대의 보호를 받으며 보도를 계속한다. 중국은 이처럼 미디어를 이용하여 양안 전쟁에서 승리하려고 들 가능성이 높다. 대만 정통 정부가 혼란에서 회복되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상황이 꼬인 판국에 효과적으로 반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수부대로 통신/지휘/교통 체계를 차지한 다음 친중국 괴뢰 정부를 만들어 대만을 차지한다는 전략에 맞서 대만은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난 생각을 해야한다. 군에서 은퇴한 군 장성들이 양안을 뺀질나게 드나드는 걸 의심하며 대만군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식으로 통제를 강화할 수도 있으나 다시 잘 생각해야 한다. 헌법에 규정된 집회 및 퍼레이드의 자유와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조직 폭력단 간의 겅계선은 무엇인가? 중국 관리들이 개인 자격으로 대만을 방문하는데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해서 마구잡으로 조사해야 하는가?

대만은 냉전 체제의 권위주의 정부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인권 침해 우려가 농후한 사안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방첩국이 뭘 조사하겠다며 함부로 나섰다간 대만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다면서 자유 대만에 관심있는 린민들이 나설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대만의 핵심 가치이며, 대만 정부는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상책의 용병은 계략을 공격하는 것이다

린중빈 전 국방부 차관

세상에 완벽한 전술따윈 없다. 대만 황색 언론의 개지랄과 달리 중국군의 전술 또한 장점과 단점이 둘 다 존재한다. 손자병법의 설명에 의하면 '故上兵伐謀 그러므로 최상의 전략은 음모를 깨는 것이고，其次伐交 그 다음이 외교를 깨는 것이고，其次伐兵 그 다음이 군대를 깨는 것이고，其下攻城 그 아래가 공성이다。攻城之法 성을 공격하는 건，為不得已 부득이한 경우다'

성을 공격하는 건 곧 대만을 직접 공격하는건데 기습 공격이든 대규모 상륙 작전이든 100km 넘는 해협을 건너야한다는 점에서 성 공격보다 훨씬 힘들다. 이 어려움때문에 최근 중국이 언론/외교전으로 방향을 바꾼거다. 前 대만 국방부 차관 린중빈과 글로벌 타임즈와의 인터뷰도 맥락이 같다. 글로벌 타임즈는 린중빈의 발언을 왜곡하여 보도했다. 이는 전형적인 언론전이자 대만 린민의 사기를 떨어트리려는 수작이다. 하지만 성을 공격하는 건 부득이한 경우고 대만 사회가 저항을 포기 안 하는 한 중국은 해협을 건널 시도조차 못할 것이다.

린중빈은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앞으로 300년 간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지 말고 양안 간 평화를 모색하자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중국에게 우회적인 경고의 메세지를 보낸 것이기도 한다. 

양안 간 관계에 대한 평화적 해결책은 존재하나 대만은 위협적 무기 개발을 중단해선 아니된다. 옛날부터 대만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두려움/중국이 레알 협박해서 무기 개발을 포기한 적이 많았다. 전갈 전략은 '적을 먼저 자극하지 않는다'가 요점이다. 그러나 독침이 없으면 전갈은 평범한 벌레에 지나지 않는다. 차이잉원 정부는 대만의 독립을 유지한 채 양안 관계를 유지하고 중국에게 선의를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허나 군사력을 확충하여 중국에게 '네가 어떤 전략을 구상하든 대만을 72시간 안에 점령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만약 대만의 안녕을 위협한다면 중국은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대가릴 치뤄야 할 것이다'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