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兔子洞)"]

어느 날 오후.

나는 사무용 의자에 앉아서 어렵게 얻은 휴식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차를 한 잔 따라 마신 후, 나는 사무용 컴퓨터의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새로운 전자우편도 없고, 해군 체계에도 새로운 미처리 사항이 나타나지 않았다. 좀 더 쉬어도 될 듯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항상 돌발 사건이 발생해서 내 꿈을 깨곤 한다.

여성의 목소리: 여~! 제독! 내가 돌아왔어!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유바리: 예상대로 여기에 있었네!

제독: 점심 시간에도 집무실에 있을 사람은 나뿐이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겠지.

유바리: 하하, 얼굴색도 안 변하고 장난을 치다니. 마침 내가 제때 온 것 같네.

제독: 안 좋은 예감이 드는걸.

유바리: 속마음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어쨌든 예감은 적중했어.

유바리: 확실히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어.

제독: 나에게 직접 와서 설명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

유바리: 그 정도는 아니야. 잠깐, 아직도 몰랐어? 나는 튜링이 고장나서 온 거야.

제독: 튜링이 고장나?

유바리: 맞아. 아직 원인은 분명하게 밝히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튜링이 맡은 일부 체계가 일시적으로 마비되었어.

제독: ……설마 전자우편 체계가 포함된 건 아니겠지.

나는 새로운 소식이 오지 않던 전자우편과 해군 체계가 떠올랐다.

유바리: 정답~ 그래서 내가 가장 먼저 찾아왔지. 중요한 소식은 놓치면 안 되잖아, 그렇지?

제독: (어깨를 으쓱하며) 일부러 달려와서 보고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그 시간에 체계를 수리하는 게 좋았을 텐데.

유바리: 그게 끝이 아니야. 내가 제독을 찾아 온 이유는, 나 혼자서 고칠 수 없어서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야.

제독: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유바리: 하하, 의심도 병이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주저할 것 없이, 바로 튜링이 있는 데이터 센터로 같이 가자! 가는 길에 자세히 설명해줄게.

데이터 센터로 가는 길에, 유바리는 자신이 어떻게 체계가 멈추는 것을 발견했고, 어떻게 신속하게 문제점을 발견했는지 생생하게 묘사했다. 튜링의 연산 코어는 은색 물질로 덮여 있었는데, 그것이 물리적으로 튜링과 외부의 자료 전송을 막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그것을 떼어 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체 체계의 안정성을 손상되지 않도록, 결국 그녀는 '확실한' 방법을 선택했다.

그녀는 투명한 화면이 있는 헬멧을 내게 건냈다. 나는 그녀가 다음에 할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유바리: "심층 침입 체계"! 제독은 안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나는 밖에서 그 자료를 분석해서 백신을 만드는 거야. 안팎으로 협력해서 배후를 찾는 거지!

제독: 나는 자료 수집만 하는 거 맞지?

유바리: 에이, 안심해~ 내가 밖에서 보고 있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제독을 강제로 꺼낼 수 있어. 침입 체계에 빠져서 남은 인생을 보내게 하지는 않을게~

제독: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일반인이라면 즉시 도망갔을 거야.

유바리: 여기까지 올 용기가 있는 녀석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지~

제독: 그럼 부탁할게, 박사. 오늘 밤에 해군의 방문 취재 일정이 있는데, 놓치고 싶지 않아.

유바리: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침입 체계에서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외부와 다르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해보면 알 거야.

제독: 그럼, 이 탐험은 어떻게 시작해?

유바리: (한쪽을 가리키며) 이 기구에 누워 있으면, 기구가 자세를 조절해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줄 거야.

유바리: 그리고 헬멧을 쓴 상태로 멋진 시동어를 생각하면 돼~

제독: 시동어는 필요 없잖아.

유바리: 하하, 들켰네. 꼭 있을 필요는 없지만, 재미있으니 좋잖아. 실험 기록에 남기면 지루하지도 않고~

제독: 그래,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나는 한숨을 쉬며 큰 어항처럼 보이는 그 '기구'에 누웠다. 잠시 후, 기구의 바닥에서 무수히 많은 기둥이 뻗어 나와 내 몸을 받쳤다. 의외로 금속 광택이 나는 기둥은 실리콘처럼 부드러워서 매우 편안했다.

유바리: 결정했어?

유바리는 헬멧 작동용으로 보이는 단말기를 하나 집어들었다. 그녀가 더 기다리지 않도록, 그리고 이 추가 업무가 최대한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하려면……

제독: ——세계를 재구축하자, 박사.

유바리: 오오! 그 문장 괜찮네! 좋아~ 같이 한번 더!

제독&유바리: 세계 재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