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글은 제목처럼 "마우스에 고속충전기 쓰면 안돼!" 라고 무작정 주장하는 글이 아님.

정확히는 제조사 입장에서, 현재 usb 고속충전기 시장의 현황 기준에선 나름대로 그럴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휴대폰 고속충전기를 쓰지 말라고 권고할 수밖에 없다는 걸 말해주고 싶은거임.

USB 충전규격의 종류 - 표준방식

현재 USB라는 인터페이스를 관리하고 개발하는 주체는 USB 임플리멘터스 포럼이라는 곳임. USB-IF라고도 부름. USB를 이용한 충전규격이 다양하게 있는 데, 그 중에서 USB-IF에서 개발한 표준 충전규격들을 큰 범위 내에서 정리하면 USB-BC라는 것과 USB-PD 둘로 나뉨.

USB-BC는 5V 1.5A로 7.5W를 구현한 규격으로, 사실상 USB 충전이라 하면 정말 싹 다 이 BC규격을 최소선으로 잡고 개발됨. 모든 USB충전규격의 기반은 이 BC로부터 시작된다 보아도 무방함.

그 안에서도 5V 0.5A(2.5W)로 출력되는 SCP라는 규격이 있는데 대부분의 컴퓨터 usb포트는 이 SCP방식을 채택한 경우가 많음.

그리고 2010년도 이후에 개발된 USB-C타입과 이 C타입을 기반으로 개발된 전원규격인 USB-PD가 있음. 이 PD규격은 5V부터 48V까지 단계적인 전압 상승을 통해 케이블 호환성을 높이면서도 여러 충전속도에 대응할 수 있기 위해 개발됨. 그래서 5A 케이블 하나만 사면 이어폰부터 노트북까지 충전이 가능한 것임.

C to C 5A 케이블의 경우엔 E-marker라는 IC가 케이블 내부에 탑재되어 있는데, 이 E-marker의 작동방식은 다음과 같음.

1. 충전기와 기기를 연결함.

2. 케이블의 e-maker칩이 케이블의 스펙 정보를 충전기와 충전받는 기기에 쏴줌.

3. 충전기와 충전받는 기기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얼마만큼의 전압과 전류로 충전을 하는 게 적당한지 쇼부를 보는 거.

그래서 C to C 5A케이블만 있으면 사실상 현존하는 모든 C타입 충전기와 C타입 기기들에 써먹을 수 있는 거지. 그래서 표준인거고.

USB 충전규격의 종류 - 비표준방식

여기서부터 이 글의 핵심임. usb 충전방식은 usb-if에서 정한 usb-bc와 usb-pd만 있는 게 아님. 각 제조사들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규격들이 문제가 됨.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퀄컴 퀵차지가 있음. 퀄컴 퀵차지는 3.0까지는 USB-IF의 규격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개발된 충전규격인데, 퀄컴 스냅드래곤이 여러 스마트폰에 탑재되면서 자연스럽게 퀄컴 퀵차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쪽에서 고속충전의 실질적 표준 규격으로 자리잡히게 되고 USB 고속충전기라 함은 퀄컴 퀵차지 지원 충전기를 의미하는 지경까지 갔던 시기가 있었음.

그 외에도 삼성의 어댑티브 패스트 차징, 미디어텍의 펌프 익스프레스 등이 있었는데 USB-PD규격의 등장으로 18W 이상의 고속충전에 대응이 가능해지고,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USB-PD 지원을 의무화하면서 퀄컴 퀵차지 규격은 점차 사장되어가는 상황임.

하지만 문제는 중국쪽 고속충전 규격임.

중국 스마트폰들은 이제 120W정도는 기본적인 고속충전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충전속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게 사실 USB-PD를 이용해서 구현하는 게 아니라, USB-PD와는 무관한 독자적인 규격과 독자적인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구현되고 있는 기술들임.

USB-PD의 경우엔 충전기쪽의 전압을 올리고 대신 케이블은 3A와 5A 케이블 두 개만을 씀. 그런데 중국제조사들은 충전기, 케이블, 충전기기 모두가 서로 독자적인 규격대로 개발이 됨.

대부분 A to C 방식으로 케이블이 수용가능한 전류를 표준인 5A보다 더 높은 6A~7A로 잡고 개발하고, 대신 충전기 전압을 PD보다 더 여유롭게 만드는 식으로 고속충전에 대응함. 이러면 고전압에 따른 충전기 개발비용과 단가를 아낄 수 있으니.

하지만 PD와는 전혀 별개의 규격이라 당연히 케이블엔 e-marker칩도 없고, PD나 BC규격을 지원하는 C타입 기기들은 이 전용규격들의 충전기와 케이블 정보를 온전하게 인식하기 힘듬.

왜 고속충전기로 소형가전들과 마우스를 충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는가

제조사 입장에서 스마트폰 충전기로 마우스 충전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드러남. 여전히 PD규격 외에도 각 제조사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독자 고속충전규격과 이 규격대로 만들어진 고속충전기들이 시장에 범람하고 있고, 퀄컴 퀵치지 충전기들도 C타입 PD충전기들에 밀려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유통중임.

그리고 이런 독자적인 고속충전 방식들은 기본적으로 USB-IF의 표준 충전규격을 상정하고 개발된 것들이 아님. USB포트를 탑재한 소형가전들 입장에서도 PD충전기와 E-marker가 탑재된 C to C 케이블을 이용해 충전할 경우 충전기쪽에서 "이 존만이는 저속충전만 지원되는 물건이구나" 하고 알아서 충전속도를 조절해서 쏴주는데 비해, 스마트폰 고속충전기들 중 독자규격을 사용하는 물건들은 애초에 케이블의 저항값부터가 다른 경우가 은근히 많아서 기기 입장에선 잘못된 케이블을 쓰는지도 모르고 충전기에 과요구를 해서 그대로 기기 보드가 튀겨져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

이런 복잡한 정보를 제조사들이 하나하나 소비자들에게 설명해줄 순 없는 노릇이니 그냥 깔끔하게 "스마트폰 고속충전기 쓰지 마!" 라고 해버리는거고. 그리고 사실 이것저것 다 따져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게 맞음.

그럼 뭐 써야 하는데?

그냥 컴퓨터나 노트북 USB포트에 기본 번들케이블 주는 거 물려서 쓰는 게 제일 안전빵임. 컴퓨터나 노트북 USB포트는 기본적으로 끽해야 USB-BC 바탕으로 저속충전만을 지원하는 경우가 대다수임. 애초에 외장하드나 소형 허브같은건 USB-BC의 전원공급만으로도 커버가 되는 물건들이니까.

정 별도의 어댑터를 통해 충전을 해야하겠다 한다면, USB-BC 바탕의 5V짜리 저속충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권함.

뭐 대충 이런 거 있잖아. 옛날 스마트폰용 충전기들. 5V 1A~2A짜리 충전기들이 딱 제격임.

아니면 PD충전기를 쓰되 e-marker가 탑재된 표준 5A C to C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음. 애초에 USB-PD충전기들은 USB-BC를 하위지원하고 충전기하고 기기하고 서로 알아서 충전정보를 협상하니 문제가 될 확률이 거의 없음.

충전받는 쪽의 전원 IC가 개복치 ㅄ이면 튀겨질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