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는 히틀러 정권 초기, 2부는 2차 대전 직전, 3부는 쳐발리고 다뿌사진 뒤에 빌빌대는 시기가 배경임.

시대 배경이 흥미롭고 실제 나치들의 이름이 등장해서 재미있다.

1부는 히틀러 색히 미친 거 아님? 하는 냉소적인 독일인들이 많이 나오지만 2부에는 히틀러에 감화된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서 짧은 시간 내에 독일 내 분위기가 얼마나 바뀌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하긴 당장 1부 제목인 3월의 제비꽃부터 히틀러 집권 이후 급격히 늘어난 나치당원들을 비꼬는 표현이니까...

작가는 필립 커. 3부작까지 쓴 뒤에 15년이 지나고 후기 베르니 귄터 시리즈라고 또 시작해서 11권을 더 썼다고 한다. 그러니 일단 3부작에서 한 번 완결이 났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울 나라에는 18년 1월에 번역이 되었는데 작가는 18년 3월에 죽었다. 작가가 죽는 건 언제나 슬픈 일이다.

1부는 딸 부부를 잃은 철강 재벌이 딸네 금고에 있던 보석을 찾아달라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페이지 터너인데 완성도가 아주 높다. 추리소설의 완성도는 1부가 가장 뛰어나다.

2부는 독일 소녀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언론 통제 상태의 독일에서 수사를 하는 형사라는 설정이 매력적이다. 허나 추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꽤나 날림이다. 역사소설로 봐도 음... 대신 유명한 나치들이 많이 등장하다보니 나찌나찌한 재미는 있다.

3부는 베를린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빈이 배경이다. 베를린의 거지 꼴이 초반에 인상적인데 빈은 좀 덜 거지 꼴이다. 충성스러운 나치 앞잡이에서 피해자로 둥기둥기받는 빈의 이중적인 모습을 섬세하게 그렸다. 2부에서 동료였던 베커의 누명을 벗겨주려고 돌아다닌다는 게 주된 내용인데 2부보다는 완성도가 높다. 추리소설의 완성도는 그럭저럭이나 시리즈 피날레라는 관점에서는 꽤 괜찮다.

역사추리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은 그 시기에 흥미가 있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겠다. 작가는 히틀러 시기에 필립 말로가 있었다면 어떤 이야기가 일어났을까? 라는 상상으로 이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하니 비슷한 궁금증을 가져야 작가가 만든 세계가 흥미로울 것이다. 허나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독일이 아니고 일본한테 쳐맞느라 바빴던 우리나라 입장에선 뭐 그닥... 하는 느낌이 강할지도? 그래도 잘 쓴 작품이다.

복합적이고 위태로운 시대를 배경으로 거칠지만 매력적인 주인공이 활약하는 소설이다. 이것만으로 사실 충분히 읽을 가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