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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스포있음)아시베 다쿠 - 오마리 가문 살인사건

ㅁㄴㅇㄹ(108.183) 2022.07.02 14:29:04
조회 111 추천 6 댓글 0
														

오사카 상업의 중심지 센바에 자리잡은 오마리백약관은 에도시대 잡화점으로부터 시작해 메이지시기 화장품 제조업에 뛰어들어 큰 부를 일궈낸 상회였다. 2차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쇼와 19년 (1944년), 오마리가의 장남 타이치로의 아내 미네코는 군의관이었던 남편의 중국파병을 계기로 오마리 상회에서 본가의 가족 및 점원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 전쟁으로 인해 화장품 산업이 쇠퇴하면서, 과거의 명성이 무색하게 점점 쇠락해가는 오마리가. 그리고 그 와중, 오마리 가문의 일원들이 차례차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기 시작한다.


작년 일본 미스터리계 최고의 평을 받았던 작품이라면 아마도 온갖 상을 다 휩쓸었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흑뢰성”이겠지만, 그 와중에 2022년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흑뢰성”과 공동 수상하고, 일본추리작가협회 장편 상을 수상하면서 나름 선전하였던게 바로 이 작품, 아시베 다쿠의 “오마리 가문 살인사건”이다. 이 작품은 근래의 많은 본격 미스터리 작품들이 메타픽션이나 특수설정쪽을 모색하는 와중에 기발한 아이디어보다는 고전 작품으로의 우직한 회귀를 선언하였고, 그 시도가 꽤나 잘 먹혀들었다.


방금 말했던 고전 본격 미스터리의 오마주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인데, 저자는 후기에서 요코미조 세이시가 주로 고립된 시골마을이나 화족사회를 배경으로로 그려내던 전통적인 인습과 변화하는 시대의 충돌을 오사카의 상인 집안으로 옮겨보고 싶었다고 시사하고 있다. 폐쇄적인 상인 가문의 관습과 개인의 욕망간의 충돌, 가문에 숨겨진 혈통의 비밀등, 고전 본격 미스터리에서 주된 주제로 쓰이던 폐쇄적인 집단의 일그러진 정념이 만들어내는 갈등을 다시한번 소재로 쓴 만큼, 이런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또 192-30년대 서구 고전 미스터리 작품들(존 딕슨 카, 크로프트, 반 다인등)이 작중에서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고 있고, 사건의 전개나 추리 곳곳에서도 오마주가 들어가있다. 마지막 범인이 밝혀지는 결정적인 부분은 굉장히 유명한 모 고전 추리소설을 절로 떠올리게 만들고.


또, 이 작품의 짜임새는 미스터리 소설뿐만 아니라 역사소설로서도 꽤 잘 만들어져 있다. 미스터리의 소재인 오마리 가문의 살인사건은 전통적인 상인 가문이 변화하는 시대와 전쟁으로 인해 어떻게 부와 권세를 잃고 몰락하는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고전 추리소설은 사건의 소재인 동시에 작중의 특정인물들에게 있어서는 전쟁이 만들어낸 억압된 사회속에서 개인의 안식을 찾을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는데, 이 점에서도 사건과 역사적인 시대 배경이 꽤나 유기적으로 잘 짜여져 있는 편이다. 사건이 미군의 폭격으로 오마리 상회가 불타면서 일단락 되고 해결편이 완전히 불타 없어진 오마리 상회의 옛터에서 사건 관계자들이 다시 모인 가운데 전개되는것도 그런 점에서 일종의 상징성을 띄고 있다.


독자가 읽는 도중 스스로 의문점을 가질 수 있게끔 군데 군데 떡밥들을 잘 배치해놨고, 이 의문점들은 마지막 추리파트에서 깔끔하게 해소가 되기 때문에 그 점에 있어서는 굉장히 정밀하게 만들어진 미스터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발한 트릭이나 반전으로 승부를 보는 작품은 아니고, 무엇보다 탐정의 역할이 작중 크게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약간 뜬금없는 감이 있음) 이런 점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할수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훌륭한 고전 미스터리로의 회귀고, 상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함.

흑뢰성이 번역되어 나온다는 소식을 봤는데 혹시 이것도 번역이 되려나 모르겠다. 혹시 원서로 읽을 생각이 있다면 오사카 사투리가 엄청 많이 나오니 그 점을 감안하길. 특히 첫 챕터는 상회의 어린 직원의 시점에서 서술하는 거라 전체가 오사카 사투리로 쓰여져있는데 이것 때문에 초장부터 어려워 죽는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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