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었는데 정리 안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스포있음

1. 아카네의 친부는 누구인가?

오리사쿠가의 첫째 딸은 아예 다른 어미에서 나왔고

셋째 딸은 고용인과의 요바이로 출생

넷째 딸은 할아버지의 배다른 자식과 근친상간으로 얻었다

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아카네의 친부를 소설에서 정직하게 알려주질 않음. 내가 너무 둔해서 눈치채지 못한건가?

하권 p.357에서 추첸지가 아사다 대의사, 와타나베 씨 운운하는데 작중 이런 성씨를 가진 건 내가 기억하는 한 아사다 유코, 와타나베 사요코(성 베르나르 학원의 희생자들) 뿐임. 작중 묘사에선 각각 정치인과 선주 집안이라고 나왔는데, 애초에 추첸지가 이 사람들을 왜 언급한건지 모르겠다. 오리사쿠가의 인습을 두고 '좋은 씨'를 받기 위함 운운하는 대목이 있었고, 오리사쿠 마사코가 할머니의 영향 아래 요바이를 했다는 것도 묘사된 걸 보면 재계 거물들이 엮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정작 등장하는 오리사쿠가의 딸들을 보면 재계 거물을 생물학적 아비로 둔 건 아무도 없음.

그래서 대체 뭔데? 맥거핀이야?

2. 혼다 고조는 사요코를 임신시킨 게 맞는가? 그리고 과거에 아카네를 강간한 적이 있는가?

작중 사요코가 임신했다고 고백하는데, 정작 경찰의 입을 빌려 혼다가 무정자증임이 밝혀짐. 사요코가 임신했던 건 맞는건가.

그리고 하권에서 추첸지의 설명을 보면 본래 공무원이었던 혼다는 이런저런 성추문 때문에 파면되었고, 이후 자산가의 딸(아카네의 동급생이라고 언급)을 학생일 때 건드려서 결혼했다는데(한국에서도 강간 피해자를 법정에서 결혼시켰던 옛날 사례가 있으니 딱히 놀랍지는 않지만) 그러면 과거에 아카네는 혼다에게 강간을 당한 적이 있고, 그래서 원한을 품고 있기에 계획의 일부로 끌어 죽인걸까

3. 아카네가 독으로 죽인 건 누구인가? 그리고 갑자기 웬 독임?

교고쿠가 자꾸 거미는 자기 손으로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언급하는데, 정작 결말에선 독을 썼다고 언급함. 1년 전, 두 달 전, 일주일 전이라고 말하는데 아마도 일주일 전이 이오코 도지 일거고, 두 달 전은 한창 사건이 벌어지고 있던 때니까 아마 오리사쿠 유노스케 같은데 1년 전은 누구 말하는 건지 모르겠음. 교고쿠도 시리즈 중 1편 우부메만 읽고 바로 이걸로 넘어와서 모르는건가? 작중 1년 전이면 우부메랑 망량 같은데, 망량 등장인물 중에 누구랑 관련있는거임?

그리고 아카네가 1년 정도 약학학교 다녔다는 건 꽤 초반부터 언급 되었던 것 같지만, 정작 3권에 달하는 스토리 중에 독과 관련된 언급이 직접적으로 나온 건 없다시피 하잖아. 백분 알레르기를 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뭔가 너무 뜬끔없음

4. 가와시마 기이치 그리고 목 메단 오두막의 진실?

가와시마 기이치는 이시다 요시에와 가와시마 신조의 아버지 사이의 자식이고, 이시다 요시에는 오래 된 인습에 따라 요바이를 하며 살았으나 오리사쿠 유노스케가 창녀 취급해서 자살. 기이치는 형인 신조가 전쟁에서 살아 돌아와 가독을 물려받을 일이 없어지자 혼자 살게 되고, 어머니가 죽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아카네가 분탕을 쳐서 세 창녀가 어머니를 죽였다/내지 죽음에 관여했다고 잘못 이해함.

여기서 세 창녀가 실제로 오두막에서 얼마간 살았던 건 진실. 창녀 멤버는 다카하시 시마코, 마에지마 야치요, 그리고 밝혀지지 않는 한 명. 그런데 아카네는 여기서 교묘하게 거짓말을 섞어 그 한 명을 가와노 유미에로 고침. 가와노 유미에는 전후 일본이 운영한 R.A.A. 에서 창부들 관리역(?) 이었다는 언급 있었고. 교고쿠가 말하는 걸 보면 밝혀지지 않은 한 명이 아카네였던 건 분명한데, 그럼 아카네는 도대체 언제 어떻게 집을 나가 그런 생활을 하고 있던 것인지? 약학학교 1년 떡밥이랑 엮어서 생각하면 학교 다니면서 R.A.A.에서 일했다는건가?

R.A.A. 관련 대화에서 돈이 목적이 아닌 이도 있었다 어쩌구 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게 오리사쿠 아카네 처럼 요바이 인습에 따라 매매춘이 아닌 매춘으로서 일한 사람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것인가?

어쨌든 재벌 그룹 회장의 사모님으로서 화려하게 고노하나사쿠야히메가 되려면 본인 과거를 아는 사람을 다 지워야 할테니 죽여야 했다는 동기는 알겠는데, 그럼 가와시마 기이치의 역할을 딱 거기까지였던거임??? 상권 극초반부터 언급되는 이름이라서 얼마나 중요한 키 인물인가 싶었더니, 교고쿠가 기이치를 조종 어쩌구 하면서 언급한 것도 그냥 '아카네 당신이 기이치한테 잘못된 정보 알려주고 세뇌한 것처럼, 나도 잘못된 정보 알려줘서 당신을 범인으로 몰 수 있다' 정도였던건가. 뭔가 허탈함.

5. 그래서 거미는 신이야? 이게 다 돼?

물론 교고쿠가 직접 '계획해놓고도 본인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식으로 말하고, 계속해서 '다 등장인물일 뿐이고, 실패를 전제하고 짠 계획이고, 무엇을 하든 다 진범이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 하는데... 읽으면서도 납득이 잘 안감. 클라이막스 신이라고 할 수 있는 거미 저택에서의 불제와 대참사도 지나칠 정도로 우연에 기댄 결과가 아닌지. 물론 그렇게 많이 죽지 않았더라도 그 난리가 나면 오리사쿠 가는 박살날 수 밖에 없으니 아무튼 이 또한 무당거미의 이치라고 하면 할 말 없긴 함

그래도 초인이나 마찬가지인 교고쿠나, 진짜로 초인인 탐정 양반 조차 속여넘기고 장기 말로 다루는 빌런이라니...심지어 그 빌런의 수법이 이런 거라니...납득이 잘 안간다.

작가의 귀신들린 필력에 감탄하며 빠져들듯이 읽었는데, 완독 후 다시 훑으면서도 정리가 되지 않아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