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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부드러운볼] 기리노 나쓰오 소설 리뷰 (스포 경고)

메티에르(121.171) 2023.09.01 13:50:07
조회 221 추천 9 댓글 2
														

기리노 나쓰오를 좋아합니다. 일본 미스터리 작가 중에서, 보기 드문  뛰어난 문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사건 보다 인간에 집중하는 그의 스타일 역시 마음에 듭니다

 

부드러운 볼의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홋카이도의 깡촌에서 태어나,  별 볼일없는 부모 밑에서 분노를 삭히며 살아온 카스미, 그녀는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를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도쿄로 갑니다.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생존. 조악한 중소기업에 들어가 악착같이 삶을 버티고 있죠.  그녀는 스스로 의식하진 못하지만 깡촌에서 살아남은 야성적인 아름다움과  예쁜 외모를 동시에 가진 인물. 중소기업 사장인 미치히로는 그녀에게  뜻밖에 고백을 하고 카스미는 그 청혼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두딸을 낳고 살아가죠. 사실  그녀는 생존을 위해 미치히로를 선택한 것 그런데 결혼을 하고나니 미치히로는 그녀가 버리고 온 홋카이도처럼 느껴집니다. 야성 넘치는 그녀를 구속하기엔 너무도 작은 존재 그녀는 삶자체에 갑갑함을 느끼죠

 

이떄 그녀에게 불륜상대인 이시야마가 나타납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좋은 대학을 나오고 많은 돈을 벌고 있는 디자이너 이시야마, 그녀는 카스미의 남편 미치히로에게 일감을 주는 일종의 고용주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시야마는 카스미를 본 순간부터 그녀에게 끌립니다. 다만 카스미에겐 남편이있고 이시야마에게도 결혼을 약속한 참한 와이프가 있었을 뿐 언젠가 한번 수작을 부려봤지만 카스미는 이시야마에게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었죠. 그런데 갑자기 카스미가 그에게 달려듭니다 사실 카스미는 미치히로만 아니면 그 대상은 아무나 상관없었죠. 시작은 일탈이었지만 이들의 불륜은 서서히 불붙습니다. 그리고 이시야마는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 홋카이도에 별장까지 구입하게되죠. 카스미 역시 이시야마와 함께하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못하죠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시야마는 계획대로 별장을 구입 후 미치히로 부부를 초대합니다. 불륜에 완전히 빠져버린 그들은 밤늦게 만나 서로 밀회를 즐기죠. 이떄 카스미는 딸을 버리고 이시야마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제는 다음날 딸 유카가 실종되었다는 것 마치 연기처럼 유카는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카스미의 세계도 무너집니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점은, 딸의 실종 사건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고 있지만 지배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가 사라진 사건은 배경으로만 기능하고,  사건에 얽힌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하나씩 해부하며 보여준다는 점에 있죠. 이시야마와 카스미는 둘다 욕망에 솔직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입체적인 욕망을 지니고 있죠. 그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소망합니다. 운이 없었던것은 하필 그들이 불륜으로 만났다는 것 카스미는 언제나 현실을 도피하면서 누군가를 만나 다른 세계로 떠나려하고 반대로 이시야마는 야생미 넘치는 그녀를 길들여서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다만 유카의 실종은 카스미라는 인간을 완전히 망가뜨려 버립니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저주하고 또 후회합니다. 자신이 딸을 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품었기에 결국 그렇게 되었다고 믿고있죠.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든 딸을 찾아야 합니다. 딸을 찾아야만 자신의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믿고있는 것이죠

소설의 중반부쯤부터 우스미라는형사가 나타납니다. 그는 완전히 출세 지향적이고 범죄자를 쫓는것에 집착적으로 달라붙지만 췌장에 생긴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 고작 얼마 남지 않는 삶을 유카의 실종에 쏟아붇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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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미와 카스미는 일종의 여행을 합니다. 명목상은 유카를 찾는 것이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서로 알고있죠. 다만 우스미는 사건의 진실에 관해 집착적으로 파고 듭니다. 그는 사건 당일 별장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범인을 찾아내려합니다.

 

스포

 

우스미와 카스미는 유카를 찾는 여행을 함께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반추합니다. 카스미는 결국 이시야마를 다시 만나 그녀가 사랑했던 대상은 이시야마가 아닌, 자신이 투영한 욕망이었단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착각했던 것이었죠.  우스미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녀는 오래된 집착을 벗어버립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홀로서기를 결심하며 소설은 끝나게 되죠

 

 원래 작가는 소설속에서 진범의 형상을 그려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편집자가 범인을 직접 지칭하는 것에 반대했다고하죠. 만약 범인의 정체가 드러났다면 이 소설은 평범한 추리소설의 범주로써 묶이지 않았나 생각듭니다. 오히려 진범이 끝까지 드러나지 않았기에 이 소설은 더욱 흥미로워 진 듯 한데요. 서두에서 말했듯 이 소설에서 중심적인 것은 실종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둘러싼 인간들의 욕망.  부드러운 볼은 사실 읽기 버겁습니다. 사건 자체가 해결되지 않으니 끝까지 읽어도 마음 속 찜찜함은 남아있고, 소설속 인물들이 도덕적으로 훌륭하지 않아 애정을 느끼기도 어렵죠. 다만 이들의 여정을 끝까지 보고나면 마음 속에서 아련함과 안타까움이 떠오르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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