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무로처럼 갇힌 것

평점: 85점

 도조 겐야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번째 단편집. 작가는 도조 겐야가 단편엔 어울리지 않는 탐정이라고 했는데, 나는 도조 겐야 특유의 '셀프 다중 해결' 추리 스타일 때문이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도조 겐야는 단편에서도 충분히 활약한다. 물론 분량 탓에 계속 뒤집히는 추리가 정신 없긴 했지만, 대신 속도감이 굉장히 좋았다. 전체적인 감상으론 아주 재밌게 잘 읽었다.

목을 베듯 찢어지는 것

 이야기의 핵심 주제는 흉기 소실이다. 꽤 낡은 트릭이지만, 이 책이 도조 겐야 시리즈기 때문에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낡은 트릭인 만큼 독자를 설득하기 위한 준비가 철저하다. 어떤 장편에서 이미 사용됐던 민간 신앙이 재활용 된다는 건 재밌는 점.

미가처럼 움직이는 것

 엘러리 퀸이 [신의 등불]에서 처음 사용했던 저택 소실 장르. 집처럼 거대한 걸 짧은 시간 안에 물리적으로 없애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장르는 대개 심리 트릭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심리 트릭과 물리 트릭을 모두 사용했다. 트릭 수준으론 이 단편집 베스트 에피소드다. 단편집에서 쓰고 버리긴 아까운 트릭이다.

틈마처럼 엿보는 것

 이 단편집에서 제일 안 좋았다. 트릭이 황당무계하다. 결말은 이게 뭔 짓거리야 싶을 뿐.

밀실처럼 갇힌 것

 존 딕슨 카의 모 작품처럼 밀실 강의가 나오는 작품. 도조 겐야가 명탐정의 모습을 보여줘 팬으로선 좋았다. 호러 보단 미스터리의 비율이 높다. 미스터리 80% 호러 20% 정도? 미스디렉션이 좋고, 그걸 간파하고 파훼하는 논리가 깔끔하다. 도조 겐야는 피해자의 표정을 순간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토대로 순식간에 논리를 구축하는데, 과연 명탐정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