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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스포) 악의 후기.txt앱에서 작성

페이션트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11 01:48:56
조회 451 추천 1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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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누구나 가슴에 희로애락을 품고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이건 불변의 진리이다.
그러한 순수한 감정 뒷편에 자리잡은, 더럽고 끈적끈적하며 치밀하고도 복잡한 마음을 악의라 부른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이자 주제는 바로 그러한 마음이다.



우선 이 책은 역자 후기에 나온 것처럼 노노구치 오사무와 가가 형사의 수기가 번갈아 나오는 형태로 서술된다. 각각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며 수기이기 때문에 내면의 심리까지 생생하게 드러난다.


사건의 흐름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기 작가 히다카 구니히코가 그의 작업실 안에서 살해당한다. 가가형사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고 범인의 트릭을 간파해 용의자를 지목한다.

그 범인은 다름 아닌 노노구치다.
그는 그의 트릭-컴퓨터와 팩스를 이용한 약간 00년대 느낌-과 범행 수법을 털어놓는다. 사실 그 이전에 가가형사에게 전부 간파 당하긴 했지만.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도저히 동기를 털어놓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추리 소설의 3요소는 추갤럼들은 알고 있겠지만 후더닛, 하우더닛, 와이더닛이다. 누가, 어떻게, 왜, 그러한 사건을 저질렀나.

이 350페이지의 소설은 150쪽도 안 되어 전자 두 가지를 모두 밝힌다. 그 다음이 문제이다. 마지막 남은 그 와이더닛을 밝혀내는 게 200페이지의 몫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과연 어떻게-지루하지 않고 치밀하게 200페이지를 채우나?-이야기가 흘러 갈지 의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물음표가 마침표로 스멀스멀 변하는 건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스포일러 후기이니까 그 이후의 내용은 간략히 적어본다. 히다카의 전처와 노노구치가 불륜 관계고,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고스트 라이터라는 것을 의심한 가가 형사는 곳곳을 뒤지고 탐문하여 자신의 가설을 증명해낸다. 그러나 증명을 하면 할 수록 미심쩍은 문제들이 늘어나는 것을 발견한다. 노노구치가 자신의 동기가 밝혀질 때마다 내놓는 수기가 미묘하게 오류인 부분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다 가가 형사는 그 속에서 진실을 발견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 단 하나도 없었다.
히다카를 살해할 노노구치의 동기가.

가슴 깊이 우러나온 노노구치의 '악의'가 히다카를 살해한 것이다.


이 악의의 이유는 소설에서 잘 설명하니 넘겨두고, 개인적인 감상평을 적어보려 한다.


우선, 히가시노가 말하고자 하는 악의는 세 종류다.

첫 번째는 당연히 노노구치가 히다카에게 품는 악의다.

두 번째는 히다카와 그의 아내에게 쏟아지는 사람들-네티즌과 기자 등-의 악의다.

마지막 세 번째는 우리(실은 일본이지만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 건 없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혐오가 빚어낸 악의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말하듯, 세 번째 악의가 결국 첫 번째, 두 번째 악의에게 영향을 미쳤다.

우리 사회가 지닌 갈등이 악의가 되어 개인에게 미치고, 개인은 그 악의로 범죄를 저지르며, 그러한 범죄가 만든 악의의 표상은 또다시 사회로 스며들어 개인에 투영된다.


단 한 사람이 그려낸 악의가, 이리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무서웠다. 사람이 이리 무서울 수 있나. 개인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사회의 책임도 있다.
이것이 책을 덮은 순간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판타스틱 4인 악의를 읽어 즐거웠다. 그러나 그 내용만큼은 유쾌하지 않았다. 이 책은 내게 경각심을 주었다.

스포 후기라 두 부류의 추갤럼에게 전하는 말을 각각 남긴다.

읽은 사람에겐 재독을 권하고 싶다.

안 읽고 스포지만 후기 먼저 읽어야지~하고 들어온 갤럼은 당장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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