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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거성중학교 2학년 3반 교실의 "남는 공간" 탐사 일지

자라자라쟌쟌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15 15: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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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성중학교 2학년 3반 교실의 뒷편 오른쪽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철제 사물함이 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서서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이 사물함이 있는 벽의 부분은 그것의 가로길이만큼 파여 있어서, 사물함은 그 안에 딱 맞아 들어가 있다.

**사물함의 디자인이 학교의 농구부 탈의실의 사물함과 유사하므로, 농구부가 창설된 20년 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교실에만 사물함이 설치된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관련 서류도 발견되지 않았고, 당시 재직하던 사람들도 전혀 알지 못 하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그간 이 사물함은 반 공용으로 쓰는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데 사용됐다. 한편 2019년 8월 21일 이 사물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누군가의 일지가 발견되었다.



2019년 7월 27일


이걸 과연 방학숙제로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오랜 궁금증을 이제 해결해볼 참이다. 우리 교실에 늘 자리잡아 있던 공용 사물함에 대해서 말이다.


이 사물함은 모든 교실들 중 여기에만 있고, 따로 벽을 파놓았을 정도로 공들여 설치되었다. 그런데 아무도 저게 왜 저기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말로 흥미로운 것은 따로 있다. 사물함과 그것이 붙어 있는 벽 사이에는 사실 약간의 틈이 있다. 위에 올라가보면 이게 명확히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 틈에 절대로 사물함을 딱 붙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벽으로 밀어넣으면 붙은 듯한 감각이 들면서도, 손을 떼고 확인해보면 여전히 틈이 있다.


내 연구는 이 틈에 사물함을 확실히 붙이는 법을 알아내는 데에 있다. 훗날 물리학자로서 주목을 받으면 오늘의 기록이 아주 좋은 자료가 되어 줄 것이다!



#가설 1: 벽 끝의 바닥에 미묘하게 기울기가 있어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다


사물함이 있는 바닥이 벽에 이르러서 완만하게 올라간다고 해보자. 밀 때에는 사물함의 무게 때문에라도 이런 작은 기울기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밀고 나서 보면 사물함의 뒤쪽 다리는 이 기울기 때문에 다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게 위해 나는 먼저 사물함 앞쪽 바닥에서 사물함의 위끝까지 이르는 길이를 측정 후 사물함 위에 올라 틈 안에 줄자를 넣어 바닥에 이르는 길이를 측정할 것이다. 만일 앞쪽 바닥에 닿는 길이와 뒤쪽 바닥에 닿는 길이가 다르다면 약간의 기울기 때문에 사물함이 계속 미끄러져 내려온다는 내 가설이 증명되는 셈이다.


-측정에 실패했다. 정확히 바닥에 닿은 지점이 어디인지 확인이 힘들었다.


-딱딱한 철제 줄자를 사용하여 언제 닿는지 쉽게 알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지만, 어째선지 바닥에 닿은 듯한 느낌 이후에도 계속 줄자를 아래로 내릴 수 있었다. 결국에는 아래층 교실까지 내려가도 될 정도로 틈의 바닥이 깊게 되어 포기하였다. 아마 줄자가 안에서 이상하게 꼬였을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사물함의 다리 아래의 틈 안으로 줄자를 바닥에 붙인 채 밀어넣어서 벽에 닿을 때 줄자가 살짝 들리는 지도 확인해보려 했다. 계량화가 안 되므로(수평계를 사왔다면 가능했겠지만) 부족하긴 하지만 일단 확인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줄자가 이상하게 꼬여 측정이 제대로 안 됐다. 분명 벽에 닿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도 계속 들어가졌다.


일단 오늘은 실패다......





2019년 7월 30일


#가설 2: 틈 사이에 어떤 이물질이 끼어있다.


처음 실험에서 계속 무언가에 닿은 듯한 느낌이 들었음에도 더 들어갈 수 있었던 것에서 착안하였다. 이 사물함은 매우 오래 있었으므로 안에 온갖 물건들이 들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닿은 건 바로 그것이었던 거다!


확인은 간단하다. 학교에서 쓰레기 치울 때 쓰는 집게를 "빌려"왔다. 이걸 사물함과 벽 사이 틈에 집어넣고 뭔가가 걸리면 빼내면 되는 것이다.


-실패했다. 확실히 뭔가가 집게에 잡히긴 했는데, 빼내려고 하니까 도무지 나오지가 않았다. 엄청 무거운 것이거나 어딘가에 박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가설이 거의 검증된 셈이지만, 실물 증거가 없으니 확신할 수는 없다. 내가 벽의 홈 같은 거에 걸려놓고 착각한 걸 수도 있으니.......



#가설 3: 밀면 붙기는 하는 걸까?


엄밀히 말해 이건 의문문이므로 가설이 아니지만 편의상 이렇게 쓴다.


이 사물함과 벽 사이의 미세한 틈을 발견한 많은 사람들이 미니까 붙는 느낌이 들기는 했는데 나중에는 다시 떨어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애초에 붙었다가 떨어지는 과정을 좀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가 사물함을 미는 동안 조수 정일순 군(학교 친구다)이 위에 올라가서 폰으로 벽의 틈이 붙었다가 떨어지는 과정을 촬영하기로 했다. 좀 무거울 테지만 괜찮다.


-조수 군이 촬영한 영상에는 애초에 사물함이 벽에 전혀 붙지도 않았고 밀려난 적도 없었다. 나는 분명 사물함이 밀려나다 어느 순간 멈추는 감각이 들었는데 말이다.


조수 군이 반대로 사물함을 당겨서 벽에서 꺼낸 후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






2019년 8월 6일


가족여행을 다녀오느라 연구가 조금 연기되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가설 2번이지만...... 좀 더 시도를 해 보자.


#가설 4: 벽이 아니라 다리가 바닥에 박혀 있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벽과 사물함 사이에 뭔가가 끼어있다고 해도 꽉 채워지지 않은 이상(그랬으면 보였겠지) 한 쪽은 더 들어가면서 기울어진다거나 하는 현상이 보여야 할 것이다.


이 정도로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것을 보면 애초에 다리부터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리가 사실 그냥 바닥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구멍이 파져 있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물론 사물함 앞다리는 그런게 보이지 않지만, 뒤쪽 다리들은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으니 혹시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그러면 처음부터 사물함이 약간 뒤로 눕듯이 기울어져 있어야 한다.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조수 군이 직접 사물함을 들어올려 바닥에 홈이 파져 있는지 확인해보자고 하였다.






2019년 8월 8일


#가설 5: 틈에 빛을 비추어 보자


휴대폰 조명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용돈을 털어 비싼 소형 손전등을 구해왔다. 이걸 이용하면 뭔가를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다.


-틈새 안이 여전히 어둡다. 대체 왜지?


아예 안에 넣어서 빛을 비추기로 해보았다. 손전등에는 어디에다 걸어둘 수 있는 고리가 있다. 뷸울 켠 채로 여기다 줄을 묶어 아래로 내려보자. 그렇게까지 하면 뭔가 보일지도 모른다.


-빛이 없어졌다. 다시 꺼내보니 여전히 켜져 있었는데 넣으면 없어진다.


조수 군이 사물함을 꺼내






2019년 8월 13일


#가설 6: 아무거나 넣는다


노트 종이를 뭉쳐서 넣는다. 틈새를 매우면 문제도 해결된다.


운동장 흙을 퍼와서 넣는다. 틈새를 메우면 문제도 해결된다.


미술시간에 쓰는 물통애 물을 채워넣어 넣는다. 틈새를 메우면 문제도 해결된다.


-실험 시작 전에 시간이 너무 늦어졌다. 오늘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조수 군이 나오지 않아 전화를 걸었다. 조수 군이 그 연구는 이미 완료되었다고 말했다.


조수 군이 예전에 사물함을 직접 꺼내보아서 원인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일지를 살펴보니 확실히 관련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결과는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조수군에게 우리가 무엇을 봤었는지를 알려달라고 물었다.








2019년 8월 20일


일주일 동안 불을 끈 채 사물함 위에서 틈새를 관찰하였다.


#가설 7: 관찰


그림자는 햇빛이 비추는 반대방향으로 진다. 해가 사물함의 앞쪽에 있으면 그림자가 길어지고 뒤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짧아질 것이다.


-그림자의 길이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것은 그림자가 아니다.




이해는 잘 안 가지만, 사물함을 직접 꺼내 틈새를 보려 할 때마다 무언가가 끊겼다. 실험결과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선현 군이 획기적인 방법을 제기해 주었다.


#가설 8: 직접 들어가보기


내가 틈새에 들어가보면 되는 것이다.


사물함에 들어간 후에, 문을 닫고, 조명을 모두 끈다. 사물함 문에는 창이 살짝 나 있으니 뒤로 돈다.


그러면 나는 틈새에 있게 된다.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왜 이제까지 몰랐을까.


드디어 틈새에 있게 된다.


드디어 틈새에 갈 수 있다.


드디어 영원히 남게 된다.


즐거운 방학이었다.










*학교에는 정일순이라는 이름의 학생이 없었다.


**일지 작성자의 신원은 아직 불명이다. 학생들의 책상 중 앞에 있는 하나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교사와 학생들 모두 그 자리는 원래 비어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로써 "남는 공간" 가설이 검증되었다. 가설의 최초 입안자인 물리학자 구병기 박사의 제안에 따르면 "남는 공간" 안에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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