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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거성대교의 흰색 SUV에 대한 기록.

자라자라쟌쟌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7 23: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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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일지는 거성대교 조사를 위해 파견될 나 이기석이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런 사건들이 정부의 검열 없이 알려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런 현상의 과학적 원리가 규명되기 전까지는 이 일지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음이 옳다.




2014년 4월 15일


-정준식 선배, 박시우 요원, 이찬정 요원을 포함한 우리 넷은 가능한 거의 모든 위협에 대비해 방독면과 방호복을 갖추고 거성대교에 진입했다.


-안개로 인해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 극도로 경계하며 우리 넷 외에 안에서 움직이는 것들은 전부 사살한다는 원칙 아래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사전 조사대로 다리가 끝나기 800미터 앞 쯤에서 예의 SUV가 나타났다.


-창문이 짙게 썬팅되어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50미터의 거리를 두고 정지한 후, 폭탄을 부착한 로봇을 차 밑으로 가도록 조종한 뒤에 다시 300미터까지 거리를 벌렸다.


-폭파 후 확인 결과 차는 멀쩡했다. 아쉽지만 하루만에 일을 마치는 행운은 오지 않은 것이다.


-날짜와 시간을 모두 표시하는 아날로그 시계 다섯 개가 잘 작동함을 확인한 후 우리는 최대한 발소리가 나지 않게 걸어가 차의 문을 열고 탑승했다. 운전석에는 정 선배, 조수석에는 박 요원, 그 뒤로 나와 이 요원이 탔다.


-사전 조사대로 차는 안쪽도 썬팅이 되어 있다. 바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차 안에서의 시야 확보를 위해 준비한 랜턴을 켠 뒤 네비게이션과 라디오가 켜지길 기다렸다.


-네비게이션은 실제 지도대로 거성대교의 모습을 표시하면서 '전진하세요'라는 명령을 단조로운 여성의 목소리로 말했다. 라디오는 지직거릴 뿐 아직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우리는 여섯 시간 정도를 전진했다. 지도상으로는 진즉에 대교를 건너야 했지만 네비게이션은 계속 우리가 거성대교에 있다고 표시했다. 밖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 부딪히는 일도 없었으니 아직 다리 위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시계를 확인 후 우리는 정차해 간단히 식사를 했다. 요강은 트렁크 안에 비치했다. 좌석을 젖혀 안에서 트렁크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라 밖을 나가지 않아도 됐다.


-잠결에 라디오에서 뭐라고 말하는 걸 들은 것 같다. 하지만 확실치 않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식사 후 정 선배와 박 요원이 교대하여 운전을 계속했다. 


-바닥에 굴곡이 커져 차가 휘청이고 멀리서 새 소리가 들렸다. 숲에 온 듯했지만 네비게이션은 여전히 거성대교 위에 있다고 표시했다. 


-세 시간 반 정도 직진한 시점에서 네비게이션이 알림음과 함께 경로를 표시하고는 '300 미터 뒤에 좌회전하세요'라고 안내했다. 


-우리는 목적지를 확인하려고 시도했지만 그럴 때마다 화면이 깨져 불가능했다. 경로의 길이도 표시되지 않았다.


-지도상으로는 펜스를 들이받고 바다로 추락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나 새 소리와 바닥의 굴곡은 완전히 사라졌다.


-박 요원이 유리판을 달리는 듯한 기분이 난다고 말했다. 정체모를 웅웅대는 소리도 들렸다.


-이 시점에서 라디오가 말하기 시작했다. 남성 기계음이 무작위한 단어들을 나열했다. 만약을 대비해 나는 그 단어들을 따로 기록했다.


-열두 시간을 운전한 후 우리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정차했다. 저녁 식사 후 취침했다. 




2014년 4월 17일


-새벽 여섯 시쯤 무언가가 창문을 두드려 넷 모두 잠에서 깼다. 


-라디오의 기계음이 1분여간 의미 없는 괴성을 내더니 끝내는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전혀 대꾸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대화를 시도했다. 정 선배와 그것과의 대화를 기록한다.


"안녕하세요.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계속 문을 두드린다)"


"불가능합니다."


"네? 살아남기 위해 제 자식의 심장을 꺼내 먹어야만 했던 박경식 씨를 도와줄 이가 여기 아무도 없다는 말인가요? (두드림이 더 빠르고 거세진다) 한라산의 백 서른 한 번째 굴에서 마굴다라니 왕의 아이를 잉태하고 있는 있는 정영희 부인이 불쌍하지도 않으신가요? (두드림이 더 빨라지며 쿡쿡대는 소리가 라디오에 섞여나온다) 그의 아들이 자궁을 찢고 나올 때 떨어질 축하와 경배의 백일 피의 비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뇌를.......


"우리를 겁주고 싶은가 본데, 미안하지만 완전히 실수한 거야. 대놓고 악의를 보이면 대상이 명확해지잖나."


"........녹여 코로 새어나오게 만들 것인지! (두드림이 더욱 빨라져 이제는 창문을 깨부수려는 것에 가깝게 된다) 그렇게 곤죽이 된 육체들이 넘쳐나는 거리에서, 고고하게 세 번째 마학다니 샛별의 왕자가 마침내 당도하여 불로 지상을 씻어내리고 지하의 모든 권세를 불러들여 모든 여인들을 꼬챙이에 꿰고 모든 장정들을 그의 마차를 끌 짐승으로......."


-정 선배가 창문을 치자 라디오에서 말이 멈추고 귀가 찢어질 듯한 삐 소리와 다양한 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고통스러워하는 신음과 누군가가 훌쩍이며 뭔가를 먹는 소리, 살갖 같은 것이 찢어지는 소리와 날카로운 비명 소리, 무언가가 맹렬히 타오르는 소리 등이 들렸다. 


-정 선배의 명령대로 나는 기록해놨던 어제 라디오의 단어들을 소리 내어 읊었다.


-'흥미로운 병리해부학적 연구'라는 단어를 읊자 라디오의 소리는 멎었다. 


-그러나 바깥에서 무언가가 부딪힌 듯 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서히 기어가는 소리가 들리며 끝내 차의 밑바닥에서 멈췄다.


-발에 미묘하게 바닥이 살짝 내려간 감각이 느껴졌다. 아래에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성이 가끔씩 들렸다.


-무언가가 차 밑에 달라붙은 것이다.


-이후 아침식사 뒤 내가 운전석을 맡았다. 열두시간 운전 뒤 다시 식사를 하고 취침했다.




2014년 4월 18일


-우리는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차의 시동을 꺼 배기음이 멎자 아래에 붙은 것의 숨소리가 잘 들렸다. 


-식사 후 이찬정 요원이 운전석을 맡았다.


-출발하기도 전에 작은 문제가 있었다. 뒷좌석에 앉아 있던 박 요원이 아래에 달라붙은 게 자기 자리의 바닥을 뚫고 있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렇지만 시트지를 걷고 귀를 대어 소리를 들어봐도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박 요원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다른 요원들과 논쟁했다. 하필 그때 무언가가 차를 치고 가 박 요원은 완전히 평정심을 잃었다.


-결국 박 요원은 반강제로 트렁크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본인도 불안한 자리를 피할 수 있게는 됐지만, 우리가 자신을 신뢰하지 않은 것에 상심한 눈치였다.


-일곱 시간 정도 운전했을 때쯤 네비게이션이 바다 위의 섬을 표시했다. 경로상으로 우리는 바다를 건너 그 섬에 도착하는 셈이었다. 물론 지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라디오에서는 고장난 레코드로 트는 듯한 클래식 음악이 한참 흐르더니, 섬에 가까워지자 '손가락 곰팡이'라는 균류애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짐짓 과학적인 내용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배양을 위해서는 고통스럽게 죽은 짐승의 내장을 들고 썩은 고목을 왼쪽으로 세 바퀴 돌아야 한다는둥 주술적 내용이 다분했다.


-섬에 가까이 이르자 매끄러웠던 길이 심하게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차가 뒤집힐까 우려되어 이 요원이 속도를 줄였다.


-네비게이션에서 묘사하기 힘든 무언가를 묘사한 표시판을 띄우며, '앞으로 1키로. 앞으로 900미터.' 하는 식의 안내를 했다. 차의 속도와 전혀 맞지 않아 보였기에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앞으로 500미터'라는 안내음이 들릴 때쯤 뒤에서 무언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 요원이 최대한 속도를 높이자 달려오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트렁크에서 박 요원의 비명 소리가 들렸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네비게이션 상으로 섬에 도착하자 달려오는 소리가 멈췄다. 


-차의 진동으로 가지고 있던 시계 중 세 개가 떨어져 고장이 났다. 랜턴만큼은 내가 잡고 있어서 손상되지 않았다.


-트렁크에 있던 요강이 엎질러졌는지 불쾌한 냄새가 났다. 확인을 위해 좌석을 젖혔지만 이상할 정도로 안이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박 요원이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 있는 듯했다. 그는 불러 봐도 대답이 없었고 그에게 줬던 비상용 랜턴도 깨진 듯 보였다.


-정차 후 식사를 했다. 트렁크에 박 요원의 것을 넣어줬지만 먹었는지는 모르겠다.




2014년 4월 19일


-악취가 밤새 계속 심해져서 우리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새벽 다섯 시부터 트렁크에서 신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직접 들어가 박 요원의 상태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마침 화장실이 급했다며 이찬정 요원이 자진해 손전등과 함께 트렁크 안으로 진입했다. 이후 대화를 기록한다.


정: 이 요원, 안이 보이긴 하나?


이: 어제 확인을 해봤어야 했습니다. 안이 넓어졌어요. 확실합니다. 처음 탔을 때는 안 이랬어요.


김: 박 요원은 보여?


이: 아직........ 요강은 그대로 있군. 악취의 원인이 저게 엎질러져서는 아니란 거지. 


김: 그럼 총이 필요하겠군.


이: 이리로 던져주게. 빛이 보이나?


김: 응. (손전등 빛이 나는 쪽으로 이 요원의 총기를 던진다) 받았나?


이: 받았어. 인간 신체에 기생하는 타입이라면 물리적으로 제거 가능할거야.


김: 저 곰팡이 얘기가 예고라고 보는 건가? 믿을 수 있을까?


이: 나야 모르지. 그렇지만 지금 뭐라도 추론해볼 거라고는 저런 것 밖에 없으니까........(조금 더 전진해 들어간다)


이: 뭔가 끈적거리는 게 있다. 토사물같이 생겼군. 


정: 감염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 그냥 돌아오게.


이: 그거라면 이미 깔고 누웟으니 늦었습니다. 박 요원 상태라도 확실히 확인하고 이 방호복은 여기다가 벗어놓고 나오죠. 저기 있는 것 같은데....... 아.


-이 시점에서 이 요원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아까의 신음과 함께 무언가가 질척이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바닥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래에 있는 것이 몸을 흔드는 게 발을 통해 느껴졌다.


-갑자기 손전등의 빛이 이쪽을 향했다. 원래의 손전등보다 빛이 훨씬 더 강해졌다. 트렁크 안에는 둥근 불빛만이 보였다.


이: (라디오를 통해 듣는 것처럼 목소리가 변조됐다) 정 선배님. 김 요원. 운전석에서 빨갛고 트렁크가 열린 모습을 묘사한 버튼이 있을 겁니다. 그 버튼을 눌러 트렁크를 여세요. 곰팡이를 내보내야 합니다.


정: 그거 참 놀랍군. 이 차종에는 본래 그런 버튼이 없는데 유독 여기서는 생겼을 뿐더러 이곳의 초기 조사 때부터 가장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던 행동이 정체 모를 곰팡이를 내보내는 방법이라는 걸 자네가 그 안에서 갑자기 깨달았다니. 정말 믿음직한 정보야.


이: 선배님. 저를 믿어주십시오. 곰팡이는 결국 트렁크 바깥까지 퍼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은 차라리 차의 타이어 앞에 머리를 뉘이고 그 거대한 고무덩이가 여러분들의 머리를 짓이기도록 해달라고 사정할 만한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정: 너희들은 우리가 고통을 겪는 게 좋은가 보지? 그런 얘기만 나오면 흥분해서 혓바닥이 길어지는군. 


이: 선배님, 정 저를 못 믿으시겠다면 트렁크로 통하는 좌석을 닿고 트렁크를 열어보십시오. 그 경우 안쪽 공간은 밀폐되었으니 안전하지 않습니까.


정: 괜찮네. 그 말을 들으니 더 좋은 생각이 났거든.


이: 여태까지 무엇 위에서 운전해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나와 정 선배는 시한을 두고 작동하는 소형 화학탄을 트렁크 안에 던져 넣고 터지기 전에 좌석의 모든 틈새를 특수 테이프로 감쌌다. 


-박 요원의 신음 소리가 멈췄다. 트렁크는 고요했다.


-정 선배가 운전을 맡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섬에 들어서자 길은 진흙탕인 것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열여덟 시간을 운전했지만 이전보다 매우 짧은 경로만을 이동했다. 


-네비게이션에서는 지금 차가 어떤 도로를 타고 이동중인 것으로 표시했다. 주변으로 여러 지명들이 떴지만 모두 해독 불가능한 문자로 표시되어 있었다.


-유일하게 길의 끝에 있는 어떤 건물만이 해석할 수 없는 무언가의 '문'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 뒤로는 도심지가 그려졌다.


-정차 후 취침했다. 




2014년 4월 20일


-내가 다시 운전을 맡아 운전했다. 길은 이제 조금 굳어 어제보다는 빨리 갈 수 있었다.


-다섯 시간 정도 운전할 때쯤 뒷좌석 바닥에 끼익거리는 소리가 났다.


-시트지를 걷어보니 긁는 소리가 명확히 났다. 뭔가가 자동차 바닥을 뚫고 있던 것이다.


-긴 논의 끝에 바닥에 시선을 최대한 돌린 채로 바닥에 총을 쏘기로 결정했다. 저게 무엇이든 뚫고 들어오는 것보다는 이게 나을 거라고 판단했다. 


-정 선배가 뒷좌석으로 건너 가 총을 한 발 발사하자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우리가 썼던 화학탄과 같은 종류였다.


-방호복을 입고 있었고 구멍을 빨리 테이프로 막았지만, 환기가 불가능하므로 식사와 물 섭취, 배변 등 방호복을 벗는 행위는 이제 불가능하다.


-잠시 뒤 조수석에서 다시 끼익대는 소리가 났다. 


-이후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열 시간 가량을 운전했다. '문'이 코앞이었다.


-내일도 이 일지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14년 4월 25일


-'문'에 진입하기 전에 조수석의 시트지를 걷고 확인했다. 이미 구멍이 뚫려 있었다.


-어둠뿐이었다. 


-뒷좌석에서 정 선배님이 밖에 낚시꾼들이 도열해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라디오에서는 엄슥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는 '문'으로 진입했다. 


-무언가에 덜컥 걸리는 느낌이 나면서 액셀을 밟아도 더 이상 차가 나아가지 않았다. 라디오에서 들리던 음악이 바깥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네비게이션은 차가 내가 거주하는 동네를 운전하고 있다고 표시했다.


-차에 뭔가가 달라붙는 소리가 들렸다. 무게 때문에 천장이 조금 가라앉았다. 


-음악이 그치자 다시 운전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문을 나오자마자 어쩐지 피곤해져서 정 선배와 나는 잠을 청했다.


-수십 명이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2014년 4월 26일


-자다가 깨어보니 차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 총구가 여기저기 뚫려 있고 시계는 이제 전부 깨졌다. 


-정 선배가 보이지 않았다. 


-라디오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죽여버리겠어." (총성)


"얼른 나와 싸우란 말이다." (총성)


"왜 굳이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총성, 작게 어제의 엄숙한 음악이 들렸다)


"우린 돌과 막대기 밖에 가지지 않았을 때부터 너희 같은 것들을 사냥해왔어." (총성, 음악이 더욱 커진다)


"이번에도 금방 속임수는 들통 날 거야. 너희는 우리가 지은 보호소에서 삶을 연명하게 될 거다." (총성, 어제는 들리지 않았던 성가 같은 것이 함께 들렸다)


"그러니 지금 당장 나와." (총성)


-이후 라디오의 소리는 멎고 바깥에서 질척이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잠시 뒤 정 선배의 말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붙어 있어."


-그 다음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수석의 구 요원과 교대했다. 우리는 여섯 시간 정도를 더 운전하고 취침했다. 




2014년 4월 29일


 이제 목적지가 가까워 온다. 기이한 모험이었다. 잃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수집한 정보들은 앞으로 인류가 이 알 수 없는 위협들과 맞서 싸우는 데에 귀중한 자산이 되어 줄 것이다. 


 지금은 이 일지를 목적지가 불과 2키로 정도 남은 시점에서 쓰고 있다. 박 요원이 자꾸만 내 방호복을 벗기고 싶어하는 것만 제외하면 나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내가 운전을 해야 했지만 구 요원이 피곤할 테니 쉬라며 한사코 운전대를 맡았다.


 그는 정말 인자하고 친절하며 자비로운 사람이다. 어서 본부로 돌아가 모두에게 그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참을 수가 없다. 분명 모두가 이제까지의 불행을 벗어던지고 행복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행복을 채운다. 이 차도 행복으로 채우고 박 요원의 손가락도 행복으로 채우고 바깥도 행복으로 채우며 트렁크도 행복으로 채우고 총구도 행복으로 매우고 나의 몸도 그것으로 채운다.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재배열되는 나의 갈비뼈마저도 행복하게 느껴진다.


 구 요원이 안전하게 거성대교를 빠져나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인류에게 있어 크나큰 행운이다. 


 곧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구 요원이 말했다. 나 역시 준비를 해야 한다. 






*거성대교는 2017년 8월 22일 정부에 의해 폭파되었다. 차량의 행방은 아직 확인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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