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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 닌자 슬레이어 1부 : 서프라이즈드 도죠 #5,6 (完)

더라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7.04 0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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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슬레이어 제1부 '네오 사이타마 염상'에서


【서프라이즈드 도죠 (Surprised Dojo)】



5


중금속 산성비로 썩어가는 신사 카테드랄 내부에는 넓이 타타미 50장 정도 되는 엄숙한 도죠가 숨겨져 있다. 이 고스트 타운에는 전기도 수도도 없다. 본보리(등롱)와 촛불의 불빛만이 도죠 북족으로 바르게 배치된 대형 불상과 그 주변을 지키는 24개의 닌자 신화 속 신들의 조각을 비추어 주고 있었다.


이 조각상들은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참히 파괴되어 왔다. 무수한 손을 가진 신, 오니를 짓밟고 있는 신 등 다양한 신상들이 있었지만 어느 것이고 그 머리나 손발을 잃었으며 특히 심한 것은 발목만 남아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헤이안 시대로부터 이어진 24 닌자 클랜의 가련한 말로의 상징이기도 했다.


수행용 목인. 자동 수리켄 투척기. 벽에는 너덜너덜한 깃발이 걸려 있다. 날개를 펼친 용의 모습이 심볼 마크로 자수가 되어 있으며, 그 밑에는 카타카나로 '드래곤'이라 글씨가 놓여있다. 이곳이 유서 깊은 드래곤 닌자 클랜의 본거지, 드래곤 도죠라는 틀림없는 증거였다.


강한 인센스(향료)의 향기가 낡고도 엄숙한 카테드랄 내부에 가득했다. 그 중심에는 용 자수가 놓여 있는 닌자 복장을 몸에 감싼 한 노인이 드래곤 깃발을 등지고 10장의 방석을 쌓아서 그 위에서 정좌하여 깊은 명상에 들어가 있었다. 그야말로 드래곤 도죠의 주인, 일본 최후의 리얼 닌자 드래곤 겐도소였다.


그의 앞에 정좌하여 마른 침을 삼키면서도 가만히 드래곤 겐도소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은 하얀 닌자 복장을 몸에 두른 10명의 뉴지 닌자들. 그리고 몰래 창밖의 상태를 엿보고 있는 드래곤 겐도소의 손녀, 젊고도 단아한 유카노였다. 유카노의 가슴은 풍만하였다.


토리이에 장치한 부비 트랩이 작동되어 연달아 나리코(딸랑이)가 울리고 나서부터 드래곤 도죠 안은 긴장감과 정적이 지배하고 있었다. 나리코가 작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야생 물소 같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 명확한 악의를 가진 외적이 드래곤 도죠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명령을 내려야할 겐도소는 눈을 감은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유카노도 뉴비들도 겐도소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기에 흐트러진 기색은 없었다. 나리코가 또다시 울린다. 제7경계 태세. 앞으로 3단계가 더 지나면 적이 이 도죠에 쳐들어 온다. 산성비에 젖은 까마귀가 토리이 위에서 까악 까악 울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역시 나타나지 않는가......) 드래곤 겐도소는 명상 속에서 혼잣말했다. 나리코가 울린다. 제8경계 태세. (......그러나 그걸로 좋은 걸지도 모른다......) 나리코가 울린다. 제9경계 태세. 마침내 겐도소는 부릅 눈을 떴다. "모든 침입자를 살려서 보내지 마라"


"이얏-!" 그러나 제10경계 태세를 알릴 터였던 섬세하고도 풍류가 있는 나리코의 소리는 남쪽에서 장지문을 뚫고 돌입한 거칠기 짝이 없는 무장 할리 데이비슨의 폭음과 거한 어스퀘이크가 발하는 노호에 지워져 버렸다.


할리 데이비슨은 뒷바퀴를 컴퍼스처럼 미끄러지게 하여 타타미에 탄 자국을 남기어 그 자리에서 뱅글 한바퀴 돌아 착지의 충격을 흡수한다. 할리 데이비슨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하이옥탄 가솔린 냄새와 중금속 산성비가 증발할 때 생기는 그 독특한 축축한 악취가 도죠 안에 가득 차있떤 인센스의 향기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할리 데이비슨은 타타미 위에 정지하여 공회전 엔진음이 적을 위협한다. 어스퀘이크의 불길하고도 위협적인 눈빛이 방석 위에 앉아있는 드래곤 겐도소에게 쏟아진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도-모, 처음 뵙겠습니다, 드래곤 겐도소=상. 소우카이 식스게이츠 닌자 입니다. 드래곤 도죠에 불을 지르러 왔습니다" 정중한 아이사츠는 적에게 한층 더 공포심을 심어준다. "도-모, 소우카이 식스게이츠=상. 드래곤 겐도소 입니다"


"이얏-!" 드래곤 겐도소의 아이사츠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휴지 슈리켄은 사이드카에 탑재된 연막탄과 플라스틱 폭죽 발사 스위치를 의기양양한 외침과 함께 눌렀다. 순식간에 도죠 안은 맹렬한 연기와 소음에 휩싸인다. 나무아미타불! 이 무슨 비겁함이란 말인가!


"당황하지 마라!" 라는 겐도소의 외침은 한발 늦었다. 그의 목소리는 폭죽의 소음에 의해 잘려나가 동료들의 귀에 전해지지 않는다. 생각하지 못했던 사태에 당황한 뉴비 닌자들은 고사기에 기록된 전통적인 닌자의 공격진, 화살촉의 형태를 취하여 무장 할리 데이비슨 방향으로 무작정 돌진.


화살촉의 형태란 볼링 핀과도 같이 정렬하여 일점돌파로 돌진하는 돌파형 공격진이다. 분명 휴지 슈리켄과 어스퀘이크라는 강력한 소우카이 닌자 2명을 상대하기에 이 공격진은 최적의 선택지다.


그러나 그것은 휴지 슈리켄이 생각한 바 그대로였다. 즈바리 아드레날린의 효능 또한 좋아서 아픔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휴지는 할리 데이비슨에서 재빠르게 뛰어 내려 두 번 백 덤블링을 구사한 후 등에 짊어지고 있던 전장 2미터의 거대 세라믹 수리켄을 뉴비 닌자들에게 투척했다. "이얏-!"


"끄악-!" "끄악-!" "끄악-!" 뉴비들의 목을 거대 수리켄이 차례로 절단한다. 10명 중 9명의 목이 날아가 타타미 위에 뒹군다. 목이 잘린 닌자들의 시체는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인채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목에서 스프링쿨러처럼 피보라를 뿜어 흩날린다.


"좋은 원호공격이다, 휴지" 라는 어스퀘이크. 그러나 휴지 슈리켄은 자신의 실수에 어이가 없어서 아연실색하고 있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확실히 스트라이크를 했을 터다. 설마 적을 한 명 놓칠 줄이야...... 이것이 한쪽 눈을 잃는다는 것인가. 나는, 나의 존재의의는, 어디로 가버렸단 말이냐......


그때였다. 천장에서 가늘고도 부드러운 그림자가 뛰어 내려왔다. "끼엣-!" 천장에 붙어 있던 유카노가 식칼을 가슴 앞에서 양손으로 붙잡고 일직선으로 강하공격을 펼친 것이다. 한쪽 눈을 잃은 휴지 슈리켄에게 있어서는 완벽한 사각인 왼쪽을 노리고서.


"끄악-!" 휴지의 어깨에 식칼이 꽂혀 거대 수리켄 투척에 필요한 근육이 완전히 절단되었다. 분수처럼 피가 솟구친다. 그러나 그것은 두뇌파 어스퀘이크에게 있어서 생각한 바 그대로였다. 바로 옆에 있던 어스의 두꺼운 팔이 유카노의 다리를 붙잡아 공중에 매단다. 유카노는 비명을 질렀다.


어스는 유카노의 기습을 눈치채고도 일부러 휴지를 미끼로 삼은 것이다. (......휴지여, 너는 이제 오시마이(끝장)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었구나) 어스는 닌자 멘포 속에서 얼굴 가득 미소를 띄웠다. 휴지 슈리켄은 격통과 절망 속에서 타타미 가운데 웅크리고, 피얼룩은 넓어져 간다.


"드래곤 겐도소=상, 단념하라. 이 여자가 어떻게 되도 모른다" 의기양양한 어스퀘이크의 커다란 목소리가 신사 카테드랄 속에 낭랑하게 울려 퍼진다. 드래곤 겐도소도 사랑하는 손녀를 인질로 잡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할 뻔 했다. 그 때였다.


"왓쇼이!" 사위스럽고도 역동적인 외침이 울려 퍼졌나 싶더니 신사 카테드랄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요란한 중금속 산성비와 함께 검붉은 닌자 복장으로 몸을 감싼 닌자 슬레이어가 이 사투에 난입한 것이다!



6


"Wasshoi!" 사위스럽고도 역동적인 외침이 울려 퍼졌나 싶더니 신사 카테드랄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요란한 중금속 산성비와 함께 검붉은 닌자 복장으로 몸을 감싼 닌자 슬레이어가 이 사투에 난입한 것이다!


지저스와 쇼군 그리고 여섯 닌자가 그려진 장엄한 스테인드글라스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흔적도 없이 부서진다. 지붕이 붕괴하는 것과 동시에 천장 뒤에 둥지를 틀고 있던 백마리 가까운 까마귀들이 어수선하게 도죠 안에서 날며 돌아다닌다.


까마귀의 깃털로 만들어진 검은 소용돌이에 휘감겨 닌자 슬레이어가 천천히 흩날리며 내려온다. 스테인드글라스 파편이 본보리의 불빛을 반사하여 반딧불처럼 빛난다. 그 모습은 거대한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 쓴 것처럼 불길하면서도 동시에 신성했다. 유카노는 그 위험한 아름다움에 생각지도 못하게 눈물을 흘렸다.


중금속 산성비에 상처입은 무수한 검은 깃털이 봉오도리를 추는 것 처럼 뱅글뱅글 흩날리며 타타미 위로 살짝 떨어진다. 그 직후, 잊고 있던 것이 생각이라도 난 것 처럼 억수같은 산성비와 유리파편이 도죠 안으로 쏟아졌다. 동시에 닌자 슬레이어는 도죠 중심에 무릎서기 자세로 착지했다.


일순간의 정적. 신사 안의 모든 시선이 도죠 중심으로 모여든다. 그러자 닌자 슬레이어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타타미를 박차 맹렬한 기세로 도약하여 드릴처럼 공중회전 하면서 허공에 정지했다. 메갈로 하이웨이에서 12대의 무장 벤츠를 장사지냈을 때처럼 그 헬 타츠마키를 펼치려는 것이다.


"기다려, 이 여자가 어떻게 되더라도......" 어스퀘이크가 공중에 매단 유카노를 방패처럼 들이댄다. 곡선으로 휜 가슴이 흔들린다. 그러나 닌자 슬레이어는 개의치 않는다. 소용돌이는 더욱 더 회전 속도를 빠르게 한다.


지금 그의 몸을 움직이게 하고 있는 것은 가족을 잃어 고뇌하는 전(前) 사라리만 후지키도 켄지가 아니라 모든 닌자를 죽이는 것만을 바라는 무시무시한 나라쿠 닌자의 혼이었기 때문이다.


드래곤 도죠 사투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1시간 전. 메갈로 하이웨이에서 헬카이트에 의해 기습을 받아 고가도로 아래로 낙하한 닌자 슬레이어는 그대로 죽은 듯이 졸도했다. 수십분 뒤, 마침내 의식이 깨어났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여 지질 않는다.


몽롱해진 의식 속에서 그는 되풀이하여 신음했다. (((자고있을 상황이 아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나는 생명의 은인이신 드래곤 겐도소=상과 유카노=상을 도우러 가야만 한다))) 라며.


동시에 부정적인 감정이 그의 안에서 갈등했다. (((아니, 내가 가서 뭐가 어떻게 된단 말인가. 내가 일방적으로 호의와 은혜를 느끼고 있을 뿐이다. 두 살마은 나에게 공포를 느끼어 거리를 두려고 하지 않았는가. 내가 죽는다면 잘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라고. 실제, 후지키도는 겐도소에게 가르침을 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두려운 것이 당연하다...... 나는 닌자 슬레이어, 모든 닌자를 죽이는 자니까))) 그러나 이대로라면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의 마수가 드래곤 도죠에 드리워 진다.


(((겐도소=상은 그리 간단히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사히 끝날 것이란 보증도 없다. 유카노=상도! 아아, 나는 그 두 사람을 돕고 싶다! 그것 뿐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서두르지 않으면! 그러나 의식만이 계속해서 초조해 할 뿐, 상처입은 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소우카이 닌자 3명과의 사투로 잃은 체력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화상을 입은 물소들만이 닌자 슬레이어의 주변에 모여들어 음머 음머하고 탐욕스럽게 목을 울리기 시작했다. 산성비 내성을 가진 신종 죽순조차 녹일 정도로 강력한 위액을 뚝뚝 흘리면서 긴 혀를 부들부들 좌우로 흔든다.


물소의 혀가 진흙 늪 속에 위를 보고 파묻힌 닌자 슬레이어의 온몸을 햝았다. 굴욕감과 초조함이 닌자 슬레이어의 가슴 속을 태운다. 그리고 갑자기 닌자 슬레이어의 마음 속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후지키도를 꼬드기려한 그 원념으로 가득 찬 목소리가.


"""후지키도 켄지여, 지금부터는 나에게 맡겨라. 내 암흑 카라테의 힘이 있다면 이 다친 육체를 움직여 소우카이 닌자 놈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다"""......라고. 시간은 그야말로 우시미츠 아워. 요괴와 악마가 일어나는 어둠의 시간이었다. 평소의 후지키도 켄지였다면 이 목소리를 무시했을 것이다.


ALAS! 그러나, 이 무슨 비극이란 말인가! 두 은인을 너무나 생각한 나머지 미숙한 후지키도 켄지는 그 무시무시한 목소리에 대답하고야 만 것이다. 후지키도 본인은 커녕 드래곤 겐도소조차 그 정체를 알아낼 수 없었던 정체불명의 닌자 소울의 목소리에.


(((내 몸에 깃든 이름 모를 닌자여. 나 대신에 이 몸을 움직여 주게. ...밉다! 그 소우카이 닌자들이 밉다! 죽이고 싶다! 그리고 모든 것을 끝내고 차가운 후톤 이불에 들어가 죽은 자처럼 평안함 속에 몸을 눕히고 싶다!))) 그 순간, 후지키도의 의식은 완전히 사라졌다.


닌자 슬레이어의 오른손이 사후경직처럼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다. 화상을 입은 물소의 혀를 재빠르게 붙잡아 끌어 당긴다. 물소가 흘린 피로 멘포를 붉게 물들이면서 닌자 슬레이어는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후지키도 켄지의 웃음이 아니었다. 지옥의 밑바닥에서 울려퍼지는 것만 같은 나라쿠 닌자의 웃음이다.


이리하여 후지키도 켄지의 정신을 추구하여 육체의 컨트롤을 빼앗은 나라쿠 닌자는 화상 입은 물소 무리를 순식간에 가축 도살(*)을 일으킨 뒤 휴지 슈리켄이 남긴 피 흔적을 쫓아 음속과도 같은 스피드로 메갈로 하이웨이를 내달렸다.

(* 원문은 캐틀 뮤테이션이라 해서 UFO 등에 납치당했던 것 처럼 온몸의 피가 다 빠진 상태로 방치된 젖소 등에 쓰이는 말이었다고 하는)


너무나 엄청난 스피드 때문에 충격파가 발생하여 중앙분리대에서 빛나는 요로시=상의 전광게시판이 쪼개지고 '폭력단 추방' '녹색을 소중히' '먼저 하시길' 이라 적힌 옛 좋았던 시절의 녹슨 간판들이 장지문처럼 몇장이고 날아간다. 그 뒤 고작 몇 분만에 이 괴물은 폐허가 된 인터체인지를 통과했다.


학원도시 폐허를 질주하면서 닌자 슬레이어는 멘포 속에서 불길한 웃음을 띄웠다. 살인충동을 억누르지 않고, 홍소가 흘러 넘친다. 입가에서는 침을 흘리며, 오른쪽 눈은 동공이 열리어 검은 눈동자가 깨알처럼 작아졌다. 목을 부러뜨리는 감촉에 목마른 왼손은 쉴새없이 춉 동작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후지키도여, 훌륭하도다""" 나라쿠 닌자의 목소리가 뇌 안에서 에코가 되어 울린다. """가만히 정신적 후톤 이불 속에서 보고 있거라. 세 소우카이 닌자들만이 아니다. 드래곤 도죠의 닌자들도 모조리 죽여주마. 나는 그들의 피속에서 너를 깨워주도록 하지!"""


장면은 다시 도죠로. "사츠바츠(살벌)!" 폭주하는 닌자 슬레이어는 멘포의 슬릿에서 지옥의 증기를 뿜어내며 한층 더 회전 속도를 빠르게 한다. 위험한 회전이다. 까마귀의 깃털을 휘감아 칠흑의 거대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다. "이얏-!" 양팔이 촉수 모양 생물처럼 쉴 새 없이 움직여 수리켄을 모든 방향으로 사출한다.


"끄악-!" 수리켄이 어스퀘이크의 온몸에 꽂힌다! "아이에에에에에!" 수리켄이 유카노의 다리에도 꽂힌다! "끄악-!" 쓰러져 엎드려 있던 휴지 슈리켄의 등에도 꽂힌다! "끄악-!" 남아있던 최후의 뉴비 닌자도 휘말려들어 죽었다!


2미터 50센치미터라는 이상할 정도로 거구인 어스퀘이크에게 있어서 수리켄이 입히는 상처 따위 백발을 먹더라도 치명상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눈에 꽂힌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끄악-!" 한쪽 눈이 찌부러지고도 두뇌파인 어스퀘이크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신속하게 작전을 변경했다. 적은 여자든 아이든 인질 따위는 개의치 않는 미친 살육자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유카노를 집어 던져 버리고 어스는 양팔로 몸을 지켰다.


드래곤 겐도소는 뒤집어진 강화 타타미를 방패로 삼아 수리켄의 비를 막고 있었다. 그러나 이래서는 움직일 수가 없다. "역시 그 사라리만에게는 사악한 닌자 소울이 빙의되어 있었던 것인가......! 유카노! 도망치거라!" 겐도소가 소리치자 유카노는 잠시 주저한 뒤 그 말에 따랐다.


여기서 생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어스퀘이크가 정말 잠깐 동안 눈을 뗀 사이에 소용돌이가 홀연히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나선형으로 휘감겨 있던 검은 까마귀의 깃털만이 후두둑 흩어지고, 닌자 슬레이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스퀘이크는 눈을 암시 모드로 전환했다. 바이오 야쿠자처럼 적외선 시각장치를 임플랜트한 것은 아니다. 사이버네틱스 수술 같은 것 없이도 닌자들은 정신집중의 힘만으로 자유자재로 눈을 암시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어스는 소나 레이더처럼 기척을 찾는다. 산성비로 본보리의 불이 하나, 또 하나 사라져 도죠 중심부는 암흑으로 변해간다. 무언가가 다가온다. 손으로 비틀어 들어 올린다. 평범함 까마귀다. 또 무언가가 다가온다. 역시나 까마귀.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갑자기 등뒤에서 닌자 슬레이어가 날아들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어스퀘이크의 목을 겨냥하여 카라테를 구사했다. 냉동 참치의 대가리조차 일격으로 분쇄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살인 카라테를. 그러나 닌자를 기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스는 몸을 비틀어 마주보는 자세가 되어 양팔로 이것을 가드한 뒤 자신의 자랑인 빅 카라테를 구사했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카라테와 피보라가 난무한다. "이얏-!" "이얏-!" 때때로 본보리 하나가 숨을 되찾아 불이 들어 와 장렬한 닌자들의 사투를, 타마가와 하천 부지의 불꽃놀이 페스티벌 같이 떠오르게 했다가도 곧 사라져 간다.


"이얏-!" 냉혹한 살인 카라테를 구사하면서도 닌자 슬레이어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생명의 은인인 유카노와 겐도소의 외침이 후지키도의 혼을 다시 불러내어 폭주를 멈추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렸다. ((...이럴 셈은 아니었다. 그 두사람을 지키러 왔었을 터인데...))


"이얏-!" "이얏-!"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진다. ...아니, 닌자 슬레이어가 힘에서 밀리기 시작한다. 나라쿠 상태인 그였다면 손쉽게 어스퀘이크를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폭주가 멈추자 암흑 카라테를 잃어버린 반동으로 그의 몸을 맹렬한 허탈감과 피폐함이 덮쳐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얏-!" 어스퀘이크의 통렬한 스트레이트가 정면에서 닌자 슬레이어의 배에 꽂혔다. "끄악-!" 후지키도의 몸은 포탄처럼 30미터나 날아가 불상 하나를 산산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벽에 붙어있는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슬로건이 닌자 슬레이어를 에둘러 조소하고 있는 것만 같다.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수리켄도 없다. 고립무원이다. 단숨에 승부를 내기 위해 어스는 도죠의 바닥을 삐걱이며 달려온다. 그 거구로 머리를 짓밟힌다면 닌자 슬레이어라 한들 죽을 것이다. 암흑 카라테의 힘은 더 이상 솟아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죽어야만 하는 자인 것이다)) 라고 후지키도는 생각했다.


(((지켜야 할 상대를 죽이려 하다니, 그것은 사람이 할짓이 아니다))) 후지키도는 고뇌했다. (((나는 이미 몸도 마음도 닌자가 되어버린 것인가......? 그 밤, 나를, 그리고 내 처자를 죽인 닌자처럼. ......그렇다, 나는 죽는 것이다. 후톤 이불이 그립다. 세푸쿠(할복)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일어서라, 닌자 슬레이어=상!" 그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여 닌자 슬레이어는 넥 스프링으로 몸을 일으켜 백 덤블링을 5번 구사했다. 그를 세푸쿠에서 구해낸 것은 전투 태세를 갖춘 드래곤 겐도소였다.


겐도소는 어스퀘이크의 앞을 가로 막고서 그 주변을 뱅글뱅글 맹렬한 스피드로 달리며 거구 닌자를 농락했다. 그리고 외친다. "알겠는가, 닌자 슬레이어=상. 힘에 힘으로 대항하지 않는다. 인스트럭션 원(one)이다. 자네도 나와 같이 움직여라"


"Wasshoi!" 숨을 되찾은 닌자 슬레이어는 드래곤 겐도소와 함께 어스퀘이크 주변을 맹렬한 속도로 회전했다. 너무나도 빨라 잔상이 생겨난다. 스피드는 에너지를, 그리고 에너지는 수리켄을 만들어 간다. 닌자 슬레이어의 손에 수리켄이 돌아왔다.


고속이동하면서 스승과 새로운 제자는 마음 속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째서 저를 도우십니까, 드래곤 겐도소=상. 저에게 리얼 주 짓수를 가르치시는 것을 그토록 주저하셨으면서)))


(((나는 오늘, 자네가 흘린 피눈물을 보았으며 또한 그 소울의 칠흑의 그림자와 황금색 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닌자 슬레이어여, 자네에게는 킨카쿠 템플 높이 오를 정도로 숭고한 소울이 깃들어 있다. 내가 자네에게 길을 알려주도록 하겠네))) (((센세이-!!)))


"가자, 닌자 슬레이어=상! 이얏-!" 두 사람은 어스퀘이크를 향해 머신건처럼 수리켄을 던졌다. 두 사람의 호흡은 딱 맞아서 어스퀘이크의 전후좌우에서 동시에 수리켄이 사출되었다. 한발도 빗나가지 않는다.


"알겠는가! 이것이, 인스트럭션 원의 극의. 백발의 수리켄으로 쓰러뜨릴 수 없는 적이라 하여 한발의 힘에 의지해서는 아니된다. 천발의 수리켄을 던지는 것이다!" 겐도소가 선문답 같이 깊은 주 짓수의 진리를 외친다.


"끄악-!" 어스퀘이크의 온몸에 무수한 수리켄이 꽂혀간다. 군대 개미에 습격당하는 도산코(홋카이도) 그리즐리 베어처럼 그 거대한 몸이 검은 수리켄으로 빈틈없이 덮혀 간다. 두뇌파인 어스는 자신이 자랑하는 사고회로를 풀 회전시켜서 냉정하게 전황을 분석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답은 명백, 승산은 제로다. 컴퓨터 디스플레이처럼 냉담한 어스의 뇌리에는 지금 '나무아미타불' 이라는 여섯 글자만이 표시되어 있다. 더 이상 대응할 수단이 없단 말인가.


"휴지! 일어나 줘! 나에게 지원공격을!" 어스퀘이크는 자존심을 버리고 꼴사납게 외쳤지만 휴지는 타타미에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는다. '인과응보' 라는 네 글자가 어스의 뇌리에 타이핑 된다.


어스퀘이크의 온몸을 절망이 지배한다. 이 승기를 놓치지 않고 드래곤 겐도소와 닌자 슬레이어는 거인의 좌우에서 동시에 점프킥을 구사했다. "이얏-!" "이얏-!" "끄악-!"


좌우 양쪽에서의 날카로운 날아차기가 어스의 머리에 명중하여 바리키 드링크 CM 광고처럼 두꺼운 목이 기세 좋게 비틀려 떨어져 상공으로 날아간다. "사요나라!" 어스퀘이크의 머리는 공중에서 단말마의 외침을 지르며 폭발했다.


목을 잃은 거인의 몸은 미즈게이(*)처럼 높이 10미터 정도 되는 피로 된 기둥을 분출하고서 쿠웅하고 타타미에 쓰러졌다. 무너져 내린 천장에는 무수한 까마귀들이 떼를 지어 초대받지 않은 외부인의 죽음을 내려다 보며 까악 까악하고 울고 있었다.

(* 물을 가지고 하는 곡예)


힘이 다하여 타타미에 쓰러지는 닌자 슬레이어. "훌륭했다, 인스트럭션 원은 합격일세" 라는 겐도소. 그러나 후지키도는 죄책감이 되살아 나서 "센세이, 역시 안되겠습니다... 세푸쿠하게 해주십시오..." 라 신음했다. 드래곤 겐도소는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걸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이얏-!" 빈사 상태에 빠져 있던 휴지 슈리켄이 최후의 집념으로 바람총을 쏘았다. "끄악-!" 주사 바늘이 드래곤 겐도소의 목에 꽂힌다! 요로시상 제약이 극비리에 개발한 안티 닌자 바이러스가 일본 최후의 리얼 닌자의 체내에 피도 눈물도 없이 침입한다!


"끄악-!" 몸부림치며 거품을 무는 드래곤 겐도소. 온몸의 혈관이 검게 변색되어 지렁이처럼 표피 위로 떠올라 피부를 안쪽에서부터 찢어버리려는 듯 마구 날뛴다. "이얏-!" 최후의 일침을 휴지 슈리켄은 닌자 슬레이어를 향해 뿜어냈다.


그러나 닌자 슬레이어는 가늘기 0.5 미크론인 극세 독침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검지와 중지만으로 잡아내어 뒤쪽으로 받아 넘겼다. "네 이놈! 잘도 센세이를!" 닌자 슬레이어는 휴지 슈리켄에게 마무리 일격을 취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술에 취한 게이샤와 같은 불안한 걸음걸이로 걸어간다.


피를 너무 흘린 휴지 슈리켄은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중얼거렸다. (((젠장할, 스페어로도 안되나. 하지만 마지막으로 드래곤 겐도소를 길동무로 삼았다. 나를 미끼로 삼은 어스퀘이크도 꼴좋게 됐구만......


하지만 나도 마침내 여기까지인가. 이미 안티 닌자 바이러스 '타케우치'도 더 없다. 하다못해 다리가 움직인다면 할리 데이비슨에 내장된 소형 전술핵, 반자이 뉴크를 기동시켜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을 텐데. 젠장할, 내 몸은 이미 글렀어......)))


"휴지 슈리켄=상, 네놈은 역시 좀 더 빨리 죽여두어야 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어깨를 흔들며 휴지 옆에 다가가 오른쪽 발바닥을 휴지의 후두부 위에 올렸다. 그리고 최후의 힘을 쥐어 짜내어 다리를 들어 올린다. 이걸로 오시마이(끝장)를 내자.


"사요나라!" 닌자 슬레이어가 다리를 내리치면서 외쳤다.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강렬한 서치 라이트의 빛이 하늘에서 쏘아졌다. "끄악-!" 암시 상태가 되어있던 닌자 슬레이어의 눈은 갑작스러운 맹렬한 빛을 받아 쇼크 상태에 빠져 일시적인 장님 상태가 되어 버렸다. 우카츠(어리석음)! 이 무슨 미숙함!


소음이 들려온다. 헬카이트를 길잡이로 삼아 소우카이야의 무장 헬기 군단이 시체에 무리지어 모이는 대머리 독수리처럼 덮쳐든 것이다. 6대의 무장 헬기에서 도죠를 향해 개틀링건 일제 사격이 이루어진다. 1초에 30발이라는 맹렬한 사출속도로 인해 총알은 빗속에서도 타올라 도죠를 불바다로 바꾸어 간다.


"AAARGH! 안된다, 닌자 슬레이어=상, 도망치는 것이다!" 정신력으로 바이러스 발작을 일시적으로 억제한 드래곤 겐도소가 격렬한 통증을 견디며 일어났다. "이얏-!" 5연속 백 덤블링과 옆구르기. "이얏-!" 그리고 물 흐르는 것 같은 브릿지로 겐도소는 개틀링건 사격을 피해냈다.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여전히 두 눈을 누르며 고통에 빠져 있었다. 적은 곧 겐도소에서 닌자 슬레이어로 공격 목표를 바꿀 것이다. 이대로라면 벌집꼴이 되고야 만다. "닌자 슬레이어=상! 내 목소리를 따라와라! 하이! 여기다!"


드래곤 겐도소는 폭발 직전인 자신의 몸을 채찍질 하여 대불 앞에 있는 검은 타타미를 두드렸다. 타타미가 뱅길 회전하여 시크릿 패스웨이가 드러난다. "이쪽이다, 닌자 슬레이어=상! 서둘러라!"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그저 센세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무턱대고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헬카이트=상, 적이 도망쳐 버립니다 "라는 무장 헬기를 조종하는 Y-12형 야쿠자. 태연히 헬카이트가 대답한다. "노 프라블럼. 우리들의 임무는 도죠에 불을 지르는 것. 할리 데이비슨을 노려라. 반자이 뉴크를 터뜨려"


스승을 짊어진 닌자 슬레이어는 지하 하수도를 시속 120km로 내달려 신사 카테드랄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맨홀을 빠져 나와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래곤 겐도소는 닌자 슬레이어를 지하로 유도한 직후에 의식을 잃은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가 신사 카테드랄 쪽을 보자 거미 새끼가 흩어지듯 무장 헬기 군단이 날아서 떠나는 참이었다. 불온한 움직임이다, 라고 닌자 슬레이어는 상황을 헤아린다. 몇 초 뒤, 메가톤급 폭발이 신사 카테드랄 중심부에서 발생했다. 반자이 뉴크다.


시야가 흔들린다. 대기가 흔들리는 것이다. 충격파가 온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닌자 슬레이어는 학원도시 폐허를 전속력으로 달렸다. 빛으로 된 돔이 등뒤에서 천천히 다가온다. 빛에 집어삼켜진 가련한 물소들은, 까마귀들은, 죽순들은 순식간에 증발해 간다.


달려라! 닌자 슬레이어! 달려라! 맹렬한 폭발을 등지고서 닌자 슬레이어는 카라테의 힘으로 계속해서 달렸다.


그러나 전투 뒤에 또 이어지는 전투의 피로가 비정하게도 발을 엉키게 했다. 폭발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트윈 타워 빌딩을 수직으로 뛰어 오르던 닌자 슬레이어는 발이 미끄러져 낙하했다. 그리고 두 닌자는 반자이 뉴크로 인해 생겨난 빛으로 된 돔 속으로 희미하게 빨려들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서프라이즈드 도죠 (Surprised Dojo)】 끝


닌자 슬레이어 Twitter 계정 (https://twitter.com/njslyr)

diehardtales 가이드라인 (https://diehardtales.com/n/n96e186db18ff)

본 번역은 공식 번역이 아니며, 일체의 수익성 활동은 없다. 알겠지?




초기 트위터 연재분이라 아직 몇몇 설정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음이 눈에 띄는 것이와요.

예를 들어 5화 마지막에는 "왓쇼이!" 라고 했다가 6화 시작하는 순간에는 "Wasshoi!"라 외치고 있는 닌자 슬레이어=상의 모습 등...


그래도 몇몇 장면에서는 예상외의 그윽함이 있었는데 가령 이미 나라쿠와의 관계가 정립이 끝나있는 3부에서는 보기 힘든 나라쿠와 후지키도의 다소 어색한 관계같은 것들


1부 번역은 계속 공개순으로 진행할 예정이와요 그래서 다음 번역인 '베인 오브 서펜트'인


그러면 안녕히 주무시와요 오탓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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