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편하게 쓰겠슴다
원래 즉흥적으로 떠나는 걸 좋아해서 후쿠오카 공항에 내릴 때까지도 아무 생각 없다가, 첫날 호텔에서 자기 전에 관광객 적고 시골 감성 낭낭한 여행지가 가고 싶어져서 히타를 가기로 결정. 진격거 팬이었는데 히타가 진격거 성지인 걸 보고 깜짝 놀랐음. 이번 히타 여행은 초딩 때부터 친구던 놈이랑 왔음.
구루차리 티켓을 사서 하카타 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약 2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한 듯. 버스는 한 30분 간격으로 배차가 잡혀있는 거 같더라. 자전거 대여도 20엔? 정도의 비용으로 구루차리 티켓에 포함되어있어서 히타역에 도착하자마자 자전거부터 대여. 관광안내소에도 진격의 거인으로 도배되어있는 게 오타쿠로서 감동이었음. 구루차리 티켓은 왕복 3,980엔.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히타마부시 센야 에 장어덮밥을 먹으러 왔다. 11시 오픈이었는데 자전거로 히타역부터 마메다마치 안에 있는 여기까지 한 11시 20분 쯤에 도착했고, 정말 운 좋게 웨이팅 없이 빈틈 공략해서 바로 착석 후 주문함. 나 나올 땐 줄 쫙 서있었음. 기본 사이즈로 3,500엔이었고 더 큰 사이즈도 약 5천엔에 먹을 수 있음. 장어 그다지 안 좋아했었는데 이건 정말 맛있게 먹음. 특히 유즈코쇼는 신세계였다... 물이 좋아서 간장이 특산품이라는데 간장도 진짜 맛있었음.
그러고는 마메다마치를 자전거로 쭉 달렸는데, 교토랑 헷갈릴 정도였음. 마메다마치 거리 끝부분에 있는 사케 양조장? 쿤쵸? 였나 거기서 술 구경함. 실제로 양조장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신기하긴 했음. 막걸리 냄새 찐하게 풍겨옴. 사진이 딱히 없네 여긴
거기서 자전거를 다리를 건넜는데, 여긴 아무래도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곳 같았음. 어쩌구 공고랑 나가야마 성 유적지? 가 있었음. 공고 체육관 진짜 크더라... 낭만있었음. 유적지는 뭐 없는데 저 산에 벙커처럼 구멍이 엄청 나있고 땅 밑으로 이어져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검색해도 안 나오고... 그래도 진짜 일본에 온 게 실감이 나서 좋았음. 이미 이때부터 시골 특유의 그 향과 풍경에 취해있었다ㅠ
진격의 거인 박물관 본관은 히타역으로부터 너무 멀다. 차로도 20분 걸림. 국제면허도 없고, 왕복 택시비가 너무 아까웠던 나는 본관이 유일한 줄 알고 슬퍼하다가, 지도를 봤는데 진격의 거인 박물관 별관이 히타 삿포로 맥주공장 바로 옆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 바로 친구 꼬드겨서 마메다마치부터 산 속에 있는 삿포로 맥주공장까지 자전거로 달림. 한 40분 걸린 듯?? 오르막 꼬부랑길 자전거로 올라오니까 ㄹㅇ 죽을 거 같았음. 그래도 뿌듯했다. 친구한테 욕은 좀 먹음.
본관에 비해 볼거리는 확실히 적은 거 같지만, 집중해서 다 본 애니메이션이 진격거가 유일했던 나로서는 성지순례가 이런 거구나 했음. 시모키타자와에서 봇치 따라하면서 기뻐하던 친구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유년시절과 그 나이 때 그린 그림들도 전시해두고, 각 화의 하이라이트에 한국어로도 코멘트를 다 남기셨는데, 읽는 게 생각보다 재밌었다. 박물관 별관만 볼 거면 700엔, 본관까지 묶어서 관람은 1,000엔이었다. 굿즈샵은 가격도 다 사악한데 퀄리티도 조악해서 200엔짜리 미니뱃지 하나만 삼.
삿포로 맥주공장에 들어갔을 때, 자율관람이 무료라고 여성 직원 분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공장의 간단한 구조랑 관람 순서도 친절하게 알려줌. 평일이라 그런지 그 커다란 공장에 방문객이 우리까지 포함해서 10명도 안 되더라. 안내 직원 분이 어떻게 왔냐길래 자전거로 왔다고 하니 그럼 시음 코너에서 주스나 논알콜 음료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속이 쓰렸지만 참았다... 근데 논알콜 캔맥도 진짜 맥주같고 맛있었음. 저 1캔이 200엔. 생맥주는 400엔이었던 거 같음. 카드 안 됨.
삿포로 잔도 기념품으로 샀다. 그 이후로는 실제 맥주 공장 안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공장 내부가 나오는 곳은 모두 촬영이 불가능했다. 사실 찍으려면 찍을 수 있었을 거 같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음. 근데 진짜 맥주를 만드는 공장을 아크릴 너머로 구경하는데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음. 이런 관람이 무료인 게 신기했다. 효모를 현미경으로 보여주거나, 맥주의 성분, 지금까지의 삿포로 사에서 달성한 기록 등을 보여줬다. 일어 못 했으면 조금 억울했을 뻔 했다.





맥주 공장이랑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니 한 16시 40분? 정도였고 19시 10분이 히타에서 하카타로 돌아가는 막차였기 때문에 히타 야키소바를 포기하고 마침 근처에 있던 유메산스이 온천으로 향함. 애초에 가고 싶었던 야키소바 집들이 다 수요일 휴무였다.
온천 입구가 있는 도로에 들어가기 전에, 바깥 모습부터 초록초록한 자연 속에 숨어있었던 온천이기도 하고, 모든 목조 건물에서는 긴 세월이 느껴져서 이건 무조건 성공이다 싶었음. 연세 좀 있으신 주인 분께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남탕은 탕이 총 4개, 여성은 1개? 였던 거 같다. 돈은 성인 목욕 800엔 + 타올 200엔 해서 총 1,000엔.
탕 내부는 원래 사진 찍으면 안 되긴 하지만... 정말 우리 말고 아무도 없어서 찍었다. 내가 가본 노천탕 중에 제일 노천탕의 정석이었음. 실제로 마을 중간에 흐르는 하천이랑 폭포 사이에 노천탕을 만들어놨는데, 마을 몇몇 집과 도로에선 남탕이 훤히 보이더라. 마을 쪽 하천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잠자리 잡고 있더라. 시골 뽕이 치사량으로 참. 신선놀음이었다. 너무 기대 이상이라 대만족. 기회가 되면 꼭 가보는 걸 추천. 병우유 자판기도 있어서 한 병 마셨다. 150엔.


그래서 거의 6시 30분 쯤에야 히타 역에 도착했는데, 대형사고가 남. 자전거 대여를 해주는 안내소가 영업시간이 17시까지였다. 어글리 코리안 엄복동 2명이 돼버렸다. ㅈ됐다 싶어서 히타 역 역무원 분한테 여쭤봤지만 잘 모른다고 하셔서 눈물을 머금고 경찰서로 찾아감. 일어를 할 수 있다는 게 처음으로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다행스러웠음.
자세하게 내 상황을 설명드리고, 여권도 보여드렸다. 다행히도 명부에서 해당 안내소 직원 분의 연락처를 찾았다. 바로 연락이 닿아 안내소 직원 분이 우선 자전거는 원래 장소에 주차해두고, 버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일단 하카타로 먼저 돌아가라고 하셨다. 물론 추후에 비용이 더 발생하게 되면(이미 시간 오버돼서 돈 더 내야하긴 했음) 청구될 수 있으니 전화가 오면 받으라고 해서 연신 고맙다 신세졌다 인사드리고 나왔다. 진땀빼느라 히타 역 포토스팟이랑 리바이 병장 동상도 돌아가기 직전에 사진 찍음...
그 뒤로는 뭐 그냥 하카타 돌아와서 숙소에 짐 두고 모츠나베에 생맥 좀 조져주다가 지진도 시원하게 느끼고 숙소로 돌아옴. 간혹 히타 별로다 볼 거 없다 가지 마라 하는데 일단 내 기준에선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음. 애니메이션 세상 속으로 들어간 기분? 자전거가 치트키였다.
3줄 요약
1. 히타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다.
2. 유메산스이 온천은 꼭 가자.
3. 자전거 꼭 대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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