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2일차에 예정 되어있던 건 새벽같이 일어나 미야지마를 털어먹는 것이었다
것이었는데...
계엄령 선포 다섯 글자에 아우성
드디어 엄창섭이 군바리들을 정상화 하는 줄 알았던 나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결국 10시 기상이라는 참사로 돌아왔다
3일차 오노미치 일정을 널널하게 잡아놔서 망정이지...
둘을 아예 서로 바꾸는걸로 타협을 볼 수 있었다
산요 본선을 타고 천천히 오노미치로 향했다
천천히 간 건 고의는 아니었다
산요 본선의 마법의 시간표로
시라이치까지만 가는 열차 타고 기다리기
이토자키까지만 가는 열차 타고 기다리기
후쿠야마까지만 가는 열차 타기
열차 구간이 좀 지랄남
그냥 후쿠야마까지 한 번에 좀 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
시라이치역에서 존버하며 발견한 코인도정방
쌀 도정을 코인제로 운영한다니 보통 신박한 발상이 아니다
우 우우우 쌀쌀쌀
그리고 근처에 있는 에비스 신사(신사 아님)
토리이도 새전함도 신단도 없으면 어디가 신사인걸까
이걸 하늘도 신사로 ㅇㅈ해주나?
아무튼 몹시 수고스러운 길 끝에 오노미치에 당도했다
딱 역에서 나오자마자 느꼈다
아 여기 굉장히 쇼와틱한 곳이구나
올드하고 SHOWA한 거리에
영하고 MZ한 퐁노미치가 이곳저곳에 붙어있으니 더럽게 어색하다
캐릭터 원안 맡은 사람이 사람이다보니 하나같이 론 주머니가 이빠이
상점가에서 우베로 만든 케이크를 팔고 있길래 하나 먹어봤다
우베가 뭔가 했더니 보라색 참마였음
상점가를 관통하고 왼쪽으로 나아가면
센코지로 향하는 길이 시작된다
나는 로프웨이가 쉬어서 강제로 걸어 올라갔는데
가는 길이 예뻐서 로프웨이가 운행하더라도 함 걸어 올라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노미치는 다름이 아니라 떼껄룩의 도시인데
아예 고양이 골목이라고 고양이가 잔뜩 출몰하는 골목도 있을 정도다
중간지점까지 올라가면 이런 식으로 사진 찍기 좋은 스팟이 탁 트인다
오노미치 달력이라던가 굿즈에서도 이 뷰 사진이 쓰이는걸 보니
나름 자랑인 곳인듯
절벽에 매달려있는 듯한 센코지
허나 센코지에 왔다고 끝이 아니다
아직 더 올라가야함
절 옆에 좆되게 하드코어 해보이는 등반길이 있는데 이쪽 길은 아니다
이걸 누가 오르나 싶었는데 오르는 할배들이 있었음...
누가 봐도 아 쳐보고 싶다 생각이 들게 하는 종인데
타종 금지다
어째서...
센코지에서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문학의 길이라고 부른다
철학의 길 짭인게 아니라 저런식으로 길가의 바위에 와카나 하이쿠가 조각되어있다
하이쿠를 읊어라 일붕=상
드디어 도착한 전망대
그러나 이새끼는 그 다음날 갔던 미센산에 비하면 개좆밥이었다
아이고 내 다리 씨발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와준 여행자에 대한 보답인지
전망대는 끝내주는 경치로 내게 보답해줬다
캬 이 맛에 높은 곳으로 기어올라가지
전망대 옆 기념품가게에서 미깡소프트도 하나 조져주고
땀도 식고 아이스크림으로 배도 차가워지니까 존나 추워서 후다닥 내려감
오노미치 국-룰
나는 이치반칸 본점 갔는데 ㅅㅌㅊ였다
오노미치 라멘만의 특색이 있냐? 물으면 확실히 독특한 맛이다
오노미치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사이고쿠지 라이트업까지 그때 1시간이 남았었는데
마땅히 들어갈 카페가 없었다...
근데 그렇다고 길바닥에서 죽치기엔 좀 추운데...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방금 오픈한 이자카야가 내 눈에 들어왔다
친절한 부부 내외께서 운영하는 이자카야는 안주도 술도 맛있었지만
라멘을 존내 먹고 와서 배가 터지는줄 알았다...
저 멀리서 간지를 내뿜고 있는 사이고쿠지
사이고쿠지 라이트업은 상시 이벤트다
보다시피 이런걸 상시로 해준다고? 싶을 정도로 예쁜데
상시라서 그런가 아무도 안 온다...
꽤 넓은 절인데도 불도 띄엄띄엄 있고 인간이라고는 나밖에 없다보니
심장이 아주 쫄깃해진다
오노미치의 야경은 덤이다
그리고 오노미치가 은근 별이 잘 보인다
밤이 되면 꼭 한 번 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길
별과 오노미치의 바다를 감상하며 역으로 돌아가면
오노미치 여행은 일단 마무리된다
하루의 일정이 끝났으니 폭풍음주의 시간이다
사케뱅크 히로시마라고 나도 갤에서 알게된 곳인데
2천엔에 1시간 술 무한리필(진짜 무한리필)이라 몹시 혜자롭다
술은 진열대에 보관되어있는 것을 원하는대로 꺼내서 따라 마시면 된다
안주도 외부에서 반입 가능하고
술을 잘 모르더라도 가만히 진열대를 응시하고 있으면 사장님이 슬그머니 나타나 추천을 해주신다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든 가게
히로시마에 왔으니
히로시마 토속주들로 쫙 달렸다
저 중에선 奏(카나데)가 제일 맛있었음
애석하게도 호텔 편의점에 쟈지가 다 떨어져서
마무리로 나마푸딩
오노미치는 가기 전 내게 사소한 소도시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냥 히로시마 국룰 코스라서 넣은 건데
오노미치의 이름을 부르자 오노미치는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
그런 감상에 젖을 정도로 오노미치는 좋은 곳이었다
누군가 히로시마를 간다고 하면
나는 자신있게 오노미치를 추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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