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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감평요청]너의 목소리를 들으며(프롤로그2)

아라린네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04 22:19:42
조회 119 추천 0 댓글 6
														

“다들 상황을 받아들인 것 같으니까 다음 문제로 넘어가겠는데, 너희들은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건데?”


밥도 먹었으니 본격적인 대화를 위해 방에 모인 우리들이지만 역시나 넷이나 들어오니 방이 조금 좁게 느껴졌다. 나는 작업용 의자에 앉고, 래플은 침대에 누워서 아이 오브 판타지아를 읽고 있다. 나나미는 바닥에 앉았고, 천아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한 것은 천아였다.


“저는 슬슬 학교에 가야 하는 시간이네요.”

“무슨 소리예요? 오늘은 토요일이었죠?”

“아뇨? 오늘은 수요일이에요. 어제도 학교에 갔는걸요.”

“그런가. 너희들은 학생이었지. 아니 잠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천아도 나나미도 학생이기 때문에 학교를 가장 먼저 떠올린 것 같지만 어쩐지 둘의 날짜 감각이 심하게 어긋나있다.


“학교는 중요해요.”

“중요하긴 하지만, 애당초 여기는 너희가 있던 세계가 아니니까 너희가 다니는 학교는 없어.”

“어? 그러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만세!”


학교가 없다는 말에 나나미는 매우 좋아한다. 저게 보통 학생의 반응이겠지.


“뭐... 저도 학교는 굳이 가고 싶진 않지만요.”


천아도 학교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건 내가 만든 캐릭터라서 잘 알고 있지만...


“그러니까 지금 중요한게 그게 아니라니까. 방금 대화에서 떠올린 건데, 너희가 원래 있던 세계랑 여기는 날짜가 다르잖아. 너희들은 어떤 시점에서 이 세계로 넘어온 거지?”


아까 애니메이션을 보던 나나미의 반응으로 봤을 때, 나나미는 적어도 나카츠바메의 주인공 일행과 만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곳의 오기 전의 저는... 어라? 년도가 기억나질 않아요. 하지만 날짜는 4월 24일이였어요.”


천아는 년도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황해하면서 대답한다. 생각나지 않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창작자인 내가 생각해 두지 않았으니까. 작중에서도 날짜는 간간이 언급되지만 년도는 언급하고 있지 않았다.


“년도는 몰라도 돼. 너는 지금 몇 살인데?”

“18이에요.”


천아가 18세의 4월 말. 그것은 내 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바꿔 말하자면 그녀는 내 소설이 시작되기 직전에 이곳에 온 것이리라. 조금 신경쓰이는 정보이긴 하지만 날짜 같은 걸 알아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는 건 알았다.


“날짜를 알아도 별로 의미 없네. 어쨌든 너희들은 지금 여기 있는 거잖아.”


나는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들어 모두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지금은 서력 2037년 4월 30일. 목요일이야.”

“서력! 일본은 아닌 것 같으니 헤이세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서력이 쓰이는 걸 보니 원래 있던 세계랑 완전히 다른 세계는 아닌가 보네요?”


나나미가 어찌 보면 당연한 의문점을 말했다.


“네가 원래 있던 곳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 이능배틀적인 요소를 집어넣은 세계관이니까. 천아는 아예 그냥 이 세계랑 똑같은 배경이고. 하지만 래플은 세계관 자체가 완전히 다르니까 달력도 다르지 않아?”


방에 들어온 뒤로 줄곧 아이 오브 판타지아를 읽고 있던 래플은 고개를 들어 대답한다.


“아, 응. 그보다 내가 있던 세계에는 달력의 개념이 약했으니까. 인간들은 진작 멸망했고, 판타지아들은 날짜를 기록하는 문화 같은 건 없거든.”


래플의 입에서 나온 판타지아라고 하는 것은 그녀의 작품 안에서 인간들을 멸망시키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괴물들이다. 참고로 래플도 여러 가지 사정상 인간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일단은 판타지아다.


“아무튼, 달력의 이야기는 이제 됐어. 그런 거 알아봤자 지금 상황에 도움 되는 게 없는걸.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너희들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그거 말인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셋 모두 이 집 안에 갑자기 전송된 거잖아? 거기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거야. 그걸 알아낼 때까지는 이 집에서 생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래플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발언을 한다. 하지만 셋 중 누군가가 이런 말을 꺼낼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어쨌든 이 셋은 달리 가지고 있는 것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으니까.


“하지만 갑자기 모르는 사람의 집에 눌러앉는 건 실례가 아닐까요?”


천아가 지극히 상식적인 말로 반박한다. 나는 거기에 끼어들기로 했다.


“아니, 나는 괜찮아. 너희들에게는 흥미가 많거든.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아의 목소리만이라도 곁에서 듣고 싶다. 그것이 본심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지금 여기서 설명하는 것은 조금 골치 아프므로 적당히 둘러대기로 한다.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천아 너는 완전히 타인이랄 것도 없거든.”

“무슨 소리시죠?”

“네가 등장하는 [하늘과 여름의 경계]의 작가는 나거든.”


내 말을 들은 천아는 반사적으로 책장을 본다. 하지만 천아의 시력은 그리 좋지 못하다. 침대에 앉은 채로는 책의 제목은 보여도 작가까지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보인다고 하더라도 내 이름을 모르니 의미 없겠지만. 천아는 잠깐 동안 침묵하며 나를 보더니 말한다.


“눈앞에 창조주가 있다고 말씀하시니 현실감이 없네요. 거짓말은 아니죠?”

“응. 딱히 믿어줄 필요는 없지만, 어차피 갈 곳도 없잖아.”


천아는 어떻게 할지 망설인다. 하긴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오늘 처음 만난 남성의 집에서 지내는 것은 불안하기도 하겠지.


“천아는 조금 생각해봐도 좋아. 그럼 래플은 일단 여기서 지내는 거지? 나나미는 어쩔래?”

“그렇다면 호의를 받아들인다고 하죠.”


나나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른 두 분이 그러시겠다면 저도...”


천아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해서 내 새로운 생활은 시작된 것이다.


-------------------


여기까지가 프롤로그라고 생각하면서 썻는데 독자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 감이 안 잡힌다. 소설은 평소에 취미용으로 써서 친구들한테 보여주는게 전부였는데 친구들은 항상 '재미있네' 정도의 감평밖에 못해줘서 여기에 올려봄. 도입부는 좋은게 떠올리지 않아서 일단 서술식으로 쓰긴 했는데 바꾸는게 좋겠다는 생각은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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