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잭 짹짹’
도시의 한켠은 조용하다.
이슬도 채 가시지 않은 미근한 아침.
참새가 지저귀며, 아침을 알려 주던가 말던가 하며,
우후죽순마냥 규칙없이 자란 건물들이 흐느적한 구름과 멀뚱히 서있다
‘파-앗’
도심의 등 뒤를 섬광이 덮쳤다.
일몰처럼, 구름과 단지 전체는 역광의 그늘에 싸였다가 이내 잦아든다
‘콰과과과과’
그러나 곧바로 화염의 반구가 부푼다, 멈추지 않고 부푼다.
작은 구역도, 중간 구역도, 폭발 세력에 삼켜진다.
건물들의 코 앞은 눈멀도록 밝아지고 ,
건물들의 등뒤는 어둠으로 밑간되어, 하늘까지 닿는 불길에, 구름마저 깡그리 먹혀버린다
소란이 하늘로 승화되고, 구조물은 웅성댄다.
잔해 스러지는 소리, 철근 비틀리는 소리,
그 폐허의 소용돌이에 《무언가》 가 서있다
불만 가득히 찢어진 눈, 퉁명한 입, 얼굴은 사람인데 귀가 뾰족했고, 양 관자놀이엔 두 개의 더듬이가 있다.
표정이 언짢아진다.
‘부우우우’
소리가 공진한다, 몸에서 하얀 기운이 타오른다.
‘즈즈즈즈즈즈’
빛이 햇무리처럼 양손에 모인다. 잔뜩 힘을 줘 움츠렸다 두 손을 앞으로 뻗는다.
‘도콰’
수십, 수백킬로미터가 양단된다. 응축된 빛덩어리는 황무지를 만든다.
자연재해를 뛰어넘는 그 위력에 잿더미, 돌더미로 뒤바뀐다.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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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굉음과 지진이 계속 이어집니다!! 갑자기 A시를 덮친 대폭발은 현재도 규모를 확대시키며 도시 전체가 마치….’
《쿵》
‘지직ㅡㅡ, 지직ㅡㅡ’
TV가 나오지 않는다. 그걸 보던 대머리는 당황스런 상황에도 미동이 없다.
“가볼까.”
짧게 중얼인 말에선 아무것도 느껴지 않는다.
단순히 말을 실행할 뿐이다.
그 중얼거리는 ‘정의’ 가
그 발걸음에서 ‘집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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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 콰가가’
튀어오르는 연무, 도미노가 되는 빌딩, 들쑤셔지는 도심.
“흐에ㅡ엥”
홀로된 아이가 길게 흐느낀다. 형체없이 사라진 주변풍경 속에서 길게 흐느낀다.
괴물은 갑자기 다가와 아이를 아무런 공감없이 본다.
이게 무슨 동물인가 싶어 본다.
“흐아앙ㅡ 엄마ㅡ 아빠ㅡ, 흐이잉 ㅡ”
부모님이 없어진 아이는 무엇을 보던 상관 없기에 눈을 감은 채 연신 눈물을 흘린다.
세상에 버려진 아이를 앞에 두고 괴물은 손을 내민다.
‘까득 까득 까드득’
그가 내민 손은 연민이 아닌, 파괴에 대한 갈증을 불태우며 크고 흉하게 변해간다.
완전히 변형된 그 팔과 손 전체는 아이를 으스러트릴 목적으로 가득 무르익었다.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움키면 아이는 형체도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실행된다.
《콱》
‘사삭’
그렇게 되야 할 터였다. 강하게 손아귀를 쥐는 소리에 아이가 잡혔나 싶었지만,
괴물의 손에 느낌이 없다. 무언가가 지나갔음을 깨닫곤 옆을 본다.
자신 앞에 있던 아이는 멀찍한 곳에 쓰러져 있다.
싸구려 코스프레 한 사내가 쭈그려 괴물을 본다.
“네 놈은 누구냐”
대꾸해주기 좋다고 느낀 대머리의 사내가 씨익 웃는다. 그리곤 팔짱을 낀 채 일어섰다.
“취미로 히어로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참혹한 도시의 분위기에, 대머리의 망토는 촐랑대며 나부낀다.
“뭐냐, 그 적당한 설정은…”
괴물은 어이없다. 이런 녀석과 대치해야한다는걸 참을 수 없었지만,
부조리한 패턴에 섞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말을 잇는다.
“난 인간녀석들이 환경오염을 반복함으로써 태어난, 백신맨이다!!”
대머리 사내의 뚱한 표정이 괴물의 심기를 돋운다.
“지구는 하나의 생명체다! 네놈들 인간은 지구의 생명을 계속 갉아먹는 바이러스일 뿐이다!”
반응이 없자 역시 죽이자고 마음먹었다, 속이 드글드글 끓어오른다.
“난 그런 인간녀석들과 인류가 만든 해악문명을 말소하기 위해, 지구의 의지에 따라 태어났다!!!”
몸집을 키워 죽이겠다.
“그것을! 취미?! 취미라고 했나!!”
자신을 보고 지루해하는 대머리. 이 자식은 에너지탄도 아깝다, 근육을 부풀려 산산조각내 죽이겠다.
“그딴 이유로 지구의 사자인 내게 반항하다니.”
손톱을 세워 짓이겨 죽이겠다.
“역시 인간은”
못참아 주겠다는 표정, 이정도로까지 무시해?!
주둥이를 늘려서 죽인다, 이빨을 세워 죽인다, 동체시력을 늘려서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근절해야만 하겠군!!!”
죽인다, 죽인다, 죽인………
《《《파앙》》》
공간을 가른 단 하나의 소리,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인다' 에서 시작한 괴물의 의식은
‘죽었다’ 로 끝났다.
치켜올인 팔에,
쳐올려진 괴물이 일격의 회오리에 휩싸여 갈려나간다.
'후두두두둑'
하늘에서 쏟아지는 살덩어리.
얼떨결에 주먹을 지른 사내는
괴물의 말이 지루해 살짝 쳤을 뿐인데, 다 터져버렸다.
‘또 한방에 끝내 버렸다...’
“제에에에에에에에에엔자아아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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