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검증』

#1

다음날 아침.

카즈마 파티는 복도를 청소하고 있었다.

[아쿠아]

……빠아아안~~~~

[카즈마]

어잇, 차.

우리 집도 그렇지만, 이렇게 넓으면 청소도 상당한 중노동이구나.

[아쿠아]

……빤히이이~~~~~

[카즈마]

아, 메구밍.

빗자루질 끝났으면 너도 걸레질 도와줘.

[메구밍]

좋아요.

……하지만, 치마 안은 들여다보지 마요?

[카즈마]

드드드들여다볼 리 없잖아!

……야 다크니스. 그렇게 자기도 당하고 싶어하는 표정으로 쳐다봐도, 니 치마 속을 들여다보진 않을 거니까.

……길어서 보이지도 않고.

[다크니스]

다, 당하고 싶어하는 표정 지은 적 없다!

하지만 들었다고. 내 치마가 길어서 보이지 않는다,

즉 짧으면 사정없이 보겠다고…… 후후, 과연 카즈마구나.

[메구밍]

……역시 걸레질은 다크니스에게 맡겨도 될까요?

[카즈마]

안 볼 거니까!

……아니 불가항력으로 시야에 들어올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안 볼테니까!

[아쿠아]

빠아아아아안! 히이이이이!

[카즈마]

아, 이봐 아쿠아.

[아쿠아]

……읏, 무슨 일인데! 자 빨리, 무슨 일인데!

이제야 이 여신에게 언데드의 아지트 청소 따위를 시키는 상황의 죄악함을 깨달았다면──

[카즈마]

양동이의 물이 더러워졌어. 정화를 부탁해.

[아쿠아]

에? 어, 응.

[카즈마]

이야, 너는 이렇게 물에 손가락만 담궈도 깨끗하게 할 수 있고,

여러 번 양동이를 옮기는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어서 정말 편하구나.

고마워 아쿠아. 설마, 이렇게 네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아쿠아]

……어머나, 뭐니 카즈마씨도 참. 이제야 이 여신의 고마움을 실감한 거야?

흐흥. 너무 늦었다는 수준이 아니지만, 괜찮겠죠.

지금부터라도 힘껏 숭배해줘도 된다고?

[카즈마]

어, 과연 물의 여신 아쿠아님이다.

그 기세로 양동이의 물을 팍팍, 내친 김에 이 복도 안을 깨끗하게 해줘. 아니, 부탁드립니다요.

[아쿠아]

후후후후!

그렇게까지 순순히 부탁하시면 들어줄 수밖에 없겠네!

좋아요 보시죠, 이것야말로 여신님의, 진심 걸레질!

[다크니스]

오오. 엄청난 기세로 복도가 닦여진다.

[메구밍]

대단하잖아요 아쿠아!

[아쿠아]

후훗! 네, 그렇죠 그렇죠?

이 여신에게 걸리면 이 정도쯤──

──이 아니야!!!

그게 아니라 애초에 왜 이 여신님이 언데드의 아지트 청소 같은 걸 해야하냐는 얘기야!!!

[카즈마]

……칫.

[아쿠아]

앗, "칫"이라고 했어!

여신의 정당한 항의에 대해, 진심으로 귀찮은 듯 "칫"이라 했어!

[카즈마]

……하아. 어쩔 수 없잖아?

그땐 다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아직 적인지 아군인지도 모르는데, 누구씨가 느닷없이 공격하는 바람에 말이야.

[아쿠아]

……우.

하, 하지만 언데드라 하면 보통은 적인 걸.

저 데미 뭐시기도, 악마 같은 냄새가 났고…….

[메구밍]

하지만 위즈 같은 언데드도 있잖아요.

갑자기 공격해온 이쪽을 용서해준 걸 보면, 저 언데드도 마음씨 고운 언데드일지도 모르지 않나요?

[다크니스]

용서한 척 가장하고, 차분히 이쪽을 핥듯이 관찰해,

지금은 천천히,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고민하고 있을 뿐인 가능성도 있지만…… 기대되는구나.

[카즈마]

야, 지금 기대된다고 했냐?

[다크니스]

안 했다.

[카즈마]

……그리고, 안경 쓴 사람이 말한대로 밖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우리끼리 도망쳐서 무사하겠냐? ……무리잖아.

덤비지 않는 한은 안전해보이니, 여기서 빌붙어 살기 위해──

지금은 허드렛일이든 뭐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잖아.

게다가, 아직까진 사는데 불편함도 없고. 식당밥, 공짜인데 술집보다 맛있더라.

[메구밍]

저는 카즈마만큼 여성의 차가운 눈빛에 익숙하지 않아서,

지금도 아쿠아의 막말 때문에 꽂히는, 메이드님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불편함 없이 산다"고 하긴 어렵지만요…….

[카즈마]

어, 그래? 보통 저 정도 아니야?

[메구밍]

완전히 마비됐어요 이 남자……

뭐 처음에 말했듯이, 저는 폭렬마법만 쏠 수 있으면 일단은 상관없는데

정말로 쏠 수 있게 해줄까요?

[카즈마]

그건 일단, 가능하면 호위가 붙고

밖에 나갈 허가를 받고 나서…….

[메구밍]

오늘 안에 받을 수 있을까요?

받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어요. 지금 여기서──

[카즈마]

당연히안되지임마멈춰.

뭐가 어쩔 수 없단 거냐.

[메구밍]

……사실 홍마족은 하루에 한번은 폭렬마법을 쏘지 않으면

펑! 해버리는 특수 체질이라…….

[카즈마]

금시초문인데다 그럼 융융이라던지는 어떻게 되는 건데!

[???]

헤에~

그런 리스크가 있는 기술이었군요~

[카즈마]

어 저기, 누구신지요?

메이드씨……는 아닌 것 같은데요.

[슬라임코]

네. 저는 슬라임종인 슬라임코라고 합니다.

부디 슬라코라고 불러주세요.

[카즈마]

슬라임……?

[슬라임코]

네.

모몬가님께서, 여러분을 나자릭 밖으로 모셔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카즈마]

밖으로? ……고맙지만 어째서.

설마, 아지트를 피로 더럽히고 싶지 않으니까

밖에서 처형한다던가 그런……?

[슬라임코]

아, 아니에요!

그러니까, 메구밍님이 희망하시던 것을 모몬가님이 기억하고 계셔서──

──한번 밖에서 폭렬마법을 쏴 달라고 하시네요!

──────────────────

#2

「공간을 부수는」 현상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는 폭렬마법.

그 위력이나 성질의 분석은, 결과에 따라서는 '균열'이 품은 수수께끼의 해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폭렬마법의 관찰과 검증, 그리고 네 모험가들을 감시하기 위해,

나자릭에서는 세 사람이 동행하였다.

[슬라임코]

그럼 다시 소개할게요. 우선 이쪽, player씨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여러분의 안내를 맡게 되었습니다.

[카즈마]

아, 안녕하세요 카즈마입니다.

이쪽은 아쿠아와 메구밍과 다크니스.

[슬라임코]

그리고 다른 한 분이──

[나베랄]

……나베랄 감마입니다.

[카즈마]

어, 엄청난 미인…….

[나베랄]

정말 죄송하지만, 불쾌하니

너무 이쪽으로 눈 돌리지 말아주시겠습니까? 구더기.

[카즈마]

엣, 방금 뭐라고?

[슬라임코]

나, 나베랄 씨!

[나베랄]

미안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하등생물(인간)이라고 생각하니 그만…….

[슬라임코]

아, 아와와! 저기, 죄송합니다!

단지 조금 말이 날카로우실 뿐이지, 나쁜 분은 아니시니……!

[카즈마]

아아 아뇨, 화내야 할 상황이긴 하겠지만…….

미리 사과드립니다. 저야말로 정말 죄송합니다.

[슬라임코]

엥?

[다크니스]

하아, 하아…… 저 눈!

나를 경멸하는, 썩은 벌레의 시체라도 보는 것만 같은……읏! 크으……읏!

거기에 단적이면서도, 급소를 날카롭고 정확하게 도려내는, 칼날 같은 저 매도……

차, 참을 수 없다!

[나베랄]

……기, 기분 나빠.

탁하고 역한 냄새가 나는 입김을 내쉬는 주제에,

이쪽으로 너무 가까이 오지 마세요, 노린재.

[다크니스]

하읏! 어, 어쩌지 카즈마,

왠지 배덕적인 길에 눈을 뜨게 될 것 같다……!

[카즈마]

정말 분별이 없구나, 이 극변태…….

[슬라임코]

다, 다크니스씨는 왜 저렇게 흥분하시는 건가요……?

[카즈마]

사소한 지병 같은 거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슬라임코]

지, 지병이라면 신경쓰는게 좋지 않을까!?

>마조히스트, 라는 건가요?

[카즈마]

네 뭐, 한 마디로 말하면 그겁니다.

그런 것보다──

[슬라임코]

그런 것보다!?

[카즈마]

여기가 어딘가요?

마차(?) 안에서는 계속 눈이 가려져 있었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나자릭의 위치를 알지 못하게 눈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슬라임코]

이곳은 토브 대삼림이라 불리는 삼림지대입니다.

[카즈마]

숲……? 숲속에서 폭렬마법 같은 걸 쏴도 괜찮은 건가요?

[슬라임코]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 숲 깊은 곳까지는 올 수 없고,

이 장소라면 만에 하나 '균열'이 생기더라도 괜찮을 거라서요!

[메구밍]

제 폭렬마법의 진가를 재기에 딱 좋은 실험장, 이라는 건가요.

제 희망을 이뤄준 것도 단순한 선의는 아니었던 거군요.

뭐, 이유야 어찌됐건 상관없습니다.

원하신다면야, 나의 폭렬마법의 위력, 배알하시길!

[player]

(이쪽의 의도를 이해했음에도, 힘을 보여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정말로 적의가 없는 건지, 힘을 보여줘도 문제없을 정도로 자신이 있는 건지…….

어쨌든, 여기선──)

>부탁 드립니다.

>꼭 한번 보고 싶습니다.

[메구밍]

그럼 한번 보시길!

……이라고 말하고 싶긴 합니다만.

[벌레형 마물]

끼이이이이!

[메구밍]

여기저기서 몬스터가 모여들고 있네요.

영창할테니, 잠시 시간끌기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카즈마]

좋아. 빠르게 좀 부탁해!

[나베랄]

……지고의 존재께서 원하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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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몬가는 토브 대삼림에서의 전투를

《원격시경(Mirror of remote Viewing)》을 사용해 관찰하고 있었다.

[메구밍]

준비 OK입니다! 가능한 한 떨어져 주세요!

그럼 갑니다?

──꿰뚫어라! 익스플로오오오오오오젼!

[모몬가]

저만한 수의 적을 일격에 거의 일소……

흠. 범위도 위력도 꽤 강렬하긴 하다. 하지만──

(공간을 부순다, 고 할 정도는 아니구나. 역시 특수한 조건이 갖춰졌던 건가.

아직, 경계 수준을 낮추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조건 없이 공간을 부술 수 있는 마법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저 위력을 연발로 맞는다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방심은──)

[모몬가]

응?

[메구밍]

후우…….

(털썩)

[모몬가]

(뭐, 뭐하는 거지? ……휴식?

드문드문 하긴 하지만, 아직 적도 주위에 남아있는데.)

……《전언(Message)》.

나베랄, 나다. 그래, 상황은 보고 있었다. 수고가 많구나.

지금부터 난 카즈마에게 《전언》을 연결할 것이다.

혼란시키거나 가짜를 의심받는 번거로움이 없도록, 그 취지를 카즈마에게 전하거라.

[나베랄]

넷! ……거기 벌레, 감사하도록.

지고의 존재께서 말씀을 주신다고 합니다.

[카즈마]

네? 모몬가 ㅆ……님이요? 저한테?

[모몬가]

《전언(Message)》. 카즈마인가.

너희들의 활약은 잘 보았다. 이쪽 사정 탓에 일부러 장거리를 이동시켜서 미안하구나.

[카즈마]

아. 아뇨 뭘.

신세지고 있으니 그 정도쯤은 전혀.

[모몬가]

그런가. 근데 조금 듣고 싶은 게 있다만……

저 매직 캐스터는 어떻게 된 거냐? 갑자기 쓰러진 걸로 보인다만.

[카즈마]

마지쿠카스타 …… 메구밍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떻게 된 거냐니…… 어 그러니까,

방금 그 일격에 마력을 다 써버려서, 늘 그렇듯 꼼짝도 못하고 있을 뿐인데요.

[모몬가]

엥?

[카즈마]

에?

[모몬가]

……아니, 이쪽에서 보인 바로는, 아직 폭렬마법을 한방 쏜 것 뿐인 것 같다만.

[카즈마]

네. 그랬지요.

[모몬가]

……출발 전에, 다른 마법을 써야 할 사태가 있었는가?

[카즈마]

아뇨?

그렇달까 메구밍, 폭렬마법밖에 사용할 수 없고 말이죠.

[모몬가]

엥. 대체 왜?

[카즈마]

레벨업을 해도 스킬 포인트……라고 말하면 못 알아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부 폭렬마법에 소비하고 있고요.

게다가 매번 전 마력을 폭렬마법으로 싸그리 써먹으니 이 꼬라지예요.

[메구밍]

……어이. 뭘 중얼거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글러먹은 걸 쳐다보는 듯한 그 눈길은 그만두지 못하겠나.

[모몬가]

(한방에 MP 전부 써먹는다니…… 뭐냐 그 예능용 마법은.

그뿐만 아니라 그런 마법밖에 익히지 않은데다, 그것 관련에 포인트 전부 투자? 엉망진창으로 낭만중시형 빌드잖아…….

뭐 롤플레잉 우선시했던 나도 남 얘기는 못하나……

그나저나 레벨업이라던가 스킬포인트라던가, RPG 그 자체 같은 장소도 다 있구나…….)

[카즈마]

……모몬가님?

[모몬가]

오 아니, 미안하다.

그저 조금 놀라서 말이다……

저 위력은 대단한데, 그럼 꽤 고생하지 않나? 너도 말이지.

[카즈마]

………………알아주시는 건가요.

예에, 그렇습니다. ……정말로.

[모몬가]

그, 그렇구나.

(꽤나 푸념이 쌓여 있는 것 같구나……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건 더 자세한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호기 아닌가?)

[모몬가]

……카즈마. 모처럼의 기회다.

괜찮다면 나에게, 너의 고생 이야기라도 들려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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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마법 움짤은 용량 큰데 넣는 건 좀 과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