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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 6-4) 사쿠라퀘스트 에피소드 제로 장미가 피었다

망도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9.11 12: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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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발각될 뻔했기에 일단 누군가에게 보이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경계를 위해 구교사의 입구에서 발을 멈추고 주변을 확인한다.

괜찮다.

누구도 없다.

하지만,

신발장 방의 문을 여니 갑자기 문의 뒤에 숨어 있던 누군가의 손이 내밀어져 나의 어깨를 두드린다.



“끄악?!”



놀라서 자연스레 이상한 소리를 낸다.



“무, 뭐, 뭐야 뭐하는거야 나는 딱히———”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며 돌아보니 거기에는 교복을 입은 여자가 서있었다.



“이걸 쓴 건 너야?”



말하며 노트 쪼가리를 나에게 들이밀었다.

거기에 적힌 갈겨쓴 글.

‘장미가 피었다’의 가사.



“내, 내놔!”



빼앗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여자는 슬쩍 피한다.

나의 팔은 허공을 갈랐다.



“너 분명히 옆 반의 화과자집···”



분명히 오리베 치토세.

오리베 과자점의 외동딸이다.



“너는 카도타 우시마츠지. 여기서 말하기도 그러니 다른 곳에서 말하지 않을래?”



마치 지금부터 둘이서 나쁜 짓이라도 하자는 얼굴로 오리베 치토세는 씩 웃으며 말했다.

바꾼 곳은 방과 후의 부활동 소리가 울리는 교정이었다.



“뭐야.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이 아니었냐?”



“난 너에 대해 아직 잘 모르니까. 잘 모르는 남자랑 인적 없는 구교사에서 단둘이 말하지 않을 정도로 난 조심성 있어.”



“뭐라는거야 그건.”



“거기에 다른 사람에 들려도 위험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면 거드름 피우지 말고 빨리 말하라고. 뭔 이야기인데.”



오리베 치토세는 노트 쪼가리를 내밀고,



“그러니까 이거. 이 장미가 피었다.”



“그건 내가 쓴 시다. 불만 있냐.”



“불만은 없어. 이 시에 나는 전율했어. 그러니까 너에 대해 찾아다녔어.”



“저, 전율했다니···”



당혹하면서도 이 시를 알아준 녀석이 있다는 것에 나는 내심 떨 정도로 감동을 느꼈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은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반문했다.



“그래서 사인이라도 원하는 거냐?”



“혹시 바보야? 필요없어 그딴 거. 그런 게 아니라 이 시를 완성 해서 둘이서 락밴드를 하자는 말이야.”



똑바로 나의 눈을 응시하는 오리베 치토세는 말했다.

나는 넋이 나가서 머리가 따라오지 않았다.

락밴드를 하자.



그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거다.

어째서 그걸 갑자기 옆 반의 화과자 집 외동딸이 말해 오는 거지?

어쨌든 여기서 거부할 이유는 없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오리베 치토세의 당당한 눈동자에 비쳐지면서 나는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의미도 모를 대답을 했다.



“···뭐 뭔데. 너희 집의 뜰에도 장미가 피어있지 않으거냐?”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바보.”



오리베 치토세가 웃었다.

만나고 20분도 되지 않았을 시점에 2번째로 바보라 불렸다.

말해보니 남녀의 입장 차이는 있지만, 오리베 치사토는 나와 정말로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마치 똑같은 영혼을 가지고 태어나자마자 결별한 쌍둥이처럼.

어찌어찌 해서 의기투합하기까지 시간은 그다지 걸리지 않았다.

락밴드를 짜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는 일치했지만, 거기에는 우선 오리지널 곡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장미가 피었다’의 곡을 완성하는 것이다.

치사토가 ‘장미가 피었다~’하고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거기에 그걸 악보로 옮긴다.



치토세는 놀랄 정도로 악보를 읽고 쓰는 것이 뛰어났다.

어렸을 적 부친이 허세로 치토세를 옆마을의 피아노 교실에 보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든든한 동료를 얻은 기분이다.



치토세는 말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만으론 분량이 부족하다고.



“지금 있는 시만으론 1곡 분량도 채우지 못하고 무엇보다도 어중간해. 이 뒤의 가사를 써 와.”



“아니, 그렇게 말해도 나는 제대로 된 작사 따윈 해본 적 없는데.”



지금 있는 시는 그저 가슴 속 질척질척한 기분을 토해내 휘갈겼을 뿐이다.

생각해서 시를 쓸 정도로 나는 시에 조예가 깊지 않다.



“이 뒤를 쓰라는 말이라면 뭐라도 힌트를 줘.”



“음 힌트라···.”



치토세가 생각한다.

그리고 뭔가 번뜩인 듯이 검지를 세운다.



“맞다. 이럴 때에 지금까지 도서실에서 읽어왔던 책이 도움이 될지도···.”



“도서실? 나는 책 따윈 읽어본 적 없어.”



“너에게 그런 걸 기대하진 않았어. 내가 읽은 책이 힌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소리야.”



“알았으니까 빨리 말해봐.”



“예를 들어 이 ‘돌을 뒤집었더니 공벌레’란 부분이 있잖아?”



“응. 우리집의 정원에는 더러운 공벌레 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거야. 공벌레란 정말로 더러워?”



“아니 더럽잖아? 적어도 깨끗한 것은 아냐.”



“정말 그럴까? 저번에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있던 건데···”



“하? 세···쉐이쿠스···?”



“셰익스피어. 400년 전의 영국 극작가.”



“그렇게 오래전에? 일본은 에도시대였는데?”



“아직 에도막부가 되고 얼마 되지 않을 때야. 그렇게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네. 그 시대에 벌써 그런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니···”



“어떤 이야기인데?”



“맥베스라 하는데, 작중에 나오는 대사에 이런 게 있어. 깨끗한 것은 더럽고, 더러운 것은 깨끗하다···”

*일본어에서 키레이(きれい)는 깨끗하다의 의미와 아름답다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음. 애니플러스에서 깨끗하다로 가사를 번역했기에 이를 따름




“뭔 소린지 모르겠네~.”



“다양한 해석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해석은 이래. 세상에 언뜻 깨끗하게 보이는 것일지라도 실상은 더럽다거나, 겉으로는 더러워도 실상은 속에 반짝반짝한 아름다움이 흘러 넘치는 것을 감추고 있다거나. 깨끗한 것은 더러운 것을 품고 있어. 더러운 것은 깨끗한 것을 품고 있어. 깨끗함과 더러움은 표리일체. 그것이 세상의 진리인게 아닐까 하고.”



“쓸데없이 더 어렵잖아. 게다가 장미가 피었다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건데.”



“즉 언뜻, 더러운 공벌레 쪽이 실상은 깨끗하고, 누구라도 예쁘다 생각하는 장미 쪽이 실제론 더러운게 아닐까 하는 거야. 그러니까 카마도의 집 뜰에 공벌레밖에 없어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런 메시지를 다음 가사에 담아보는 건 어때?”



의기양양한 얼굴로 오리베 치사토는 말하지만 나의 머리에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의미불명.

그러니, 말했다.



“뭔 소리를 하는거야. 만약 공벌레가 깨끗하다 해도, 그딴 건 필요없어. 어째서 더러운 장미와 깨끗한 공벌레의 양자일택인데? 그런 건 어느 쪽도 필요없어. 아름다운 장미가 좋은 게 당연하잖아?”



“———”



나의 그 말을 들은 치토세는 순간,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쿡쿡 웃더니 폭소했다.



“그런가? 그렇지. 진짜 그렇네. 확실히 그래.”



마음 속으로 억지로 납득해보려 했지만 역시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다.



“뭘 감탄하고 있는거야. 말하지 않아도, 그런 건 당연하잖아.”



“응. 내가 틀렸어. 맞아. 그래도 지금의 카마도의 그 가사 정말 좋네. ‘더러운 장미와 아름다운 공벌레, 어느 쪽도 필요없어’라 말한 거. 그걸 가사로 하면 되는거야.”



오리베 치토세는 반짝반짝 눈부신 미소로 그렇게 말했다.

거기서부터 이후는 척척 일이 진행되었다.

이 힌트를 바탕으로 내가 시를 완성해서 치토세가 매력적인 멜로디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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