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을 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에서 접했다가 카모시다까지 봤는데 재밌어보여서

보는거 관두고 직접 하기로 결정했었음

현생 갈고 8일에 120시간

정말 오랜만에 완전히 빠져서 몰입하게 된 게임이었음

이런 글을 남기게 된 이유는, 내가 이런 장편 스토리겜 완결냈을 때 내 감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좋아함

그 시절에만 간직할 수 있는 따끈따끈한 추억을 보존하는 느낌

# 페르소나 5R이라는 게임의 장점과 아쉬운 점

[장점]

* 눈과 귀가 즐겁다.

BGM, 캐릭터 더빙, 효과음 등 사운드가 풍부하고 퀄리티도 좋다.

모델링은 솔직히 고퀄은 아니지만, 이펙트나 인터페이스, 일러스트가 좋았음.

맵 디자인들도 각각 매력 있었다. 특히 카지노

인상 깊었던 것들:

전투에서 각 캐릭터에 맞게 '페르소나!' 대사 외칠 때, 약점 찌를 때 쾌감, 쇼타임, 총공격 마무리 일러스트,

특히 예고장 보내고 결판 내러 갈 때 그 bgm 분위기가 박진감 넘쳐서 몰입감이 좋았음

전투 시스템이 후반 갈수록 반복적이라 루즈해질 만한데, 시청각적인 요소들로 어느 정도 그게 보완이 된 거 같음.

* 현실의 외로움을 덜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해본 롱타임 게임 중에선 어크오/엘든링/스카이림 >> 이런 것들은 솔로 플레이하면서 좀 슴슴하고 적적하긴 함

페르소나 5R은 거의 정반대로 업된 분위기가 주여서 신선했음

특히 코옵이나 SNS 같이, 인물들과 상호 작용 하는 부분들이 많은 게 좋았음

슈타게에서 플레이어는 그냥 애니 보듯이 관측자의 입장이었다면, 페르소나5R은 내가 주인공에 몰입된다는 느낌?

[아쉬운 점]

스토리.

전체적으로는 막 나쁘지 않았음.

게임의 스토리와 주인공 시점을 위한 씹적 허용 정도? 이 정도면 납득은 가능하다는 수준.

근데 부분적으로 좀..

가장 얼탱이 없었던 부분은, 주인공 위장 죽음 후에 이틀도 안 되고 괴도단이 국회의사당에서 정모한거

계획이 어쩌구.. 24시간 감시가 어쩌구..

그렇게 철두철미했다가, 다음날 시도 팰리스 알아내려는 회의에 굳이 주인공까지 부르는건 많이 안일해 보였음.

리더 빼고 괴도단 전원에 뭔 후드 뒤집어 쓴 남자 고딩이 있다? 누가 보기라도 했으면 ㅈ됐음

물론 [항해] 키워드가 필요한건 맞는데, 삽질하다가 며칠 후에 주인공 오자마자 알아냈어도 스토리 상으로 문제 없었을 거임

난 이 부분 핍진성 때문에 몰입 잠깐 깨졌었음

그래도 스토리 진행 방식 자체는 좋았음 액자식으로다가

그 외에 아쉬운 점:

전투 아이템 항목 세분화 (HP, SP, 상태이상 회복, 속성 공격, 버프/디버프 등) >> 템 쌓일수록 쓰기 너무 귀찮았다

자막 없는 일본어 대사 (ex. 학교에서 나비 쫓아갈 때)

# 내 정실

마코토가 이성으로서 가장 내 취향이었음

외모보다는 일단 성우 목소리 톤이 끌리는게 가장 컸고,

지능도 후타바 제외하면 인간계 최상급 + 성격도 똑부러짐, 연애 관해선 어벙한 것도 매력 포인트

근데 캐릭터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진 않음.

이 부분에서 가장 맘에 드는 캐릭터는 유스케랑 아케치 정도?

유스케는 깔끔했고, 아케치는 더 잘 살릴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는 느낌

페르소나 각성 계기도 좀 구린 편임. 류지 강제 패배 이벤트보다 더 별로인 느낌

솔직히 카네시로 에피소드 끼워넣으려고 억지 트롤한 감이 없지 않아 있음

그리고 핵심 요소인 코옵

코옵은 모든 페르소나 중에 최악.

나는 니지마 마코토라는 캐릭터와 인연을 맺고 싶은데, 웬 호빠에 낚인 빡통련을 봐줘야 하는지 모르겠음

마코토 제외한 모든 코옵은 기본적으로 자신 또는 주인공 최측근과 관련이 있음.

특히, 괴도단의 코옵의 주요 테마는 자신의 정체성 확립 or 성장의 발판이었음.

안: 모델, 후타바: 히키 탈출과 내적 성장, 하루: 오쿠무라 애프터 + 커피, 카스미: 데이트 + 스미레 이후엔 정체성 확립

류지: 육상부, 유스케: 예술가로서의 깨달음과 성장, 아케치: 주인공과 라이벌 + 애증의 관계

근데 마코토는 한 1~2주? 진로 얘기랑 아버지 얘기 잠깐이 끝이고, 나머지는 뭔 연줄도 짧고 잘못 사귄 빡통 친구련 갱생이 테마임

솔직히 2023년에 저런 진부한 주제는 스토리 딱지 붙이기도 애매한 수준이라.. 그냥 너무 좀 아쉬웠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떠날 만한거 알고 있었는데도

내가 고양이 떠나보낸 경험이 있어서 뭔가 더 울컥하더라

#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

감동적이었던건 많았지만

아케치가 마루키 보고 한 대사 '상냥함도 이 정도면 정신병이다' >> ㄹㅇ 관통하는 말이어서 공감했음

# 여담

* 아케치가 배신자라는 반전 부분에서 '팬케이크' 복선:

ㄹㅇ 눈치 1도 못 챘음

그냥 낯선 사람이 와서 자기도 끼워달라길래 갑분싸 된 거라고 생각했음

* 1회차 코옵 전부 찍는건 생각보다 여유가 많더라

그래서 그런가 극후반 갈수록 진행이 좀 루즈한 느낌?

전투는 초중반까지는 재밌었고, 후반은 밸런스가 안 맞기도 하고 적응도 다 해서 좀 지루했음.

안 광역 컨센이랑 마코토 광역 디버프 너무 좋음

무엇보다 포켓몬같이 약점 찌르고 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후반 몹들은 뭐 죄다 면역+반사+뎀감에 약점도 없어

* 마루키 팰리스가 그 정점이었다

그래도 이 에피소드의 주제 의식은 마음에 와닿았음.

초중반까지만 해도 명백한 악인을 개심시키는 '정의'가 괴도단의 신조였다면,

마루키에서는 선악 개념보다 가치관의 차이, '서로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구도로 바뀌게 됨.

그리고 마루키가 이상적인 현실을 먼저 몰래 떠먹여줌으로써 괴도단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를 인정하며 성숙해진 괴도단이 인상적이었음.

즉 '우리가 옳은 정의다, 정의를 위해 싸운다'에서 '남들 알빠노?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위해 싸운다'로 성장한 점

보스전은 그닥이었지만, 마루키가 최후의 최후에 헬기 붙잡고 주인공과 1대1 대면했을 때,

마음 바뀔 때까지 기다려주겠다, 언제까지 와라, 차분하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준 그 마루키가,

무참하게 깨지고 나니까 인간의 원초적이고 추잡한 본성을 드러내며 생떼 발악하는 모습이 와닿았음. 유스케 코옵이 생각나더라

근데 펀치 막고라는 좀.. A Way Out 주마등 펀치 씬 보는줄

감초 모르가나의 찰진 추임새 덕분에 허전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원수에게도 자비로움을 베풀었던 하루의 양말이 뒤집어진 모습

살벌했다

총평:

내 인생 게임 슈타게와 같은 반열에 선 게임

좆같은 현실로부터 도피하며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게 해줬던 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