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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레논 vs 핑크 플로이드 썰.txt

ㅇㅇ(115.41) 2021.01.21 22:33:40
조회 7471 추천 109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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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Lennon Vs Pink Floyd




존 레논은 1980년 그가 어느 한 미치광이에 의해 역사에 입적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핑크 플로이드'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다. 라디오에 출연해 시드 비셔스의 죽음과 펑크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블론디에 대해서는 '뉴욕에 어울리는 밴드'라고 샤라웃을 해줄 정도로 후대의 락밴드에 대한 언급에 인색한 양반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면 존 레논은 핑크 플로이드의 존재를 모르는 걸까? 정답은 No. 핑크 플로이드가 얼마나 유명한 밴드인지 설명하는 건 입이 아프니 차치하고 비틀즈와 핑크 플로이드는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하나의 벽만 두고 몇 년동안 녹음한 사이인데 그들을 모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왜?'라는 물음에 존 레논의 어시스턴트였던 로버트 로젠은 비틀즈 6집 Rubber Soul의 레코딩 엔지니어이자 1년 뒤 핑크 플로이드를 프로듀싱하게 되는 노먼 스미스의 도발적 인터뷰가 시발점이라고 추측했다.


"물론 가장 위대한 건 비틀즈겠죠.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의 역사를 말한 겁니다. 내일은 아무도 몰라요. (존 레논의 노래 TNK를 인용함) 적어도 초반 스타트는 핑크 플로이드가 더 뛰어나요. 예술적으로던 상업적으로던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지금까지의 역사일 뿐이며 우리가 그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Norman Smith



Normal(존 레논이 붙여준 노먼 스미스의 애칭)은 이 문제적 발언을 1966년 겨울에 말했다. 노먼 스미스의 신중하지 못했던 루키 밴드와의 비교 발언은 평소 친하게 교류하던 롤링 스톤스 마저도 'And Your Bird Can Sing'이라는 곡으로 화끈하게 디스할 정도로 비틀즈가 역대 최고라는 것에 우월의식과 자부심이 엄청났던 레논과 매카트니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로버트 로젠은 존 레논이 "좆만한 새끼들", "병신같은 노먼", "그래, 한번 보자고."같은 혼잣말을 내뱉으며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우리는 조금 더 존 레논과 핑크 플로이드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의 67년 타임라인을 알아야만 한다. 먼저 세간에 널리 알려진 그들의 첫만남은 1967년 2월 23일이였다. 그 날은 비틀즈가 2번 방에서 Lovely Rita를 녹음하며 이것저것 사운드 이펙트를 실험하고 있었고 핑크 플로이드는 바로 옆 3번 방에서 1집의 녹음을 하고 있었다. 녹음을 끝마친 핑크 플로이드가 2번 방의 컨트롤 룸에서 다소곳하게 앉아 그들이 존경하고 숭배하는 비틀즈의 녹음을 구경했다. 여담으로 그때 시드 배럿이 비틀즈의 사운드 실험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 "Pow R. Toc. H."이다.


첫만남은 순탄하게 넘어갔지만 문제는 1967년 4월 29일 개최된 "The 14 Hour Technicolor Dream" 콘서트를 일주일 앞두고 주선된 미팅에서 발생했다. The 14 Hour Technicolor Dream은 토트넘에 위치한 반문화 종합예술의 성지와도 같았던 UFO 클럽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들이 개최한 종합 예술 이벤트였다.


UFO 클럽에서 종종 전시를 하던 오노 요코는 그곳에서 락스타의 꿈을 키워가던 핑크 플로이드와 긴밀하게 교류했다. 미팅의 참석자는 UFO 클럽 단원이였기에 오노 요코와 핑크 플로이드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오노 요코가 존 레논을 대동하여 등장했고 이는 곧 핑크 플로이드와 존 레논의 최악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그 불편한 만남은 오노 요코가 소상히 증언했다.


"저는 전말을 당시엔 전혀 몰랐어요. 존이 누군갈 불편해한다는 사실은 눈치껏 알고 있었지만요. 방에 들어오자마자 태도와 기색이 달라졌거든요. 하지만 그 눈총이 어린 로큰롤 밴드에게 향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웃음) 존이 말보루를 연신 피우며 그들을 쏘아봤던 게 기억나요. 그 친구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필사적으로 존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트 타운젠드에게 말을 걸었죠. 이윽고 존은 작은 의자를 발로 세게 차며 그들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아요. '너넨 그냥 우리가 닦아놓은 초석에 앉은 애송이에 불과해!', '로큰롤도 똑바로 못하는 놈들이 무슨 Acid Culture에 좆같은 싸이키델릭 타령이야?', '좆같은 노만 엉덩이에서 나오시지 그래?'같은 공격적인 말들을요. (웃음) 특히 그는 시드에게 가혹했어요. '니 거품이 언제 드러날까?', '예술적인 척을 하기 전에 기본부터 해보시지!'라는 식으로 상처를 줬어요."


Ono Yoko



이 인터뷰는 필립 노만이 오노 요코를 인터뷰할 때 나온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필립 노만은 시드의 정신분열적 증세가 존 레논의 폭언에서 시작됐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예민하고 조용한 기질의 시드 배럿은 평소 존경하던 존 레논에게 그러한 소리를 듣고 엄청난 충격과 실의에 빠졌고 거기에 더해 잦은 투어와 다음 앨범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상업적 부담감이 그를 자택에서 칩거하게 만든 요인이라고 말했다.


삶의 목표이자 이유였던, 플라톤이 먼 옛날 말했던 선의 이데아와도 같은 존재에게 멸시받는 건 어찌 이토록 고통스러운가. 저 언덕 너머로 보이는 손짓은 따뜻한 배웅이 아니라 칼날같은 손가락질이였다. 이후 시드 배럿은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핑크 플로이드라는 열차에서 중도 하차한다.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올랐던 동경하는 뮤지션에게 박제되어버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핑크 플로이드는 콘서트 당일에도, 그 후에도 존 레논과 단 한 마디 말을 섞어보지 못했다. 락 매거진과 20문 20답에서도 4명 모두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로 존 레논을 꼽았을 정도로 '레논예찬론자'였으나 불유쾌한 만남으로 끝을 맺었다. 마치 존 레논이 엘비스 프레슬리와의 첫 만남에서 불유쾌를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또한 태양에 닿으니 누군가에게는 시니컬한 엘비스 프레슬리가 되어 있을 뿐이었다. 머지 않아 아교는 녹을 것이고 날개는 사라져 이카로스는 바닥으로 추락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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