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가봉 어쩌구 낚시글에 이어 어제 올라온 념글을 보고 킹받아서 함 찾아보았음

1. 카위나(Kawina)

수리남은 원주민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에 대해서는 딱히 알려진 바가 없고, 보통 오래 전부터 이주해 정착한 민족에 따라서 음악의 분류가 이루어지는 편. 수리남 인구의 다수가 서아프리카로부터 건너온 흑인 노예의 후손들인데, 카위나는 이들의 음악임

북미의 흑인 영가처럼 종교와 깊게 연관되어 있고, 노동요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선창-후창의 메기고 받는 형식(call-and-response)이 뚜렷하게 나타남. 노예 해방이 이루어진 1860년대 이후부터 대중음악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후술할 카세코 장르에 인기가 밀리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명맥을 유지 중

(50년대 필립스의 Song and Sound the World Around 시리즈를 위해 최초로 녹음된 Big Jones의 카위나 음악)

(아프로-수리남 문화 진흥을 위해 설립된 단체 NAKS에서 낸 앨범)

(그 유명한 나와라요도 굳이 따지면 요 장르에 속하는 듯함)

2. 카세코(Kaseko)

카위나 음악에 카리브해 지방 음악과 1940년대 후반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서구권의 재즈(빅밴드), 칼립소, 로큰롤의 영향이 짬뽕된 음악

카위나의 선창-후창 형식은 아직도 남아있지만, 색소폰과 트럼펫, 키보드, 일렉 기타 등이 사용되며 Skratji(아래 사진)라는 큰 북 같은 퍼커션으로 보다 복잡한 리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함. 이후 독립을 거치며 수리남의 주된 음악 장르로 자리잡게 됨

(1970년대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며 카세코의 왕으로 불린 Lieve Hugo)

(Lieve Hugo 사후 타이틀을 넘겨받은 Iwan Esseboom)

(수리남 출신 재즈퓨전 플루티스트 Ronald Snijders. 지역색이 너무 강한 걸 안 좋아한다거나 바비 험프리를 좋아한다면 일청을 권해봄)

3. 바이탁 가나(Baithak Gana)

수리남은 남미 국가인데 이상하게도 인구 30%를 인도인이 차지하는데, 그 원인은…

기아나라는 원래 하나였던 지역을 제국주의 시절 영국(가이아나로 독립), 네덜란드(수리남으로 독립), 프랑스가 나눠 먹은 후, 노동력으로 써먹기 위해 영국 측에서 인도로부터 이민자를 대거 들여왔고, 이들이 독립된 뒤에도 계속해서 살고 있는 것임

바이탁 가나는 바로 이 인도계 사람들의 음악이고, 노동자들이 주로 인도 북동부 우타르프라데쉬와 비하르 주에서 왔기 때문에 동인도 민속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음. 악기도 인도에서 쓰이는 타블라와 하모니움 등이 그대로 사용됨

(이 글 쓰려고 찾아보기 전 유일하게 들어본 수리남 앨범. 인도 음악 파면서 들은 거라 여태껏 인도 앨범인 줄 알았음,,)

(힌디-수리남 커뮤니티에서 가장 잘 알려진 뮤지션인 Ramdew Chaitoe와 Dropati)

중간에 듣다 보면 트라이앵글 소리보다 둔탁한 금속성 소리가 계속해서 나는데, 이건 인도에서 유래했지만 정작 카리브해 지방에서 많이 쓰이는 악기인 단탈(dhantal). 생긴 것도 신기하게 생겼다

+ 사족

원글에서 글쓴이가 올린 이 사진은 사실 수리남에서 발견된, 177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현존 최고(最古)의 반조라고 함. 상술했듯 수리남 인구의 다수가 서아프리카에서 건너왔다고 했었는데, 이 이민자들이 서아프리카 악기를 개량해서 반조를 만들었음을 방증하는 꽤나 중요한 유물인셈

실제로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현악기, 예를 들면 아콘팅(Akonting), 코라(Kora), 은고니(Ngoni) 같은 악기들을 보면 저 사진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음. 이 악기들 소리가 꽤 좋으니(특히 코라) 궁금하면 서아프리카 음악을 한 번 들어보기 바람

(말리의 유명 코라 연주자 Toumani Diabaté 부자의 연주)

(재즈 베이시스트 거장 윌리엄 파커 옹의 은고니 연주)

원글이 폰음악글이긴 했지만 수리남 노래랑 악기가 내용에 들어가긴 했고,, 이 때문에 새로운 음악도 찾았으니 오히려 좋은걸지도..? 어쨌든 다들 즐거운 추석 되시길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