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생각들 D - 마크 피셔가 인셀을 본다면

말테의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0 18:15:17
조회 89 추천 2 댓글 2
														


28a7d72fe39f6ceb6feb82e546d0733b627143de63ef0a044a8ab9a47601bbb3a97991






아무래도 제목이 저런데, 책 내용부터 짚는 게 낫지 않을까.




1591906eb49b76ac7eb8f68b12d21a1d3a30c5214d03




그 모든 사람들이 이제 다 가진 책, “자본주의 리얼리즘”에서 누구도 안 짚는 내용이 있음. 이것을 주로 다뤄볼까 함.


이 자본주의 리얼리즘에는 후쿠야마에 대한 언급이 있음.






7fed8272b5816af551ee83e54383746bedaaddc0639d1b781b6286a6178e85f430ce


7fed8272b5816af551ee83e54080746c0d91d10012649ef244594ee4ed920d720a3d






여기 보면 있겠지만, 그 마크 피셔가 "후쿠야마가 그 테제를 내세웠던 때만 해도 역사가 '마지막 해변'에 다다랐다는 관념이 단순히 승리감에 가득 찬 도취가 아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라고 하며 후쿠야마를 두둔하는 걸 볼 수 있음.


이게 진짜 뜻밖인 상황으로 보이지만, 이건 진짜 대단한 분석임. 마크 피셔는 후쿠야마, 적어도 후쿠야마를 둘러싼 컨텍스트에 있어 정확하게 잡은 거임.










후쿠야마가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이 인터뷰로 확인할 수 있음.


아마도 역사의 종말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오해는 그것이 자유주의의 승리란 기념으로 의미되었다는 것이다. 후쿠야마의 에세이는 1990년대 초반의 흥분된 분위기에서 쓰여진 망상인 오만하거나 꼴사나운 것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후쿠야마는 1980년대 후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이전에, 소련의 붕괴나 걸프전은 말할 것도 없이 더 이전에 글을 썼다. 그는 얼마나 임박한 사건들이 그의 에세이를 추진하고, 그것을 유명하게 만들고, 헤드라인으로, 밈으로 바꿀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의 에세이는 승리주의적인 언어를 포함하지 않았고 경고와 자격증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후쿠야마는 30년 후 비관주의와 불행하게도 진실의 고리 때문에 거의 충격적이라는 매우 비관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는 "역사의 종말은 매우 슬픈 시간이 될 것"이라며 "나는 그것에 대해 가장 양가적인,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없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인정을 위한 투쟁, 순수하게 추상적인 목표를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의지, 그때까지 세계적인 이념 투쟁으로 대표된 대담함, 용기, 상상력, 이상주의가 전부 정교한 개인의 수요와 공급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인류의 영웅적 시대가 지나가는 것을 한탄했다.


https://www.the-american-interest.com/2019/01/14/fukuyama-was-right-mostly/

 










ㅇㅇ… 그 후쿠야마 맞음.


후쿠야마의 케이스는, 수많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기가 쓴 글이 자기를 벗어나서 전혀 다른 쪽으로 통념과 오독의 급류가 생긴 쪽임. 후쿠야마는 물론 잘못된 책을 써냈음. 책에서 이런거 저런거 제외하자는 부분만 봐도 완전히 지금 읽기는 힘든 책임. 그렇지만, 정작 이 책의 컨텍스트만큼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없는, 양가감정적 태도였다는 것임.







정작 90년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타고, 어떤 비관도 가지지 않았던 자는 데리다였음. 


데리다는 90년대쯤부터 영미권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또 이런 인기가 그렇듯이 데리다의 추종자들은 데리다의 생각과는 다른, 심각할 정도로 정치적인 관점에서 데리다의 텍스트를 읽기 시작했음.

이런 컨텍스트 안에서 “마르크스의 유령들”이 나왔지. 자신의 정치적 관점과 비정치적 이론은 끊을 수 없는 연관관계가 있다고 말하기 위해 햄릿과 마르크스, 신자유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후쿠야마와 코제브를 연결짓는 책.




모르겠음. 데리다가 후쿠야마보단 코제브를 더 잘 알았긴 했겠지. 그런데… 후쿠야마의 이론도 그게 아니었고, 코제브의 이론도 데리다가 말한 그게 아니었어. 이 “마르크스의 유령들”은 마치 지금 이 상황에서 99년도에 나온 매트릭스의 빨간약을 쓴웃음짓고 보는 느낌이라고.




그리고 확신할 수 있는 게 있어.

마크 피셔와 데리다는 확실히 싸우고 있음.

마크 피셔는 데리다를 아예 비판하기 위해 유령론을 쓴 거임.












15919e2cf5d518986abce895458173699a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살펴보자.

이 책이 너무 어렵게 써진 것도 있지만, 결국 내용을 살펴보면 나이브한 해석밖에 없는 것 아닐까. 한두쪽만 살펴볼게.





3fb8c32fffd711ab6fb8d38a4583746f638ec63ff49d7077d066c85c56096f2bec4f5f17385ef1964970ec9b64243f





여기서 그는 코제브의 프랑스어말 doit이라고 하면서 이게 객관적인 필연성인 must인지 아니면 당위성을 가진 should인지에 대해 말장난을 하고 있어.





7fed8272b58669f651ef8fe04583776deff715939f40bbe3ae7ea13e338ebad03f26




이제 여기서 해야 할 말은 분명해.

"대체 역사의 '해야 함'의 해체 불가능한 것 자체는 뭡니까, 데리다님?"













3faee80bc4d71be864afd19528d5270343ad9b189cf82d


0097d21fddea17e864afd19528d52703445b5715dabc






데리다는 이 책에서 너무나 큰 낙관성을 가지고 있어.

1990년대 영화평론에서 보던 사이보그적인 낙관, VR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한 그 당시 미디어 이론가들의 낙관.


인정 관계를 전혀 벗어난 "유령"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삶을 살 수가 없어.

데리다에게는 미래를 보여주는 전망이었지. 그러나 그 유령은 당장 닥쳐온 것부터 구시대적인 것을 생각할수밖에 없어.

우리에게 미래는 "가타카"가 아니라, "이제 그만 끝낼까 해"야. 






대체 유령이 뭔데? 유령이 뭐가 좋은 건데?


또한 에코그라피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은 없지만, 이것이 신경쓰임.







이건 데리다의 제자인 베르나르 스티글레르의 인터뷰인데, 여기 11분 50초에 있음.

데리다가 출연한 Ghost Dance에서, 죽은 여배우를 출연시킨 다음 "유령을 믿는가요?"를 주제로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고 함.

그리고 그게 다임.

데리다는 지금 이 상황을 생각했을까. 이렇게 정보가 폭발하는 걸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폴 발레리는 "정신의 위기"에서 미래에는 전 세계 시민들이 마치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듯이 자신의 집에서 곧바로 정보를 받을 것이라고 씀.

분명 "정신에 대해서"라던가에서 폴 발레리와 하이데거를 언급하지만, 정작 이것에 있어서 폴 발레리와 하이데거에서 나아가는 점이 없음.




데리다가 말하는 유령론이라는 것은 블랑쇼에 대한 대리보충일 뿐임.

데리다는 이 책에서 존재로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고 유령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블랑쇼가 인간 실존에 있어서 죽음을 벗어나서 생각해야만 하는 미래라는 것, 주체와 대상의 연관관계가 완전히 벗어나는 때가 되는 "바깥". 이 바깥이란 개념과 정확히 같은 위치에 있음.

애초에 이 책에서도 블랑쇼를 언급하지. 블랑쇼의 정치평론에서 68혁명의 해석의 미완성을 언급한 부분이 이미 있어.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면, 데리다는 메시아를 벗어난 메시아주의적인 것이라고 하면서 결국 어떤 초월적 개인을 염두해두는 반면에, 블랑쇼가 말하는 바깥은 인간 실존 전체가 가진 한 경향으로 이미 보고 있다는 것임. 블랑쇼의 바깥은 메시아를 이미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개념도 아니게 될 수 있음.

데리다의 유령보다, 블랑쇼의 바깥이 더 좋은 대안이라는 것임.









후쿠야마주의자의 낙관이 있었음. 역사의 종말로서 세계는 평화를 유지할 것이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찾아오리라는 이념.

그리고 후쿠야마의 비관이 있었음. 코제브주의자로서 이 역사의 종말은 동물과 속물의 세계가 될 것이고, 그 이전에 있던 모든 추상적이고 인륜적인 목표가 개인의 수요와 공급으로 바뀔 것이란 양가감정으로의 후쿠야마.

여기서 데리다의 낙관이 있었음. 그는 코제브를 재해석하려고 했지만, 컨텍스트에 밀려 후쿠야마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유령으로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이버적인 낙관.

그리고 마크 피셔의 비관. 유령론으로 데리다가 아무리 무엇인가 다룬다고 한들, 우리가 이 유령으로 쓸 것은 그저 미래를 보충하기 위한 레트로 감성과 가장 값싼 형태의 인정투쟁, 즉 사랑이리라는 마크 피셔의 유령론.




그리고 이것이 인셀을 예언하지 않았나, 싶음.

VR과 인셀은 동전의 양면임. 둘 다 "역사 아닌 역사"임.

"역사의 종말" 앞에서 어떻게 인간이 "역사"를 만드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임.

우리가 원하는 건 가장 레디 플레이어 원과 프루티거 에어로와 같은 가장 상업적인 미래라는 것.

그리고 인정투쟁이 전부 수요와 공급으로 환원된 상황에서 전혀 인정이 주어지지 않은 인륜성이 소멸된 인간들.

미셸 우엘벡이 쓴 소설 제목, "투쟁 영역의 확장"은 많은 것을 말하는 것처럼 보임.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2

고정닉 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6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1013 일반 버틀러 글 진짜 난해하게 써놨네 [1] invasi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7 41 0
1012 일반 여기서 보고서 스탈린의 서재 구 도서관에 신청 했었는데 [2] 비타민파괴한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1 39 0
1011 일반 <미셸 푸꼬의 과학적 이성의 고고학>이랑 다른 책인가? [7]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1 66 0
1010 일반 아무리 봐도 시몬 베유가 발리바르에게 큰 역할을 한듯... 말테의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0 44 0
1009 일반 생각들 E - 루터 블리셋 [3] 말테의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0 45 0
일반 생각들 D - 마크 피셔가 인셀을 본다면 [2] 말테의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0 89 2
1007 일반 헐 김상환 교수님 블로그도 하셨네..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0 50 0
1006 일반 ?? 아날학파 3세대랑 알튀세르가 관계가 있었네..?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35 0
1005 일반 <푸코, 사유와 인간> 완독함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38 0
1004 일반 폴 벤느 글 진짜 잘쓰는 듯 [5]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1 55 0
1003 일반 생각들 C - 요한 하리는 현대의 로젠한인가? [1] 말테의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1 70 2
1002 일반 카를로 긴즈부르그 위대한 수업 드디어 나왔네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27 0
1001 일반 (신)자유주의에 대한 접근법에서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7 65 1
1000 일반 생각들 B -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3] 말테의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4 113 0
999 일반 생각들 A - 신자유주의를 논한 프랑스 철학자 둘 [17] 말테의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4 166 0
998 일반 내가 생각해두었던 게 몇개 있는데 조금 올릴게. 말테의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4 41 1
997 정보 "링크 메모용" 하지 말고 빨리 다운받아라 [4] 말테의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132 5
996 일반 루이 16세 갤러리입니다. [2]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57 0
995 일반 3월의 독서기록 [7]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53 0
994 일반 와 이 책 상당히 재밌어보이네... [9]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80 1
993 일반 링크 메모용 [3]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49 0
992 일반 로마사 논고 읽다가 빵 터진 부분 [6] invasi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93 0
991 일반 이...이게 머노... [5]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61 0
990 정보 프랑스 1905년 라이시테 법 번역본이 있네..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41 0
989 일반 "근대성(modernity)를 모더니즘과 혼동하지 말라" [1] invasi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40 0
987 일반 카를로 긴즈부르그 <밤의 역사> 완독함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3 60 0
986 일반 후기구조주의(푸코) 배우는 중 [2] invasi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3 57 0
984 일반 칸트 윤리형이상학 정초 완독했다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0 42 0
982 일반 2월 결산 [3]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9 57 1
981 일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읽는 중 [3] invasi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8 61 0
980 일반 사이토 고헤이 신간 나오나보네 [4]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8 60 0
979 일반 책 빌렸다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7 35 0
978 일반 199p 부터 다시 읽기 비타민파괴한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6 22 0
977 일반 데이비드 하비 이론에 대해 해설하는 블로그를 찾았어요 [4]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4 68 0
976 일반 조만간 라이트노벨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비타민파괴한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1 24 0
975 일반 <68혁명, 세계를 뒤흔든 상상력> 완독함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1 52 0
974 일반 랑시에르 역사철학을 다룬 책/논문 없음?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1 37 0
973 일반 BBC 가자지구 구조현장 다큐멘터리 [3]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7 46 2
972 일반 책 읽기가 힘듭니다.교사 없는 독서법 읽어보셨나요 [2] 비타민파괴한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7 51 0
971 일반 르디플로 이번호에 페리 앤더슨이 기고했네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5 36 0
970 일반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개정판이 나온다네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4 56 0
969 일반 이놈의 루소-로베스피에르-전체주의론은 진짜 ㅋㅋ [2]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64 0
968 일반 책 빌렸다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3 33 0
966 일반 최고민수 선생님의 프랑스사 특강 비타민파괴한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9 35 0
965 일반 책 빌렸다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6 50 0
964 일반 랑시에르 방한 강연문들이 있었네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4 37 0
963 일반 1월의 독서기록 [7]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8 65 0
962 일반 <세계 끝의 버섯> 완독함. [1]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7 104 0
961 일반 으하하 난 똑똑하다 [2] 대철학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6 50 0
960 일반 요즘 읽는 책들마다 벤야민 인용구 한번씩 보는 것 같네 [25] Fratern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3 11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