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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생각들 B -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말테의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04 17:51:39
조회 116 추천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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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자연철학을 보면 철학의 한 두드러진 면이 잘 드러나는 거 같음.




자연철학이란 게 뭐냐면,

"사변적 고찰을 통해 자연을 종합적, 통일적으로 해석해 설명하려고 하는 철학"을 의미함.


예전에 과학이 철학과 분리가 되지 않았을 때 자연을 다룬 모든 것에 이 말을 썼음.

라틴어로 보면 "철학"이란 말은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고, "과학"이란 말은 "지식"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뉴턴의 유명한 책 프린키피아도 사실 풀네임 번역하면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임.


하지만 자연철학은 지금은 거의 안 알려져 있는데,

바로 뉴턴 이후로 나온 자연과학의 설명 능력이 너무 강해서 그랬던 것임.

뉴턴만 해도 자연에 대해 철학적인 사람이었지만, 더 이상 철학적 원리나 우주의 본성 같은 것에 대답하려는 것을 버리고 오직 수학적 기술로 계산에 집중하려 했던 것임. 이것이 오히려 과학을 더 발전하게 만든 요소가 됨.


그 이후로 자연철학을 일으키려는 피히테, 셸링, 헤겔 같은 철학자가 있었지만, 점점 물러서게 됨.




현재 과학자들에게 자연철학 책을 추천하려고 그러면 아마 구역질 먼저 할 걸.

수학적 공식이 아닌 어떤 다른 것을 쓴다는 것 자체를 거부함.

물리학 전공하는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양자역학 쓰는 거를 정말 몸서리치며 거부함.

미디어가 예전에 수학공식을 너무 오용했기 때문이겠지만, 물리학자 몇몇은 어떻든지간에, 설령 수학적 공식이 올바르든지간에 거부할 수 있음.

좀 추려서 말하자면, 방법론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임. 공식을 벗어난 무엇인가를, 철학이든 이론이든 세계관이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함.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라는 책이 있음.

만일 이 책을 커버랑 글쓴이를 숨긴 채 텍스트만 찍어서 물리학자에게 보내준다면, 그 사람은 분명 똑같이 몸서리치며 거부할 거임.

근데 장회익이라는 사람 이 분은 진짜 물리학자임. 물리학 박사 학위까지 다 딴 사람임.

책에 있는 공식 전부 다 말할 것도 없이 다 올바른 거 같음.

하지만 책을 둘러보면 동양철학의 부분들이 종종 나오는데, 이걸 정말 참기 어려워할 거라고 장담함.




그러면, 물리학자가 몸서리치며 거부하니, 논의가 잘못되었는가?

이게 정말 말하기가 어려움.


헤겔의 "행성궤도론"이라고 번역된 책이 있음.

알라딘에서 이걸 이렇게 평하더라, 헤겔의 흑역사라고.

그런데 읽어보니까 또 그럴듯하긴 함.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쓸 때 수학적 공식을 확실시하기 위해서 공리처럼 전제해 둔 게 있음.

절대공간, 절대시간, 기계론이 그 예임.

그런데 이 공리로 둔 전제가 맞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이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에 의문을 표했다면, 헤겔은 기계론이 잘못되었다고 한 것임.

만일 모든 자연관이 기계라면 어떻게 생명이 존재하는가, 라던가, 기계론으로 중요시된 인과성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라던가, 수학 공식에 너무 파묻혀 자연의 본성을 알 수 없게 되었다던가, 라던가.


문제는, 이게 다 정당한 말이긴 하다는 거임.

인과성이 대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뉴턴으로 대표되는 자연과학적 측면에선 대답을 못한다는 거임.

하지만 이 질문이 다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흑역사인 것임.






사실 이 위치에 속해 있는 다른 철학의 분과가 있음.

그게 현상학임.


다니엘 데닛이라고 과학을 굉장히 좋아하는 철학자가 있음.

생명이 현재 거의 과학을 통해 설명 가능하게 된 것처럼, 의식이라는 것도 과학을 통해 설명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음.

그가 현상학을 비판하는 게 굉장히 인상깊음.


다니엘 데닛에 따르면, 현상학은 오직 감각질에 대한 이론일 뿐이라는 것임. 내가 어떻게 느끼고, 내가 어떻게 대상을 파악하는지에 대해서만 말하는 "내부"에만 집중하는 1인칭 철학이기 때문에, "외부"를 설명하는 3인칭 철학(과학)과는 아예 다르고, 3인칭 철학과 다르게 반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임. 그래서 현상학의 활동을 존중하지만 마치 문학처럼 받아들여야만 하고 과학이 될 수는 없다는 것임.




사실 다니엘 데닛이 틀리긴 했는데,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틀렸음.

후설부터 시작해서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마리옹 등으로 흘러간 메이저 현상학은 정확히 "내부"와 "외부"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룸.

그래서 1인칭 철학과 3인칭 철학이 끊임없이 연결되는 방식으로 세상을 설명해야 하고 그 방식이 현상학이라는 거임.


현상학의 반대급부같은 인지과학은 그와 다르게 3인칭 철학만을 다룸.

그때 헤겔의 자연철학과 자연과학같이, 둘은 거의 연결점이 없음.

인지과학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 "현상학은 과학이 될 수 없다." 현상학은 말하겠지. "내부와 외부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철학자 몇몇은 대항하려고 했음.

화이트헤드가 대표적인 사례. 기계론과 인과성, 의식과 물질의 관계를 자신의 나름대로의 방식을 써서 설명하려고 했지.

메를로퐁티도 바로 이런 면에서 같은 루트에 있다 볼 수 있음. 지향성이라는 개념을 극단화한 체화 개념. 메를로퐁티가 죽기 전까지 데카르트의 광학 책을 읽고 있었다는 것도 이 이유에서고.


그리고 사실 20세기 들어서 과학자들도 이 조류에 대항한 것임.

물론 양자역학의 철학적 해석 관두고 "shut up and calculate"라 하는 계산주의도 있지만,

(이제는 너무 많이 사용되었다만) 양자역학에서 나온 너무나 괴상한 일들은 물리학자들로 하여금 어떤 철학적 해석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줬음.

(역시 너무 많이 사용되었던) 코펜하겐 해석과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바로 그 정확한 사례고.




스티븐 호킹이 "철학은 죽었다"라고 선언했던 것은, 진짜 철학이 죽었다기보다, 철학이 제 할 일을 너무 못하고 있다는 어떤 한탄에 가까운 거 같음.

분명 플라톤 시절에는 철학이 동굴을 벗어나게 해줄 태양빛의 역할, 망망대해에서 조타수 역할을 할 사람 ("사이버"의 어원)을 했는데,

양자역학으로, 카오스 이론으로 너무 체계화된 과학과, 이에 반드시 따르는 수만 가지의 세계관들의 해석 앞에서 현대 철학은 예전 역할을 너무 해주지를 않는다는 것을 비판하는 말인 것 같음.

아시모프가 이렇게 말했다 함. "지금 사회의 가장 슬픈 측면은 사회가 지혜를 모으는 것보다 과학이 지식을 모으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철학과 과학이 융합은 아니라도 상호작용은 있어야 할 텐데, 아직은 그런 시대가 오질 않은 거 같아서 좀 안타까움.








// 예전에 썼던 건데 사실관계 찾기 힘들어서 완성은 못하겠음.

현상학을 알기 위해 도움이 되었으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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