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이랑 마늘을 넣은 연어요리! 저번에 맛있는 꿀이 담긴 벌집을 찾아서 말이야- 헤헤."
"그건 정말 맛이 좋았던 것이다! 이런 장난은 때려치우고 당장 가는것이다!"
"대장! 놀이는 이제 그만하고 밥먹으러 가자--"
베니가 티그를 바라봤을땐 이미 커다란 혹이 생긴 상태였고, 교주와 엉겨붙어 다투는 중이였다.
"이익! 허접 주제에 하극상이냐? 대장에게 꿀밤을 먹이다니!!"
"네가 아까부터 말도 안돼는 억지나 부리니까 그렇지! 무슨 단검 두 자루로 최종 보스를 한방에 썰어버리냐?!"
"쌍검은 최강인거 몰라?! 대장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아야 하는거지!! 허접 주제에 건방지기는!"
"대장은 배고프면 알아서 아지트로 돌아올거다! 우린 먼저가서 벌집부터 따는 것이다!"
"헤헤, 그렇겠지? 빨리 가자. 배고파..."
루포와 베니는 그들만의 싸움을 하는 둘을 내버려 둔채 벌집을 습격하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그렇게 남겨진 둘이 한참을 실랑이 하던 중,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우며 숲의 활기를 불어 일으키는 소나기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으왓! 어느새 비가!"
"앗 차거! 에잇! 목욕 한지 2개월 밖에 안됐는데!"
"...야, 넌 좀 씻어라"
"루포, 베니! 지금은 일단 철수한다! 아지트로 향해... 엇? 이녀석들 어디갔지?"
"야야! 일단 비부터 피하자! 여기 주변에 집이나 비 좀 피할곳 없어?!"
"아지트... 로 가야하는데 비 때문에 길이 잘 안보여!"
"뭣? 이... 일단 주변에 비 피할 곳 없는지 찾아봐!"
어느새 세찬 소나기의 타겟이 된 둘은 흠뻑 젖은 채 숲속을 거닐다, 좁은 동굴 하나를 겨우 찾아내 재빨리 들어갔다. 몸이 작은 티그에겐 널널한 공간이였지만, 길쭉한 교주의 몸에는 살짝 불편한 공간이였다.
"휴우, 겨우 찾았네.."
"제길... 늙은이 손에 강제로 씻겨진 치욕을 다시금 느끼게 하다니... 하늘 네녀석도 제법이군."
비에 흠뻑 젖은 티그에게서 꼬질꼬질한 시골 강아지 냄새가 나는것 같았지만... 별수 없는 상황에 한숨만 나온다.
"아... 옷이 엉망이 되버렸네... 네르한테 뭐라고 말하냐..."
안그래도 네르가 옷감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며 툴툴거리던 긴 의복 이였는데, 수풀을 헤치며 진흙과 비에 젖어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쓸데없이 기다란 기장탓에 안에 받쳐입은 간단한 의복은 그다지 젖지 않은것이 불행 중 다행이였다.
"아이고 내 팔자야... 또 한소리 듣겠네..."
"대빵이 무슨 그깟걸로 걱정해? 옷이야 다시 만들어오라고 시키면 되잖아!"
"...도끼 들고 성내는 네르 모습을 보면 그런 소리는 쏙 들어갈껄."
"헹- 역시 허접은 허접인가 보군. 부하녀석들 눈치나 볼 줄이야."
"뭐어? 이녀석이 감히!"
비아냥거리는 티그의 머리에 정의의 꿀밤을 먹여주려 했지만, 의기양양하던 녀석의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을 보고는 서서히 손을 내렸다.
"야, 너 괜찮아?"
"뭐야, 허접."
춥지 않냐고 물어보려다 관뒀다. 이 녀석은 이상한데서 자존심이 세지.
"그러고보니 평소에 걸치고 다니던 겉옷은 어디갔어? 반바지랑 민소매만 입고있잖냐."
"아 그거? 걸리적거려서 수풀에 던져놓고 왔지~ 디아나 할망구가 꼭 입고가라고 귀찮게 해서 걸친거거든."
"...뭣하면 내 윗옷 좀 빌려줄까? 조금 젖긴 했다만..."
"헹- 이 티그님은 이까짓 추위정돈 아무것도 아니라... 에취!"
이제 자존심은 버리기로 한건지 덜덜 떨면서 기침을 연거푸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괘씸하다기 보단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얌마. 이럴땐 고집부리는거 아냐."
티그 녀석의 이마에 살짝 딱밤을 때렸다.
"아얏! 이 자식, 아까부터 부하주제에 하극상이라니!"
"일단 입고 있는 옷이나 전부 벗어. 그거 다 젖어서 계속 입고 있어봐야 추워지기만 해."
티그는 툴툴거리면서도 젖은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셔츠를 입혀주려고 윗옷을 벗는 사이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녀석이 실오라기 한올 없는 자유로운 몸으로 내 앞에 당당히 서있었다.
"잠깐! 야! 너 뭐해, 이 자식아!"
"아씨, 깜짝이야! 뭐가 문젠데?!"
"넌 속옷도 안입냐?!"
"그거 입으면 땀차고 걸리적 거린단 말이야! 할망구도 자꾸 입으라고 해서 귀찮아 죽겠는데!"
"이... 이... 하아... 아니다. 신경 써봐야 나만 손해지..."
워낙 선머슴 같은 녀석인데다 엘리아스엔 이성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
"일단 가만히 있어봐. 옷 입기전에 물기를 다 닦아내야지."
"빨리 해! 추워 죽겠다구!"
대충 집어던진 교단 의복의 성한 부분으로 최대한 녀석의 몸을 닦아줬다.
닦는 도중 봉긋 솟아오른 가슴에 잠시 시선이 갔지만, 곧바로 밀려오는 자괴감에 빠르게 시선을 돌리고 윗옷을 입혔다.
윗옷은 다행히 티그의 무릎까지 내려왔다.
"우왓! 이 옷 되게 편한데?! 날 방해하던 것들이 벗겨져 나간 느낌이야! 설마 이건... 책에서 봤던 '안입은듯 가볍고 엄청 튼튼한 갑옷' 인건가?!"
"야야! 가만히 좀 있어! 다 보이잖아! 그리고 그건 그냥 사이즈 큰 천 옷이야!"
알몸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셔츠가 이리저리 휘날리며 봐서는 안될것 같은 것들이 스쳐지나갔다.
"와하핫! 이제부터 이 전설의 갑옷은 이 티그님의 것이다!"
"어휴... 말을 말자... 너 맘대로 생각해라..."
신나서 셔츠를 펄럭거리던 티그는 이내 셔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옷에서 왜 이렇게 달달한 냄새가 나지? 교주 너, 나몰래 간식 숨기고 다니냐?"
오기전에 에슈르의 빵집에 들러서 그런가보군.
"내가 무슨 에르핀인줄 아냐... 그냥 빵냄새가 밴거겠지."
"킁킁... 비 냄새... 풀 냄새... 미묘한 땀 냄새..."
"야! 그렇게 세세하게 맡지 마!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야!"
셔츠에 얼굴을 파묻고 냄새를 맡는 티그에게 한소리 한 그때, 동굴 밖에서 섬광과 함께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번쩍! 콰과광!
"으앗! 깜짝이야!"
"번개였구나, 깜짝 놀랐네..."
엘리아스로 온 후에 처음으로 듣는 천둥소리, 지구나 여기나 똑같이 더럽게 크구만...
"이야... 엘리아스도 천둥소리는 장난 아니네? 티그 넌 안놀랐냐?"
이녀석 아직도 셔츠 냄새 맡고있나?
"이 자식이 사람이 말을 하면 대꾸는 해야..."
"티.. 티그? 야! 정신 차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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