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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 롱 대통령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 미국을 '모든 사람이 왕'인 땅으로 만드려던 계획도 중단되었다. 그의 자리는 합참의장 조지 반 혼 모즐리가 '각하를 데려간 생디칼리슴 세력을 뿌리뽑기 위해' 차지했다.

그는 매우 재빠르게 움직였다. 모즐리는 계엄령 선포 후 가장 먼저 '혹시 증거물이 남아있을 지도 모르니까' 백악관을 점거하고 물품들을 모두 압류하였다. 비서실장 로즈와 얼 롱은 백악관에서 쫓겨나 뉴올리언스의 사저로 돌아가야만 했다.

로즈와 얼 롱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슬픔에 잠겼다. 휴이 롱의 실종과 모즐리는 분명히 연관이 있어 보였지만, 그것을 입증할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로즈 맥코넬(Rose McConnell) - 미연합국 대통령 비서실장

다 제 탓입니다... 제가 저런 위험한 세력들과 손을 잡지 못하게 말렸어야 했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아가씨를 뵐 낮이 없습니다...

얼 롱(Earl Long) - 휴이 롱의 동생

진정하세요,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언니도 분명 알고 있었을 거예요.

저도 많이 슬프지만, 언니는 분명 꼭 돌아올 거예요.

메이드

아가씨, 운반 완료했습니다!

저건 뭐죠..?

백악관에서 쫓겨나기 직전에, 미연합국 헌법 초안과 다른 중요해 보이는 문서들을 액자 안에 넣어서 몰래 꺼내왔어요.

이걸로 만일 우리가 백악관으로 돌아가게 되면, 다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아가씨는 저희가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물론이에요,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가 언니의 뜻을 이어야 해요.

절대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휴이 롱이 없으니 새로운 국가를 세우려는 계획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가 아주 잠깐이나마 구상했던 '뉴올리언스 신수도 계획'도 백지로 돌아갔다.

그가 작성하고 있었던 미연합국 헌법 역시 끝내 공포되지 못했기 때문에, 모즐리 치하에서 미연합국은 수도도, 국호도 도로 원래 미합중국으로 돌아갔다.

또한 과거 연방정부에 충성했던 반역 장군들도 '정치와 조금이라도 관계된 활동은 일절 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대부분 석방되었다. 인재 풀이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모즐리 통치 하에서 휴이 롱의 흔적은 점점 지워지고 있었다.

모즐리는 이후 '비상대권위원회'라는, 대통령보다 높은 최상위 정치기구를 창설했다. 비상대권위원회란 지난 미 내전에 참여했던 모즐리 합참의장과 포드 사 등 여러 협력기업의 기업인들, 그리고 (모즐리는 정말 참여시키기 싫어했지만) 미국 은색 군단이 한 자리에 모여 향후 대통령 선거 대책을 의논하는 기구였다. 물론 이들 중 진지하게 다음 대선을 열고 싶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비상대권위원회의 위원장은 모즐리가 되었지만,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포드 사의 회장인 헨리 포드였다. 비대위는 그의 작은 내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정치, 경제적 사상인 '포디즘'을 새로운 미합중국의 기반으로 삼았다. 모든 공장에는 포드가 특허를 낸 포드식 생산-조립 라인의 설치가 의무화되었고, 포드의 사상을 담은 책자가 비상대권위원회의 명의로 배포되었다.

헨리 포드(Henry Ford) - 포드 사 회장

오호호호, 모든 것이 잘 되어 가고 있군요. 이제 미국은 포디즘의 이름 아래, 더 질서있고 효율적인 나라로 다시 태어날 거예요.

조지 반 혼 모즐리(George Van Horn Moseley) - 미합중국 참모총장, 비상대권위원회 위원장

어이 회장, 문제가 좀 생겼다.

몇몇 지하언론들이 휴이 롱이 살아있다면서 그를 추적하고 있어. FBI의 존 에드거 후버 그 병신같은 놈도 점점 진심으로 그를 찾고 있다. 어떡하지?

호호! 그런 찌라시 무서워서 어떻게 사업을 하겠어요? 그런 놈들은 내버려 두면 알아서 사그라든답니다.

그리고 FBI 쪽은 위원장님이 특기 아닌가요? 약점엔 약점으로 대응해보시라구요.

마지막으로 펠리... 이 좆만한 놈이 자꾸 하느님의 왕국을 세워달라, 흑인과 황인들을 모조리 쫓아내 달라면서 계속 위원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그동안 왜 죽이지 않고 위원회에 끼워준거야?

뭘 모르시는군요. 그도 우리와 내전에서 함께 싸우긴 했다구요. 만약 우리가 그를 제거했다면, 다른 협력기업 회장들도 우리와 협력하기 꺼려했을걸요?

그에 관해서는 제게 좋은 생각이 있으니 걱정 마세요.

모즐리와 포드는 각자 정권 안정화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먼저 모즐리는 FBI의 행동을 감시하는 상위 기구를 설치하여,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계속 거짓 정보를 흘렸다. 심지어는 FBI 국장 존 에드거 후버가 부국장과 동성연인이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만일 그들이 선을 넘을 경우 이를 폭로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리고 포드는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KKK단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줄을 모두 끊고, 비대위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KKK단 또는 은색 군단과 관련된 직원들을 모조리 해고할 것을 명령했다. 펠리의 미국 은색 군단은 KKK단을 기반으로 한 단체였고, KKK단 회원들은 할 일 없는 백수나 저임금 노동자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된 은색 군단은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윌리엄 더들리 펠리(William Dudley Pelley) - 미국 은색 군단 총통,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어이 포드! 나의 은색 군단이 굶주리고 있다! 예전에 입었던 유니폼이 너무 크다고 난리란 말이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그야, 자꾸 저희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시니까 그렇죠.

도대체 뭐가 무리하다는 것이냐! 기독교를 국교로 하고, 흑인들을 쫓아내자는게 무슨 문제인 것이냐!

방해만 하던 롱 녀석도 더이상 없지 않느냐!

저희 공장에는 흑인 분들도 열심히 일하고 계신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들도 열심히 일하고 있죠.

그에 비해 당신들은 어떻죠?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계속 방해만 하고 있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그런 태도라면, 당신들의 더욱 소중한 것도 끊어놓을 줄 아세요.

으으... 우리도 열심히 싸웠는데, 우리도 많이 희생했는데에!

포드! 모즐리! 언젠가 꼭 되갚아 줄 테니 그리 알거라!

한편, 휴이 롱의 물품을 정리하던 로즈는 휴이 롱이 준 쪽지를 꺼냈다.

그게 뭐죠?

휴이 선생님께서 주신 쪽지입니다. 만찬회 이틀 전에, 힘들 때 한 번 열어보라면서 주시더군요.

혹시 언니가 뭔가 남긴 게 아닐까요? 한 번 펼쳐보죠.

이... 이건??

제가 당장 뛰어나가서 기자들을 불러 올게요! 꼭 갖고 계세요, 절대 잃어버리면 안 돼요!

휴이 롱이 남겨두고 간 쪽지 한장은 온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새로운 비상대권위원회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시민들은 매일같이 거리로 몰려나와 비서실장 로즈에게 권한을 돌려달라는 집회를 열었다. 학자들과 전문가들도 저마다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이 행정명령은 연방대법원까지 가게 되었다.

뉴욕에 10만 명이 집결했어. 연방대법원도 슬슬 눈치를 보고 있다고. 그런데 너는 신문에 나가서 대놓고 유대인을 쫓아내야 한다 어쩌고나 하고 있고, 정신이 있어?

어머나, 오늘은 왜 또 그렇게 화가 나셨을까?

우리가 이 정권을 보호받으려면, 제국조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그런데, 우리가 유대인이 싫다고 대놓고 써붙이면 그 빌어먹을 황제가 우릴 초대하려 하겠어?

지금 남아프리카 연방을 봐. 그렇게나 독일 제국과 친밀한 관계인데도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때문에 조약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잖아.

(남아프리카 연방의 상황)

어라...? 혹시 지금 유대인 편을 드시는 건가요? 유대-볼셰비즘에 빠진 유대인들을 척결해야 한다는 건, 식사 전 손을 씻는 것 만큼 당연한 거라구요.

제국조약 따위 제 영향력 하나면 가뿐히 들어갈 수 있답니다. 전 이번 위원장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겠네요.

이런 씨발!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없군.

한편 점점 말라죽어가는 자신의 군단을 보다못한 펠리는 최후의 결정을 내렸다. 그는 군단의 몇몇 인원과 함께 현재 비대위 본부로 사용되고 있는 백악관에 잠입하여, 그들을 협박할 만한 자료를 빼내기로 했다.

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철저히 망을 보는 것이다! 흠... 어디어디...

이 빨간색 파일은 뭔가 중요해 보이는데...

은색 군단 단원

총통각하! 누가 옵니다!

하으읏! 이, 일단 뭔가 챙겼으니 나가자꾸나!

점점 보수화되고 반유대주의화되어 가는 비대위에 대한 시위는 날로 갈수록 심해졌고, 비대위는 총칼로 이에 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얼 롱과 로즈의 루이지애나 사택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웨스트브룩 페글러(Westbrook Pegler) - E.W. 스크립스 컴퍼니 기자

안녕하세요! 스크립스 컴퍼니 기자 웨스트브룩 페글러라고 합니다.

기자분들께 드릴 말씀은 다 드렸는데, 뭘 하러 오신거죠?

아, 이번엔 취재를 하러 온 게 아닙니다. 사실은 페글러... 봐 버렸습니다!

사실은 휴이 롱 선생님께서 사라지던 그날 밤, 연회장을 떠나던 리무진을 하나 추적하던 중에 우연히 납치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납치범들과 휴이 롱 선생님의 얼굴이 고스란히 찍혀 있습니다.

시국이 이렇게 되는 바람에 기사도 내지 못하고 숨겨왔었습니다만, 선생님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져와 봤습니다.

그게 정말이에요? 빨리 저희에게 주세요!

뭐 지금 당장 드리고 싶습니다만, 이 일이 밝혀지면 저도 신문사에서 짤리고 당분간 숨어 살아야 해서요.

건네드리기 전에 소정의 '수고료'를 받고 싶네요.

돈!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제발!

하하! 돈 따위를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제게 필요한 건 얼 롱 선생님의 사진 세 장이면 됩니다!

사실은 휴이 롱 선생님께서 주지사로 계실 때부터 간간히 비치는 얼 선생님을 좋... 아니, 존경해와서요.

의상은 제가 준비했고, 절대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을 테니 촬영만 허락해 주신다면 모두 드리겠습니다.

...생각보다 더 역겨운 사람이었군요.

우으... 하지만 언니와 모두를 위해서라면...

굴욕적인 사진 촬영이 끝이 나고, 페글러는 약속대로 자신의 사진을 전부 주고 사라졌다. 사진 속의 납치범들의 얼굴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전부 모즐리의 경호원이 확실했다.

흑흑, 정치라는 건 항상 이런 식이군요... 오늘따라 더 그립습니다 언니....

확실한 물증이 생기자, 경찰, FBI, 군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모즐리와 포드의 행방을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즐리는 사저에서 이미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고, 헨리 포드 또한 독일 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결국 비상대책위원회는 해체되었고, 비록 주요 인물은 잡지 못했으나 위원회와 연루된 인원들은 모조리 체포되었다.

이제 눈치를 볼 세력이 없어지자 미 연방대법원은 휴이 롱이 남긴 행정명령의 효력을 인정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 권한은 비서실장 로즈에게 돌아갔고, 로즈는 얼 롱을 임명했다.

네? 저요? 정치 경력도 없는 제가 과연 괜찮을까요...

휴이 롱 선생님의 측근 중 많은 분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이라곤 아가씨와 저, 그리고 내전때 함께 한 군인들 뿐이에요.

'우리가 언니의 뜻을 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 기억나요? 저는 한낱 비서일 뿐이라 그런 대단한 일은 무리예요.

거리의 시민들도 아가씨의 이름을 외치고 있어요. 아가씨만이 이제 유일한 희망입니다.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온 힘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각하.

1939년 6월 23일, 얼 롱은 제34대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다소 떨었지만 휴이 롱 정신을 이어나가며 부의 공유 정책을 반드시 시행할 것을 다짐했다. 시민들은 기업가들의 음모가 분쇄되고 휴이 롱의 미국이 다시 돌아온 것에 크게 환호했다.

<현재 목표>

- 휴이 롱의 미합중국 대통령 당선 (실패)

- 제 2차 미국 내전 승리 (성공)

- 모든 사람을 왕으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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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제가 너무 늦게 왔습니다. 하지만 모에라이히 연재는 결코 런하지 않습니다. 안심하고 끝까지 커여움 또는 좆같음을 즐겨주십시오.

카라 해본놈들은 다 예상 갈만한 내용이라 짧게 했음. 웨스트브룩은 원본모드에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