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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곳] [팬픽] AMANOJAKU in Underland (1)

잉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31 21: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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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쾅! 쾅!


 단단한 도구로 바위를 깨부수는 소음이 연신 울리며 암석질의 벽을 치고는 튕겨 나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소음이 나는 주변에는 각종 건장한 요괴들이 돌을 나르거나, 부수거나 또는 쌓는 일에 분주했다. 그곳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주위와는 이질적인 왜소한 체격의 소녀가 바쁜 공사현장의 풍경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은 밧줄에 꽁꽁 묶인 채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질감을 더욱 더해줬다.

 


 키진 세이자는 한때 환상향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요괴였다. 요술망치의 힘을 이용해 환상향의 힘의 균형의 전복을 꾀했던 그녀는 스스로를 레지스탕스라 일컬으며 소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녀의 야망은 곧 레이무 일행에게 저지당하고 말았다. 이후로 반역을 일으킨 죄목으로 수배범이 되어 환상향의 모든 인요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그녀였지만 잡히거나 꼬리를 내리는 일은 절대 없었다. 종전까지는 말이다.

 


 “헉, 헉!”


 여느 때와 같은 도망자의 삶이었다. 수배되어 있는 상태라 해도 그녀를 잡으려드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어설퍼서 도망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래서였는지 그녀는 도망을 치는 일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화근이 될 줄 그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제길! 저 무녀년,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쫓아와, 젠장!”


 세이자는 우거진 수풀 속으로 뛰어들어 한껏 몸을 낮췄다. 그러고는 쥐 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 레이무와의 숨 가쁜 추격전이 그제서야 잠잠해진 듯하자 세이자는 상황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 순간 수풀을 가로질러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튀어나와 그녀의 왼 볼을 스쳐 지나갔다.


 “히익!”


 갑작스러운 상황에 세이자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쳤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선혈을 만질 겨를조차 없었다. 그녀에게 위해를 가하던 것이 튀어나온 수풀이 바스락거리더니 이번에는 사람의 형체가 나타나 그녀의 앞에 섰다.


 “칫, 부적이 빗나갔나.”


 그것이 레이무임을 파악하기 무섭게 세이자는 몸을 돌려 냅다 달렸다. 레이무도 즉시 그 뒤를 쫓았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 추격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수풀이 우거진 추격의 장이 순식간에 풀 한 포기도 없는 허허벌판으로 변해있었으니 꺼림칙한 느낌에 누구라도 하던 일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긴박한 추격의 상황이라도 말이다.


 “레이무, 수고했어.”


 낯선 풍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세이자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곳을 확인했다. 화자는 정면 공중 위에 다리를 꼰 채 앉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이자는 그 자를 잘 알고 있었다. 남을 얕잡아 보는 그 음흉한 미소는 확실했다.


 “실화냐고. 이번에는 틈새요괴도 가세한 거야?”


 “아마노자쿠! 이제 그만 포기하고 순순히 잡혀주시지!”


 진로고 퇴로고 모두 그녀를 노리는 자들로 막혀 세이자는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생쥐 꼴이 되었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은 숱한 도망생활을 해온 그녀답지 않게 난잡하기만 했다. 잡히기는 싫으나 마땅한 조치가 떠오르지 않는 머릿속과 한참을 씨름하던 끝에 세이자는 어떤 제스처를 취했다. 혀를 내민 채 모욕적인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드는 그녀 특유의 제스처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상황이 나아질 일은 만무했다.


 “으헉!”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세이자는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강한 부적 같은 것이 몸에 부착되는 느낌이었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틈새요괴와 무녀의 대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으나 알아듣기에는 의식이 너무 멀어져가고 있었다. 세이자의 시야는 깊고 깜깜한 어둠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세이자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온몸이 묶인 채로 동굴과 같은 이곳에 놓인 상태였다. 몸을 묶은 밧줄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리를 빽 지르고 욕지거리를 내뱉어도 눈길을 주는 이가 없었다. 이런 그녀의 먼발치에서 어떤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일만 하는 풍경을 보고만 있자니 세이자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저 더 크게 소리 지르고 더 크게 몸부림칠 뿐이었다.

 


 “안녕?”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의 뾰족한 끝에 물방울이 고였다가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바닥으로 퐁당하고 떨어졌다. 세이자는 눈을 치켜떠 소리가 나는 곳을 노려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금발의 여성이 자신에게 거리낌 없이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어두운 갈색 옷을 입은 그 낯선 이는 옷의 색과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펑퍼짐한 치마처럼 둥그스름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 했다. 세이자는 괜스레 이 낯선 여자가 짜증스럽기만 하여 퉁명스럽게 말했다.


 “넌 뭐야?”


 “아니, 그냥 네가 심심해 보이길래.”


 그렇게 대답하고는 이 낯선 금발의 여인은 세이자의 옆에 다가와 앉았다. 몸의 방향도 제대로 틀지 못하는 세이자였지만 가능한 만큼 자신의 몸을 다가오는 그녀에게서 멀리하며 불쾌함을 적극 표출하였다.


 “너, 아마노자쿠지?”


 “하?”


 대뜸 와서는 자신이 아마노자쿠냐고 묻는 그녀를 세이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도리어 하는 질문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세이자는 그녀의 종족인 아마노자쿠 특유의 반항기질을 한껏 발하여 대답했다.


 “좆까!”


 “아, 내 소개는 아직 안 했나? 나는 쿠로다니 야마메, 츠치구모지.”


 자신의 태도에도 동요 하나 하지 않고 통성명이나 하고자 하는 모습은 세이자의 성질을 더욱 건드렸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를 츠치구모라고 소개하던 것이 세이자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이내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그녀의 감정은 조금 수그러들었다.


 “그런가, 이곳은….”


 “그래, 네 생각대로야. 지저야, 이곳은.”


 세이자는 조금 차분해진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틈새요괴와 무녀에게 당했음에도 몸이 묶여있을 뿐이라는 것은 아직 처분되지 않았다는 얘기일 터이다. 그런데 이렇게 잡혀서 버려진 곳이 하필 지저이다. 그 말은 곧,


 “맞아, 너는 봉인될 처지라는 거지.”


 마치 남의 마음을 읽는 것 마냥 자신이 생각한 것을 가로채 입 밖으로 내는 츠치구모가 차분해진 세이자의 머릿속에 다시 불을 지펴댔다.


 “아, 미안. 말하려던 거를 내가 먼저 말해버려서 심기를 불편하게 했나?”


 야마메는 별다른 감정 없이 한 말이었지만 세이자는 그 사과가 비아냥대듯이 들린 모양이었다.


 “너 같은 놈들은 많이 봐와서 말이야. 이래봬도 내가 짬밥은 좀 된다고.”


 계속 씩씩대는 세이자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야마메는 자신이 할 말만을 이어갔다.


 “정신을 잃은 채 지저로 보내진 녀석들은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거든. 지상에서는 힘깨나 썼던 녀석들일 지 몰라도 정신이 번쩍 들고 여기가 지저인 줄 알고 나서는 크게 당황해 하지. 자기네들도 아는 거일 거야. ‘아, 나는 봉인되는구나.’, ‘지저는 기분 나쁜 곳이라던데….’ 하지만 탈출이 어디 쉽나. 자기네 몸에 묶인 줄 하나도 끊지를 못 하는 것을.”


 “원하는 게 뭔데?”


 공격적인 세이자의 물음에 야마메는 익숙한 듯 대답했다.


 “말했잖아, 네가 심심해보여서 와봤다고.”


 마치 자신을 놀리는 듯한 말로 들렸는지 세이자는 야마메를 향해 침을 뱉었다. 야마메는 몸을 살짝 움직여 여유롭게 그것을 피했다.


 “봉인되기 위해 잡혀오는 놈들을 볼 때마다 항상 안타깝단 말이야. 지상에서는 날고 기고 다 해본 놈들일 텐데 그 방식이 지상에서는 맞지 않았으니까 쫓겨난 거 아니겠어? 그런 녀석들이 지저에서 살았더라면 배척받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야마메는 자신을 향해 계속 으르렁대고 있는 세이자를 곁눈질로 살짝 보고는 말을 이었다.


 “지상 놈들은 지저가 고통스럽고 불쾌한 곳으로만 알고 있지? 실제로 와 보면 그렇지 않은데 말이지. 정 많고 유쾌한 놈들이 얼마나 많다고.”


 “그래서,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데?”


 야마메는 세이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를 살펴보았다. 세이자는 잔뜩 소스라치며 묶인 그 자리에서 더욱 멀어지려 했다.


 “근데 너는 아무리 봐도 아마노자쿠란 말이야? 지저에 봉인될 만한 그런 녀석은 아니지 않나 싶어서.”


 “하?”


 야마메의 말에 세이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야, 아마노자쿠는 약하잖아?”


 약하다는 야마메의 말은 세이자의 성질을 머리끝까지 돋구었다. 그리고 그런 노기에 찬 목소리로 세이자는 소리쳤다.


 “하! 강자라고 뻗대던 녀석들도 나를 봉인하지 않고서는 별 수 없었던 거겠지! 내가 워낙 강해서 말이야!”


 그간 덤덤하던 야마메의 표정은 순간 변해 이제는 세이자를 한심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니야, 너는 약해. 봐봐. 네 몸을 묶고 있는 줄 하나도 못 끊잖아?”


 지저에 보내진 후 처음으로 말을 걸어 준 이 금발의 여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세이자를 병처럼 괴롭히는 듯했다. 짜증과 분노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던 세이자는 이내 지독한 답답함에 절규하듯 소리쳤다.


 “너 이 새끼! 대체 원하는 게 뭐냐!”


 처음부터 불온한 생각으로 세이자에게 접근했던 야마메는 아니었기에 그녀는 당황해 하고는 어조를 다소 유하게 하여 다시 말을 했다.


 “딱히 시비를 걸려고 온 거는 아닌데 말이야. 아까도 말했듯이 그냥 여기로 잡혀들어 오는 녀석들을 안타까워하던 차에 아마노자쿠인 네가 눈에 들어오길래 어떤 마음이 동해서 온 거 뿐이야.”


 화제가 바뀐 것이 느껴진 것인지 세이자는 불안정한 감정을 가다듬고 야마메의 말에 집중했다.


 “너를 봉인하고 말고는 내 권한이 아니라 어떻게 해 줄 수는 없는데 말이야, 이래봬도 나는 저 공사현장, 그러니까 유배 온 놈들을 봉인할 단(壇)을 만드는 데 총감독을 맡고 있거든. 다시 말해서 그 녀석들에게 어느 정도의 유예를 둘 권한은 있다는 말이지, 봉인하는 데 있어서 말이야.”


 “네 녀석, 무슨 꿍꿍이인 거지?”


 예상도 못한 야마메의 발언에 세이자는 동요할 뻔 했으나 쉬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너를 묶고 있는 그 줄….”


 야마메는 세이자를 묶고 있는 줄을 흘긋 보면서 운을 뗐다.


 “너도 잘 알고 있듯이 어지간해서는 끊을 수 없는 줄이거든. 그야 츠치구모가 뿜은 실로 만든 거니까. 하지만 묶은 사람이 있다면 풀 수 있는 사람도 있는 법. 츠치구모가 묶은 줄은….”


 야마메는 세이자를 향해 손을 점점 뻗었다. 야마메의 손이 다가올수록 세이자의 심장은 크게 박동했다. 자신을 조롱하는 것만 같던 자가 자신에게 자유를 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에 마냥 기뻐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냉정해야 했다. 봉인될 녀석들이 지저를 경험하지 못하고 봉인당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것이 이 여인의 표면적인 접근 이유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을 풀어줄 마땅한 이유라 생각되지는 않았다. 무슨 조건을 걸거나 대가를 요구하며 자신을 이용하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나에게 이득이 생기지도 않는데 남을 돕는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세이자는 그랬다. 여태껏 그녀의 삶은 타인을 이용하기 위해 위선을 행해온 삶이었기 때문이었다.


 “츠치구모가 푸는 법이지!”


 야마메의 손길이 등 뒤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세이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머릿속이 무수한 잡념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세이자는 이 다음에 취할 자신의 행동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아마노자쿠로서의 본능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구속하던 것이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세이자는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자신을 풀어준 은인과 거리를 벌려 섰다. 그리고 양팔을 야마메를 향해 뻗고는 소리쳤다.


 “하하! 멍청한 년! 되도 않는 위선의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마! 역부「천지유용」!”


 세이자가 공격해 올 것이라는 예상은 했으나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야마메는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못하고 그저 방어태세만 갖출 뿐이었다. 바위를 때리는 망치 소리가 더욱 커져만 갔다.

 


-2-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야마메는 얼굴을 가린 두 팔을 살짝 내렸다. 그녀의 눈에 양팔을 자신에게로 향한 채 당황한 표정을 한 세이자가 들어왔다. 호기롭게 스펠카드를 영창한 세이자였지만 어째선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하하하!”


 야마메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정적을 깼다.


 “역시 아무 해도 없는 녀석이잖아?”


 세이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공격이 나가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을뿐더러 이러한 상황이 그녀로서 너무 분하고 당황스러웠다.


 “내가 말했지? 나는 유예만 줄 수 있다고. 나는 네가 이 유예기간 동안 지저를 둘러보고 지저에 대한 오해를 풀었으면 해. 그리고 봉인이 풀린 후에는 우리와 함께 잘 지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지.”


 야마메는 웃음을 멈추고 한층 온화해진 말투로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그러나 망연자실한 세이자에게는 그 말이 메아리처럼 멀리서 울리는 듯 하기만 했다. 세이자는 야마메의 말에 한 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는 아무렇게나 몸을 돌려 그쪽으로 냅다 달렸다. 도망치듯 멀어져가는 세이자를 야마메는 굳이 잡지 않았다. 그저 측은한 눈빛으로 멀어져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나 달렸는 지 알 수 없었다. 또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도 알 수 없었다. 불쾌함 가득했던 그 장소에서 단지 벗어나고 싶어 무작정 달렸을 뿐이었다. 더 이상 공사를 하는 시끄러운 소음도, 츠치구모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던 세이자는 그제서야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한시름을 놓았다.


 세이자는 생각했다. 몸을 묶고 있던 밧줄은 풀렸으니 움직임은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는 몰라도 하늘을 나는 것도,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러한 상황이 마치 자신은 봉인당할 운명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듯 했다. 오랜 긴장감과 복잡한 머릿속에 뻐근해진 목을 풀기 위해 세이자는 고개를 크게 돌렸다. 그때 자신의 옷에 커다란 부적이 하나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세이자는 부적을 잡아 당겼다. 그러나 아무리 힘을 줘 뜯어도 부적은 옷에 딱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불길한 생각이 세이자의 머리를 스쳤다.


 “이거 때문이구나. 그 자식 나를 풀어주는 척 하더니 이런 함정을 심어둔 거야!”


 그녀는 확신했다. 이 떨어지지 않는 부적이 자신의 능력을 막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대가 없는 도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츠치구모는 지저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자신들과 친하게 지내자고 말을 했으나 그 뒤에 숨은 꿍꿍이는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자신을 지켜보며 놀리고 싶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 녀석은 자신을 계속 약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러한 방식은 강자들의 방식이다. 세이자 그녀가 혐오하는 강자들의 모습이다. 자신이 끝까지 강자들에게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세이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머리카락을 손으로 마구 헝클어뜨리며 오갈 데 없는 분노를 풀고는 세이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오리무중의 안개처럼 자욱한 동굴 속을 얼마나 걸었는 지 알 수 없었다. 보이는 것도 없고 들리는 거라곤 동굴 벽에 반사되어 퍼지는 미세한 소리들로 인한 짜증스러운 이명뿐이었다. 한참을 걷다가 지쳐갈 때 즈음이었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세이자의 귀에 들렸다.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소리 따위가 아닌 제법 우렁찬 소리였다. 세이자는 물이 흐르는 곳에는 무엇이라도 있을 것이라는 직감에 따라 그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까지의 어둠을 전부 밝힐 수 있을 정도의 밝은 불빛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고전의 불야성이 생각나는 도시처럼 보였다. 그 도시를 향하는 길목에는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강을 가로질러 빨간 난간의 다리가 하나 놓여 있었다. 강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은 그 다리 하나뿐인 듯 했다. 세이자는 등불에 이끌려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도시의 불빛에 이끌려 다리 쪽으로 다가갔다.

다리는 매섭게 흐르는 강이 일으킨 물보라 때문인지 물안개가 끼어 바로 건너의 도시의 불빛과는 대조적으로 어두웠다. 이런 곳에서 무엇인가 나타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세이자는 잔뜩 경계를 하며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능력도 사용할 수 없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안개 속에서 녹색의 불빛이 보였다. 세이자는 그것이 도시의 불빛은 아님을 직감했다. 잔뜩 경계를 하고 있을 때 그 불빛은 금발을 가진 여성의 형상이 되어 세이자의 앞에 나타났다. 정확히는 그 빛은 그 자의 눈에서 나오는 안광이었다. 능력도 사용할 수 없어 마땅히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없었기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그녀는 온 신경을 자신의 앞의 존재에 집중했다.


 “여기를 건너려는 거야?”


 눈앞의 존재는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입을 열었다. 세이자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너 아마노자쿠지? 질투나.”


 다소 생뚱맞은 말에 당황스러운 감정이 세이자를 훑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자신이 질투난다고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눈앞의 존재가 그렇게 강한 상대는 아님을 세이자는 직감했다. 세이자는 아마노자쿠 특유의 허세로써 눈앞의 상대를 위협하기로 결심하고 목소리 높여 외쳤다.


 “그래! 무시무시한 아마노자쿠님이시다! 강바닥에 뒤집혀 꽂히기 싫으면 순순히 길을 내주는 게 좋을 거야!”


 “이이익! 아무 것도 아닌 놈이 저렇게 떵떵거릴 용기가 있다는 게 너무 질투나!”


 ‘아무 것도 아닌 놈’이라는 말이 가시처럼 세이자의 귀에 박혔다. 화가 잔뜩 났으나 머리를 뜯으며 혼자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그녀를 보니 자신의 허세가 먹혀든 것 같기에 세이자는 다른 행동은 더 하지 않고 그녀의 옆을 살금살금 지나갔다. 이 이상한 여인의 히스테리는 세이자가 다리 건너의 도시에 도달할 때까지도 그치지 않았다.

 


 도시는 겉보기보다 더 본격적이었다. 잘 닦여진 도로가 곳곳으로 나 있고 수많은 크고 작은 건물들이 도롯가를 따라 세워져 있었다. 처마마다 매달린 등들은 휘황찬란하게 빛을 내며 도시를 밝히고 있었다. 거리는 다양한 요괴들로 북적거렸다. 그동안 세이자가 지나온 어둠 외에 아무것도 없던 동굴 속과는 전혀 다른 풍경에 그녀는 넋을 잃고 말았다.


 꼬르륵


 세이자의 배에서 텅텅 빈 위를 채워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부끄러운 소리가 혹시라도 누군가의 귀에 들렸을까 전전긍긍하며 세이자는 허리를 굽혀 배를 손으로 감싼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한 듯 했다. 그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긴장 속에서 한참을 걷기만 하였으니 허기가 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때 ‘식당’이라고 쓰인 간판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세이자는 그곳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은 제법 시끌벅적했다. 세이자는 사람이 많은 곳이 부담되었으나 식당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식당 안은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세이자는 간신히 빈 자리를 한 곳 찾아 엉덩이를 붙였다. 기다란 식탁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으로 주방이 훤히 보이는 자리였다. 그녀의 양옆으로는 요괴들이 앉아서 떠들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껏 움츠려든 모습으로 세이자는 주방장을 불렀다. 그때 오른편에 앉아 있던 건장한 체격의 오니가 세이자를 흘긋 보았다. 시선을 느꼈는지 세이자는 곁눈으로 그 녀석을 노려보았다.


 “핫하! 아가씨! 관광 온 거야? 혼자서?”


 오니는 쩌렁쩌렁한 소리로 웃으며 세이자에게 말을 걸었다. 세이자는 불편한 기색을 잔뜩 드러내며 시비조로 대답했다.


 “내가 관광이나 하러 온 걸로 보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이자에게 이러한 말투는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세이자는 이 녀석이 더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를 속으로 바랐다. 하지만 오히려 이 오니는 더 호탕하게 웃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하! 누가 봐도 관광객인걸?”


 세이자는 인상을 팍 썼다. 먼지투성이의 옷, 산발이 된 머리카락, 야윈 몸과 흙투성이 맨발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관광객이냐는 물음은 누가 봐도 얕잡아보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가씨는 운이 좋아. 우리를 만났으니까 말이야. 관광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우리 역할이거든.”

이렇게 말하며 오니는 술잔에 술을 따라 세이자에게 건넸다. 잔뜩 악에 받친 세이자는 손으로 술잔을 탁 쳐서 술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세이자는 이것을 계기로 오니가 더는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혀 소용없었다. 이 텐션 높은 오니는 처음에는 놀란 듯 했으나 이내 제 분위기를 되찾아 다시 크게 웃어댔다.


 “역시 아마노자쿠 아가씨구만! 아마노자쿠들은 이런 식으로 호의를 표시하지.”

세이자는 결국 화풀이를 해대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화는 나지만 능력도 사용할 수 없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녀석을 상대하는 것은 소모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굶주려 있던 차에 이 바보 오니가 밥값까지 내준다고 했으니 그녀로선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행여 이것을 빌미로 자신을 이용하려는 낌새가 보인다면 바로 이곳을 뜨면 될 일이었다. 자리는 불편했지만 줄줄이 나오는 공짜 진수성찬을 먹으며 세이자는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식사를 이어갔다.

 


-3-

 

 뭔가 잘못됐다. 식당에서 만난 오니들은 세이자가 식사를 끝낸 이후에도 계속 그녀를 따라다니며 여러 편의들을 봐줬다. 그리고 그녀가 화를 내면 오히려 만족스러운 듯이 즐거워했다. 저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행동이 옛 도시를 찾아온 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라며 정당화했다. 세이자는 저들이 차라리 자신에게 대가를 요구하며 위협을 가해주기를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아가씨, 지저에 왔으면 역시 지저온천을 한 번 이용해야지! 온천과 료칸의 비용도 우리가 대줄 테니까 아가씨는 느긋하게 즐기고 푹 쉬다 가라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오랜만의 목욕이었다. 온몸으로 열이 돌며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 그간의 피로가 빠져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마냥 느긋하게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세이자는 노곤해지는 정신을 바로잡고 다시 경계를 유지했다. 분명 저들은 편의를 봐주는 듯 하면서 자신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츠치구모도 그러했지 않은가. 그도 그럴 것이 옷을 벗으니 치골 위쪽으로 옷에 붙어있던 부적과 같은 모양의 무늬가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능력을 봉인하는 부적이 어떤 상황에서도 유효하다는 말이었다. 저들은 자신이 이런 상태임을 알고 마음껏 이용해 먹으려고 접근한 것이 틀림없었다. 세이자는 온천물로 세수를 한 번 하고는 날이 밝으면 바로 이곳을 떠야겠다고 결심했다.


 “질투나.”


 그때 한쪽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세이자는 고개를 살짝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보았다.


 “파르시, 안녕? 씨발. 너도 온천 하러 왔구나, 옘병.”


 “만나자마자 욕을 할 수 있는 그 배짱 질투나.”


 “이건 배짱이 아니라, 원래 내가 그런 거라니까, 씨발.”


 다리에서 만났던 이상한 녀석이 자기 친구와 함께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대화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만만치 않게 이상했다. 세이자는 괜스레 심술이 나서 저 이상한 녀석들에게 시비를 팍 걸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 능력도 사용할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세이자가 탕에서 나와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는 동안에도 저들의 육두문자와 질투심이 오가는 이상한 대화는 계속 되었다. 지저에는 이상한 놈들밖에 없다고 세이자는 생각했다.

 


 어젯밤 세워 둔 계획은 보기 좋게 틀어져버렸다. 이곳은 태양이 없는 지저라서 낮과 밤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푹신한 이불에서 편하게 잠을 자다가 깜짝 놀라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헐레벌떡 료칸을 빠져나가니 전날 만난 오니들이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세이자를 발견하자마자 “오늘도 신나게 놀아보자고!” 하면서 여기저기 그녀를 끌고 다녔다. 세이자는 도망칠 틈이 보일 때까지 당분간은 참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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