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정글, 서폿들은 마스터 미만으로는 티어 상관 없이 모두 겜을 잘못 하고 있다.

5분이 되자마자 유충에 대한 신경을 과하게 쓰고 있고, 첫 3유충을 먹기 위해 서폿까지 로밍을 가고, 한타를 해서라도 유충을 따내겠다는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중이다.

유충이 없던 지난 시즌을 떠올려봐라. 5분 첫 용이 나오자마자, 정글러들이 용에 모여서 미드 탑 바텀 죄다 불러서 용 싸움을 했었는가?

대부분 "첫 용 그거 나오자마자 먹기는 힘들어서 나중에 상대방 잡고 난 다음 턴 남을 때 먹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유충이 생긴 지금 시점엔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첫 유충 절대 못 줘 씨발. 도구새끼도 당장 올라오시고, 미드 탑 새끼들도 당장 이 곳으로 집결하시오!!"

이러고 있음.

도대체 왜?? 유충은 강화 버프도 아니고, 타워를 때릴 수 있는 그 순간에만 아주 미약하게 도움되는 가짜 버프인데, 그게 뭐라고 라이너들이 자신의 라인전까지 희생을 해가며 먹어야 한다 강요를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충이든 용이든 초반오브젝트는 현재 메타에서, 라이너들이 주도권을 갖고 라인 선푸시를 먼저 해 놓고 오브젝트 강가로 먼저 리스크 없이 붙어 줄 수 있을 때만 치는 것이다. 

부활 쿨타임이 저렙단계에서 많이 줄어든 지금 메타에서는, 예를 들어 상대 바텀을 잡고 초반 용을 트라이 하는 행동은 잘못된 판단이다. 오히려 죽은 쪽이 빠른 귀환 + 민병대 효과를 받으며 라인복귀를 빨리하다보니까,  상대를 죽여놓고 옵젝을 치면 역턴이 쉽게 잡혀버려서 참사가 벌어진다.

그래서 현 메타에서 초반 옵젝을 먹을 땐 상대를 죽이고 나서 먹는 게 아니라, 라인을 슬로우 푸쉬하여 빅웨이브를 상대가  타워에서 받아먹는 턴에 먹어야만 한다.

정글러에겐 우리 라이너가 라인전을 잘 해서 빅웨이브를 천천히 슬로우 푸쉬하며 쌓아가지고 상대 타워로 밀고 들어갈 때 세 가지 선택권이 주어진다.

1. 상대 정글이 해당 라인 근처에 붙었다는 정보가 있다면(중간에 상대정글로 정글이든 라이너든 누군가가 침투하여 와드를 깊게 박은 덕에 시야 정보가 있다) 역갱 봐주기.

2. 상대 라이너 컨디션이 매우 나쁘면 다이브 치기(1.의 상황은 아니라고 가정)

3. 1., 2. 상황이 모두 아니라면 옵젝을 치기

우선순위는 1에서 3순서대로다. 

상대가 다이브 당할 상황인데(2.의 상황) 용을 친다?(3.의 상황) --> 잘못된 판단

상대 정글이 아래 쪽에 붙었다는 게 보였는데(1.의 상황) 용을 친다?(3.의 상황) --> 잘못된 판단

예를 들어. 우리 바텀이 이즈 카르마고 상대 바텀이 카이사 알리라고 가정. 2대2로 가만히 두면 이즈 카르마가 하루 종일 가둬 놓고 패는 게 가능. 

이 때 이즈 카르마 쪽 정글은 이즈 카르마가 넣는 라인전 압박의 힘을 유지 시켜주기 위해서 상대 정글 위치를 찾아내서 얼굴을 맞대야 함(1.의 행동)

이즈 카르마가 원하는 건 평생 자기들만 패는 구도로 라인전 하는 것임. 우리 정글 갱 한번도 안 와도 괜찮으니, 상대 정글도 못 오게 위치를 찾아내서 얼굴 맞대고 밀어내주기만 한다면, 10분 만에 타워 채굴 전부 다 하고 미니언 차이 두 배 가까이 벌릴 자신이 있을 거거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글이 유충병자여서, 정버프 풀캠 동선으로 겜을 위로 올려버렸다? --> 나는 주도권 있는 바텀이 벌어다주는 돈을 싹다 고혈 빨아서 내가 풀캠하는데 쓸거고, 내가 유충 먹는데 쓸 거야. 이런 거임.

롤은 선순환의 연속이 이어지면 존나 쉽게 게임을 이김. 천상계 대리기사 듀오들이 겜을 굴리는 방법이 다 그런 식이거든. 기본적인 라인전을 상대보다 잘 하잖아. 라인전 힘 차이를 이용해서 계속 정글이랑 선순환을 발생시키는 거.

미드정글 대리듀오가 무적이라 불리는게 바로 그거거든. 우리 미드가 알아서 항상 라인전을 이겨. 주도권이 빡이야. 그니까 그 미드 힘을 이용해서 계속 상대 정글 쪽으로 쑤시고 들어가서 위치도 찾아내고, 카정도 치고 가끔씩 킬도 내. 그럼 상대 정글은 계속 도망만 다녀야 할 때 이 대리듀오가 탑이든 바텀이든 로밍으로 같이 들쑤시고 다니면서 5분만에 겜을 개박살 내는 거임.

그런데 못 하는 정글러들은 고티어 정글러들이 이런식으로 겜을 굴린 다는 것을 배우지 않음. 그래서 힘이 있는 라인의 반대편에 가서 겜을 하고 있음. 

그게 바로 유충에 대한 집착이라는 거야. 

유충은 어떻게 먹어야할까?

우리 미드탑이 라인전 주도권이 있어서 선푸쉬 넣고 먼저 유충 강가로 나와줄 수 있을 때 치는 거지. 이렇게 유충을 먹으면 리스크가 있나? 하나도 없음. 오브젝트는 리스크를 최소화 시킨 상태에서 쳐야만 됨. 

한타를 하지 않고는 오브젝트를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건 리스크가 있는 오브젝트라는 거지. 근데 이런 건 의도적으로 오브젝트를 쳐서 상대를 불러내는 용도로도 쓰이기도 해. 상대가 직전 타이밍에 궁이나 플이 대량으로 빠졌다는 정보가 있다면, 옵젝을 쳐서 올테면 와봐 너네 와서 싸우면 무조건 질텐데? 라고 협박하는 용도로 옵젝을 치는 거임.

사실 옵젝을 치는 입장도, 이럴 땐 옵젝을 먹고 싶어서 친다기 보다는, 옵젝으로 불러들여서 상대를 따먹고 싶어서 치는 것에 가깝지.

하지만 초반 유충은 이런 옵젝 전투와는 내용이 다르다. 미드 탑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은 상태에서 치는 게 아니라면 항상 초반 유충은 리스크가 있음.

그래서 LCK를 보면, 프로 정글러들이 유충을 어떻게 먹냐면,  그냥 하나만 먹고 나와.

하나는 진짜 금방 먹거든. 10초도 안 걸리잖아. 아군 미드 탑 주도권이고 나발이고, 그딴 거 없어도 하나 정도는 강타까지 쓰면 진짜 6~7초면 먹으니까 먹튀 하는거야. 

왜? 상대한테 6개를 다이렉트로 주지만 않으면 유충은 가치가 별로 없으니까 "하나만 먹음 됐다. 이제 뭐 나머지 니가 다 먹든 말든 난 관심없음 ㅅㄱ" 마인드를 때리는 거임.

이런 걸 좀 대회든 천상계 솔랭이든 관전을 하며 보고 배울 줄 알아야 함. 

물론 롤에 절대적인 건 없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가장 많은 상황에 들어맞는 운영이라는 거지, 또 경우에 따라서는 유충에 목숨 걸고 겜해도 될 때가 있기도 해.

뭐 우리 서폿이 파이크라고 치면, 파이크 같은 애들은 초중반에 겜을 최대한 다방면으로 굴려서 30분 이전에 겜을 박살낸다는 정신으로 겜해야 하거든.

이런 애들은 바텀 뿐만아니라 미드든 탑이든 어디가서든 최대한 사고를 치고싶어 안달이 나있음. 사고욕구불만임. 

그러니까 이런 챔이 있다면 특수하게, 파이크 힘을 이용해서 계속 위에서 들쑤시고 다니며,  기강잡고 유충 3개 먹는 판단이 옳을 때도 있음.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충은 굳이 리스크를 감당하면서(아군 미드 탑의 라인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아군 서폿 로밍까지 끌어다 쓰면서)까지 먹을 가치가 전혀 없음.

제발 유충이라는 오브젝트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정글러들은 주도권 있는 라인의 힘을 바탕으로 그 라인과 선순환을 주고 받는 식으로 겜 했으면 싶다. 그게 잘하는 정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