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 부끄러운 망생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 사이, 목과 허리 디스크가 터졌고 3단 성인병과 여러 정신병을 얻었습니다.

처음엔 우연히 읽었던 전독시가 너무 재밌어서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첫 작이 초심자의 행운으로 작은 공모전에 당선하고 1질 완결을 쳤습니다.

그게 이후 4년 간 독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가 쓴 글은 당연히 똥이었고

1년을 고생한 글은 선인세도 못 깐 채 아직도 저를 부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읽고 쓴 양이 부족하니 생각한 양도 부족하고 제대로 된 글이 나올 리가 없었죠.

2년 차엔 현실 도피를 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글을 좀 쓰니까 상도 준 거 아니야?

이런 막연한 근자감이 제대로 된 노력을 막았습니다.

'쓰기 바쁜데 언제 읽어'하면서 읽기에 소홀했죠.

3년 차에 문득 깨달았습니다.

뭔가 쓰려고 할 때, 인풋이 많아야 확신이 생긴 다는 것.

독자들은 기본이 안된 글엔 욕도 달지 않습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독자의 눈으로 많이 읽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맞는 방향으로 가는 건가?

이 물음은 작법서와 기성의 팁만으로는 확신이 안 생깁니다.

직접 느껴야 합니다.

확신이 들어도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면 가능성은 더 낮겠죠.

부끄러운 망생 인생을 살았습니다.

늦은 밤, 꺾여 버린 지표를 보며 문득 든 생각을 끄적거려 봅니다.

확신 없는 글쓰기는 눈감고 운전하는 것만큼 위험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