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 마이너 갤러리는 디시인사이드에서 AGI, ASI 등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공간이다. 2023년 ChatGPT 출시 이후 급성장한 이 갤러리에는 기술적 특이점의 도래를 믿는 '특이점주의자'들과 선형적 발전을 믿는 '선형주의자' 간의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특이점 마이너 갤러리 유저 중 상당수가 현실에서는 취업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히키코모리'와 '백수'라는 것이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이 갤러리 이용자의 약 30%가 은둔형 외톨이로 6개월 이상 사회활동을 기피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현실의 부적응과 좌절을 첨단 기술에 대한 몰입으로 덮으려 하는 듯하다. 미래에는 자신들이 기술 혁명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차 있지만, 현실의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 하지 않는다. 디지털 세계에 빠져 현실의 자신은 잊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미래 기술에 대한 맹신이 선민사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만이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을 가졌다고 믿는 이들 중 일부는 기술 발전에 둔감한 일반 대중을 무시하고 비난하기까지 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의 수혜가 소수 전문가에게 집중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기술 발전의 열매가 불평등하게 분배될 경우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특이점 마이너 갤러리의 일부 유저들은 자신들만이 곧 도래할 유토피아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기모순적인 사고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는 이들이 정작 사회생활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AI 시대에는 지능형반도체, 자율무기, GAN 같은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날 전망이다. 사회로부터 단절된 채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이들이 기술 혁명을 주도하긴 어려울 것이다.
특이점에 대한 기대감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다만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에 빠질 때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취업난, 불평등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 기술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만능주의나 선민사상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특이점 마이너 갤러리 유저들이 보다 건강한 자세로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신들만의 폐쇄적 세계에서 벗어나, 더 넓은 사회를 바라보며 연대의식을 회복할 때 비로소 기술의 수혜가 고르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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