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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 스케이븐 전쟁) 흑사병의 비극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03 18:51:57
조회 1737 추천 2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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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내용: 모르의 사제 프레데릭 반 할은 조카의 장례식을 준비한다. 그의 형제 루트게르가 불러들인 역병 의사는 분명 조카 요한이 완치될 거라고 말했지만, 현재 요한은 창백한 시체로 변해있었다.


'참석해줘서 고마워, 프레데릭' 루트게르가 말했다.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겠어?' 사제가 말했다. 그는 비통에 빠진 형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요한을 시체 수집가 놈들에게 넘겨줄 순 없어. 고깃덩어리처럼 마차에 실려가는 꼴을 두고볼 순 없다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요한은 반 할 가문에 걸맞는 존엄성을 품을 수 있을거야'


'그리고 때가 오면, 우리에게도 해주겠어요?' 아이샤의 목소리는 굳어버린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신중하고 날카로웠다.


프레데릭은 후드를 쓴 머리를 숙였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 그는 방금 가족 중 한 명을 잃었다. 그는 또 다른 가족을 잃는 이야기따위 원치 않았다. 이제 그에게 남은 가족은 루트게르와 아이샤 뿐이었다. 그는 그들의 죽음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프레데릭은 그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다. 반드시. 흑사병은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웠다. 한 명이 아닌 가정 전체를 집어삼키는 늑대와 다를바 없었다. 역병은 한 번 휩쓴 곳에 다시 괴물같은 얼굴을 드러내기 마련이었다.


프레데릭은 그의 손을 요한의 머리 위에 올렸다. 수의 너머로 소년의 차가운 피부가 느껴졌다. 해버만 박사의 허풍가득한 지식과 실력에도 불구하고, 역병 의사는 그의 환자를 살리는데 실패했다. 요한이 견뎌야만 했던 야만적인 치료법은 전부 무의미해졌다.


사제의 정신에서 갑자기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의 시선이 루트게르와 아이샤를 흝었다. 고통 속에서, 그들은 해버만의 말을 아무렇게나 수용했을 것이다. 설령 그들이 의심했을지라도, 그들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몰랐으리라.


자신의 행동을 숙고하기 전에, 프레데릭은 요한의 몸을 감싼 수의를 찢어버렸다. 아이샤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평정심이 완전히 망가졌다. 루트게르는 믿을 수 없어하며 울부짖었고, 그의 형제에게로 뛰어들었다. 사제는 한 손으로 그의 형제를 막아서고 다른 손으로 시체를 가리켰다.


'보라고!' 프레데릭이 말했다.


루트게르는 사제 너머, 죽은 아들의 깨끗한 시신을 바라봤다. 절망에 빠진 그는 프레데릭이 봐주길 원하는 부분을 찾지 못했다. 그는 사제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무런 반점이 없어' 프레데릭이 팔을 들어올리고, 머리를 움직이며 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를 보여주며 말했다.


'흑사병의 증상이 없다고. 난 흑사병의 증상을 충분히 볼만큼 봤기에 병이 무엇을 남기는 지도 알아' 사제의 말이 떨리더니, 절망에 빠진 속삭임으로 줄어들었다.


'요한이 무슨 병에 걸렸든, 아이는 흑사병 때문에 죽은 게 아니야'


루트게르는 목에서 뿜어져 나오려는 공포의 울음소리를 막기 위해 입으로 주먹을 꽉 물었다. 아이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차분한 아내로 돌아왔고, 그녀의 얼굴은 다시 나무 조각처럼 굳어져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인형처럼 무미건조했다. 아이샤는 발길을 돌리며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 잠시 후, 계단을 올라가는 그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루트게르는 윗층으로 향하는 아이샤의 발걸음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고, 그의 형제에게 다가갔다. 상인의 입이 음울한 결단으로 굳어졌다.


'내 아들은 어떻게 죽은거야?'


프레데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루트게르에게 말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죽음에 대한 사실엔 오직 고통만이 존재할 뿐이였다. 질문을 무시한 채, 프레데릭은 수의를 다시 끌어당겨 요한의 모을 덮었고 다시 요한의 손을 가슴에 모았다.


루트게르는 프레데릭의 손을 붙잡았다.


'내 아들은 어떻게 죽은거야?' 루트게르가 다시 말했다.


'나한테 묻지 마' 프레데릭이 형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내 아들이 어떻게 죽었냐고?'


형제의 광적인 목소리에 프레데릭의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무지도 진실만큼이나 끔찍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레데릭은 생각을 부정했다.


'요한의 몸에서 피가 너무 빨렸어' 사제가 말했다.


'몸을 지탱할 피가 없었던 거야'


루트게르는 손을 빼곤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모든 부분이 방금 알게된 사실을,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반발하며 눈에 띄게 고통스러워 보였다.


프레데릭은 단 한번도 옳은 일을 한 것이 이토록 수치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마리엔부르크에서 그가 부정한 일을 고발하고, 그로 인해 황무지에서 탈출했을 때에도, 그는 옳은 일을 한 것에 후회하는 일이 없었다. 그는 역병 의사가 사기꾼에 강도나 다름없다고 말했었다. 이제 루트게르는 사제의 말이 옳았음을 알았다.


'해버만이 요한을 죽였어' 루트게르가 중얼거렸다. 그는 같은 말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그의 목소리는 공허한 속삭임에서 분노에 찬 울부짖음으로 변하고 있었다.


프레데릭은 형제의 분노를 걱정스럽게 경청했다. 그는 정신의 복도를 훑으며 루트게르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가 느끼는 죄책감을 경감해줄만한 말들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모든 배움들, 그가 읽은 수 천의 책들, 수많은 비밀스러운 의례와 의식들을 배웠음에도, 그가 해줄 말은 하나도 없었다. 멈추기엔 너무나도 강한 절망이 존재했다. 마치 겨울 폭풍처럼, 그러한 절망들은 피하는 게 아니라, 견뎌내야만 했다.


윗층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루트게르를 비통에서 끌어냈다. 그는 얼굴을 위로 향했고, 잠시 천장을 응시했다. 그의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얼마 남지도 않은 얼굴색이 완전히 사라지더니 상인의 입술에서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절망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샤가 알았어' 루트게르가 말했다. 루트게르는 몸을 돌려 사제를 바라봤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아이샤가 이 사실을 알았다고!'


루트게르는 기다리지 않고 방에서 뛰쳐나와 미친듯이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루트게르는 그가 막기엔 한참 늦은 공포를 마주하고자 달려갔다. 프레데릭은 잠시 형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며 방 안에 남았다. 그리곤 소름끼치는 이해와 함께, 사제는 망토를 끌어안고 루트게르를 쫓아갔다.


요한을 죽인 것은 역병 의사의 사악한 사기극 때문이였지만, 브루노 해버만을 부른 것은 루트게르가 아니였다. 바로 아이샤였다!


프레데릭이 요한의 방문까지 거의 도착했을 때쯤 가련한 울부짖음이 집을 흔들었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는 방 안에서 흘러나왔다. 방 안에 발을 들이기 위해 사제는 가지고 있는 모든 용기를 끌어내야만 했다. 그의 형제와 마찬가지로, 프레데릭은 방 안에서 무엇을 발견할지를 알고 있었다. 비극을 막기엔 너무 늦었음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루트게르는 방 가운데에 앉은 채로 어린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루트게르의 품에는 그의 아름다운 아내가 안겨져 있었다. 그녀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그의 어깨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몇 인치 너머, 아이샤의 생기없는 손에서 떨어진 피범벅인 칼이 있었다.







여러분은 사악한 과학을 거부하고 신들에게서 답을 찾으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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