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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데미우스는 너글에게 선택받은 검수관이며, 7명의 역병 감시관 중 하나이자 역병 군주의 모든 질병을 목록화하는 자입니다. 에피데미우스의 과업은 끝이 없으며 엄청난 양의 서류 작업을 동반하기에, 그는 자신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너글링 무리 사이를 쉽게 뚫고 지나가기 위해 가마를 타고 다닙니다. 20여 마리의 너글링들이 검수관에게 양피지를 가져다주거나, 죽음의 머리 주판을 조작하거나, 깃펜에 잉크를 묻히거나, 심지어 어리석은 적이 너무 접근할 경우 에피데미우스를 보호하는 등의 수발을 듭니다.

  에피데미우스는 게으름이나 방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조수들은 다른 너글링들과 달리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주인의 일을 방해해서 분노를 사지 않게 말이죠. 에피데미우스는 너글과 마찬가지로, 삶과 죽음에 관련된 귀중한 문제를 방해하는 존재를 혐오합니다. 너글링들이 그의 가마를 밀며 끈적한 행차를 하는 동안 들리는 소리라고는 검수관이 시간에 맞춰 기록을 이어나가기 위해 신경질적으로 깃펜을 긁어대는 소리 뿐입니다. 에피데미우스는 자기 좌석에서 너글의 창조물이 만들어낸 번영과 장관을 조사하고, 사상자와 감염률 뿐이 아니라 이상한 변색과 악취같은 부가적 증상도 기록합니다. 이러한 정보가 적절히 수집 및 분석된다면 너글 아버지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 되지만, 제대로 활용되려면 절대적으로 정확하게, 때에 맞추어 기록되어야 합니다.

  필멸계와 불멸계를 아우르는 에피데미우스의 목적지는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그는 전염병의 자취가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기 때문입니다. 그는 너글의 힘이 강해질 때 가장 바빠집니다. 역병 군주의 권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전염병의 밀물과 썰물에 필연적으로 연관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을 치르는 군대는 위생이 열악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염병을 수반하기에, 검수관에게 엄청난 양의 과업을 안겨다줍니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연구를 진행할 희귀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죠.

  에피데미우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의지가 강하거나 야심만만한 영혼을 고통받게 하며 열에 들뜬 행동을 하게 만드는 감염입니다. 너글의 병폐적인 질병은 물리적 육신만을 감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영혼까지도 열성적으로 감염시켜 환자의 열병 걸린 몸을 타락시키고, 자아와 도덕 관념을 파괴합니다. 숙련된 관찰자, 특히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에피데미우스는 이렇게 필멸의 굴레를 벗어난 영혼의 조각난 파편을 알아볼 수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온갖 지식을 알아내고 영혼의 힘 일부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영혼이 마침내 굴복할 때, 에피데미우스의 수행단은 감사의 표시로 종과 징을 울리며, 더럽혀진 영혼을 너글 아버지의 따뜻한 포옹 속으로 받아들입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에피데미우스는 말입니다. 실험체에 대한 그의 관심은 실험체의 물리적 껍질이 죽음을 맞이함과 함께 사라지니까요. 행복하게도, 그가 조사할 신선한 실험체는 언제나 널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