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 썰] 번역) 벨벳 속의 야수들 - <1장-4>

차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1.29 17:06:01
조회 476 추천 10 댓글 2
														



3abcc22ee4df35a37cf2c4ba1a9c34320731a0c6fb1bc52a77da102f901e5bc58c596cbcb4751ea745e0fac8ec17798088f655a36302bca2996c594e191ad39f1c2616e6836732cb118d9418154768




------------




‘길을 내시오, 황제 폐하의 일을 하는 중이니.’




엄밀히 말하자면 사실은 아니었지만, 


그가 두른 독특한 궁정 녹색 망토와 함께라면 요한이 쉽게 일백 선술집 거리의 군중을 헤치고 나아가기에 충분했다.



호기심에 몰려 든 이들과 구울처럼 빈둥거리는 이들을 제하더라도, 


마테우스 2세와 브루노의 맥줏집 사이의 좁은 골목에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디콘 대위님.’ 경비대원이 상급자에게 말했다. 


‘담요 하나로는 시신을 다 못 덮겠습니다.’






‘지그마의 망치여.’ 대위가 욕설을 뱉었다.


분명 한 사람 이상이 시궁창에 토악질을 한 것 같았다.






‘믿을 수가 없네.’ 음악가 복장 차림의 날씬한 엘프가 말했다. 


‘여자가 온 사방에 흩뿌려졌잖아.’






‘아, 닥쳐 좀. 귀쟁이 새끼야!’






곧 난투극이 벌어질 것이다. 


꽤나 많이. 


요한은 이 군중들이 예피모비치의 폭도들보다도 더 위험할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이미 첫 피냄새를 맡았으며, 이제 더 많은 피를 바랄 테니까.





경비대원들은 흡씬 두들겨 맞은 선원들과 서 있었고, 한 경관이 그들을 심문하고 있었다. 


경비대원은 수갑 한짝을 꺼내 선원의 얼굴 앞에 덜컥거리며 위협적으로 들이밀었다.






‘저 뱃놈 청년이라니까.’ 한 늙은이가 소리쳤다. 


저놈이 야수야!






묶어 버려!’ 누군가 고함질렀다.






‘너무 정중한 대우인데.’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 


저놈이 불쌍한 마르기를 벤 것처럼 목을 따버려!





군중들은 앞으로 점점 밀고 나가면서 요한을 골목 쪽으로 밀치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가락이 자신의 지갑에 닿는 것이 느껴져 요한은 그것을 거칠게 뿌리쳤다. 


땅딸막한 누군가가 높고 새된 목소리로 사과하고는, 다른 누군가를 소매치기하러 재빨리 떠났다.





대장은 몸을 돌려 목소리를 높혔다. 


‘전부 물러나시오. 이자는 용의자가 아니니. 이 양반이 시신을 찾았소.’






실망한 기운이 역력했다. 


군중들은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싶어 했다. 


이제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선원은 안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동료는 너무 메스꺼운지 아슬아슬한 구원을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대위.’ 요한이 말했다. 


‘나는 폰 메클렌베르크 남작이오.’







‘주덴란트의 선제후이십니까?’






‘그렇소.’







대위는 손을 내밀었다. 


‘부두 경비대의 디콘입니다.’








요한은 경비대원과 악수를 나눴다.




‘황제 폐하께서 자네의 조사를 주시하라 말씀하셨다오. 


그분께서는 이 야수 살인 사건에 대해 대단히 염려하고 계시지.’ 




거짓말이었지만, 그리 설명해 두었다.





디콘은 귀족적인 감시자가 있는 것이 기쁜 듯 보이려고 애를 썼다. 


그는 긴 외투를 입고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코는 예전에 부러진 것인지 보기에 좋지 않았다. 


제복은 걸치지 않았지만, 대신 경비대의 황동 배지를 가슴팍에 달고 있었다.






‘정말이십니까? 


혹시 제가 황궁에 요청한 사항을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병사들을 좀 증원해달라고 했었는데요. 


부둣가 경비대 자체적으로 감당할 사안이 아닙니다. 


인력이 부족해요.’






요한은 자신이 아무 계획 없이 너무 깊게 파고든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보겠소, 대위.’





군중들은 다시 골목 쪽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저거 봐, 여자 팔이다!’


‘역겨워.’


‘안 보여요, 엄마. 안아 주세요.’


‘끈으로 엮여야겠는데.’


‘내 지갑 어디갔지? 소매치기야!’


‘마르기 년이 비열한 암소긴 했지. 못된 년.’


‘코닉스플라츠 화형대에 불 올려야겠는데.’


‘좆같은 짭새 새끼들. 누가 내장을 뜯어낼 때면 절대 주변에 없다니까.’


‘심장을 먹어치웠다네요.’


‘브레토니아 사람이 분명해. 더러운 브레토니아 놈들.’


‘아아아뇨, 드워프라니까요. 모든 상처가 가슴팍 아래에 있잖아요. 그 치들 얼굴을 만지면 안 되지.’


‘이건 저주야.’


‘파멸이 다가왔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신들의 분노가 불의한 자에게 내렸노라.’


‘씨발 짭새들.’


‘아가리 닥쳐.’






요한은 디콘에게로 밀쳐졌다. 


서로 돌아선 군중들 사이로 이미 몇 번 주먹질이 오고갔다.


드워프 혐오자와 브레토니아 사람들에게 애정이 없는 여인이 서로 맞서고 있었다.


특정한 신의 사제는 아닌 것 같은 누더기 차림의 수도자가 설교를 시작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꼴이군.’ 대위가 말했다. 


‘거기 너희들, 사람들 밖으로 내보내.’





약간 불안해 보이는 네 명의 경비대원들이 곤봉을 꺼내어 군중에게 다가섰다. 


다행히도, 아무도 때릴 필요는 없었다. 


군중들은 툴툴거리며 흩어졌다. 


선술집들은 영업을 개시했다. 


살인 사건은 분명 장사에 도움이 되었다. 


최소한, 대낮에는 야수 걱정을 안 해도 됐으니까. 






수도자는 신들이 노했노라고 말하며 경비대원들 앞을 잠시 어슬렁거렸다. 


그런데 한 경사가 소매치기에 대한 처벌로 그의 손가락이 잘려 있다는 걸 알아채자, 수도자는 검은 박쥐 선술집 쪽으로 서둘러 달아났다.








‘그 점쟁이는 어디 있나, 에코노모우?’ 디콘이 경사에게 물었다.





‘성당에서 오는 중이랍니다, 대위님.’





‘제발 좀 서둘렀으면 좋겠는데.’





요한과 디콘은 골목 어귀쯤에 서 있었다.


‘좀 보시겠습니까, 남작님?’ 


경비대장이 녹색 벨벳에 대한 마땅한 존경심 위에, 약간의 오만함을 섞어 말했다. 





‘음, 알겠소.’ 요한이 대답했다. 


그는 대위가 자신을 역겨운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최근 벌어진 참극을 직접 보려는 사람.






경비대원은 사람을 좋게 판단하는 이는 아님이 분명했다.


요한은 스스로가 되지 않기로 했다.






만일 디콘이 자신을 퇴폐적인 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황제의 대리인이라 했던 자신을 황궁에 확인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일이 훨씬 쉬워진다.







디콘은 골목에 있는 경사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경비대원은 허리를 굽혀 담요를 집었다.


그가 떠돌았던 세월 동안, 요한은 극심하게 훼손되거나 부패한 시신들을 많이 봐 왔었다. 


허나 이것은 봤던 것 중 최악이었다.







‘여자였소?’


그는 시체의 어떤 부분도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지경이었고, 성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습니다.’ 디콘이 말했다. 



‘마르가레테 루트만이라는 여자죠. 


창녀에 도둑이었고, 아마 몇 년 전에 자기 포주를 죽였을 겁니다.’





디콘은 침을 뱉었다. 


경사는 담요를 다시 내려놓았다. 


천에 얼룩이 번지고 있었다.





‘자기 칼을 가진 똑똑한 여인이기도 하네요. 


공격한 놈에게 상처를 남겼길 바래 봅시다.’



벽에서 뚫린 구멍으로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골목 뒤쪽에, 무릎꿇고 있던 경관이 소리쳤다.






디콘과 요한은 조심스럽게 마르가레테 루트만 주변을 걸어 그에게로 다가갔다.






‘여자의 칼입니다, 대위님.’


그는 조잡하고 작은 돼지 멱따는 칼을 들어 보였다.






‘... 그리고 여기 한쪽 손도요.’






‘자비로우신 샬리아여!’







손은 졸졸거리는 시냇물 아래에, 희고 깨끗하게 씻긴 채 놓여 있었다. 


마치 깃털이 다 뽑힌 살진 새처럼 보였다.






‘나머지 유해랑 모으도록 해. 점쟁이가 보고 싶어 할 거다.’







경관은 손수건을 꺼내 손가락을 감싸더니, 엄지와 검지 끝으로 물에서 손을 집어들고는, 담요로 후다닥 달려가서 덮어 버렸다.


일어선 그는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있었다. 


벌벌 떨면서.






‘취객들 두들겨 패고 위어드루트 공급책을 잡는 거랑은 다르지, 안 그런가, 엘제서?’


젊은 경관은 고개를 저었다.






‘남작님, 이게 제가 동업해야 하는 놈들입니다.’ 디콘이 요한에게 말했다. 



‘여긴 부두 경비대에요, 황궁 근위대가 아니라. 


얘네들은 황동 배지만 가진 게 아니라 머리통도 황동이란 말입니다.’







태양이 골목으로 내리쬐고 있었다. 


거의 머리 꼭대기즈음. 


아침은 이미 가 버렸다. 


그림자는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선명히 보였다.






‘칼도 자루에 담아, 엘제서. 점쟁이가 뭘 알아낼지도 모르니까.’






그들은 골목 밖으로 나왔다. 디콘은 담뱃대와 연초 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는 불을 붙여, 짙고 지독한 냄새의 연기를 깊게 들이쉬었다.


요한에게는 아무것도 권하지 않았다.






손수레들이 거리의 유명한 선술집들로 배럴을 나르며 돌돌 굴러다녔다.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는 세 명의 젊은 여인들이 행인들에게 호객 중이었다. 






경비대원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을 보아, 요한은 저들이 루이트폴츠스트라세 경비역참에 이번 달 상납금을 준 것이 틀림없다고 유추해 보았다.






살인을 저지르는 동안 경비대의 눈길을 피하려면 얼마가 필요할지 궁금해졌다. 


그리 비싸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장님요.’ 선원 중 하나가 물어왔다. 



‘지금 갈 수는 없겠습니까? 


원래 동이 트자마자 배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더 늦으면 곤란해져요. 


첸데나이 선장은 엄한 마나님이시라.’







디콘이 그를 바라보자, 선원은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못 간다, 뱃놈 친구. 


군중들이 너를 찢어 죽이지 못하게 막은 이유는, 


네가 늙은 마르기를 베어 죽인게 아니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죽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야. 


알겠어?’






다른 선원은 퉁퉁 부어오른 얼굴을 한 채, 배를 움켜쥐고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토사물 웅덩이 위에 서서, 속에 더는 나올 게 없음에도 이따금씩 헛구역질을 해 댔다. 






‘빌어먹게 신기하지 않습니까, 남작님? 


이 친구들은 파도에 너무 익숙해져서 마른 땅에서 멀미를 한다니까요.’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살인과 어떤 관련이 있소, 대위?’






‘누가 알겠습니까? 


얘들은 어젯 밤 휴가 중이었고, 뚱한 기사 선술집에서 있던 소동에 약간의 책임이 있죠. 


그냥 참고로 말씀드리는데, 끝장나는 주먹다짐이 하고 싶으시다면 거기서 한잔 꺾으시면 됩니다. 


우리 경비대원 몇몇이 가서 군중들을 해산시키고 거리 판결을 내렸는데-’ 






‘그게 무엇이오?’





디콘이 히죽거렸다. 



‘감방이 꽉 차서 이런 머저리들을 가둘 수가 없으면, 


곤봉으로 골 좀 아프게 해준 다음,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지 않게 구석에다가 던져 놓는 겁니다. 


늘 혹 몇 개와 황제 폐하의 법을 엄수해야겠구나 하는 새로운 존중과 함께 깨어나지요.’






‘좆같은 부두 경비대.’ 덜 아픈 선원이 소리쳤다. 


‘전부 개새끼들이야!’






선원을 안고 있던 경사가 낄낄거리면서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찍었다.


뱃사람은 오래된 상처가 확 타오르는 것을 느끼며 몸을 말았다.





‘쟤들 감방이나 찾아 줘.’ 디콘이 말했다. 


‘아침도 좀 주고.’






헛구역질 하던 선원은 마침내 피와 무언가가 섞인 묽은 무언가를 게워냈다.



‘... 그리고 다른 심문도 해야 하니까 구류해 둬. 


우리 토하기 선수님을 위한 약초상도 수소문해 두고.’






선원들은 힘 없이 대들며 끌려갔다.






‘여기 있는 놈들은 전부 인간 쓰레기입니다, 남작님. 


제가 누구를 손봐주고 있는지 아셨겠지요.’






요한은 디콘의 방침을 볼 만큼 봤다고 생각했다.


케케묵은 경비대원의 방법이었다.


범인을 찾을 수 없는 범죄를 마주했을 때, 무력한 이를 잡아다가 자백이 나올 때까지 두들겨 패는 방법.


법률서에 따르면 깔끔해 보였지만, 실제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요한은 마르가레테 루트만을 보면서, 야수는 밤일을 즐기는 놈이고 누군가 막기 전까지는 결코 멈추지 않을 종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울릭이시여.’ 디콘이 말했다. 


‘하지만 차 한잔만 함께라면야.’






디콘은 벤치로 걸어가, 선원들을 때렸던 두 경관의 귀를 잡았다. 


그들은 분명 야수와 비슷한 시간대에 여기 있었지만, 특별히 의심스러운 것이나 수상한 사람을 기억하지는 못했다.


디콘이 귀를 비틀자 그들은 개처럼 비명을 질렀다.






‘쓸데없는 새끼들.’ 디콘이 침을 뱉었다.





‘죄송합니다, 대위님.’ 경관 중 하나가 말했다. 





디콘은 빈 손으로 그의 뺨을 후려쳤다.





‘너는 한 달 동안 감방 청소다, 요오스트.’





요한은 주변을 둘러보며, 이들 중 잔인한 힘과 무식함 이상을 요구하는 일을 해낼 수 있는 자가 있을지 궁금해 했다.


부둣가 경비대원 대부분은 늘 그렇듯이,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손가락 마디에는 멍이 들었고, 3일 정도는 면도하지 않은 꼴이었다. 


곤봉을 들어 만들어진 크고 단단한 팔근육과, 맥주잔을 들어 만들어진 크고 부드러운 뱃살.






선임 두 명은 다른 이들에게 냉혹함을 뽐내려는 듯 웃고 농담을 하며, 고인의 시신을 다른 용도로 잠시 빌렸던 적이 있는지 기억하려는 것 같았다.


‘토미, 그냥 하는 말인데.’ 한 명이 운을 뗐다. 


‘이 여자는 별로 안 꼴리네.’






‘입 닥쳐요, 못되처먹은 새끼들아.’ 엘제서가 말했다.


‘고깃덩어리가 아니라 사람이었다구요.’





‘새끼, 경비대 짬 많이 안 먹어봤지?’ 토미가 말했다. 


‘알게 될 거다.’





젊은 경관은 혐오감에 몸을 돌리고는, 무릎을 꿇고 땅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팟 소리와 함께 마테우스 2세의 문 위에 있는 횃불에 불이 붙었다. 


선술집에는 가스 등불이나, 윗층 방에 훈련받은 마법사가 있어야만 했다.


술집 주인장이 경관들을 위해 공짜 에일이 담긴 쟁반을 들고 나왔다.






디콘이 처음으로 한 모금 들이켰다. 


‘차가 아니잖아.’ 대위가 말했다.


‘근데 이정도면 됐지.’







엘제서만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요한은 젊은 경관 옆에 서서 그가 일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엘제서는 야수의 작업 동안 주변에 흩뿌려진 조각들을 분류하고 있었다.


엄청 많았다.


그는 각각의 조각들을 집어올린 다음, 검사하고,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이번이 처음인가?’ 요한이 물었다. 





‘아닙니다.’ 엘제서가 말했다. 


‘세 번째에요. 경비대에 들어온 지 한 달 됐습니다. 처음 네 번의 사건은 보지 못했습니다.’





‘자네는 알트도르프 출신이 아닌가?’






엘제서는 깨진 맥주잔 조각을 뒤집고, 제조사 표시를 보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아닙니다, 남작님. 저는 라이크발트 숲에서 왔어요.’






‘숲 순찰대였나?’






‘아니요, 막 대학을 나왔어요.’


엘제서는 오래된 음식 포장지인, 왁스를 바른 종이를 흘깃 살펴보았다.






‘학위가 있나?’






‘법학입니다. 약간의 군사 역사학과 연금술도요.’






경관은 길다란 녹색 무언가를 집어들고는 빛에 비추었다.


진흙과 피가 묻어 있었다.





‘그렇다면 부둣가 경비대에서 뭘 하는 건가? 자네 학위와 맞지 않는 복무인 것 같은데.’





‘제가 자원했습니다, 남작님. 늘 인력이 부족하니까요.’





‘부둣가 경비대에 자원했다고? 허나-’





‘이 도시에서 가장 부패한 경비대라고요? 압니다. 


하지만 부둣가가 야수가 돌아다니는 곳이잖습니까. 


저는 야수가 잡히는 걸 보고 싶고요.’





엘제서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경관은 일어서서 무릎을 털었다. 


그는 천 조각을 손에 들고 요한을 바라보았다.





‘뭔가, 엘제서?’





경관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드러났다. 


‘보세요.’ 그가 요한의 어깨춤에 조각을 대 보며 말했다.





녹색이었다. 


그가 두르고 있는 망토와 똑같은 색깔.


요한은 천 조각을 받고는 벨벳의 옷감을 더듬었다.


아주 잘 아는 것이었다.






요한은 엘제서를 바라보았고, 둘 다 세상이 뒤집히는 것을 느꼈다.


요한은 벨벳 조각을 움켜쥐고 무엇이라도 느껴 보려고 했다.


그는 점쟁이는 아니었지만,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특출난 통찰력이 있어야지만 녹색 벨벳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예피모비치의 말이 맞군.’ 요한이 말했다.


‘야수는 궁정 관리야.’






엘제서는 고개를 저었다. 


‘확신할 순 없습니다. 며칠 동안이나 골목에 있었을지도 모르죠.’





‘아니, 새 것이야. 끄트머리를 보게. 


찢어진 지 얼마 안 되었어. 피로 젖어 있고.’






요한은 천 조각을 들어올렸다. 


끝이 누더기가 된 밑단이 달린 삼각형 꼴이었다. 


의복의 뒷부분에서 찢어진 게 분명했다. 


그는 옷단을 살펴보았다. 


금실로 꿰메어진 벨벳은, 땅에 닿는 부분이었는지 약간 닳아 있었다.







디콘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이게 뭡니까?’






‘녹색 벨벳입니다, 대위님.’ 엘제서가 말했다.


‘남작님의 망토처럼요.’






디콘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그럼 범인을 잡았네?’








요한은 설명을 시작했다.



‘녹색 벨벳은 황궁의 전통에 따라 입는 것이오. 


선제후, 궁정 관리, 대사, 장관들이 말이지. 


심지어는 황실의 가문 구성원들도.’








디콘은 처음으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담뱃대를 이 사이로 물었다.



‘야수가 황궁에서 왔다는 말입니까? 


자비로우신 샬리아시여, 엄청난 문제인데요.’








‘재단사나 수행원일지도 모릅니다.’ 엘제서가 말했다. 


‘아니면 망토를 훔친 도둑이거나, 우리로 하여금 야수가 황궁에서 왔다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자일지도요.’







‘벨벳만이 아니오, 대위.’ 요한이 말했다. 


‘금실이잖소. 비싼 물건이지.’







디콘은 자신의 경력과 정의 사이의 무게를 재어 보며 깊게 생각에 빠져들었다. 


요한은 그의 쥐새끼 같은 마음이 결론의 미로를 헤쳐 나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부둣가 경비대의 대장은, 야수가 귀족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이에게는 그닥 많은 것이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워프스톤으로 뒤틀린 무언가, 그래, 아니면 더 좋은 것은, 하찮고 역겨운 누군가. 


누구나 쉽게 미워할 수 있는 그런 사람.






하지만 궁정 관리, 대사, 장관은... 너무나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귀족을 체포하고 유죄를 선고한 경비대원은 훈장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결코 복무 동안 진급하지 못할 것이고, 


상관들의 신뢰도 영영 받을 수 없을 테니까.







‘잘 했다, 엘제서.’ 대위가 쏘아붙이고는, 요한에게서 천 조각을 가져가 공처럼 구겼다. 



‘이 속임수를 꿰뚫어 보았잖나. 


야수가 말썽을 원하는 것 같아. 


예피모비치가 도시 전체를 폭동으로 몰아가는 와중에, 살인자가 우릴 잘못된 길로 이끄는 거지. 


허나 우린 속지 않았어. 


부둣가 경비대는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다고.’






디콘은 벨벳을 공중에 던졌고, 천 조각은 마테우스 2세의 횃불 위로 떨어졌다.






‘대위.’ 요한이 이의를 제기했다. 


‘저건 중요한 증거인데.’






벨벳은 타들어가 재로 변했다.






‘말도 안 됩니다, 남작님. 


저건 그냥 거짓 흔적이었어요. 


야수는 똑똑한 놈입니다. 우리도 알아요. 


그는 자기가 피투성이 작업을 하는 동안, 우리가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중요한 양반들을 괴롭히기를 바라는 거라구요. 


제 말은, 황제 폐하의 장관이 뒷골목에서 창부를 썰어대는 게 상상이 되십니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요한은 미카엘 하셀슈타인이 떠올랐다. 


오스발트 폰 코닉스발트도.







‘아니면, 어쩌면, 선제후가요?’








엘제서는 자갈 위의 새까만 천 조각을 바라보았다. 


디콘은 그것을 짓밟아 뭉개 버렸다. 


요한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대위가 저러는 것을 막지 않았고, 자기가 막고 싶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이러한 망토는 여러 벌 가지고 있었다. 


그가 황궁에서 아는 다른 사람들 또한 그랬다.


레오스 폰 리베비츠도 오늘 아침에 두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볼프를 보았을 때, 그에게 제국 행사에서 두를 고관용 망토 하나를 내 주었었다.


형제에게 준 선물.








‘자, 문제를 해결한 겁니다. 


이제 우리 점쟁이가 뭔가 찾아내기를 바래 보죠. 


제가 맞다면 그녀가 온 것 같네요.’






경비대장이 브루노의 맥줏집 앞에 서자 문이 열렸다. 


적발에 스카프를 두른 여인이 나왔다. 


그녀는 단순한 망치 상징이 새겨진 부적을 매고 있었다. 


디콘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둣가 경비대의 디콘 대위요.’







여인은 그를 올려다보다가,


골목을 들여다보더니,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졸도해서 쓰러졌다.





이런 씨발 지그마의 망치시여.’ 디콘이 말했다.




---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0

고정닉 7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928 설문 연예인하면 더 인기 많을 것 같은 스포츠 스타는? 운영자 24/09/16 - -
1563258 📚 썰 일본 성이 사실 벙커인 이유 [53] ㅇㅇ(222.119) 23.03.21 2383 13
1563182 📚 썰 재업)부패의 왕좌에서 드워프가 받아볼만한 것들 [41]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21 4620 33
1562882 📚 썰 울리카 스킬 명칭이 얘 나온 소설 이름들이네 [15]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21 3122 18
1562479 📚 썰 ㄱㅇㅌ) '짧은'이 기술 발전이 안되는 이유는? [18]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20 3335 25
1561956 📚 썰 번역) 라익스가드 - <1장 - 1> [5] 차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9 819 13
1561738 📚 썰 ㄱㅇㅌ) 아이에에에!? 닌자! [30] 홍삼마일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9 3272 25
1561498 📚 썰 ㄱㅇㅌ)우당탕탕 우에스기 켄신의 대참패 [20] 홍삼마일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9 3199 33
1561431 📚 썰 카드웦 해골가면의 정체 [23]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9 4224 16
1561313 📚 썰 번역) 라익스가드 - <프롤로그, 헬보르크> [9] 차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8 1302 16
1561234 📚 썰 울프릭) 마법사에게 노스카 전통을 알려주는 울프릭 [8]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8 2212 24
1561156 📚 썰 동탁 황궁의 정체 [2] ㅇㅇ(1.177) 23.03.18 629 7
1560532 📚 썰 울프릭) 카오스 소서러를 만난 울프릭의 감상 [20]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7 3181 32
1560511 📚 썰 울프릭) 오크 노예들을 해방하는 노스카 전사들 [18]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7 3371 30
1560462 📚 썰 의외로 워해머 판타지에도 등장하는 종족 [7] ㅇㅇ(112.158) 23.03.17 677 4
1560442 📚 썰 브레토니아 썰 짧번역) 파라봉의 수상쩍은 기사들 [16] Jul.D.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7 1543 14
1559949 📚 썰 번역소식) 벨벳 속의 야수들 번역을 중단합니다 [11] 차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7 2443 27
1559926 📚 썰 황소 센타우르는 뭐하는 놈들인가 [17]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7 3906 23
1559892 📚 썰 ㄱㅇㅌ) 의외로 서주대학살 때문에 피난간게 아닌 인물 [4] ㅇㅇ(121.139) 23.03.16 485 3
1559731 📚 썰 아스트라고스 인성 요약 움짤.webp [15] ㅇㅇ(122.44) 23.03.16 3726 20
1559126 📚 썰 아스트라고스 보행기 움짤 모음.webp [24] ㅇㅇ(122.44) 23.03.16 4921 21
1558956 📚 썰 만들어 달라고 해서 올리는 울프릭 어록 [20]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4091 30
1558821 📚 썰 고&펠) 땅딸보식 내로남불 [10]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2281 21
1558782 📚 썰 울프릭의 불 켄타우로스에 대한 감상 [18]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3765 40
1558771 📚 썰 소설에서 지그마는 자기 자식들의 존재를 알았음 [21]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2956 31
1558766 📚 썰 울프릭과 노스카 원숭이들이 하슈트에게 겁먹은 썰 [26]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3588 40
1558727 📚 썰 오피셜로 지그마의 후손인 사람 [39] 리디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4966 32
1558598 📚 썰 의외로 지그마의 직계 후손일수도 있는 애들 [1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3119 15
1558519 📚 썰 ㄱㅇㅌ) 블랙 오크의 기원과 역사 [15] 오거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3050 17
1558486 📚 썰 (Liber chaotica 번역) 슬라네쉬의 데몬 프린스, 아자젤 [1] khid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214 4
1558299 📚 썰 기억나는대로 쓰는 소설 속 카드웦 묘사 [17]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3609 25
1558106 📚 썰 카드웦이 드워프랑 싸웠다고 언급된 사례 [16]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4251 19
1558067 📚 썰 인페르널 가드는 뭐하는 놈들인가 [19]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4216 32
1558002 📚 썰 카드웦 캐릭터들 원작에서의 최후 [21] jenosi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4486 26
1557944 📚 썰 카드웦 움짤 모음.webp [1] ㅇㅇ(122.44) 23.03.15 1415 10
1557926 📚 썰 울리카가 제국이랑 키슬레프 소속으로 나온 이유 [16] 구글번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5 3172 17
1557581 📚 썰 성배기사 뽕이 억떡계 안 찰 수가 이써!(2) [10] 하히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4 2240 21
1557559 📚 썰 ㄱㅇㅌ 조조가 헌제한테 지랄하는 창작물 95% 구라더라 [17] ㅇㅇ(223.39) 23.03.14 413 1
1557500 📚 썰 성배기사 뽕이 억떡계 안 찰 수가 이써!(1) [5] 하히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4 570 5
1556961 📚 썰 번역) 벨벳 속의 야수들 - <3장-4> 차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3 196 6
1556898 📚 썰 뇌절 추측) 햄3 대정교회의 미래에 관해 [1] ㅇㅇ(122.44) 23.03.13 231 4
1556499 📚 썰 아오지에 드워프 떡밥 떳다네 [5] 스시포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3 465 8
1556207 📚 썰 ㄱㅇㅌ) 의외로 생각보단 고증에 신경쓰는 사람들 [3] 김치랜드에영광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2 546 3
1556191 📚 썰 고대 아테네 사제들에 대한 잡설 [21]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2 3383 27
1556059 📚 썰 햄3 로딩 스크린에 언급된 추가 캐릭터 떡밥 [3] ㅇㅇ(122.44) 23.03.12 420 5
1555497 📚 썰 재업) 햄탈3 프롤로그 지역 위치 [1] ㅇㅇ(122.44) 23.03.11 187 1
1555406 📚 썰 원작 소용돌이 마법 비교해보면... [11] 리디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1 2354 16
1555177 📚 썰 아카온과 그의 연인 지젤 이야기 정리 [22]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0 2913 28
1554638 📚 썰 ㄱㅇㅌ) 세기의 대결 마르쿠스 vs 키케로 [19] 김치랜드에영광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09 2553 25
1554354 📚 썰 [레전더리 로어][키슬레프] 알트도르프 정화 [13] 예조판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08 1806 14
1554329 📚 썰 ㄱㅇㅌ)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로마시대 롬하하 유우머 [26] 김치랜드에영광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08 2491 3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