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번역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twar&no=51584&_rk=eYK&exception_mode=recommend&search_pos=-59502&s_type=search_all&s_keyword=%EB%A1%9C%EB%8C%90&page=1

테클리스는 자신의 팔에 손이 닿는 것을 느끼고 몸을 돌렸다. 릴리아스는 피와 그을음투성이인 얼굴을 하고 그에게 미소 짓고 있었다. 

"방법이 있다." 그녀가 말하였다.

"나의 육체는 필멸자의 것이지만, 신의 힘은 아직 나의 피와 영혼에 흐르고 있어. 그 힘으로 넌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을 것이야."

테클리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뒤로 황제가 중얼거렸다. "무고한 자의 피…"

릴리아스는 차갑게 웃었다. "난 이미 오래 전부터 무고한 자가 아니었어. 운베로겐 족의 왕이여. 당신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러했지. 우린 폭풍을 이겨낼 정도로 강한 자들이었기에 이 자리에 아직 서있을 수 있었던 것이야."

 릴리아스는 손을 뻗어 테클리스의 뺨을 어루어만지며 말하였다. 

"난 거짓말을 하였고 배신을 저질렀어. 난 지금 우리에게 닥쳐오는 종말을 막기 위하여 무고한 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용감한 자들이 죽음을 맞게 하였지.난 해야만 할 일을 해왔어. 나의 심장의 피가 승리의 열쇠라면 기꺼이 바치겠어."

"당신은 죽게 될 것입니다." 테클리스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하였다.

"우린 모두 죽게 된단다. 나의 아들의 아들아. 이것은 라나 단드라, 모든 이야기와 노래의 종착점이지. 그리고 난 공포에 질려 죽을 바에야 나의 역할을 다하고 죽을 것이야."

"당신은 달의 여신 릴리아스입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절 이끌어왔습니다. 저의 어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제가 보는 것은 당신의 얼굴이었고, 목소리조차 당신의 것이었습니다." 테클리스가 속삭였다.

"저에게 그것만큼은 하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나의 여신이시여. 제 손은 이미 피로 충분히 더럽혀지지 않았습니까?" 그는 눈을 감고 릴리아스의 손을 움켜쥐었다.

"나의 친애하는 테클리스, 네가 날 진정 사랑한다면 나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길 바란다." 릴리아스가 말하였다. 

테클리스는 그녀의 눈이 눈물로 가득한 것을 보았다. 

"나의 딸이나 나의 남편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어, 테클리스. 난 모든 것을 잃었어. 난 이제 평화를 얻고 싶어."

"그는 할 것이오." 황제가 말하였다.

테클리스는 릴리아스를 놓고, 번개로 번쩍이는 주먹을 꽉 쥔 채 뒤로 돌며 말하였다.

"당신은 날 대신해서 말할 자격이 없어. 유인원들의 주인이여. 당신네 종족이 맡은 소임을 다하였다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건 너의 종족도 마찬가지란다." 릴리아스가 말하였다. 테클리스는 다시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이 옳아. 시간이 없어. 너도 마음 속 깊이 이것이 너의 길임을 알고 있어."

그는 반문하고 싶었으나, 그의 목소리는 전장의 비명소리에 이내 묻혀버렸다. 그것은 세상이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소리였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하나요?" 그가 물었다.

릴리아스는 단검을 그의 손에 쥐어주고 무릎을 꿇었다. 

"너무 빨라서는 안 돼. 나의 영혼이 떠나갈 때 나의 신성과 그것을 통해 네가 얻은 이점이 모두 사라지게 될 거야. 나는 반드시 천천히 죽음을 맞이해야만 해.그 죽음은 반드시 완벽해야만 해." 

그녀는 테클리스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골의 왼쪽 부분에 단검을 갖다 대도록 하였다. 

"여기." 릴리아스는 그를 보며 슬픈 웃음을 지었다. 

"준비되었느냐?"

"아니오." 테클리스가 답하였다. 그리고 그는 온 힘을 다하여 단검을 찔러 넣었다. 릴리아스는 움찔하며 신음하였다. 테클리스는 릴리아스가 앞으로 쓰러지자, 그녀를 붙잡았다. 테클리스의 로브는 피로 얼룩졌으며, 그의 귀는 릴리아스의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찼다.

릴리아스의 신성이 점점 희미해지면서도 테클리스가 그것을 잡으려고 하자 마치 춤을 추며 테클리스의 정신을 휘저었다. 계속해서 신성을 놓치자 테클리스는 당황하였고 그때 그는 릴리아스의 손이 자신의 목 뒤에 닿는 것을 느꼈고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잠시 후 그의 어깨에 손이 닿으며 테클리스에게 용기를 부돋아주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새로운 힘이 테클리스를 가득 채웠고 그는 자신의 정신과 영혼을 동원하여 릴리아스의 신성을 잡기 위해 노력하였다.

마침내 테클리스는 꺼져가는 힘을 잡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테클리스가 릴리아스의 힘을 얻자 그는 그녀의 손이 멀어져가고 릴리아스의 몸이 잠시 움직이더니 이내 침묵하는 것을 느꼈다. 테클리스의 정신은 아델 로렌 위로 솟구쳤고 그는 암흑의 바다 속에서 저항하며 전투를 벌이고 있는 필멸자들의 반짝이는 빛들을 볼 수 있었다. 필멸자들 중에서도 화신들은 더 강한 빛을 내뿜었으며, 그 빛은 눈이 멀 정도였다. 나가쉬만이 그와 싸우고 있는 존재들과 거의 똑같은 어둠을 품은 채 빛나고 있었다.

테클리스는 황금빛 보호막 아래에서 블러드써스터의 공격을 견디고 있는 겔트를 보았다. 그는 나가쉬가 블러드써스터 한 마리를 공중에서 낚아챈다음 자신의 손으로 그것의 뼈를 가루로 만드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 테클리스는 카‘반다가 티리온, 말레키쓰와 알라리엘의 마법을 뿌리친 다음 블라드와 해머슨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보았다.

또한 그는 무릎을 꿇은 채 릴리아스의 시신을 안고 있는 자신도 보았다. 황제는 그의 뒤에 서있었고 한 손을 테클리스의 어깨에 얹고 있었으며 테클리스는 자신에게 용기를 부돋아준 속삭임의 주인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가 칼 프란츠의 육체 안에 있었으며 그것은 릴리아스와 볼커 안에 있는 것과 비슷하였으나 그 둘보다 훨씬 강력하였다. 황제는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고 테클리스는 그가 자신을 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아니, 황제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테클리스는 칼 프란츠가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황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테클리스는 자신의 생각을 미덴하임에 집중하였다. 그의 정신과 영혼은 사방으로 펼쳐지며 마법의 바람들을 테클리스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였다.생각이나 그 어떠한 이해도 없이 테클리스는 빠르게 움직이며 마법의 바람들은 하나로 모았다. 릴리아스의 힘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었고 그가 한데 모은 마법들은 곧 테클리스를 압도하려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 테클리스에게 가해졌다. 그는 고통과 피곤함에 맞서 싸우며, 주문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