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르모트 군!! 우리가 발렌타인데이에 준 초콜릿은 잊지 않았겠지!!"
"맞아요...저희가 정성껏 준비해 건네드렸던 귀중하디 귀중한 초콜릿..."
"우리는 절대 잊지 않아!!! 당연히 100배 1000배로 갚아주겠지!!?"
"귀중...?"
팀 타카포의 또레나는 지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물론 트레이너로서 담당에게 초콜릿을 받는 일은 매우 기쁘고 고마운 일이지만...
"'5초마다 순간이동 하는 초콜릿', '귀신들려서 혼자 날아다니는 초콜릿', '탄 맛 나는 석탄 초콜릿'이었던 것 같은데...?"
먹어도 5초 만에 위장에서 빠져나오는 것. 애초에 먹을 틈도 없는 것. 버리면 분명 상처받을 것 같아 억지로 꾸역꾸역 위장에 밀어 넣은 것.
그러한 것들이 과연 '귀중'하다고 할 수 있을까. 또레나는 귀중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건 내 걸작이었네! 원형 그대로 순간이동 하는 초콜릿이라니...개쩔지 않은가!!?"
"...친구가 조금 장난친 것뿐입니다."
"나, 나름대로 열심히 만든 거야앗!!!!"
본인들도 내심 찔렸는지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는 말딸들. 또레나는 그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쉴 뿐이었다.
"그래...마음이 중요한 거니까."
"바로 그거네 모르모트 군! 그러니 이번 화이트데이...기대해도 되겠지?"
"아니, 이미 기대하고 있습니다...설마 편의점 같은 곳에서 산 사탕 따위를 주지는 않을 터..."
"만약 그랬다간 그 하반신에 있는 두 개의 사탕이 쪼그라들 때까지 쪽쪽 빨아 먹어줄 테니까 그렇게 알아!!! 알겠어!!!?"
...역시 말하지 말 걸 그랬다. 뒤늦은 후회를 곱씹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말은 험악하게 하면서도 내심 엄청 기대하고 있는지 반짝이는 눈동자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결국, 또레나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곧장 담당들에게 줄 캔디 만들기에 돌입해야만 했다.
"어디 보자...대충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다행히 사탕은 만들기 까다롭거나 재료 구하기 힘든 물건이 아니다. 설탕을 쓴다는 점에서 뒤처리가 조금 귀찮아질 뿐. 평소 제각각 입맛이 다른 세 담당의 도시락을 챙겨주던 만큼 재료는 충분하다.
우선 물과 설탕을 적절한 비율로 넣고 끓인다.
가장자리부터 끓기 시작해 중간까지 끓으면 물엿을 조금 넣고 각자의 취향에 맞게 홍차향, 커피향, 바닐라향이 나는 향신료를 넣어준다.
"기왕 만드는 거 조금 더 꾸며볼까?"
보기 좋은 게 맛도 좋다지 않나. 특히 아무리 말딸이 대식가에 괴력으로 날뛰며 짜요짜요 짜 먹듯 인자봉을 사냥하더라도 그 속엔 소녀 감성이 있으리라 믿...고 싶기에.
찬장을 뒤적거리며 찾은 색소와 예쁘고 깜찍한 것들까지 더해서 맛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기에도 좋도록 꾸민다. 단, 여기서 과도한 화력은 재료를 태울 수 있으니 화력 조절에 유의하면서.
마지막으로 비장의 재료, 케미컬X까지 넣으면...
"...잠깐, 케미컬X...?"
거의 막바지 단계라 방심한 탓일까. 또레나는 별생각 없이 찬장에 넣어둔 별가루 사탕을 넣으려 했으나. 정신 차리고 보니 그의 손에 들린 것은 타키온에게서 압수한 정체불명의 합성물.
뭔지도 모를 합성물을 부글부글 끓는 설탕 덩어리에 넣다니, 이 무슨 실책인가. 이거 잘못하면 집이 통째로 폭발하게 생겼다.
"누, 누오오옷...!!!"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또레나는 황급히 불을 껐지만...
키이이이이잉─!!!!!
케미컬X가 섞이자마자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냄비를 바라보며,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이 아이들이란다..."
"......"
"......"
"......"
다음 날. 타키온과 카페, 포켓은 또레나가 들고 온 사탕을...아니, 사탕의 형상을 한 '무언가'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꼬물거리는 작은 말딸들. 비록 크기도 작고 몸이 사탕으로 구성되어 제대로 디테일이 살아있진 않았지만, 분명 그들은 각각 타키온, 카페, 포켓을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우! 모르모트 군은 멋대로 우리를 낳아놓고 또 멋대로 버리려는 겐가!!]
[괜찮습니다...버려지는 건 익숙...하진 않네요...? 버리지 말아주세요...!!!]
[키에에엑!!!!!! 캔디-말딸의 인권을 보장하라아아아아악!!!!!!!!]
게다가 기껏해야 한 손에 쏙 들어올 크기인 주제에 목청들은 어찌나 큰지. 조금 거리가 있는 데도 귀가 살짝 아파질 지경이다.
"아니 자네, 이게 대체 뭔가? 어디서 이런 흥미로운 것들을?"
"너희를 위해 사탕을 만들다가 실수로 케미컬X를 넣었더니 이렇게 되었어..."
"케미컬X...?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불순물이 들어간 음식이면 폐기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보다시피 자아가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일단 너희에게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젠장!!! 또레나가 미숙한 솜씨로 만들어서 엉망진창인 캔디 들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건네주면 한 번 튕긴 다음에 울먹일 때 턱 어루만지면서 찐한 키스 때리고 '그보단 이게 먹고 싶네'하면서 바로 순애뾰이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복개복개야...대체 평소에 뭘 보고 다니는 거니..."
어째 흥미 가득해 보이는 타키온과 영 미덥잖은지 어서 버리고 싶은 모습인 카페. 그리고 또레나 따먹을 생각에 신났다가 먹지 못하게 되어 입술을 삐죽 내민 포켓까지.
내심 저것들을 가져오면서도 반신반의했던 또레나에겐 다행으로. 그녀들의 관심은 완전히 캔디-말딸들에게 쏠렸다.
"흐음...캔디...타키온 군? 그렇게 부르도록 하지."
가장 먼저 그들에게 말을 건 것은 다름 아닌 타키온. 무언가 꿍꿍이 가득한 눈초리로 한쪽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며, 자신의 모습을 한 캔디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마음대로 부르게나. 애초에 지금의 나는 아마 케미컬X로 인한 '이상 현상' 아닌가?]
"아하, 벌써 거기까지 파악했는가."
[별로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지. 인과가 너무나도 확고하니...]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타키온은 그대로 캔디-타키온을 향해 한쪽 손을 뻗은 후. 마치 점심 약속이라도 잡는 것처럼 가벼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자네를 먹어도 되겠나?"
[무, 무슨...!?]
"이미 상황을 파악한 자네라면, '타키온'이 현 상황에서 어찌할지 알지 않나."
[...실험해보겠지. 이전에 하지 못한 '케미컬X'에 대한 실험을.]
"그래.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실험 방식은 자네를 먹어보는 거네. 결국, 모르모트 군이 자네를 만든 이유는 '먹기 위해서'니까."
[하지만 나는 살고 싶네만...]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지금의 자네가 '생명'이라 부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
아이라도 달래듯 차근차근. 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타키온의 설득에 캔디-타키온은 우물쭈물 자신의 두 손을 꼼지락거릴 뿐이었다.
거기에 쐐기를 박기 위함인가. 타키온은 재촉하듯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났으니.
"무엇 하나 생명체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몸뚱이...하지만 살아 움직이고 있지. 마음 같아서는 해부라도 해보고 싶네만..."
[히익...!]
"...자네는 모르모트 군이 나를 위해 준비한 마음의 결정체. 맛있게 먹는 것이 자네가 태어난 목적이며 곧 나의 소명이겠지. 그렇지 않나? 캔디-타키온 군."
[...그렇군. 생각해보면 그래. 애초에 지금의 나는 정상적인 생명이 아니지, 그렇다면 창조자이자 사랑하는 모르모트 군이 나를 만들어준 의도를 따르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마땅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단순히 호기심에 먹힌 것인지. 의외로 캔디-타키온은 잠깐의 고민 끝에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나를 먹게나. 단, 아픈 건 싫으니 한입에 삼켜서.]
그러고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타키온의 손 위에 올라탄 후 정좌하여 눈을 감는다. 마치 먹히길 기다리는 모양새.
타키온은 살짝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며, 조심스레 손을 입에 갖다 대고는...
"실험에 협조해줘서 고맙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어."
꿀꺽!
"저, 저 미친 새끼!!!!!! 진짜 먹었어!!!!!!"
누구도 말릴 틈도 없이. 타키온은 곧장 캔디-타키온을 한입에 삼켜버렸다.
"으음...달콤한 홍차 맛...게다가 입에 넣는 순간 곧장 녹아내리는군. 마치 '먹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이."
"얌마!! 그걸 왜 먹어!!!"
"흠? 먹으라고 가져온 것 아닌가?"
"신기해서 구경시켜주려고 가져온 거야!!!!"
"에이, 그리 걱정할 것 없네. 내 예상이 맞다면 이건...윽!?"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하던 도중, 갑작스레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어린 신음을 흘리는 타키온.
"빠, 빨리 토해내게 해야합니다...! 목구멍에 손가락을...!!!"
"입 벌려 새꺄!!!! 하여간 애새끼도 아니고 입에 그걸 왜 처넣어서...!!!!!"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카페가 그녀를 붙들고, 포켓이 억지로 입에 손가락을 쑤셔 넣어 방금 먹은 것을 모조리 토해내게 하려던 찰나.
퍼엉!
기이한 소리와 함께 타키온의 옷 앞섬이 찢기며 튕기어 나오는 단추 하나가 그대로 카페의 이마를 강타하였으니.
".....하?"
당연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을 터이나. 어째 카페가 영혼이 찢겨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또레나는 대강 짐작이 갔으나 굳이 말하지 않기로 다짐하였다.
그도 그럴 게, 안 그래도 꽤 거대하던 타키온의 마유통이 약 1.5배 팽창한 모습은 평소 자신의 몸매에 별 불만 없던 포켓조차 벙찌게 만들기 충분한 것이었으니까.
"뭐, 뭡니까 그거..."
"아아...놀랍군."
"뭐냐고 묻고 있지 않습니까...!!!"
"소리치지 않아도 들린다네!! 당연히 내 마유통 아닌가!!"
상황 파악이 끝난 후. 타키온은 더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쫙 폈고. 덕분에 이제는 트레센에서 최정상의 자리를 노려볼법한 거대-마유통이 중력에 의해 출렁거렸으니.
"쿨럭!!!!!!!"
카페가 당장이라도 피를 토할 기세로 기침을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리라.
그러거나 말거나, 타키온은 자신의 팽창한 마유통을 몇 번 주물러보더니, 헤벌쭉 웃음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으...!!"
"으응? 뭐라 중얼거리는 겐가 카페? 잘 안 들리네만."
"그건...!! 저에게 왔어야 해요!!! 그 마유통은 제가 가졌어야만 해요!!!! 어째서!!! 당신이 왜!!!!!! 이미 당신은 충분히 가졌으면서!!!!!!!!!!"
"푸하하하핫!!! 실로 유쾌하군!! 지금은 그저 이 세계가 한없이 유쾌해!!!"
문득, 배알 꼴려서 죽으려 하는 카페를 열렬히 비웃던 타키온의 눈매가 잠시 가늘어졌다.
본래 타키온은 눈치가 좋은 말딸이 아니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본인의 에고가 너무 강해 타인의 눈치 따위를 잘 살피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그녀가 또레나의 시선을 눈치챈 것은 분명. 그만큼 노골적이고 또 강렬했기 때문이리라.
"만져보겠나?"
"무, 무슨! 갑자기 무슨 소린지...!!"
"후훗, 자네 시선이 너무 따끔거려서 모를 수가 없는 노릇인데 무얼 발뺌하나. 자, 만져보게나. 분명 커진 만큼 더 부드럽고 말랑해졌을 거라고?"
그러면서 또레나의 손을 억지로 쥐어 자신의 마유통 쪽으로 잡아당기는 타키온. 어째 저항하는 힘이 평소보다 훨씬 미약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아 한없이 높아진 콧대가 한층 더 높아질 지경이다.
물컹!
그리고 마침내, 또레나의 손이 타키온의 마유통에 닿은 순간.
"아..."
타키온의 거대-마유통에 잠시라도 손을 댄 순간 정신 활동이 무한한 반복작업으로 바뀌어 뇌가 블루스크린 상태가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이 상태가 조금이라도 지속하면 영구적 뇌 손상이 일어나 '우우...말부이...'밖에 말하지 못하게 될 것 같은 상황.
그것은 부드러웠으며 말랑거렸고, 따스했으며 동시에 모든 것이자 아무것도 아니었다.
"...핫!"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녀의 마유통에 처박혀있는 자신의 머리통을 발견한다면 어찌나 당황스러울까.
"메모...모르모트 군은 데카-마유통에 약하다..."
마유통의 폭력이란 너무나도 강력한지라. 타키온이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동안에도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이대로면 정말 평생 '우우...말부이...'만 중얼거리며 살게 생겼다. 또레나는 뒤통수를 지그시 눌러오는 풍만한 감촉을 애써 무시하며 카페에게로 온 신경을 집중하였다.
"당장 이리로 오십시오 캔디-카페 씨...저와 하나가 되는 겁니다...!!"
[시, 싫습니다...저리 가십시오...]
"캔디는 먹히는 것이 순리...당장 이리 오란 말입니다...!"
그가 잠시 타키온의 무량빵처에 당한 사이, 어느새 카페는 '사냥'에 돌입한 상태였다.
짧은 팔다리로 열심히 뛰어 도망가는 캔디-카페와 그 뒤를 피에 굶주린 사냥개처럼 추격하는 카페. 저게 사냥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잡았...!!"
[히익...!! 위, 위상(位相)! 바라밀(波羅蜜)!! 빛의 기둥(光の柱)...술식 반전 「혁」!!!]
카아앙!!
"큭...!?"
"호오...캔디-말딸은 원본의 기억이나 지식뿐만 아니라 '힘'도 모방하는 건가? 흥미롭군."
아슬아슬하게 카페에게 잡힐 무렵, 그녀와 같은 힘을 사용하여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는 캔디-카페. 그 모습에 지켜보던 타키온의 눈은 한층 더 반짝거렸다.
다만 당사자인 카페는 아랑곳하지 않고, 갈망과 탐욕으로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의 형상을 한 캔디를 쏘아볼 따름이었다.
“같잖은 수를...!”
[그깟 마유통 좀 키우자고 먹히라니...제정신입니까...?]
"그깟...? 캔디-카페 씨. 당신도 '저'라면 그것에 맺힌 한이 얼만지 알 것 아닙니까...!!"
[네...압니다...하지만 커지는 것은 '저'가 아니잖아요...?]
"...문답무용이군요. 당신은 이 자리에서 먹혀주셔야겠습니다..."
[...최악이군요.]
"이만 작별입니다. 캔디-카페 씨...저에게 먹히기 위해 만들어진 생명이여..."
그 대화를 끝으로, 둘 사이에 더는 말이 오가지 않았다.
힘과 힘. 의지와 의지. 더 강한 쪽이 살아남는다. 약한 쪽은 먹힌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싸움이 펼쳐진 것이다.
"오오, 실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결이군...물이 없는 곳에서 이 정도 수준의 화둔을!? 위험하잖나!"
"만해를 벌써 쓴다고!!!? 젠장, 입술이 바싹 마르잖아!!!"
"아니 너희들 구경하지 말고 좀 말리라고...카페! 스탠드 파워를 전개하는 거다!!"
이미 말리기엔 너무 멀리 온 탓에. 또레나와 두 말딸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 감상 모드에 들어갈 뿐이었다.
+++⏰⏰+++
"그래서 언제 끝나는 겐가?"
의외로 싸움의 결판은 쉬이 나지 않았다.
캔디-카페의 힘이 카페와 엇비슷한 것도 있었으나, 제아무리 카페가 욕망을 위해 100%의 전력을 낸다고 해도 살기 위해서 120%의 저력을 끌어내는 캔디-카페를 단번에 제압하긴 힘든 것이다.
"슬슬 끝나지 않을까? 카페 저 녀석 완전 눈 돌아가서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이고 있는데."
"아니, 카페와 달리 캔디-카페는 몸이 작아서 반전술식으로 회복하는 데 유리해...이 싸움, 캔디-카페의 승리다!"
또레나가 그 말을 내뱉기 무섭게. 마침내 둘의 싸움에 종지부가 찾아왔다.
[크윽, 구, 구강(九綱), 편광(偏光), 까마귀와 성명(声明), 표리의...]
"용린(龍鱗)반발(反発)한쌍의유서엉!!!!!!!!"
촤아아악!!
보다 한 음절 빠른 카페의 공격에 캔디-카페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바닥에 철퍼덕 쏟아지고 말았으니.
그나마 캔디라서 그로테스크하진 않았지만, 허탈한 표정으로 널브러진 캔디-카페의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했다.
"캔디-카페가 이긴다며."
"...크흠. 거, 틀릴 수도 있지."
본의 아니게 저주라도 퍼부은 기분이라 떨떠름해진 또레나가 변명을 늘어놓는 사이. 반갈죽 당한 캔디-카페는 허망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정말...정말로 최악의 화이트데이입니다...]
"훌륭합니다 캔디-카페 씨...앞으로 당신을 잊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엿이나 드십쇼...]
허나 이미 칠흑의 의지까지 각성한 듯. 두 눈에서 검은 불꽃이 일렁이는 카페가 불쌍하다는 이유로 봐주는 일은 없었다.
꿀꺽!
그대로 반갈죽 당한 캔디-카페를 땅에서 주워, 먼지를 대충 털어낸 후 그대로 한입에 털어먹는다. 다만 승리의 맛은 제법 씁쓸한 것이었나, 그녀의 이마가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어우, 저건 좀 심하다.“
"그러게 말이네. 대체 이깟 마유통이 뭐라고..."
"너 그 소리 카페 앞에서 하면 너도 반갈죽 당할걸?"
뒤에서 호박씨 까는 셋에겐 다행히도 그들의 목소리는 환희에 가려 들리지 않는 걸까. 카페는 잽싸게 옷 앞섬을 풀어헤치며 기대로 잔뜩 부푼 가슴에 손을 얹는 것이었다.
"아아...드디어...저의 소망이...? 컥!?"
처음 카페가 고통 어린 신음을 내뱉었을 때. 지켜보던 이들 중 아무도 그녀를 걱정하는 일은 없었다. 이미 타키온의 사례가 있었기에 마땅히 따르는 진통이라 생각했을 뿐.
오히려 그들의 관심사는 카페의 마유통이 얼마나 커질 것인가. 어떻게 축하해줄 것인가 정도에 쏠려 있었으나...
"크...크하하핫!!!"
짧은 신음 끝에 다시 얼굴을 든 카페는 무언가 귀기 어린 웃음을 한껏 지어내며 하늘을 향해 우렁차게 폭소하는 것이었다.
"엣...카페? 그렇게나 기쁜 겐가? 하지만 마유통, 전혀 커지지 않았...”
"아아, 역시!! 빛은 육신으로 느껴야 제맛이라니까!!! 우마소울의 형태 따윈 시시해!! 히토미미!! 수컷은 어디에 있지!!?"
타키온의 말 따윈 상큼하게 씹어버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정확히 또레나에서 시선을 멈추는 카페.
"오...좋은 시대가 되었군. 이렇게나 맛 좋아 보이는 히토미미를 고작 망아지 몇 마리가 꿍쳐두고 있다니. 이 헤일로가 살던 시절에 질 좋은 수컷은 명문가들이 독점했었지..."
이윽고 입에서 줄줄 흐르는 침은 거의 바가지에 담아도 될 지경이다. 누가 보면 2주는 굶긴 사냥개처럼 보일지도.
"...타키온. 아무리 봐도 저거 카페는 아니지?"
"아아, 그녀의 육체나 마유통은 분명 카페의 것이나, 정신이라 해야 할지 영혼이라 불러야 할지 모를 것은 그녀의 것이 아닌 것 같군."
"애초에 제 입으로 '헤일로'라 했잖아. 근데 헤일로가 누구야? 킹 헤일로는 아는데..."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또레나!! 그리고 타키온!!! 좀 알아듣게 설명해!!!”
잔뜩 당황한 포켓과 달리, 또레나와 타키온은 골치아프다는 표정으로 카페...의 몸을 차지한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일단 이상 현상이 발생한 건 확실하고. 타입은 빙의인가?”
“세뇌 혹은 암시나 밈적 인자일 가능성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지.”
“쯧, 역시 캐미컬X인가 뭔가 하는 건 위험한 거 맞잖아. 앞으로 그거 재생산은 금지다.”
“에에...이렇게나 개꿀잼 실험을 보여줘놓고 금지라니. 너무 애태우는 것 아닌가? 모르모트 군...”
너무나도 익숙하다는 듯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끄적이는 타키온과 옆에서 거드는 또레나. 뒤에서 멍하니 바라보던 포켓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담담한 반응이다.
한편, 카페에게 깃든 것은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자신을 향한 시선은 경외나 두려움이어야 하거늘. 마치 흥미로운 장난감이라도 찾은 듯한 눈빛과 널브러진 쓰레기 보는 눈빛이라니.
“니들만 아는 거 그만 떠들고 저거 빨리 어떻게 좀 해보라고오!!!!”
그나마 목청 큰 망아지 하나가 보내는 두려움 가득한 눈빛은 조금 마음에 들었지만...앞의 두 녀석이 문제다.
"네놈들...뭐라 쑥덕거리고 있는 거냐. 그보다 거기 히토미미. 뭐 하고 있지? 당장 이리로 와서 인자봉을 꺼내 양기를 바쳐라."
“건방진 소리를 하는군 자네...이 자의 인자즙은 단 한 방울도 빠짐 없이 나의 것이다!!”
“아니 타키타키온아 그게 무슨 소리...”
“맞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포켓...!”
“공동 소유잖아!!!! 멋대로 독점하려 들면 나머지 둘이 용서 못 한다고 약속했잖아!!!!”
”...에휴. 됐다. 아무래도 됐으니까 일단 저것 좀 어떻게 해봐.“
대꾸할 힘도 없어진 걸까. 또레나는 피곤한 몸짓으로 카페를 가리키며 중얼거렸고. 그 부분에서 뭔가, 세게 긁힌 듯 카페의 미간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이것들이 감히 이 헤일로를 뭐로 보고!!!"
분노와 증오로 가득 얼룩진 목소리가 바닥에 깔리며 그녀의 등 뒤로 무형의 기운이 일렁인다. 영적인 감각이라곤 쥐뿔도 없는 타키온과 포켓에게마저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위압감.
”네놈들 전원, 처형이...!!“
"스크랜턴 현실성 닻(Scranton Reality Anchor) 가동 개시."
"크아아아악!!!!!!!!!!"
그리고 그 모든 기세가 허무하게도. 타키온이 손목에 찬 기계를 조작하자마자 카페의 몸에 깃든 무언가는 계집애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볼품없이 땅바닥을 구르는 것이었다.
"호오...강제로 반경 5m의 현실성을 고정하였건만, 빙의체 주제에 버티는 겐가? 이거 꽤 흥미 돋는 실험체군. 어지간한 이상 현상은 단번에 소멸해야 마땅하거늘..."
"타키온. 카페의 안위가 걸린 이상 실험은..."
"나도 아네. 그저 놀라울 뿐이니까."
"크으윽...네놈들...갈기갈기 찢어 그 피를 마셔주마...!!"
"어이쿠 무서워라. 그렇다면...출력 100배!!"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두 번의 기적은 없었다. 한 번의 빛이 번뜩임과 동시에 카페의 육신은 말 그대로 줄 끊어진 인형처럼 사지가 자유로이 땅을 구르며 볼썽사납게 땅에 엎어지고 말았으니.
통상 출력도 간신히 버틴 주제에 괜히 오기로 버텼다가 100배 더 아프게 얻어맞은 셈이다.
”자네, 기절했나?“
”......“
”흠...“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타키온은 널브러진 카페의 뒤통수를 나뭇가지로 쿡쿡 찔러보더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기절했군!"
"뭘 찔러보고 있어...감지기 있잖아. 그거 쓰라고..."
"아아. 물론 그것도 이미 살펴봤네. 감지기에 더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그래? 그럼 대충 상황 종료로..."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던 또레나가 말끝을 흐리고. 타키온과 포켓은 의문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자신의 눈에 보인 광경을 무어라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미친 틀딱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나와!!]
[크아아아악!! 선데이 사일런스 이 미친 패륜아 새끼!!!! 대체 뭘 주워 먹었길래 힘이...너 설마 인자즙으로 양기 보충을!!!!???]
[뒤져!!!! 이미 뒤졌지만 두 번 뒤져버려!!!!]
미약하게나마 영적인 감각이 있기 때문일까. 땅바닥에 쓰러진 카페뿐만 아니라 어디서 주워온 건지 모를 몽둥이를 휘두르며 화내는 SS와 그런 SS에게 복날 개처럼 얻어맞는 무언가의 모습까지 눈에 들어온다.
서로 얼굴이 닮은 셋이 그러고 있으니 여간 괴상한 꼴이 아니다. 이런 광경을 혼자 보는 게 아까울 정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저 카페를 닮은 검은 덩어리가 뭔진 모르겠지만 카페의 '친구'가 알아서 잘 처리해주리라. 덕분에 또레나는 한시름 놓을 뻔 했으나...
"...그래서 포켓. 넌 어쩔 거야?"
아직 포켓이 남았음을 깨닫고는 벌써 진이 다 빠져버린 듯한 피곤한 얼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흠...아무래도 '어떻게 먹느냐' 또한 중요한 요소인 듯 하군. 억지로 잡아먹은 카페에겐 자네의 소망이 아닌 다른 것이 깃들었으니..."
"그러니까 네 마유통은 내 소망이 아니라..."
"네네 그러시겠지. 아무튼, 포켓 군. 자네의 결괏값으로 확실하게 특정할 수 있겠어. 얼른 먹게."
지칠 대로 지친 또레나와는 정반대로 새로운 실험 결과를 얻을 생각에 신난 타키온이 포켓을 주시하고. 포켓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모습을 한 캔디를 내려다보았다.
[먹을 거야...?]
오들오들 떠는 그 자그마한 캔디를 내려다보는 포켓의 눈에는 강렬한 갈등이 있었다. 아무리 타키온의 마유통이 탐나지 않노라 말했지만, 사실 정말 탐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니까.
그냥 눈 딱 감고 먹으면...아니, 적당히 구슬려서 먹을 수만 있다면 자신 또한 저렇게 거대한 마유통을 가질 수 있을 텐데...
"나는...먹지 않겠어."
허나 포켓은 스스로 미련을 끊어내기라도 하듯 고개를 힘차게 저으며 단언하였다.
[지, 진짜? 나 안심시켜놓고 잡아먹을 생각이면 꿈 깨! 먹힌 순간 바로 저주할 테니까...!!]
"그게 아니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너는 또레나가 만든 자식이잖아. 그것도 나를 닮은..."
[그런...가?]
"그러니까 어쩌면, 넌 나와 또레나의 사랑의 결실이라 볼 수도 있는 거야...!!"
[어? 틀린...말은 아니네?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그렇긴 뭐가 그래!!"
중간에 창조주인 또레나가 끼어들었으나. 본래 작품이란 완성 이후로는 작가의 손을 떠나간다고 하지 않던가. 가령 작가의 의도를 묻는 문제를 작가 본인도 맞추지 못하듯이.
"자, 앞으로는 마망이라 불러! 캔디-포켓!!"
[응! 잘 부탁해 마망!!]
"이런 결말은 생각도 못했네만...어쨌든 훈훈하니 되었군!"
"되긴 뭐가 돼!! 이미 충분히 위험하다고 판단되었으니까 당장 갖다 버려야...!!“
[파...파파가 나 버린데...난 실패작이래...]
”어떻게...어떻게 우리 아이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또레나!!!!!“
”......“
캔디-포켓 또한 이미 또레나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그와 정글 포켓 사이의 아이가 되어버렸으니. 이것이야말로 창조자의 숙명이자 곧 비극 아닐까.
어찌 되었든 간에, 또레나의 미간에 주름 한 줄 더해지는 순간이었음은 틀림없으리라.
+++⏰⏰⏰+++
그리고 다음 날. 포켓은 녹아내린 설탕 덩어리 앞에 허물어져 하늘이 무너지도록 울부짖었다.
"흐어어어어어어엉!!!!!!!!! 또레나아아아!!!!!!!!!!! 우리 아이가 사라졌어!!!!!!!!!! 녹아내렸어어어어!!!!!!!!!!!“
”대체 무슨 짓을 했는데!?“
”아무 짓도 안 했거든!!!! 그냥 자고 일어나니 녹아있던 거야!!!!“
그렇게나 애지중지 데려갔던 캔디-포켓이 한낱 덩어리로 화할 줄이야. 또레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으나, 차마 포켓이 너무 처절하게 울부짖는 탓에 억지로 숨을 삼켜야만 했다.
"흠, 구성 성분은 평범한 설탕이군. 케미컬X는 소멸한 건가?"
"으아아아아아앙!!!!! 우리 아이 시체 부검하지 마아아아아!!!!!!!!!"
"조용히 하세욧...!!"
"켁!!!!!“
물론 타키온과 카페에겐 그런 섬세함이 없었다.
타키온은 녹은 설탕 무더기를 파헤치기 바빴고, 어제의 일로 심기가 잔뜩 불편해진 카페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포켓의 정수리를 한 대 내리쳤으니.
결국, 그나마 자기편 들어주는 건 또레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포켓은 잽싸게 그의 바짓가랑이 붙들고 매달린 채로 징징거리는 것이었다.
"히잉...이럴 줄 알았으면 맛이라도 볼걸...내 마유통..."
"사랑의 결실이라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너무 서운치 말게나. 내 마유통도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온 걸 보면 아무래도 '화이트데이'라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이상 현상인듯하니."
"인생 씨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
"희망은...없는 것이었나요..."
마치 어제의 일이 전부 꿈이었다는 듯 어느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타키온의 마유통. 그것을 보자 그나마 버티고 있던 카페마저 포켓 옆에 나란히 뻗고 말았다.
”카페. 너까지 왜이래...“
”고작 한 번 밟아본 낙원을...아니, 사실 밟아보지도 못하고 눈 앞에서 빼앗겨버린 낙원을 그리도 잔혹하게 앗아가야만 했습니까...“
"그깟 마유통이 뭐라고..."
"......"
"......"
"......“
본인이 말하고도 아차 싶었는지 말끝을 흐렸지만, 이미 세 말딸의 눈은 시베리아의 추위 못지않게 싸늘하였다. 아무래도 타키온의 무량빵처에 당했던 또레나가 할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일단 다들 이거라도 좀 먹어."
이대로 가다간 또 엄한 불똥 튀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또레나는 잽싸게 혹시 몰라서 챙겨온 사탕 한 박스를 꺼내며 자신의 준비성에 감사하였으니.
"웬 캔디?"
"마트에서 산 건데 단츠 플레임네 주고 남은 거지만, 이거라도 괜찮다면."
"잠깐, 그녀 이름이 왜 나오는 겐가?"
"그야 너희 동기잖니...저번에 우정 초콜릿도 얻어먹었는데 입 싹 씻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저희에겐 케미컬 X인가 뭔가...수상한 물약 들어간 캔디 먹여놓고...다른 여자에게는 정상적인 캔디를 주었다...이 말입니까...?"
"...잠깐. 너희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오해?"
"......"
포켓의 매서운 질책에도 또레나는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할 말은 굉장히 많았지만...이미 야루끼가 바닥에 처박혔던 카페와 포켓은 물론이요. 그나마 기분 좋은 모습이었던 타키온마저 독점력이 발동되어 축축함이 피부로 느껴질 지경인 상태에서 말을 길게 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니까.
"모르모트 군. 최후의 변론을 할 시간을 주겠네."
"...내가 수제 캔디를 만들던 건 전부 너희를 위해서였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필사적이고도 진심으로 변명을 늘어놓는 것뿐.
"친구가 왜 그런 위험한 걸 먹었냐고 화내던데요...? 아니 애초에 수상한 물질을 실수로 넣었으면 폐기해야지...그걸 왜 우리에게 가져온 겁니까...?"
"그야...너희도 신기했잖아..."
"아하, 그러니까 우리에게 마음을 담은 캔디를 줄 생각은 쥐뿔도 없고 그냥 실수로 만들어진 캔디-부산물 자랑하려고 가져온 거다 이거지?"
"......“
아무래도 실패한 모양이다. 또레나는 본능적인 공포에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으나...
"야!!!!!!! 조져!!!!!!!!!!!!!"
"제 마음을 조각내는 또레나는 용서치 않아요...!!!!!!"
"말끼야아아아악!!!!!!!!!“
잔뜩 뿔오른 카페와 포켓에게 붙잡혀 그대로 강제적인 유연성 강화 트레이닝을 시작해야만 했으니.
”뭐어...나까지 나설 건 없어보이는군.“
그 모습이 퍽 애처로워 보인 탓일까. 타키온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창문을 열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에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서늘하지만, 햇볕이 따스하기에 밸런스는 딱 맞다. 싱그러운 봄의 향내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거기에 막 끓인 홍차 한 잔까지 곁들인다면, 잠시 축축해졌던 마음도 금세 뽀송뽀송해진다.
타키온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사실, 그녀는 이번 사건에서 딱히 손해 본 것도 없었으니까.
다만 그렇다고 스스로 재앙을 불러온 또레나를 구해주고 싶진 않았기에. 카페와 포켓에게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히며 강제로 유연성이 강화되는 그를 즐거이 바라보았으니.
"청춘이로군...“
"크아악!! 크아아아악!!! 타키온!!! 살려다오!!!!"
"죄를 뉘우치긴커녕...이번 사태에서 제일 꿀 빨았던 그녀의 이름을 외치는 겁니까...!!!!!!!!!!"
"괘씸죄로 1시간 추가!!!!!!!!"
"끼에에에엑!!!!!!!!"
푸르른 하늘 아래에 따스한 바람은 불어오고, 홍차는 달콤하며, 두 말딸에게 시달리는 또레나의 외침은 비통한 계절.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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