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1769735
의역 많음! 번역기 사용 양해!
사람은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트레이너 씨!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너도 수고했어, 키타산."
몇 번이고 반복되는 대화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임을 느끼지 못한다.
"저기... 트레이너 씨, 오늘은 언제쯤 집에 가실 건가요?"
"응? 아... 이 일이 끝나면, 아마 7시 정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사람은 어리석은 생물이다.
당연한 일상은 항상 함께 해주는 그 사람이 앞으로도 영원히 변함없이 곁에 있을 거라고 착각한다.
만약 이별이 온다고 해도 그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아... 예상보다 많이 늦어졌네... 그런데 키타산? 뭐 하는 거야, 우리 집 앞에서..."
"앗! 트레이너 씨, 어서 오세요! 실은 오늘, 항상 도와주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고기하고 야채 같은 걸 이것저것 받았는데... 트레이너 씨와 나베 파티를 하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구나... 늦어서 미안해. 추웠지?"
"아, 아뇨, 그런 거... 에취!"
"어이쿠... 코 빨개진 것 좀 봐, 난방 틀 테니까 안으로 들어와."
"시, 실례합니다아... 엣취!"
"후후... 와줘서 고마워, 키타산."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존재다.
아무것도 아닌 그날이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언제나 잃어버린 후에야 깨닫게 되니까요.
그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날아가 버린 후에야 비로소 슬퍼한다.
그 멋진 날들을 다시 한 번, 라고.
=====
그날도 정적을 깨뜨린 것은 익숙한 멜로디였다.
펜과 노트에 놓여있던 손을 떼고 스마트폰으로 옮겼다.
전화가 왔음을 알리는 화면에는 역시 그 아이의 이름이 떠 있었다.
"여보세요 키타산, 나야."
『트레이너 씨! 좋은 아침입니다! 일어나셨어요?』
"응, 일어났어."
전화를 받고 있으니 당연히 깨어있겠지, 나는 재미있어서 쿡쿡 웃었다.
그녀의 이런 약간 덜렁대는 면이 나를 웃게 만든다.
『그건 그렇고, 밥 아직 안 드셨죠?』
"응. 아직인데..."
『그렇군요! 실은 저, 또 다른 분들에게 이것저것 선물 받았거든요. 혼자서는 못 먹을 것 같아서 같이 먹으면 어떨까 해서... 물론 밥은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그건 고마운데 괜찮아? 최근에 몇 번이나 왔었잖아."
『괜찮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요!』
"그럼 부탁할게."
『네! 금방 갈게요!』
평소와 같은 대화를 나누고, 평소와 똑같이 전화를 끊었다.
평소와 같다라...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담당마에게 의존하는 것은 역시 좋지 않은 것 같다.
어른으로서라고 할까, 윤리적이라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키타산이 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가 만들어 주는 밥은 언제나 맛있고, 무엇보다 함께 있으면 즐겁다.
그러니 조금만 더 응석을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늦네, 키타산..."
시계를 보며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전화를 끊은 지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또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느라 정신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도움 대장이라고 자칭할 만큼 엄청나게 친절하다.
우리 집에 와서 요리를 해주는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고, 게다가 전화도 받지 않으니 마음이 불안해진다.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가로막은 것은 언제나처럼 울리는 벨소리였다.
금세 키타산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그렇다면 좀 더 빨리 연락을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여보세요, 나야. 무슨 일 있었어? 꽤 늦네..."
『키타쨩의 트레이너 님! 저입니다! 사토노 다이아몬드입니다!』
내 질문에 대답한 것은 키타산이 아니라 사토노 다이아몬드였다.
뭐지? 왜 그녀가 키타산의 전화를 받은 거지?
뭐, 둘은 절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니까 이상한 건 없나...?
떠오르는 의문을 자문자답해도 왠지 모를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다.
지금, 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든다.
『잘 들어주세요! 키타쨩이 도로로 뛰어나온 아이를 지키려고 하다가...』
그리고 그 예감은 잔혹할 정도로 적중했다.
『트럭에... 치여서...!』
그 이후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나마 기억나는 건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알려준 병원으로 달려간 것뿐이다.
괜찮아, 우마무스메는 튼튼하니까 차에 치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거야.
하지만 트럭에 치여도 무사하다니... 목숨을 건진다 해도 후유증이 남아서 다시는 달릴 수 없게 된다면....
내가 데리러 갔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이런 일... 이런 일이라니! 아직 키타산의 상태는 듣지도 않았는데, 최악의 장면만 떠올리다니!
그 아이는 무사하다! 절대로!
"다이아! 키타산은!?"
"트레이너 님...키타쨩은 이쪽에 있지만, 지금은..."
"키타산!"
병실 문을 그대로 걷어차서 부수듯이 열어젖혔다.
거기에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키타산이 있었다.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키타산... 괜찮아...?"
"...?"
고통스러워 보이는 모습.
붕대를 풀면 수많은 생채기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키타산은 살아 있다.
그 한 가지만으로, 나는 안도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아팠지, 무섭게 해서 미안해..."
"..."
"퇴원하면 축하하러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어디가 좋을까? 초대해야 할 애들도 많이 있잖아, 테이오라든가, 다이아라든가..."
"저기..."
키타산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누구... 야?"
"...하?"
마음과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렸다.
키타산이 무사하다는 안도감, 데리러 가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여러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지금 한 마디에 사라졌다.
"무, 무슨 소리야, 키타산... 나야..."
"..."
"화, 화났어? 내 집에 오려고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렇지?"
알고 있다.
그녀가 그런 거짓말을 할 아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은, 즉...
"...트레이너 님, 잠시 이쪽으로..."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손에 이끌려 병실 밖으로 끌려 나갔다.
=====
"기억상실...!?"
들은 말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비록 예상대로라고 해도 그 충격은 엄청났다.
"상처 자체는 깊지 않은데, 트럭과 부딪힌 충격으로 기억이 없어진 것 같아요..."
"저, 정말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거야? 뭔가... 한 가지 정도는..."
"...안타깝지만...저에 대한 기억도, 부모님에 대한 기억도 없고, 제 이름조차 잊어버린 것 같아요..."
"그럴 수가..."
전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인가.
나와의 추억은 말할 것도 없고, 키타산의 모든 것이.
오늘 하루, 단 몇 분 사이에.
"...?"
문득,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보니 키타산이 힘없이 내 옷자락을 쥐고 있었다.
"...!"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안색이 변했다.
확실히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키, 키타산! 아직 걸어 다니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제대로 안정을 취해야..."
"넌... 누구야...?"
나의 주의는 키타산의 질문에 묻혀버렸다.
아, 정말 기억이 없어졌구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역시나 반복해서 들으니 다시 한 번 잔혹한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아서 괴로운 기분이 들었다.
"...키타산, 나는 너의..."
"나, 남친이야, 키타쨩!"
"...하아!?"
갑자기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끼어들어 내가 말하려던 대답을 가로챘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내용이어서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키타쨩은 이 사람과 여러 곳에 가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어!"
"잠깐, 무, 무슨 소리야! 그런..."
내 반박은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할 수 없었다.
왠지 오늘은 하고 싶은 말을 전혀 할 수 없는 날인 것 같다.
"푸하앗! 뭐 하는 거야!"
"됐으니까 트레이너 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말고 키타쨩의 남친이 되어 주세요! 그게 키타짱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거예요!"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 무슨 뜻이야!"
"...지금의 키타쨩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처음이에요. 저나 부모님을 만났을 때에도 굉장히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당신에게만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어요... 분명 기억을 잃었지만 당신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나에게만..."
"그러니까 트레이너 님, 제발 키타쨩 곁에 있어 주세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분명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다이아는 나만 남겨두고 이 자리를 떠났다.
학원 측에는 자기가 설명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런데, 나와 함께 있으면 무언가를 떠올릴 거라니... 구체적으로 내가 뭘 해야 좋을까...?
"..."
"일단 침대로 돌아가자. 일단은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응."
키타산의 부축하고 천천히 침대에 눕혔다.
"아프지 않아? 아프면 말해줘."
"으응, 괜찮아..."
내 말에 키타산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투만 들어도 정말 다른 사람이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저기, 너랑 나는 정말로 사귀는 사이였어?"
"어, 아... 응..."
말문이 막혀버렸다.
하지만 다이아의 말을 믿는다면 일단은 YES라고 해야겠지.
"...그래. 나랑 너랑 둘이서 여러 추억을 만들어 왔어. 주변에서 보면... 어쩌면 사귀는 것처럼로 보였을지도 몰라."
"그랬구나..."
"역시 안 믿기지? 나 같은 놈이 너랑 사귀는 사이라니..."
뭐, 당연히 그렇겠지. 혼자 자문자답했다.
나처럼 나이도 많고, 성격도 별로인 남자와 사귀는 사이라니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런 사이도 아니다.
"으응,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
하지만 키타산은 내 속마음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너한테서 다른 사람과는 다른 것을 느꼈거든. 가슴이 뜨거워지고, 두근거리고... 어쩌면 나의 특별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그래?"
"응."
특별한 무언가.
절친 다이아에게도, 존경하는 부모님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그것을 나한테서 찾았다고 하니 솔직히 기쁘다.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어딘가에 우리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
나는 부드럽게 키타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건...?"
"키타산, 전에는 이렇게 칭찬받는 걸 좋아했어. 지금은 아니야...?"
"...으응, 좋아..."
키타산은 마음이 놓였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 그녀는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자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무방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나를 믿고 있는 것 같다.
"...괜찮을 거야, 키타산. 내가 반드시 너를..."
부드럽게 손을 꼭 잡고 맹세했다.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에 떨어진 지금 키타산은 불안해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녀의 안식처가 되어주겠다고.
그리고 반드시 그녀의 기억을 되찾아 주겠다고.
분명 나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근거도 없는 믿음을 가졌다.
기억을 잃고도 여전히 키타산에게 믿음을 받고 있는 나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거라고.
=====
"키타상, 이제 좀 괜찮아?"
"응! 이제 완전히 괜찮아졌어!"
"그렇구나. 다행이다."
몇 주 후, 키타산의 상처는 완전히 아물었고, 붕대도 모두 풀었다.
우마무스메들 중에서도 유난히 튼튼했던 몸 덕분인지 후유증 같은 것도 전혀 없는 것 같다.
그건 정말로 기쁜 일이지만, 기억상실만은 낫지 않았다.
입원 중에도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과거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실망하지 않았다. 뭐, 잘 안 되겠지 하고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퇴원한다는 것은 기억을 되찾기 위해 더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효율로 따지면 오히려 오늘부터가 시작이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
"키타산, 내일 트레센 학원에 가볼래?"
"트레센 학원...? 거기 재미있는 곳이야?"
"그래, 재미있을 거야. 그리고 친구들도 너를 걱정하고 있고, 괜찮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고..."
"...알았어. 모르는 곳에 가는 건 좀 무섭지만... 트레이너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갈게."
"고마워. 키타산은 착한 아이구나."
"헤헤~"
입원한 며칠 동안, 나와 키타산은 꽤 친해졌다.
스킨십을 해도 예전처럼 당황한 표정이 아니라 이렇게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역시... 다르다.
그 미소조차도 예전의 키타산과 이 아이는 다른 사람이라는, 그런 슬픈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자, 여기가 학원이야."
"크네... 길 잃을 것 같아..."
"그래. 하지만 키타산은 이 학원을 정말 좋아했어."
"흠..."
반응을 보아하니 뭔가 떠오르는 건 없는 것 같
다.
뭐,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서두를 것 없다.
"키타사아아안!"
한 소녀가 키타산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더니,
그대로 그녀에게 뛰어들었다.
"전화도 안 받고 뭐하고 있었어! 내 마법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바보 바보! 걱정시키지 마!"
스윕 토쇼.
키타산과 특히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
"키타산! 괜찮았어?"
"사고가 났다고 해서 걱정했어..."
"상처는 다 나았어? 아픈 데는 없고?"
키타산의 다른 친구들이 하나 둘씩 다가와 그녀를 에워쌌다.
"어... 저기... 우으..."
키타산은 조금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역시 안 되나... 지금의 그녀는 나 이외의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진 것 같고, 갑자기 이런 상황으로 내던지는 것은 좋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면 혹시나 하는 생각은 너무 얄팍한 생각이었다.
"자, 다들 진정해. 키타쨩이 곤란해하고 있잖아?"
나보다 먼저 이 상황을 수습한 것은 키타산이 동경하는 우마무스메, 토카이 테이오였다.
"미안해. 다들 겁을 주려고 한 게 아니라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거니까 용서해줘."
"으, 응..."
테이오는 키타산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떨림을 진정시켰다.
평소에는 천진난만한 애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키타산을 상대하고 있는 지금은 황제 심볼리 루돌프와 같은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다.
"미안해, 테이오, 지금 키타산은..."
"알아. 다 들었어."
"그래. 미안하지만 학원 안내를 부탁해도 될까? 좋아했던 달리기를 접하면 뭔가 기억해내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 그럼 가볼까? 키타쨩."
"어... 트레이너 씨, 안 와...?"
키타산은 테이오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
"...미안, 일이 있거든. 그래도 괜찮을 거야, 여기 있는 모두가 네 동료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응..."
격려의 말을 건네도 그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괜찮을 것이다.
지금은 무서워하고 있지만, 키타산이라면 금방 다시 모두와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예전의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친구들과의 교류가 기억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
"트레이너 씨!"
"우와앗!?"
트레이너실에서 업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키타산이 뛰어들어왔다.
"히끅... 무서워... 무서워... 트레이너 씨이..."
"왜 ,왜 그래 키타산!? 괜찮아!?"
본 적 없을 정도로 떨면서 겁에 질려 있다.
설마 다들 무슨 짓을 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미, 미안해 트레이너. 키타쨩에게 학원을 안내하고 있었는데, 트레이너를 만나고 싶다고 울어서..."
조금 늦게 도착한 테이오가 내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역시 지금의 키타쨩에게는 네가 없으면 안 되는 것 같아... 네가 없으면 굉장히 무서워하는 것 같아. 나도 무섭다고 말했어..."
"그, 그렇구나... 그럼 기억도..."
"응...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니, 괜찮아. 도와줘서 고마워."
그런가, 테이오의 도움을 받아도 안 되는 건가.
그래도 그토록 동경하던 테이오를 무서워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왠지 부럽네, 너."
"어?"
"그렇게 동경했던 나에 대한 기억도 사라졌어. 그런데 너만은 계속 키타쨩의 마음속에 있잖아. 그게 너무 부러워."
"테이오..."
"트레이너, 아마 키타쨩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을 거야. 그러니까, 꼭 부탁할게."
"...그래. 고마워."
테이오가 떠나고 트레이너실에는 나와 키타산만 남았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광경이었다.
거기서 유일하게 변해버린 키타산을 부드럽게 안아줬다.
"미안해, 키타산. 내가 없어서 무서웠어?"
"응... 무서웠어..."
"그래... 이제 괜찮아. 이제부터 계속 같이 있을게."
계속 그렇게 있으니 점차 울음소리가 작아지고 떨림도 가라앉았다.
"이제 괜찮아?"
"응... 미안해. 제대로 기억을 못해서 모두를 곤란하게 만들었어..."
"그렇지 않아. 넌 열심히 했어, 다들 그 정도는 알고 있어. 물론 나도 마찬가지야."
"트레이너 씨, 고마워..."
눈물을 닦아낸 키타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을 둘러보았다.
"여기, 트레이너 씨와 내 사진이 많이 있네..."
"그래, 여기에는 너와 내가 함께 보냈던 시절의 기록이 많이 있어."
선반에서 앨범을 꺼내 그녀와 함께 추억을 회상해보기로 했다.
"이건 G1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의 사진이야."
"나, 엄청 기뻐하는 것 같네... 트레이너 씨도..."
"정말로 기뻤어. 함께 노력해 왔고, 그 보상을 받은 순간이었으니까. 둘이서 울 정도로 기뻐했어."
"응... 이건?"
"아, 이건..."
하나하나, 키타산과 함께 보낸 날들을 떠올리며 들려줬다.
그녀의 머릿속에 그때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떠오를 수 있도록.
하지만 그렇게 된 것은 나뿐이었던 것 같다.
"트레이너 씨... 울어...?"
"어? 아..."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눈물이 흘러내려 사진 한 장을 적셨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더 이상 이 날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슬픔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 미안해. 혼자서 울고... 기분 나빴지..."
그 누구도 키타산의 기억을 되찾아줄 수 있는 수단이 되지 못했다.
테이오의 말대로 남은 건 나뿐이다.
만약 내가 실패하면?
그때는 두번 다시는... 모두가, 내가 사랑했던 키타산 블랙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슬픈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 많아서 피곤하지? 방까지 안내해 줄 테니 이제 쉴까?"
"응..."
눈물을 대충 닦아내고 키타산을 기숙사까지 데려다줬다.
다이아가 이사장에게 부탁한 덕에 키타산은 당분간은 자기 방이 아닌 내 방에서 지내게 되었다.
트레이너와 학생이 동거하는 것은 좀 그렇긴 하지만... 뭐, 그녀의 정신 상태를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
"자, 들어와
."
"와... 트레이너 씨의 냄새가 가득..."
"뭐, 내 방이니깐. 혹시 싫어하는 냄새야...?"
"으응. 나 이 냄새 좋아해. 트레이너 씨가 아주 가까이 있는 것 같아서... 안심할 수 있어..."
"그럼 다행인데..."
문득 꼬르륵~ 하는 귀여운 소리가 났다.
키타산이 자신의 배를 누르고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다 들어버렸다.
"배고파?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뭐든 준비해줄게."
"...그럼, 트레이너 씨가 직접 만든 게 먹고 싶어."
"내가? 그걸로 괜찮겠어?"
"응, 그게 좋아."
"알았어. 그럼 조금만 기다려줘."
냉장고를 열어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있는지 확인했다.
계란 2개, 야채도 적당히 있다.
쌀은 조금 남아 있다.
이 정도면 한 끼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기다렸지. 간단한 것밖에 못 만들었는데 괜찮겠어?"
"와, 고마워, 트레이너 씨! 맛있어 보이네... 잘 먹겠습니다!"
계란말이와 야채볶음, 그리고 밥 한 공기라는 소박한 메뉴지만, 키타산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그렇게 기뻐해 주면 이 메뉴도 만든 보람이 있겠다 싶었다.
"맛있어?"
"응! 정말 맛있어!"
그러고 보니 이렇게 한 끼 분량의 밥을 제대로 만들어 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항상 귀찮아서 계란밥이나 컵라멘 등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곤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키타산이 그렇게 먹다가는 영양실조에 걸린다고 화를 내면서 밥을 지어주게 됐었지...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매일 키타산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우리 집 냉장고에 식재료를 두고 갈 정도로 정말 매일.
가끔은 내가 밥을 만들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트레이너 씨, 괜찮아? 배 아파...?"
고개를 들어보니 키타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안 돼, 또 울 것 같다.
"...괜찮아. 그보다 내일은 둘이서 외출할까? 퇴원하면 어디든 가자고 약속했었지?"
"어, 아싸! 트레이너 씨하고 단둘이 외출~!"
나쁘게 생각하지 말자.
왜 나는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쪽으로만 생각을 집중시키려고 하는 거지.
=====
"트레이너 씨..."
"왜 그래, 키타산? 잠 안 와?"
"응... 내일이 너무 기대되고, 설레서..."
"후후, 뭐야 그 귀여운 이유."
"...트레이너 씨는 안 즐거워?"
"당연히 즐겁지. 게다가 키타산의 기억도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너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고, 어디든 데려다 줄게."
"...응."
괜찮아, 그녀는 반드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테이오도 말했잖아, 키타산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고.
내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
"트레이너 씨, 빨리 데이트하러 가자!"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안 도망쳐."
키타산이 좋아했던 곳으로, 즐거웠던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렇게 두 사람의 추억을 계속 접하다 보면 분명 기억이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정말 많은 곳을 다녔기 때문에 추억의 장소는 좀 속되게 말하자면 썩어 넘칠 정도다.
"자, 키타산, 자연이 가득해서 기분 좋지? 예전에는 단풍놀이를 하러 왔었는데, 지금 시즌에도 볼 게 많네..."
"단풍놀이... 잘 모르겠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그래서, 지금은 뭐가 있어?"
기억나는 게 없는 모양이다.
여기 말고 다음 장소로 가자.
"키타산, 푸드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어! 다들 즐거워 보이네! 키타산도 축제를 좋아했는데, 이런 걸 보면 두근두근거리지 않아?"
"미안, 잘 모르겠어..."
"그, 그렇구나. 그럼 좋아하는 걸 먹고 다음 장소로 가자!"
여기도 아니다. 다음...
아무튼 닥치는 대로 과거를 건드려 보기로 했다.
"이 모래사장, 예쁘지? 합숙 때는 여기서 트레이닝을 했었어. 그런데 키타산이 달리기를 너무 좋아해서 산 쪽으로 달려가 버렸었지. 그때는 정말 초조했었는데."
"..."
"...뭔가 떠오르는 거 없어...?"
"...아니."
"그렇구나..."
안 돼, 여기도 안 돼.
다음, 다음, 다음.
하나라도 더 많은 기억을 더듬어 가며 조금이라도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단서를 찾아야...
"어라... 키타산, 왜 그래? 너무 걸어서 지쳤어?"
키타산이 깍지 낀 손을 풀고 멈춰 섰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됐어, 트레이너 씨."
"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제 됐다고? 뭐가...?
"괘, 괜찮아, 키타산! 기억은 꼭 돌아올 테니까! 자, 다음에는 여기로 가자! 여기는 네가 정말 좋아했던 곳이니까, 이번엔 꼭..."
"나... 기억 같은 거 필요 없어..."
"...뭐?"
"딱히...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이 아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나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키타산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거야!?
"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다들 키타산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키타산 블랙이 아니야!"
내 노성은 키타산의 절규에 묻혀 사라졌다.
그 목소리는 지워질 듯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귀를 찢는 듯한 목소리였다.
"모두 키타산, 키타산! 아무도 날 봐주지 않아! 트레이너 씨도! 날 전혀 신경 써주지 않아! 트레이너 씨와의 데이트, 기대하고 있었는데... 내가 모르는 옛날 이야기만 잔뜩..."
"...!"
"저기... 만약 키타산 블랙의 기억이 돌아오면... 난 어떻게 되는 거야?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로 사라져야 하는 거야...?"
"그, 그건..."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녀는 우리가 아는 키타산 블랙이 아니다.
그렇다면 만약, 키타산의 기억이 돌아온다면?
답은 하나다.
그녀는 사라진다.
그리고 키타산이 돌아온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최고의 해피엔딩이니까.
"그런 거... 싫어! 나, 사라지고 싶지 않아! 나는 나야! 모두가 좋아하는 키타산 블랙 같은 건 내 알 바 아니라고!"
"키, 키타산! 잠깐만!"
달려가는 키타산의 뒤를 쫓았다.
할 말은 찾지 못했지만, 그대로 두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키타산!"
"놔줘!"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을 상황이었을 텐데도 잡은 것은 역시 그녀가 키타산이 아니라는 증명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래, 그녀는 키타산이 아니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마음이... 있는 것이다.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더 이상 좋아하게 하지 마..."
그것을 우리의 소원이라는 이름으로 지운다니, 용서받을 수 없다.
어째서 깨닫지 못했던 걸까.
"햐앗...!?"
나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너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키타산 얘기만 해서... 정말 미안해!"
부디,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 전해지길 바라면서.
"저기... 너만 괜찮다면... 오늘의 데이트, 다시할 수 있게 해줄래?"
"어...?"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널 위한 최고의 데이트를 생각해낼게. 그러니까... 한 번만 기회를 줘."
"나를 위한..."
"그래, 너만을 위한."
똑바로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그리고 가까워..."
"정말!? 고마워!"
"꺄앗! 가깝다니까!?"
다행히도,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나는 오늘로 끝.
모두에게는 미안하지만... 내일부터 나는 키타산의 트레이너가 아니라, 이 아이의 트레이너가 될 것이다.
=====
"그러니까 새 옷 사러 가자!"
"어...? 무슨 이유로?"
"모르겠고! 일단 가자!"
"어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지금까지 방문한 적 없는 여성 전문 의류점으로 향했다.
"이것 좀 봐, 이것도 귀엽네!"
"그치만 나한테 이런 하늘하늘한 게 잘 어울릴까... 옷장에 남자애 같은 옷만 있던데..."
"무슨 소리야, 무조건 잘 어울릴 거야! 일단 입어보자!"
"으, 으응... 이건... 어때?"
"엄청 예뻐! 이것도 사자! 이것도!"
"어어!? 갑자기!?"
하늘하늘한 차림의 그녀를 데리고 식물원으로 향했다.
"여기, 서늘하고 조용해... 나 이런 곳을 좋아하는 것 같아!"
"그래? 조용하기도 하고, 다양한 식물이 많아서 재미있을 거야!"
"정말!? 보고 싶어!"
키타산과 이렇게 조용한 곳에 온 적은 거의 없었지만, 그녀가 좋아할 것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단풍놀이 얘기를 했을 때 즐겁다고 했었으니까.
그녀는 축제 같은 게 아니라 차분하고 편안한 곳을 좋아하는 것이다.
"응...?"
툭 건드린 그녀의 손이, 내 손가락을 붙잡았다.
"트레이너 씨... 아직 우리 사귀는 사이 맞지...?"
"물론이지."
"헤헤, 다행이다!"
손가락이 풀리지 않도록 꼭 쥐자 그녀는 웃었다.
그 미소는 키타산과는 다른 미소였지만, 전과 달리 슬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어쨌든 그런 미소였다.
=====
그 후에도, 나는 그녀와 평소에 가지 않는 장소로 향했다.
미술관, 절경 스팟... 마치 새로운 시작의 한 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오늘, 즐거웠어?"
"응! 엄청 즐거웠어!"
아름다운 야경을 내려다보며 묻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전의 기억을 찾기 위한 데이트에서 보여줬던 비통한 표정과는 정반대였고, 그녀가 진심으로 지금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미소였다.
"...고마워, 트레이너 씨. 정말로 나를 위해 많이 생각해줬구나..."
"당연하지,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즐겁게 해주겠다고 결심했었으니까."
시선을 야경의 빛에서 그녀의 눈동자로 옮겼다.
"트레이너 씨, 오늘 나를 한 번도 키타산이라고 안 불렀지? 기뻤어... 제대로 나를 보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녀의 표정이 미소에서 쓸쓸한 표정으로 바뀌어 간다.
살며시 올려진 손도 점점 떨리고 있다.
"저기, 트레이너 씨... 아직도 키타산이 좋아? 너도 역시 키타산이 돌아오길 바라고 있어?"
"그건..."
"내가 키타산을 대신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여기서 그녀의 말을 긍정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의 트레이너가 되기로 결심하고 나서, 나의 본심을 확인하고 말았으니까.
그래서, 거짓 없는 말을 전했다.
"미안해, 나는 키타산을 좋아해. 너는 키타산을 대신할 수 없어."
"그렇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쓸쓸하게 웃는 그녀의 눈에 눌물이 고였다.
"말하기도 했지만, 나는 키타산이 아니야. 나는 나라고... 그런데 이제 와서 키타산처럼 사랑해달라고... 할 수 있을 리가 없겠지..."
"그래, 넌 키타산이 아니니까 좀 더 네 곁에 있게 해줘."
"어...?"
"난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까 키타산처럼 대할 수 없어. 그러니까 네가 좋아하는 걸 좀 더 보여줘. 제대로 사랑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앞으로 조금씩, 시간을 들여서..."
'후후... 그게 뭐야..."
흘러내릴 것만 같던 눈물을 닦은 그녀는 나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분명 모두들 빨리 키타산의 기억을 되돌리라고 말할 텐데? 그래도 나랑 같이 있다고 싶다는 생각을 해주는 거야?"
"물론이지. 우리의 이기심 때문에 너를 지우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게다가 그런 짓을 하면 키타산이 날 싫어하게 될 거야. 내가 아는 트레이너 씨는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말이지."
그건 확신이었다.
키타산은 착한 아이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키타산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키타산을 찾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던 것이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 다들 키타산이 돌아오고 내가 사라지길 바라고 있는데..."
"사라지지 않아."
그녀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다.
그곳에는 오늘 함께 찍은 수십 장의 사진이 있었다.
"너는 여기 있어.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테니까... 설령 키타산이 돌아온다고 해도 넌 사라지지 않아."
"...!"
그 직후, 그녀의 눈에서 억누르고 있던 눈물이 터졌다.
"...고마워."
하지만 그것은 조금 전과 같은 슬픔에선 오는 것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나는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어... 인정받고 싶었어...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눈물로 엉망진창이 되어 오열하면서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트레이너 씨, 두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
"물론."
"...나를 잊지 말아줘... 그리고... 키타산도 나만큼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사귀는 사이라는 말은 거짓말이었지만, 분명 그 관계만큼이나 키타산은 널 좋아한다고 생각해."
"...알고 있었구나, 나랑 키타산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걸."
"후후... 당신 같이 성실한 사람이 담당과 사귈 리가 없잖아."
"그리고 키타산이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몰라. 나는 그 아이에게 많은 고생을 시켰어. 어쩌면 날 싫어할지도 모르지."
"이해해. 하지만, 만난지 얼마 안 된 내가 이렇게나 널 좋아하게 됐는데 계속 같이 있던 키타산이 널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어."
"뭐... 그럼 다행이지만."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트레이너 씨, 약속이야."
"응, 약속할게."
내민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고마웠어."
잠시 후,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어... 왜, 왜 그래!?"
재빨리 다가가 몸을 부축했다.
...뜨겁다.
그녀의 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즐거워 보였는데...
"저, 정신 차려 키타산! 구급차 부를게!"
"후후...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분명, 그녀는 곧 돌아올 거야..."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트레이너 씨... 약속, 잊지 말아줘... 손가락 걸고 약속... 해..."
그리고 그녀의 손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 이후의 기억은 거의 없다.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와 실려 가는 그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병실 침대에서 잠든 그녀에게 기도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키타산이 트럭에 치였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만약 이번에는 정말로 깨어나지 않게 된다면... 내 마음은 분명 망가지고 말 것이다.
그런 운명의 고비가 왔는데도, 이번에도 기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자신이 싫어진다.
"으응... 음냐... 트레이너 씨 안 대여... 다들 보고 있는데에..."
문득, 그녀가 잠꼬대를 했다.
"키, 키타산! 괜찮아!?"
"꺄앗!? 트, 트레이너 씨!? 왜 그래요!?"
그리고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지난 며칠 전과는 다른, 그리운 분위기를 풍기며...
"어, 어라? 저 왜 이런 방에서 자고 있는 거에요...? 트레이너 씨는 알고 있어요?"
나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키타산...? 키타산... 맞지...?"
"...? 네에, 키타산 블랙인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나 역시 키타산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와앗!? 가까워요! 가까워요!"
"어서 와, 키티산... 이젠 절대로 놓지 않을 거야...!"
"아와와..."
키타산의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채, 나는 계속 그녀를 껴안고 있었다.
=====
어째서 갑자기 기억이 돌아온 걸까.
그녀는 왜 그날 이후로 나타나지 않은 걸까.
그 이유는 결국 알 수 없었다.
『이건 단순 추측이지만... 그때의 키타쨩은 억누르고 있던 욕망이 표면화된 게 아닐까요?』
유일하게 그럴 듯한 답을 제시한 것은 사토노 다이아몬드였다.
『좀 더 트레이너 씨가 봐줬으면 좋겠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고 싶어.... 그래서 그때의 키타쨩은 트레이너 님만 보고 있었고, 그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사라진 게 아닐까요?』
『그런가...?』
『모르죠, 처음에 말씀드렸듯 이건 단순 추측이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정답에 가장 가깝다면...』
그래,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유일하게 그것을 알고 있을 그녀는 사라졌으니까.
...아니, 그렇지 않다.
나는 스마트폰을 열고 그날의 기록을 꺼냈다.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조용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
그녀는 여기에 있다.
그날 나눈 약속과 함께 살아간다.
"트레이너 씨~!"
큰 소리로 나를 부르는 소리에 도랑보니 키타산이 손을 붕붕 흔들며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안녕, 키타산. 몸은 괜찮아?"
"네, 하지만 병원에 있었던 기억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키타산은 양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봉지를 들어올렸다.
"이거 보세요! 퇴원 기념이라고 다들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줬어요! 트레이너 씨, 밥 아직 안 드셨죠? 괜찮으시다면 같이 먹을까요?"
"그거 좋지, 그럼 우리 집으로 갈까?"
"네! 에헤헤... 아싸!"
빵빵한 봉투를 들고, 잡담을 나누며 귀로에 올랐다.
마침내 돌아온 우리의 일상.
그때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실례합니다! 트레이너 씨, 드시고 싶은 거 있나요? 이 도움 대장에게 뭐든 맡겨주세요!"
"아니... 항상 키타산이 만들어줬으니 오늘은 내가 만들게. 가끔은 내가 널 위로해야지."
"그럴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제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요!"
"괜찮아, 괜찮아. 오늘은 그러고 싶은 기분이거든."
"그, 그런가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수많은 식재료, 요리 공부도 조금 한 덕분에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메뉴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언제나 터무니없는 중노동을 강요하고 있었구나... 새삼 자각했다.
"기다렸지, 그런대로 잘 됐다고 생각해."
"와~ 맛있겠다! 트레이너 씨, 요리 잘 하시네요!"
"과찬이야..."
"그럼 잘 먹겠습니다! 음~ 맛있어요! 엄청 맛있어요!"
"후후... 그래?"
내가 만든 밥을 맛있게, 기분 좋게 먹는 키타산.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문득 그녀와 나눈 약속을 떠올렸다.
"...저기, 키타산."
"네에?"
"언제나 고마워, 좋아해."
"!? 콜록콜록! 가, 갑자기 뭔가요 트레이너 씨!? 놀라서 사레 들릴 뻔 했어요!"
"응? 그냥."
사람은 어리석은 생물이다.
아무것도 아닌 그날이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는 건 언제나 그것을 잃어버린 후니까.
하지만 만약,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트, 트레이너 씨!"
"응?"
"저도 트레이너 씨를... 조, 좋아헤요!"
"응, 고마워."
"왜 그렇게 적당하게 반응해요!? 치사해요!"
이번에야말로,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시는, 과거를 후회하는 형태로 돌아보지 않기 위해.
= 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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