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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 설계사ch.3 - 26

머스크메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30 23:44:24
조회 431 추천 13 댓글 10
														


[시리즈] 모음집 정리
· 설계사 괴문서 모음집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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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의 손에 이끌려 사토노 부스에서 멀어졌을 때 즈음, 문득 비너스 트레이너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 뭐야, 니네도 돌고 있었냐?"


중앙광장 근처라 인파가 많기는 했지만 멀지 않아 금방 자신을 부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앗, 파인모션 선배님, 안녕하세요."


"다이아짱, 안녕~ 오빠도 안녕~"


모퉁이를 돌면서 마주친 파인모션과 파인모션 트레이너 듀오와 마주치자 다이아가 먼저 인사를 건넸고, 인사를 받은 파인모션도 밝은 미소로 답해주었다.


"뭐...대충 그렇지. 너희는?"


부스를 돌고 있냐는 말에 대답한 트레이너의 말에 파인모션 트레이너는 대답과 함께 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봉투를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우리야 뭐 부스 만끽 중이지. 마침 파인이 근처에 유명 라멘가게 브랜드가 입점했다고 해서 가는 길이야."


"그건 뭔데?"


"과채류나 축산부스 둘러보고 구한 오늘 저녁에 파인하고 먹을 재료들."


가볍게 말하는 파인모션 트레이너의 말과 달리 양손에 들려있는 봉투는 하나같이 전부다 큼직큼직해서 도저히 우마무스메 기준으로도 3인분은 족히 되어보였다.


"...그게 1끼 식사라고?"


"우리만 먹겠냐? 샤커네하고 같이 먹을 거야."


"그럼 이왕 만난 거 같이 다닐래, 다이아짱?"


"좋아요! 아, 트레이너님도 같이 가실래요?"


"얼마든지 오라고! 왕실 특제 레시피로 맛있는 거 잔뜩 해주마."


순순히 초대에 응한 다이아가 파인과 똑같은 표정을 방긋 웃었다. 동생과 친구의 담당이 서로 어울리는걸 보는 파인모션 트레이너도 씩 웃으며 얼마든지 좋다며 허락했다. 다만 옆에 있던 비너스 트레이너도 같이 허락하려던 그때, 그의 시선에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하나 걸렸다.


'물풍선?'


시야에 잡힌 그것은 큼지막한 통에 담긴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물풍선들이었다. 주변의 행인들도 그냥 행사의 일부려니 하고 관심없이 지나치고 있었지만 부스 운영과 그 내용에 관해서는 디지털네와 학생회를 통해 싹 다 파악하고 있는 트레이너에게 있어 저것들이 필요한 내용은 아무리 머리를 되짚어보아도 떠오르지 않았다.


'저게 왜 저기 있지?'


심지어 한두 개가 아니라 중앙광장 여기저기 비치되어 있는데다가 방금전까지 다이아와 VR우마레이터 부스에 있다가 나왔으니 아는 것이 없어 그나마 많이 돌아본 파인모션 트레이너에게 물어보려던 찰나 파인모션 트레이너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어디 가볼까? 어디어디 돌았냐?"


"어...조금 사정이 있어서 아직 사토노 부스 빼고 한군데도 못 돌아봤어."


"엉?"


먼저 말했으니 우선 대답을 해준 트레이너의 말에 파인모션 트레이너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황금 티켓을 가지고 있으면서 고작 하나밖에 못 돌아봤다고? 니네 엄청 손해본거 아냐?"


""황금티켓??""


처음 들어본 말에 다이아와 트레이너는 잠깐 서로를 바라보고 다시 파인모션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입을 연건 다이아였다.


"황금 티켓이요? 저희는 그런 거 없는데요?"


"다이아짱, 그게 무슨 말이야?"


하지만 이번엔 파인네가 오히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파인모션이 다이아의 목에 걸려있는 명찰을 가리키며 말을 꺼냈다.


"지금 목에 걸려있는 그거, 그게 황금 티켓이잖아. 그것만 있으면 부스체험 우선권에, 특정 상품들은 할인이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데?"


파인모션의 손가락이 가리킨 다이아의 가슴팍 위에는 파인모션의 가슴팍에 있는 것과 똑같은 큼지막한 황금명찰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선권, 할인? 잠깐만, 그건 또 뭔 소리야? 난 그런 말 하나도 못 들었는데?"


하나도 모르고 있었는지 축제의 정보 대부분을 꿰고 있던 트레이너조차 그런 말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 말에 파인모션 트레이너도 뒤늦게 이상함을 눈치 채고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그걸 왜 몰라? 전해 듣지 않았어?"


자신을 향한 그 말에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트레이너는 우선 다이아의 황금명찰의 출처를 물었다.


"다이아, 그건 어디서 받았어?"


"이건 어제 키타짱에게서 받았는데요. 그.. 부스 책임자들은 이 명찰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이사장님께 전달 받았다고 키타짱이...어라?"


그제서야 다이아도 어긋난 명찰의 사용처를 깨닫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다이아의 말을 들은 파인모션 트레이너는 더욱 더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뭔 소리야. 우리는 샤커한테서 받았는데? 학생회에서 이벤트 추첨을 통해서 받았는데 자긴 쓸모없다면서...이런."


"젠장,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은데. 다이아, 우선 그 명찰 벗어두고.."


[ 삐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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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트레이너가 좋지 않은 낌새를 느낀 그때, 부스들이 펼쳐진 중앙 광장 스피커가 켜지면서 잡음이 크게 울려 퍼졌다. 귀가 괴로울 정도의 잡음은 아니었지만 그 소음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기는 충분했다. 그리고 마이크 넘어 들려온 건 어느 변조된 여성의 목소리였다.


[ 오이~ 축제 잘 지내고 있어? 음음. 역시 트레센인 만큼 감사제 규모가 어마어마하지~ ]


[ 읍읍... ]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과한 텐션의 목소리와 그 너머 아주 작게 누군가 입이 틀어막힌 소리가 흘러나오자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귀를 기울였다.


[ 그런데 말야. 이런 식이면 좀 재미없지 않아? 그래서 이 고ㄹ...아, 아니 스폐셜한 이 몸께서 한 가지 자체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


익숙하면서도 들으면 들을수록 불안감이 치솟는 그녀의 목소리에 비너스 트레이너의 목에 한줄기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늘 항상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전 본능으로 느껴진 불안감이 그를 휘감고 있었다.


[ 지금쯤이면 아마 다들 트레센 여기저기 있는 물풍선들을 보았을 거야! 암. 못 봤을 리가 없지. ]


방송에서 언급하기 시작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몇 몇이 물풍선 더미에 관심을 보였다.


[ 그리고 주변을 둘러봐. 목에 황금명찰을 두르고 있는 사람이 있지? ]


이번엔 다이아와 파인모션에게 눈길이 쏠리기 시작하자 언뜻 불안해진 두 트레이너는 서둘러 자신들의 담당 앞으로 나서며 그녀들을 감췄다. 방송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다.


[ 이쯤 되면 슬슬 눈치 챘을 거야. 그래! 그걸 황금명찰을 착용한 사람에게 던져! 그리고 황금명찰 착용한 사람은 피해다니라구! ]


어이없는 방송에 주위가 순식간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물풍선을..?"


"아니, 이유도 없이 맞는 사람은 기분 나쁘라고 왜?"


"괴롭히는 취미는 없는데..."


"뭐여, 이것도 이벤트여?"


다들 꺼려하는 분위기였지만 방송에서 흘러나온 다음 말에 다들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 음음. 그치. 아마 몇 몇은 던지기 망설이겠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때? 지금 황금 명찰을 한 사람은 우리 학원의 담당 계약을 맺은 학생뿐이거등. 트레이너가 담당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 그 능력을 테스트 해보는 거지! 담당이 물벼락을 맞는데도 가만히 있을 트레이너는 없겠지만 과연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 물풍선은 그냥 부케 같은 거야! 아니면 함께 고난을 해쳐나가라는..에잇, 아무튼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하라구! ]


"그릉가?"


"담당과 트레이너의 인연이라...하긴 레이스를 중시하는 우마무스메라면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긴 하지."


"이벤트의 일종인거지? 그냥 즐기면 되는 건가?"


구슬려진 걸까, 관중들 사이에서 수긍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슬 반전되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가장 어이없는 목소리로 두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뭣?!""


어이없는 내용에 두 트레이너의 표정이 일그러지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방송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다만 방송 중인 목소리 외의 다른 소리가 뒤에서 조금씩 들리는 걸로 보아 썩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 쿵쿵! 쿵쿵! ]


[ 야! 나와!! 문 열어!! ]


[ 읍읍! 읍읍읍! ]


문을 열기 위해 두드리는 소리와 고함소리, 그리고 아까보다 한층 커진 입을 막힌 누군가가 내는 소리...하지만 것보다 트레이너는 주위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에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벌써 저기 어딘가에서 물풍선을 한 움큼 집어가는 꼬맹이들을 본 비너스 트레이너는 다급하게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다이아! 파인 모션!! 당장 그거 벗어!!"


트레이너의 말에 좋지 않음을 느낀 둘이 재빨리 목에 걸려있던 황금티켓을 내던졌지만 방송은 그것조차 예상하고 있었다.


[ 참고로 명찰을 벗어서 도망갈 생각은 하지마! 어디보자, 지금 명찰을 한 인원 명단이...아, 여기 있다. ]


잠시 무언가를 찾아 뒤적거리는 소리가 스피커 너머 들리더니 거침없이 희생자(?)들의 명단이 거침없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 가장 먼저 학생회장 심볼리 루돌프부터 시작해서 학급 반장 사쿠라 박신 오, 그리고..에- 어디보자...토센 조던, 에이신 플래시랑 아그네스 타키온, 그리고 또..우옷! 이 녀석도 당첨된건가! 파인 모션, 그리고 또 -~-~- 마지막으로 사토노 다이아몬드까지 총 20명! 아무튼 이렇게 전부 다 황금티켓 당첨자들이다! ]


"아니야! 모두 멈춰주게! 이건 공식적으로 허가받지 않은 이벤트일세!!"


방송의 말이 끝나자 저 멀리에서 루돌프 트레이너가 당황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외쳤다. 그리고 덩달아 그의 뒤에서 루돌프도 같이 외치는 중이었다.


"물풍선은 우리가 준비한 게 아니다! 학생회 주관이 아니야! 이런 활동, 난 절대로 허가..푸흡!"


그 순간 주변을 향해 외치던 루돌프의 등과 얼굴에 물풍선이 하나 날아왔다.


"루돌프!!"


"트레..이너군.."


고작 물풍선이긴 하지만 갑작스럽게 날아든 물풍선에 놀란 루돌프가 휘청거리자 놀란 루돌프 트레이너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러나 그것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회장님...죄송합니다앗! 하지만 저, 트레이너가 담당을 지키는 상황을 동경해서요!


"나, 나도 던질래!"


"어..해도 되나?"


"던져! 던져!"


순식간에 대중들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는 파도가 루돌프 듀오에게 물폭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 그만..!"


"루나! 우선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네!"


"까아-! 여기 껴안는다앗~!"


"더 껴안아 주세요~!"


수십 명이 한꺼번에 던져대는 물풍선에 눈조차 제대로 못 뜨는 루돌프를 그녀의 트레이너가 감싸듯이 껴안았다. 하지만 그 장면에 주위에서는 더욱 더 열이 올라 몇 배나 되는 인원이 물풍선을 집어들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다들 물풍선에 손 떼지 못 해?!"


한쪽에서 당황한 시리우스가 수습을 위해 소리를 지르며 방문객들과 학생들을 막아서자 안면이 있는 학생인지 누군가 다가와 그녀에게 물풍선을 내밀었다.


"시리우스님! 시리우스님도 같이 던져요!"


"뭐?!"


"살면서 학생회장님에게 물풍선을 던질 기회가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담당을 지키기 위해서래잖아요!"


"하지만..."


"이런 기회 두 번 다시는 없을 거라고요!"


"기회..어어...어..크윽...!"


그 학생에 말에 시리우스의 표정이 수없이도 변하더니 언더독이자 나름 루돌프를 견제하던 그녀는 결국 물풍선을 집어 들었다.


"시리우스?!"


"하하! 그 황제 루돌프가 물에 빠진 생쥐꼴이라니! 하하하!"


"윽...시리우스 그만..!"


학생회 시리우스마저 함락되자 어떻게든 루돌프를 지키려던 루돌프 트레이너는 한번 눈을 찡그리더니 루돌프에게 몸을 돌렸다.


"실례하네! 잠시 거칠어질 것 같으니 이해 해주게!"


일방적인 양해를 구한 루돌프 트레이너는 루돌프의 오금과 등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번쩍 들어올렸다.


"트레이너군?!"


"조금만 참게나! 우선 여길 피하는 것이 상책일세!"


공주님안기로 안긴 루돌프가 놀라 외치자 루돌프 트레이너는 앞을 바라보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어어! 도망친다!"


"쫒아가자! 와아아!! 던져, 던져!"


하지만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루돌프까지 안고 있으니 주위 사람들을 벗어날 수 있는 속도일리가 없었다. 결국 사방에서 날아오는 물풍선을 대신 맞는 루돌프 트레이너는 시선을 똑바로 두고 루돌프에게 외쳤다.


"사방이 적이로군! 아무래도 학생회실로 피신해야 할 것 같네! 금방 도착하니, 조금만 버티고 있게나!"


"으...으응..."


루돌프 트레이너가 정신없이 도망치는 와중 루돌프는 자신의 트레이너에게 안긴 채 팔을 움츠리면서 작게 중얼거렸고, 슬쩍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그녀의 얼굴은 잔뜩 분홍빛으로 물들어있었다. 한편 대중들의 시선은 비단 루돌프에게만 집중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젠장..."


이미 저 멀리서에도 곳곳에서 물풍선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슬쩍 구석에 피해있던 난감한 표정의 파인모션 트레이너가 비너스 트레이너에게 외쳤다.


"야! 이거 어쩌지?!"


"방법이 없어. 지금은 자리를 피할..!"


우선 자리는 피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빠져나가려고 말하려던 그때 근처에서 누군가 이쪽을 향해 외쳤다.


"여기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있어요!"


"파인 모션도 있다!!"


"힛..!"


"읏..!"


소리를 듣는 것과 동시에 비너스 트레이너는 팔을 크게 휘두르고 파인모션 트레이너는 담당을 감싸 안았다. 날아오는 물풍선을 정확하게 캐치한 비너스 트레이너가 재빨리 팔을 휘둘러 쳐내고, 파인모션 트레이너가 등으로 대신 막아내면서 철퍽하는 소리가 들리자 다이아와 파인모션의 표정이 두려움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트, 트레이너님..."


"오, 오빠...어떡해?"


주변의 달아오르는 이질적인 열에 우선 두 트레이너는 미간을 찡그리고 다급하게 외쳤다.


"우선 자리를 피하자!"


"서두르자, 여기 오래있으면 안 좋아!"


그리고 도망치는 둘을 흥분한 방문객들과 학생들이 뒤쫓기 시작했다.


"도망간다!!"


"놓치지 마!"


사방에서 여기저기 난리가 나는 통에도 스피커에서는 유쾌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지금부터 제 1회 팬 감사제, 인연지키기 이벤트를 시작한다! 던져! 다들 마구마구 던지라구! 던져서 트레이너의 배짱을 시험해봐라! 크하하하핫! 그럼 난 이만.. ]


[ 콰직! ]


목소리가 도망치려는 듯이 말하던 그때 스피커에서 무언가 문 같은 것이 부셔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 어? ]


[ 야! 너, 이리와! 거기 꼼짝 마, 너 이..]


[ 어라, 이건 좀 위험..으악! ]


[ 읍읍읍읍! ]


난리가 난 트레센과 똑같이 방송실에서도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여기저기 울려 퍼졌다.


"이거 안 되겠는데! 어떤 놈이야! 이런 미친 아이디어를 낸 놈이!!"


"흩어져! 이러다 우리 모두 쫄딱 다 젖어버리고 말아!"


수도 없이 쏟아지는 물풍선들로부터 담당들을 지키며 부스 사이로 도망치는 두 트레이너는 갈림길을 발견하고 서로 각자 찢어져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멀지 않아 저 멀리서 궁지에 몰린 파인모션 트레이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 멈춰라! 네놈들 앞에 있는 건 아일랜드의 왕녀란 말이다! 계속 이랬다간 국제..어픕"


"오빠아! 히이이잇!"


"찾았다!! 전하들을 지켜라!!"


하지만 목소리는 금방 끊겨버리고 뒤이어 파인모션의 비명소리가 뒤를 달리하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SP대원들의 고군분투가 들려왔다.


"젠장!"


"트레이너님..어떡하죠..?"


"안되겠다, 우선 달리자! 다이아, 평소 병주하던 대로 달릴 수 있지?"


오전에 절제하라는 이사장님의 말이고 뭐고 도망치는 것이 급선무니 자리를 피하기 위해 트레이너는 날아오는 물풍선을 쳐내며 다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갑자기 다이아가 멈춰서는 바람에 발을 떼기도 전에 멈춰서고 말았다.


"다이아?!"


"길이..막혔어요..어, 어쩌죠..."


다이아의 말대로 그녀의 앞에는 천막으로 이루어진 막다른 길이었다.


'아뿔싸...!'


트레이너의 기억이 맞는다면 천막 뒤는 탁 트인 중앙 광장이었다. 이미 뒤편에서는 희생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와, 빠져나간답시고 여길 나갔다간 더욱 더 다이아를 지키기 힘들어질게 분명했다.


"막다른 길이다!"


"헤헤, 다이아양, 이제 포기 하세요!"


기어코 둘을 따라온 관중들의 양손에는 물풍선이 한가득 들려있었다. 그걸 본 트레이너는 다이아를 뒤에 두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다이아, 무조건 내 뒤에 있어! 절대로 나오지 마!"


“하, 하지만 트레이너님이..”


트레이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물풍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읏!!"


이쪽을 향해 똑바로 날아오는 물덩이들에 다이아는 눈을 질끈 감았지만 물이 터지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올 뿐, 물에 젖는 느낌은 없었다. 의아함에 슬며시 눈을 뜬 다이아는 자신의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우와, 엄청 잘 막아!"


"더 던져! 던져라앗!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보자!"


사방에서 날아드는 물풍선들을 트레이너가 모조리 받아치거나 공중에서 터트리는 등 요격을 해대며 다이아에게 물 한방울도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쪽팔과 다리를 서로 반대반향으로 뻗거나 빠르게 날아오는 물풍선을 한손으로 캐치하고 터트리고, 손등으로 쳐내는 등 아크로바틱한 움직임과 함께 날아오는 건 모조리 요격하고 있었다.


“와...장난아니다.”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거지?”


벌써 물풍선이 떨어진 몇 몇은 감탄하면서 핸드폰을 꺼내들어 그를 촬영하기 시작하고, 아직 물풍선이 있는 대중들은 눈앞에서 담당을 지키기 위해 손으로 직접 물풍선을 터트려가면서 대신 젖어가는 모습에 더욱 열을 올렸다. 하지만 그 수많은 물풍선 중에 다이아에게 닿은 것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물풍선 더 없어?"


"와...무슨 한번을 안내주네..."


"그러고 보니까 오전에 우마무스메랑 같이 뛰었다던 그 트레이너잖아?"


얼마 안가 물풍선이 다 떨어져 소강상태가 찾아와 물세례가 멈추자 트레이너는 허리를 조금 굽혀 한쪽 손으로 무릎을 지탱하고, 다른 손을 옆으로 펼쳐 다이아를 보호하면서 몰아쉬는 숨과 함께 이글거리는 분위기로 중얼거렸다.


"하아...후우...다이아에겐...절대로 손가락 하나 못 대...!"


날아온 물풍선을 모조리 막아낸 트레이너의 온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흠뻑 젖었지만 뒤에서 주저앉은 채로 보호를 받은 다이아에게는 물 한방울도 튀기지 않았다. 처음이야 모두가 자신을 향해 물풍선을 던지는 상황이 무섭긴 했지만 이를 빠득이면서까지 자신을 지키려는 트레이너의 모습에 다이아는 살며시 트레이너의 옷깃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트레이너님, 저, 그렇게 무리 안하셔도.."


물론 이렇게까지 자신을 지켜주는 모습은 두말할 것도 없이 너무나도 고맙고 든든했지만 기껏 물 몇 번 맞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과도하게 지켜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중얼거리는 트레이너의 말에 다이아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아리마를...너에게 아리마를 거머쥐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라고! 아직 트레이닝을 시작도 못 했는데 고작 이딴 걸로 네 컨디션을 망치게 할 수는 없어! 그러니, 반드시 지킨다..!"


"아..."


아까 전, 트레이닝이 독해질 거라는 말에 대충 얼버무렸었지만 이정도로 자신이 말했던 꿈을 생각해주고 있는지 몰랐던 다이아는 잠시 그대로 트레이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지켜주는 등을 조심스럽게 껴안았다.


"이거 놔. 너도 젖잖아."


자신을 껴안는 손길에 트레이너는 행여 다이아가 젖기라도 할까봐 떼어놓으려 그녀의 손을 잡고 만류했다. 그러나 다이아는 더욱 트레이너를 꼬옥 껴안았다.


"이 정도는 젖어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지켜주셔서 감사하지만..무리는 하지 마세요..."


그러나 부드럽게 속삭이면서 감사를 전하는 다이아의 말에 그녀를 떼어놓으려던 트레이너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들의 뒤편 넘어에서는 아수라장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정작 둘 사이에 흐르는 애틋한 분위기에 물풍선을 다시 가져온 사람들은 차마 둘에게 물풍선을 던지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이 상황에서 던지면 우리, 쓰레기 되는 거 아냐?"


"우우, 비겁하다. 사람들 앞에서 저런 꿀 떨어지는 걸 보여주는 게 어디 있어?"


"부, 부러우면 지는 거야! 뭐 어때! 이것도 지켜보라지!"


둘의 분위기에 잠시 물러나려던 그들 중 솔로인 듯, 몇 명이 발끈하며 물풍선을 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막 물풍선을 던지려던 그때였다.


"더-는-안-됩-니-다아아!"


"어?! 뭐야!"


갑자기 누군가 옆에 설치되어 있는 천막을 뚫고 파티션 칸막이를 밀고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과 트레이너 사이에 들어가 벽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둘을 옆에 있던 천막 안으로 들이밀었다. 갑작스런 등장에 다이아는 물론이고 트레이너도 놀라긴 했지만 우선 대피를 도와주니 얌전히 손길을 따라 천막으로 들어갔고,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을 끌고 온 사람을 본 다이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메이드장 언니?!"


다이아의 외침에 메이드장은 대답 대신 다른 말을 외쳤다.


"지금은 피하는 게 급선무에요! 따라오세요!"


메이드장을 따라 천막을 몇 번 들어갔다 나오면서 쫒아오는 사람들을 따돌린 어느 작은 빈 천막 안에 도착하고 나서야 셋은 잠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슬쩍 밖을 살펴보던 메이드장도 깊은 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휴우...다행히 따돌린 것 같아요."


"살았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지만 감사인사를 표한 트레이너와 달리 정작 도움을 받은 다이아는 눈길을 돌린 채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한 번에 봐도 불만, 혹은 아까 메이드장에 저지른 일에 화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자세히 모르는 트레이너에게 있어 이런 분위기가 불편해 슬며시 자신의 담당에게 입을 열었다.


"저기 다이아..."


"메이드장 언니, 할 말 있지 않아?"


늘 이렇게 삐지면 트레이너가 자신을 달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다이아는 먼저 시선을 돌린 그대로 뾰로통한 말투와 함께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에 트레이너의 시선이 메이드장에게 향하자 순식간에 텐션이 다운된 메이드장은 옷깃을 꽉 붙잡고 입술을 잘근잘근 물고 있었다.


"다이아 난 괜찮으니.."


"아뇨, 트레이너님은 언니가 한 짓에 대해 반드시 사과를 받아야 해요. 언니?"


애써 트레이너가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오히려 다이아는 트레이너에게 톡 쏘아붙이면서 메이드장을 노려보았다.


"다이아 아가씨. 그.."


"사과."


메이드장이 우물쭈물거리면서 다이아를 바라봤지만 다이아는 단호했다. 허리춤에 손까지 올려가면서 눈매를 세운 다이아에 결국 메이드장은 시선을 피하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다시 해. 마음을 담아서! 나 진짜 진심으로 화낸다...?"


"으..."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이아는 자세를 풀지 않고 더욱 더 눈꼬리를 날카롭게 세웠다. 절대 봐주지 않겠다는 다이아의 단호함에 결국 메이드장은 고개를 푹 숙이면서 트레이너에게 자신이 한 일을 고하며 사죄를 표했다.


"저, 저..VR기기를 이용해서 트레이너님과 다이아 아가씨를 속이고 동의없이 트레이너님을 시험하는 짓을 했어요. 그로인해 기계에 오류가 생겨 트레이너님이 못 깨어날 뻔 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예? 시험이요?"


인지를 낮추고 모습까지 바꾼 메이드장을 눈치 못 채고 있던 트레이너가 이실직고에 당황한 목소리를 흘렸다.


"그게 꿈이 아니었어요?"


트레이너의 질문에 다이아의 눈초리가 더욱 매서워지자 메이드장은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반면 트레이너는 정작 그것이 인위적인 현상이었다는 것에 어안이 벙벙했다. 반면 그것이 꿈이라 생각하여, 혹시 미래의 예지몽이나 혹은 자신의 불길함 또는 악몽이 나온 것이라 생각해 남아있던 약간의 티끌만한 불안감은 꿈이 아니라 인위적이었다는 사실 한방에 훅 하고 사그라들었다.


"꿈이 아니라 인위적인 거였나..."


"그..저기..."


한편 메이드장은 이렇게 까지 사과를 했건만 트레이너가 별 반응이 없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불안한 눈빛을 힐끗 다이아에게 돌리거나 트레이너의 가면을 보면서 아직까지도 그를 오해하고 있었는지, 혹시나 자신에게 쏟아질 노발대발 하는 화를 대비하며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과 달리 그의 가면 뒤에서 나온 것은 괜찮다며 부드러운 말이었다.


"괜찮습니다. 메이드장님. 많이 놀라기는 했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그저 VR의 프로그램일 뿐아닙니까."


"하지만..."


속인 것도 모자라 온갖 지독한 경험을 하게 했는데 그렇게 가볍게 사과를 하는 모습에 메이드장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불신감이 남아있었다. 그저 지금 다이아가 옆에 있으니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은 불안과 초조함에 울상인 표정으로 다이아와 트레이너에게 번갈아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트레이너는 어깨에 힘을 빼고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물론 처음에는 놀라기는 했었습니다. 화도 조금 났었고요. 다만, 오히려 VR기기 덕분에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대처할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그리 불편하지는 않던데요."


"...네?"


"트레이너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트레이너의 말에 메이드장이 이해 못한 표정을 짓고 옆에 있던 다이아조차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는 투로 말했다. 그 모습에 트레이너는 팔짱을 끼고 옛날 일을 떠올리면서 운을 땠다.


"전에 트레센에 악몽사건 기억하지? 그때 루돌프가 했던 말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했었잖아. VR이라고 해도 불합리한 일을 당한 건 맞지만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사고도 끼어있었기에 충분히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


"엣...그런 걸 생각한건 아닌데..."


의도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지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준 트레이너에게 메이드장은 이번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이아는 메이드장을 용서하겠다는 트레이너의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요? VR 속에서 무슨 일을 당하셨는지 녹화 된 걸 봤어요. 저를 버리라고 돈을 주겠다며 흥정했다 거나, 다른 여자들 틈에 섞여서 유혹하고, 재난상황에...정말로 용서하실 거예요?"


"응. 실제로 일어난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네가 무사한 게 난 더욱 안심인 걸. 그래도 굳이 표현하자면 그냥 꿈이라고 넘어가면 상관없어. 어차피 악몽은 익숙하니까..."


"네?"


마지막에 작게 중얼거린 말에 다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트레이너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돌렸다.


"으응. 신경쓰지마. 암튼 이제 됐습니다. 메이드장님. 그러니 기운 차리세요."


"죄송...합니다..."


트레이너에게서 용서를 받은 메이드장은 복잡한 마음을 담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모습을 보며 트레이너는 다이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 다이아, 이제 그만 용서해주렴. 난 괜찮아."


"후...알았어요. 용서해드릴게요, 언니."


그제서야 표정을 푸는 다이아에 메이드장의 표정도 같이 밝아졌다. 비록 메이드장이 자신도 속여 대타를 붙였다는 사실이 남아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요즘 독점력이 물오른 트레이너가 알았다간 모처럼 그가 만든 분위기가 깨질 것이고, 또 메이드장 덕에 '좋은 걸' 하나 입수했기 때문에 조용히 자신도 메이드장을 용서했다.


"으으으...! 고마워요, 다이아 아가씨...히잉...! 죄송해요오오...!"


다이아의 속내를 모르는 메이드장은 결국 참지 못했는지 울먹이는 얼굴로 다이아에게 매달리며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를 건넸다. 트레이너도 그 둘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고 있었지만 문득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저, 메이드장님?"


"훌쩍...네?"


살며시 메이드장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트레이너는 자신이 겪었던 꿈(?)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정말로 꿈이 아니었다면...그럼 세여신님이 나온 것도 메이드장님이 하신 겁니까?"


초반 다이아의 사고상황이나, 이상하게 앞뒤가 맞지 않던 술집의 상황이나 재난상황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 나왔던 세여신 중 터크의 정체가 메이드장이라는 것은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정작 그 질문을 받은 메이드장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꺼냈다.


"세여신님이요? 세여신님을 테마로 제작한 관련AI가 있기는 한데 그런걸 꺼낸 적은 없었는데요...?"


"없었다고요??"


"네, 오히려 도중에 갑자기 모니터링 장치가 고장나는 바람에 도중에는 중단했었어요."


메이드장의 증언에 트레이너의 가면 이모티콘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그 누구도 믿지 못 할 경험을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자주 꿈에서, 그리고 이번엔 VR에서조차 버그를 일으키며 나타나는 존재들에 트레이너가 의구심을 품고 있을 때 다이아가 메이드장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그런데, 언니.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방송에서 아가씨가 포함되어있는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돌아다녔지요. 우리 다이아 아가씨가 곤경에 처했는데 사토노의 직속 메이드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변을 당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혹시 몰라 가릴 수 있을만한걸 챙기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금방 발견한게 다행이었네요"


다이아의 질문에 씩 미소 지으며 한쪽 주먹을 머리 옆으로 치켜들고 다른 손으로 팔뚝을 잡으며 답변하는 메이드장의 말을 들은 트레이너는 고민하던 걸 접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다시 한 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워, 언니... 파티션 들고 달리는 거 힘들었을 텐데."


설마 나타나리라 생각 못했던 메이드장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감사를 표하는 트레이너와 다이아에 그녀는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에이, 괜찮아요. 별거 아닌걸요. 다행히 아가씨께서도 무사하신 것 같고요."


다이아를 살피며 싱긋 웃던 메이드장은 그녀가 무사한 걸 확인 하고는, 이번엔 이런 말도 안된 일을 벌인 스피커의 목소리를 떠올리고 비너스 트레이너를 바라보며 미간을 가운데로 모았다.


"그나저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벤트를 생각해 내다니...다이아 아가씨가 몸살이라도 나면 어쩌려고요! 도대체 누구 머리속에서 나온 거죠?"


트레이너가 트레센 학원의 트레이너이자 직원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이번 이벤트에 연관된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메이드장인 평소대로 다시 돌아온 톡 쏘는 말투와 함께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트레이너는 자신을 향한 질문에 잠시 손을 가면 입가에 대고 생각을 하더니 다시 입을 떼었다.


"정식으로 허가받은 이벤트가 아닙니다. 루돌프의 반응을 봐서는 학생회조차 모르는 것 같고, 주동자도 누구인지 모르지만...짐작이 가는 사람은 있군요."


아무리 변조를 해도 감춰지지 않는 텐션, 학생회장 루돌프마저 곤경에 빠트릴 일을 태연하게 저지를 배짱, 무엇보다 결정적인 말실수 덕에 그 목소리가 대충 누구인지 짐작가는 트레이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우선은 다이아의 안전부터 챙겨야 합니다. 아직 사태가 진정된 게 아니에요. 이래선 나가봤자 순식간에 다시 타겟이 될 겁니다."


"으흐훙...♪"


정작 걱정에 휩싸인 트레이너와 달리 메이드장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씩 웃는 모습에 트레이너는 단박에 그녀가 해결책을 가지고 있음을 간파했다.


"방법이 있군요?"


"이래보여도 사토노 가문의 메이드장...메이드로서 필수적인 덕목은 두루두루 갖추고 있죠. 얍!"


메이드장이 메고 있던 힙백에서 펼쳐 보인 건 수많은 화장품들과 가발로 이루어진 일종의 변장 세트였다.


.....


잠시 후 여기저기서 희생양(?)을 찾는 대중들 사이에서 가면을 쓴 트레이너와 메이드복을 입은 여성, 그리고 무난한 리본 귀장식을 단 짙은 고동색의 머리를 한 중등부 우마무스메 학생이 천막에서 나왔다.


“이거 괜찮을까요..?”


“괜찮아요, 아가씨! 전혀 알아보지 못 하겠는걸요!”


“자세히 못 보게만 하면 들키는 일은 없을 거야.”


개중에는 가면을 쓴 트레이너를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목표인 다이아가 곁에 있으니 그냥 지나쳤고, 그렇게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 쓰는 이들은 없었다. 그 점은 다행이었지만 거리거리마다 이벤트의 피해자들이 보일 때마다 다이아의 귀가 바짝 내려왔다.


“파, 팔코..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까요!!”


“히히~ 이참에 에이신도 트레이너와 좀 더 가깝게 될 수 있지 않아?”


“그거랑은 다르..꺄앗!”


저 한쪽에서는 스마트 팔콘이 에이신 플레시와 그녀의 트레이너에게 물풍선을 마구마구 던져대고 있었다. 평소에 쌓인 게 많았던 건지 팔콘 트레이너가 아무리 말려도 한손에 물풍선을 잔뜩 쟁여들고 광기어린 웃음과 함께 계속해서 집어 던지고 있었다.


“이이이이!! 나 진짜 화났어! 어디 맞설 테면 맞서보자! 아예 뼈도 못...못..뭐였지? 아무튼 이제 안참아!!”


“아, 안돼!! 조더어언!!”


다른 한쪽에서는 빡친 토센 조던이 자기도 맞서겠다면서 물풍선으로 맞던졌다가 10배로 돌아오는 물벼락을 트레이너와 같이 얻어맞고 있었다.


“회장님은 어디갔지?! 아직 물풍선 못 던져봤는데!”


“시리우스님이 학생회실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는데, 그쪽으로 피신한 거 아냐?”


“젠장! 그 사고뭉치 타키온에게 복수할 생각이었는데 벌써 도망쳤어! 제길, 어디로 튄 거지?!”


그 외 사냥꾼 마냥 눈에 불을 켜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학생들과 방문객들이 돌아다니니 다이아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리라.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라는 점은 얼마 안가 아군을 만났다는 것이었다.


"아! 트레이너님이에요!"


"트레이너님!! 큰일났사와요! 지금 다이아양이..!"


"다이아! 다이아는 지금 어디에 있지?!"


간신히 마주친 비너스 팀원들이 핼쑥해진 얼굴로 다가와 옆에 있는 다이아를 알아보지 못하고 당황하며 트레이너에게 다가와 다이아를 찾았다.


“애들아, 다이아는 여기야.”


"엣?!"


“저는 괜찮아요. 트레이너님이 절 지켜주신 데다 제 메이드장 언니가 변장시켜줬거든요.”


“다이아?!”


그러나 다들 트레이너의 소개로 뒤늦게 알아채자 화들짝 놀라며 메이드장의 변장실력에 감탄했다.


"일단 우리도 부실로 피하자, 지금 광장 봤어? 완전 아수라장이야!"


다스카의 말대로 다이아는 트레이너와 메이드장, 그리고 비너스의 팀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무사히 부실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후아아아...지쳤어.."


"하아아.."


그렇게 다이아와 트레이너는 부실에 들어오고 나서야 겨우 긴장된 몸에서 힘을 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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