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명마의 초상이 딥가놈으로 예정되어 있어서 

예습 삼아 옛날 명마의 초상 다시 읽어봄

확실히 딥가놈의 명성에 비하면 촌스러운 것도 맞는데

술 한잔 먹고 살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딥가놈은 왜 강한가

모름 얘는 그냥 강함

딥가놈 어린 시절 자료 보면

하나같이 대단치 않은 말로 기록되어 있음

심지어 암말로 착각했다는 기록도 있음

세일에서도 비싼 가격에 팔리지 않음

근데 자라면서 대책 없이 강해짐

그럼 다른 말과 뭐가 다른가

몰라 씨발 약 먹어서 그런가보지

그렇지만

카부라야 오처럼 '겁쟁이 말은 똥말'이라는 운명으로부터 도망치듯 달린 것도 아니고

텐포인트처럼 다른 말 곁에 붙으면 더 힘내는 스타일도 아님

전성기 나리브처럼 달리기 시작하면 자연재해급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루돌프처럼 기수가 계산한대로 달리거나 말이 알아서 달려서 이긴 것도 아님

부르봉이나 라이스처럼 마생을 걸고 깎아낸 것도 아니고

마루젠스키처럼 남들보다 압도적인 혈통을 지닌 것도 아님

그럼에도 딥가놈 레이스 영상 보면 그냥 씨발 강함

근데 이게 경마의 원점 아니냐

최초의 경마가 뭐였을까

그게 언제였을지 모르지만 그 당시엔 애당초 혈통이란게 존재하지 않고, 경주를 위한 조교란 것도 없고

아무 이유 없이 동네에서 누구네 말이 제일 빠른가 궁금해서 했을거 아니야

혈통이고 조교 실력이고 다 필요 없고 가장 빠른 말을 결정하는 게 경마의 원점이라면

딥 임팩트는 일본 경마의 원점이자 그냥 하늘이 내려준 이상적인 존재 맞음

술 먹고 명마의 초상 게속 일다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딥가놈 명마의 초상도 못쓴건 아니더라

딥가놈보다 드라마틱한 말을 산 말은 많아도 

일본 13전 12승 g1 7승이라는 결과가 저 촌스러운 수식어를 납득하게 해줌

딴 얘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 최강마는 오르페브르임

당시 일본에선 합법이었다 하더라도

국제대회에서 도핑 걸린건 개망신이지 

차라리 걸리지 말고 깔끔하게 돌아올 것이지 병신